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3.블루팀 턴[부덕한 인간이되 떳떳한 아비로 남을 것이다]
#1
소유가 정신을 차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거대한 거미 요괴다.
흠칫!
그리고 곧이어 위습이 모습을 변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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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地계 걸칸] 미션 &&&&&&&&
&&&&&&& 타란튤라를 처치하라 &&&&&&
&&& [난이도:보통] 보상:[복주머니2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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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창이 눈에 들어온다.
거미…요괴?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일어나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어떤 끈적끈적한 게 그녀의 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오직 자유로운 건 그녀의 양팔뿐.
뭐, 뭐야? 설마 그럼 여기는 거미집이란 소리야?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눈동자를 굴려서 보니 그녀의 몸을 포박하고 있는 것은 놈이 만들어놓은 거미집이다.
난장맞을!
그녀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떻게 빠져나가나, 생각을 하며 눈동자를 굴리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분간조차 힘든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또 뭐야? 저 사람은?
그녀의 두 눈이 커다랗게 확장된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거칠어진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일순 그녀는 로터스를 떠올리며 중얼거린다.
“전음 모드, 오…”
그러다가 눈을 질끈, 감는다.
이러지 말자. 왜 그래.
이 정도로 나약한 인간 아니잖아.
그리고…그 오빠도 아까 보니까 나랑 비슷한 처지일거 같던데.
일순 고독이 그녀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부모님과 몇 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연습생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씨발…”
그렇게 그녀가 로터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하는 마음을단념한 후, 힐끗 곁눈질로 양팔을 쳐다본다.
뭐지…? 왜 여기는 끈적거리지 않지?
아냐. 지금은 그걸 따질떄가 아냐.
적극적으로 이용할 때지.
그녀는 이를 꽉 악문 채 그나마 자유로운 양팔로 끈적거리지 않는 거미줄들을 붙든 채 오로지 팔힘만으로 헬스 전문 뉴튜브에서 가끔 보던’딥스’운동을 떠올리며 자신의 몸을 떼기 위해 발버둥치고, 발버둥친다.
“끄-응…씨이발!”
그녀가 거미집과 이별을 고하기위해 양팔로 무진장 애를 쓰고, 거미줄이 미친듯이 흔들려 진동을 일으킬 때였다.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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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의 피로 도시를 건설한 야차’(님)이 &&
&&& [조금만 더! 조금만!] 이라고 말하며 &&
&&&&&&& 복주머니를 선물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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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창을 띄움과 동시에, 그 창에서 복주머니 하나가 그녀에게 떨어진다.
갑자기 웬 복주머니?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주머니를 주울 때였다.
거미집의 진동을 통해 먹잇감을 감지한 포식자 거미 요괴는 서서히, 서서히 소유에게 다가온다.
“……?!”
공포가 심장을 옥죈다.
쿵, 쾅, 쿵, 쾅.쿵,쾅.쿵,쾅…
호흡이 가빠진다.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씹할, 씨팔, 씨발!
여기서 죽기엔 너무 허무하잖아.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돌고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이렇게 죽는 건 다윈상 감이잖아!
다가오는 거미를 보며 그녀는 이를 까득, 악문 채 젖먹던 힘까지 짜서 양팔에 힘을 준다.
그때였다.
쩌저-적!
서서히 그녀의 몸이 끈덕진 거미집으로부터 분리된다.
“……!”
드디어!
이에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양팔로 기계체조선수마냥 거미집에서 몸을 일으킨 후, 자신의 양발을 끈적이가 없는 게 확인된 두 개의 거미줄에 착지시킨다.
돼, 됐어! 살…
그렇게 그녀가 한숨 돌리고, 토템을 꺼낼 때였다.
그녀의 코앞에는 거미가 그녀의 코앞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시이익, 시시싟.”
***
#2
부용이 아수라의 손에 의해 윷칸으로 옮겨지자, 가장 먼저 그를 반기는 것은 거름 냄새, 풀 내음, 개구리 소리, 저녁 놀 등등, 전형적인 해가 저물어가는 시골의 풍경이다.
시골…?웬 시골……
그리고 어느새 그의 눈앞에서 위습이 모습을 변형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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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地계 윷칸 미션:그슨대를 죽여라 &&&&
&& 난이도:[어려움] 보상:[복주머니 세 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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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창을 띄운 상태다. 이를 보며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오호…이게 웬 떡?
이유는 다름 아닌, 이 칸의 미션을 조금 변칙적으로 하다보면'어둑시니'라는 펫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이스터에그인 셈이다.
그가 반지를 보며 쓰읍, 고개를 갸웃인다.
현재 수집할 수 있는 요괴의 수는 세 마리. 그리고 레벨의 5단위로 수집해놓을 수 있는 요괴가 증가한단말이지.
“그렇다면…”
수집하고, 빨리 반지의 레벨을 올려야겠다.
그가 한참을 걸을 때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 흐느낌이 들려온다.
"흐흐…흑…살려주…세요…"
그의 심장이 요동친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호흡이 불규칙해진다.
아마 그슨대 관련 일이리라.
그가 슬금, 슬금 뒷꿈치를 들고 그곳에 다가가서 몰래 상황을 보니 아이는 번데기마냥 쭈그린 채 구타를 집중적으로 맞고 있고, 마을사람들은 적의를 품고 아이를 밟고 있다.
"이 악마 새끼!"
"뒈져버려!"
"너때문에! 내 아내가 죽었어! 내 아내가!...흐흑...흐흑..."
그리고 그 옆에서 아이와 똑같이 생긴, 아이의 쌍둥이로 추정되는 아이가 맞고 있는 아이를 껴안은 채 흐느끼고 있다.
"흐흑…제 형 살려주세요…제발…"
그의 눈썹이 눈을 견인하여동그랗게 만든다.
그는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말리려다가 멈칫, 한다.
아마 그 여섯 명은 필시 그슨대가 죽였을 것이다. 어둑시니는 때로는 흉폭해질 지언정 살육을 하는 요괴는 아니니.
서, 설마 저 맞고 있는 아이가 그슨대?
그슨대는 보통 사람들이 쉽게 현혹되도록, 아이로 변장할 때가 많다. 그리고 지금 저사람들은 쌍둥이 중 형을 향해'악마'라고 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알아볼 필요는 있을 거같은데.
그렇게 그는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묻는다.
"저…뭐 하나만 여쭤봐도 됩니까?"
그러자 아이를 열심히 구둣발로 밝고 있던 한 남성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외부인인 그를 배척한다.
"뭐야? 당신은?"
"외부인은 꺼져!"
하아…역시 이렇게 나오나.
척사대회에서는 인간이든, 배경이든, 무엇이든간에 최대한 현실과 비슷하게끔 만들어 놓는다.
때문에 부용이 인간 사회에서 상식적인 말을 건넨다면, 지금 이 녀석들도 상식적인 답변을 할 것이고 부용이 비상식적인 말을 하면 비상식적인 답변을 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선 기자라면 질색을 할 테고, 어떻게 하지?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눈물을 닦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한다.
"......저도 제 가족이 여러분과 비슷한 피해를 당해 여기로 온 것입니다."
그러자 일순 마을 사람들의 구타가 멈칫, 하고 이목이 부용에게로 쏠린다.
"……?"
"뭐?"
부용의 말에 마을사람들은 그를 의심스레 쳐다보더니 그에게 묻는다.
"이 일은 바깥으로 새나간 적이 없을 텐데, 그쪽은 우리 이 일을 어떻게 알고……"
그러자 그는 미리 생각해둔 말을 꺼낸다.
"아, 그게 제 친구가 여기 출신이라서 어찌어찌하다가 알게 됐습니다."
"……"
"흐음…"
다들 반신반의해 하는 눈치다.
이에 부용이 쐐기를 박듯, 그슨대의 특징을 말한다.
"제가 설마 잘못 찾아온 건가요? 밤에만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 괴물에게 당한 거 아닙니까?"
"……!"
다들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부용을 쳐다본다.
그들의 표정은 사실상 인정한 거나 마찬가지다.
그들 중 마을 이장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헛기침을 하며 부용의 앞으로 온다.
"흠, 흠. 자네 가족도…당했다고?"
"예."
"일단 심심한 위로를 보냄세."
"아, 감사합니다. 그럼 정확히 지금 무슨 상황인 거죠?"
"......"
그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하아…며칠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도저히 인간의 짓이라고는 상상이 불가능한 형태의 시체로 발견됐네."
"대, 대체 어떤…"
"사람들마다 달랐어. 누구는 아예 머리만 사라진 상태였고, 또 누구는 머리부터 상체까지 아예 싹 사라진 상태였네."
그슨대다. 분명해.
그는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치 가족이 죽은 날이 떠올라 괴로운 척 하며 급기야 흐느끼기 시작한다.
"흐흐…흑…"
"아…괜찮나?"
"아, 훌쩍! 죄송합니다."
이때까지 어둑시니를 찾은 윷말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 내가 어둑시니를 쉽게 찾을 경우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둑시니를 찾기 위해서는 철저히 우연을 가장해야 한다.
마을 이장이 땅바닥에 누워있는 아이를 가리키며 말을 잇는다.
"저아이네. 우리 마을을 죽인 요괴가."
뭐? 이렇게 쉽게 잡았다고?
그가 두 아이를 빠-안히 응시한다.
아냐. 뭔가 이상해. 쌍둥이인 게 괜히 쌍둥이인 게 아냐.
그가 끄응,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저 멀리서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덩치 큰 남성이 달려온다.
그는 이장을 와락, 껴안으며 말한다.
“아, 아빠! 헤헤!”
아, 이장의 아들인가보네.
이장보다 그를 더 반기는 건 다름 아닌, 쌍둥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사내에게 다가간다.
“두명이 형!”
“헤, 헤헤! 얘들…”
그 순간이었다.
이장이 인상을 찌푸린 채 이를 악물고, 냉기서린 목소리로 아들의 뒷덜미를 낚아챈다.
“야, 씨발놈아. 너 내가 나오지 말랬지.”
“……다, 답답하단 말예요.”
#3
이장이 미간을 찌푸린다.
이를 까드득, 간다.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가슴 한 켠이 욱씬거린다.
그는 부덕한 인간이되 떳떳한 아비가 될 것인가, 떳떳한 인간이되 부족한 아비로 남을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부덕하되 떳떳한 아비이길 택했다.
돌아오기엔 이미 늦었다.
그의 덜떨어진 아들, 박두명은 정체불명 요괴에 씌여 저 쌍둥이의 부모를 죽이고, 그 사체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저 쌍둥이 부모를 시작으로 마을 주민들을 죽이고, 먹어치워댔다.
이장은 눈을 질끈, 감으며 그날을 떠올렸다.
아들이 천진난만하게 헤실거리며 입가에 피를 묻힌 채 오던 그날 새벽을.
쌍둥이가 울며불며, 토악질을 하며 자신의 부모가 죽었다며 대성통곡을 하던 그날 아침을.
머리가 욱씬, 거린다.
깊게 심호흡을 한다.
“……”
더욱 골치아픈 점은 그가 그 요괴로 변한 후 한 행동을 전혀 기억 못한다는 점이다.
마치 정체불명의 요괴가 박두명의 몸만을 빌려 살해와 카니발리즘을 즐기는 모양새다.
간신히, 간신히두통을 가라앉히고, 눈물을 삼킨다.
'내가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장애인 자식을 둔 것도 모자라, 범죄자가 되어버린 자식까지 감춰줘야 한다는 말인가.'
주먹을 부르르, 떤다.
입술을 질끈, 깨문다.
거친 숨을 몰아쉰다.
이맛살을 찌푸리며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채 버럭, 소리를 지른다.
“당장 들어가! 당장!”
“으, 으아아아아앙!”
그가 고개를 들어 눈앞의 외지인을 응시한다.
이 남자가 돌아갈 때까지만이라도 어떻게든, 어떻게든...
쌍둥이가 범인으로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