소설리스트

〈 8화 〉3.블루팀 턴[부덕한 인간이 떳떳한 아비일 수 있는가?] (8/87)



〈 8화 〉3.블루팀 턴[부덕한 인간이 떳떳한 아비일 수 있는가?]

#4

그녀가 육두문자를 뇌까리며 엄청난 속도로 등에 매고 있던 토템을 꺼내 휘두른다.
“저, 저리 안 꺼져!”

그러자 토템에 맞은 거미가 움찔, 한다.
“씨이익, 쉬이익.”


오호…이것봐라?
사실 약한 거 아냐?

그러나 그 생각이 끝나기 무섭게, 녀석이 퉤! 침을 뱉는다.
그것도 영롱한 보랏빛의 침을.


“……!”


그녀가 토템에 묻은보랏빛 액체를 보며 두 눈을휘둥그래 뜬다.


누가 봐도 독이잖아!

그녀가 토템으로 얼굴을 막고 있기 망정이었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독에 감염되었을 지도 모르는 상황.

공포가 심장을 두드림질 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머리를 쓸어넘기며 이를 까득, 악문 채 깊이 날숨을 내뱉는다.
“후우…”

정신차려. 까딱 정신줄 놓으면…
지옥 열차 특등석이야.

그리고 그녀가 아까 자신을 붙들고 있던 거미줄에 토템을 붙이는데, 불현듯 보이지 않던 게 눈에 들어온다.


어…? 잠깐.

그러고 보니 거미집을 이루고 있는 거미줄은 종류잖아?
세로줄과 가로줄.


그리고 지금 내가 밟고 있는 거미줄은 세로줄이고 토템이 붙어있는, 즉 끈적이는 액체가 있는줄은…가로줄이고.

그렇다면…설마 세로로 이루어져 있는 거미줄들은 전부 끈적이는 게 없나?
그런데 또 녀석은 가로줄, 세로줄 가리지 않고 잘만 밟고 다닌다.
제길, 뭐가 뭔지…놈에게는 끈적이는게  통하나?


뭐가 뭔지는 몰라도…이 순간만큼은 그냥 나를 믿는 수밖에 없어.아까 분명히 세로줄에는 끈적이는 게 없었다고.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주문을 외운다.
“앤도미제레이 이테메이 옵드레이.”

그러자 나오는 무기는 다름 아닌, 거대한 도끼다.


&&&&&&&&&&&&&&&&&&&&&&&&
&&&&& [평범한 도끼] 등급:C급&&&&&
&&&&& 속성:없음 &&&&&&&&&&&&&
&&&&& 공격력:80 &&&&&&&&&&&&&
&&&&& 내구도:90/100 &&&&&&&&&&
&&&&&&&&&&&&&&&&&&&&&&&&&

나쁘지 않아. 지금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야?
그리고는 마른침을 삼키며 도끼를 녀석의 머리에 내리찍는다.

퍼-억!

그와 동시에 초록빛 선혈이 흩날리고, 위습이 몸을 분열한  모습을 변형하여

&&&&&&&&&&&&&&&&&&&&&
&&&&&&&& hp -72 &&&&&&&&

&&&&&&&&&&&&&&&&&&&&&&
&&&&&& HP:328/400 &&&&&&&
&&&& 타란튤라(地) 등급:C급 &&&&
&&&&&&&& 속성:독 &&&&&&&&&
&&&&&&& 공격력:100 &&&&&&&&
&&&&&&& 방어력:10% &&&&&&&&
&&&&&&&&&&&&&&&&&&&&&&&


라는 두 개의 창을 띄운다.


그렇게 그녀가 다시 한 번 도끼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찍을 때였다.


“히야아아아압!”


그와 동시에 녀석이 퉤-! 침을 뱉으며 그녀의 얼굴에 독을 뱉는다.

철퍽!


***


#5


한편, 윷칸에서는 부용이 침음에 잠겨있다.

하아…짜증나네. 반지 레벨만 높았어도 그냥 프리패스인 미션인데.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내 생각에는 저 둘 다 요괴 같아.


만약 쌍둥이 형제가 요괴라면 둘은 각각 그슨대, 어둑시니라는 소리가 되고 이 칸 미션의 열쇠는 쌍둥이 중 누가 그슨대인지, 어둑시니인지 구별하는 게 되는 건데.


이렇게 되면 미션이 너무 쉬워지지 않나?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이 어둑시니를 얻을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데, 미션을 이렇게 설계했을까?


그때였다.
위습이 모습을 변형시키더니

&&&&&&&&&&&&&&&&&&&&&&&&&
&&&& ‘시바신을 따르는 야차’(님)이 &&&&&
&&&& 당신에게 시련을 부여합니다!&&&&&
&&& 새벽닭이 울기 전에 미션 완수하기 &&&
&&&&&&&& 보상:복주머니   &&&&&&
&&&&&&&&&&&&&&&&&&&&&&&&&


라는 창을 띄운다.

한 마디로 새벽까지 그슨대를 죽여라, 이 소리군.


어둑시니의 가장 큰 특징은 타고난 관종이란 것과 무서워하면 할수록 더 그림자 형태의 모습을 부풀린다는 점이다.
그슨대의 특징이라 하면 빛을 매우 꺼린다는 점.


둘의 가장  차이점을 찾자면 인간에 대해 적의를 갖고 있냐, 아니냐일것이다.
어둑시니는 인간들을 해치지는 않지만, 그슨대는 인간들을 적극적으로 해치고, 심지어 섭취한다.

그에 반해 둘의 공통점이라면'그림자 괴물'이라는 점과 특정한 조건에서 몸을 부풀린다는 점이다.
물론 그 특정 조건은 다르지만 말이다.

둘의 특징을 쌍둥이와 결합해보자.

‘쌍둥이’하면 생각나는 건 단연코 사람들을 쉽게 헷갈릴  있다는 점일 터.
그슨대와 어둑시니의 공통점 또한 그림자 괴물이라 두 괴물의차이점을 자세히 모르는 사람들은 자칫하면 쉽게 헷갈릴  있지.

부용이 한동안 두 아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본다.
한 아이는 여전히 형을 살려달라며 절규하고 있고, 다른 한 아이는 여전히 웅크린  흐느끼고 있다.

"……"

그가 턱밑을 어루만지며 두 아이를 쳐다본다.


그럼 정말 저기 맞고 있는, 형이라 불리는 아이가 그슨대인가?  우는 아이가 어둑시니고?

"흐음…"

어둑시니는 관심을 양분 삼아자라는 요괴라 그런지,  하면 하는 짓이 일종의'컨셉질'이다.
현실에서 컨셉질만큼 관심받기 좋은 게 없지 않은가?


부용이 한동안 두 아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마을 이장에게 묻는다.
"혹시...쌍둥이라서 헷갈리신 거 아닙니까?"

그러자 마을 이장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는 부용의 몸을 훑으며 말한다.
"아니, 이 양반은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싶어 하는 거야? 뭐? 우리가 잘못 짚었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

"자네는 아이에 귀신이 씌이면 더 무섭다는 얘기도 모르나? 행여 그런 얘기일랑 꺼내지도 말게."

완전 답정너로군.
마치 그의 눈동자는 그슨대를 창조해서라도 죽일 눈이다.


뭔가 수상한데…
설마 저 두 아이는 블러핑이고, 이 마을 이장이…그슨대인가?

부용이 그의 아들이 사라진 쪽을 응시한다.
아니면, 설마 마을 이장의 아들이?

그는 고민고민하다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고민해?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면 되는 거잖아.

부용이 목이 멘 목소리로 마을 이장에게 말한다.


"저, 이장님."
"왜 그러나?"


"제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그러는데…하루만 저 아이들과 같이 지내도 되겠습니까?"
"……!"

#6

이장의 얼굴 근육이 경직된다.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숨이 가빠져온다.
입이 바싹바싹 마른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뭐, 뭐? 굳이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걸어들어 가겠다고?


아, 안 돼.
이러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인데?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그리고 간신히, 간신히 운을 뗀다.


"자…자네, 지금 그게 뭘 뜻하는지 알고 말하는겐가?"
"……"

외지인은 결연한 눈빛을 하고고개를 주억거린다.
"예. 당연히 압니다. 그런데 저는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봐야겠습니다."

이를 까득, 갈며 주먹을 꽈-악 쥔다.

제길, 제기랄! 난장맞을!


간덩이가 부은거야, 뭐야?
가족이 그렇게 죽었다면서…겁대가리도 그때 같이 죽었나?

그가모자를 바로고쳐쓰며 말한다.

"흠, 흠…이 사람아, 젊은 나이에 왜 목숨을 걸고…"
"……"

이장이 동공을 굴리며 미친듯이 짱구를 굴린다.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해야 들키지 않을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힐끗, 곁눈질로 쌍둥이를 흘겨본다.

두명이가 얘네들하고 친하지.


그리고 두명이가 보통 요괴로 인해 사람들을 죽이는 시간은…
새벽 시간대이고.


그렇다면두명이한테 시켜서 새벽에 쌍둥이랑 놀라고 하면, 자연스레 내가 원하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장이 씁쓸하게 웃는다.
양심의 삼각형이 점점 마모되어 가는군.

주먹을 꽈-악, 내쥔다.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마디만을 반복한다.


부덕한 인간이기 전에 나는…
떳떳한 아비이다.


부덕한 인간이기 전에 나는…
떳떳한 아비가 될 것이다.

부덕한 인간이…
떳떳한 아비일  있는가.

부르튼 입술에 피가 나도록 꽈악 깨문다.


부덕한 인간이기 전에 나는…
떳떳한 아비이다.

#7


이장이 모자를 고쳐쓰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부용에게 말한다.

"……원망이나 말게."
"감사합니다."
"단."


단…? 조건이 있나?

"뭡니까?"


그가 고갯짓으로 두 아이를 가리키며 말한다.
"나는 벽에 똥칠 할 때까지 살 계획이니, 목숨 걸 생각이면 자네나 걸게."
"……그러지요. 저, 이장님. 근데 혹시."

"뭔가?"
"손전등이나, 라이터 있습니까?"


그슨대를 죽이려면 순간 빛을 발하기 위한 물건이 필요하다.


이장은한동안 부용을 쳐다보더니 그에게 묻는다.


"그건 왜?"
"아, 어…어두울 때 필요할 지도 몰라서요."


"……”


그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라이터를 건넨다.

“여기, 쓰게나.”
"아, 감사합니다."

부용이 훌쩍거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한다.

"저, 아저씨랑 놀러가지 않을래?"
"……아저씨는 누군데요?"
"누구…세요?"

"아, 아저씨는…"


흐음…뭐라고 한다?

그러자 뒤에서 마을 이장이 말한다.
"애새끼들이 뭔 잔말이 많아. 어른이 가자면 따라갈 것이지."


"……"
"……"

마을 이장의 한 마디에, 두 아이는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이장을 따른다.
이장이 부용에게 말한다.


"따라오게."
"예."


그렇게 부용은 마을 이장의 뒤를 따라가는데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
& ‘형제의 피로 도시를 건설한 야차’(님)께서 &
&&& 당신에게 응원의 의미로 복주머니를 &&
&&&&&&&&& 선물합니다! &&&&&&&&&
&&&&&&&&&&&&&&&&&&&&&&&&&

라는 창을 만들고, 그와 동시에 창에서 복주머니가 튀어나온다.

오,  떡? 있다가 마을 이장이랑 헤어지면 열어봐야겠군.

부용이 싱긋, 웃으며 꾸벅 인사를 한다.
"형제의 피로 도시를 건설한 야차님! 감사합니다!"

그를 따라가자, 웬 집 한 채가 나온다.
딱 봐도 사람이 살지않는 폐가다.


마을 이장이 집을 쳐다보며 중얼거린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은 곳을 기어코 오고야 말았군."

뭐, 애들 가두고서 요괴인지 아닌지 색출해냈다더니…여기서 한 건가?


"아, 설마 여기서 저 아이들을…"
"그렇다네."

아니나 다를까, 두 아이의 낯빛이 어두워진다.


“여…여긴   와요?”
“으, 으으…”

부용은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생각한다.


일단 이장이 완전히 거짓말을 했던 건 아닌가보군.


이장이 낮게 말한다.
“부디 무사하길 바라겠네.”
“아,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장은 급히 자리를 떠났고, 부용은 아이들을 달랜 후 한동안 둘을 상대하며 관찰했다.
어느새 동생이란 녀석은 나를 보고'삼촌'이라고 부르는 중이다.


"헤헤! 삼촌! 삼촌! 그래서요? 첫사랑이 어쨌다구요?"

마치 자신이 관종이라는 것을 어필이라도 하듯 말이다.


그에 반해 형이란 녀석은 나와 동생의 대화를 그저 경청할 뿐이다.


부용이 첫째를 노려본다.

어둑시니는보통 컨셉질을 시작하면, 그 컨셉을 꾸준히 밀고나가려고하지. 지금 어둑시니의 컨셉은 어디까지나'그슨대'이자사람들을 죽인 요괴이다.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한, 살인자 컨셉 말이다.

"……"

그리고 둘째는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자신의 끼를 어필하고 있다. 이건 자신이 그슨대가 아닌, 어둑시니라는 사실을 어필하는 것일 확률이 높다.

그때였다.
둘째가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더니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다.


부용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 여자친구야?”


“아, 아니요! 헤헤! 아까…아참. 비밀이지.형, 이거 봐봐!”
“뭔…응? 아싸!”


뒤이어 첫째의 얼굴도 밝아진다.

대체 뭐지?


부용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쌍둥이를 응시한다.


아까? 아까…? 아까 뭐가 있었지?


이장? 아까 이장이 애들 대하는 태도 보면 노인네 때문에 아이들 얼굴이 밝아질 리가 없을…
그럼 혹시 이장 아들?

아까 아이들하고 이장 아들이 친해보이긴 했는데.


그때 쌍둥이 중 동생이 말한다.

“아저씨, 이따가 잠깐 새벽에 나갔다 와도 돼요?”


그가 미간을 찌푸린다.
눈썹을 씰룩인다.


하필 많고많은 시간대중에…
그슨대가활동하는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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