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1.29년만의 재회 (2/87)



〈 2화 〉1.29년만의 재회

길달의 눈앞에위습이 척사 대회 화면을 비추고 있다.
화면 속에는 그와 직속 계약 후 고맙게도 꾸준히  기여도를 잘 쌓아준‘휴프노스’가 눈에 들어온다.

그는 현재 출발칸을 점령 중이다.
점령게이지는 거의  찬 상태.


이제 휴프노스가 저 땅만 무사히 점령하면 사실상 나의 승리다.

그리고 뒤이어 막 미션을 끝내고 나타난, 휴프노스와 겨룰 여전사 윷말이 길달의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많은 척사대회가 있었지만, 그에게 이 정도로 격렬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윷말은 없었다.

사람의 영혼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맑을  있지?
대체 어떻게?

그때였다.


딜러 역할을 하는 사회자가 위습을 보내


&&&&&&&&&&&&&&&&&&&&&&&&&
&&&&&&& 스티그마vs.휴프노스 &&&&&&
&&&&&& 배팅가능 복주머니:3~8개 &&&&&
&&&&&&&&&&&&&&&&&&&&&&&&&


라는 창을 만든다.

그의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호흡이 가빠져온다.
두 눈이 빡빡하다.

눈길이 가는 건 아무래도 저 맑디맑은 영혼의 여인, 스티그마이나 그가 [4대 두억신]이 되기 위해 응원해야 하는 건 저 휴프노스란 작자다.


아무리 그녀에게 호기심이 가도 현재 대회는 [4대 두억신]이란 야차들의 왕위를 건 대회이기 때문에 그는 눈물을 머금고 스티그마보단 휴프노스를 선택해 직속계약을 해야만 했다.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수북이 쌓여있는 복주머니들을 향해 손을 뻗는다.
손에는 식은땀이 흥건하다.


이제…마지막이지?


그가 복주머니  개를 위습에 넣으며 작게읊조린다.
“휴프노스에게 후원.”


후원을 받자마자 그는 복주머니를 개봉한다.


그가 복주머니를 열자 나온 아이템은 다름 아닌…
[블리자드]다.


“……!”

길달의 오른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간다.
이변이 없는  이겼네.


위습에오른손을 대고, 다섯 개의 복주머니를 집어넣으며 말한다.
“휴프노스 승리에 다섯  배팅.”

&&&&&&&&&&&&&&&&&&&&&&&&&
&&&&&&& 스티그마vs.휴프노스 &&&&&&
&&&&&& 아라홍련 다섯  배팅 &&&&&&
&&&&&&&& 접수되었습니다 &&&&&&&
&&&&&&&&&&&&&&&&&&&&&&&&&

그와 동시에 스티그마와 휴프노스의 대련이 시작된다.


스티그마는 현재 검을 들고 있고, 휴프노스는 너클을 착용하고 있다.
검과 너클의대결인 만큼 사거리는 스티그마가 유리한 편이다.


냉전 시절의 미,소 못지 않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


“……”


휴프노스는 너클을 착용한 채 가드를 올리고 있고, 스티그마는 검을 꽉 쥔 채 휴프노스를 응시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길달의 예상이지만, 휴프노스는 스티그마가 먼저 공격을 들어오길 바라는 거 같고 스티그마는 그런 휴프노스의 수에 넘어가지 않으려 하는  하다.

길달이 두 손을모으고 휴프노스를 향해기도를 시작한다.


제발, 제발 이겨라.
당신이 이번에 성공하면 내가 4대 두억신이 된다고!


그때였다.


“어, 어!”
“저거 봐요!”
“……?!”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보니 눈보라가 스티그마를 덮치는 중이다.
다름 아닌, 휴프노스가 사용한 [블리자드]아이템이다.

입꼬리가 씰룩인다.
혀로 쓰읍, 입술을 핥는다.

좋았어…! 우승이 코앞이다!

그리고 휴프노스는 그의 바람을 듣기라도 한듯, 블리자드로 인해 빙결 상태인 그녀를 엎어뜨려 무자비하게 떄리기 시작한다.
너클을 착용한 그의 주먹은,하얀 백색 영혼을 붉은빛으로 물들인다.

“……”

눈쌀을 찌푸린다.
부르튼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다.

어, 어쩔 수 없어.
그렇다고 이제 와서 포기할 건 아니잖아!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린다.
이를 까득, 간다.


죽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어떠냐ㄱ…

그때였다.


위습이

&&&&&&&&&&&&&&&&&&&&&&&&&
&&&&& 아라홍련님, 축하드립니다! &&&&&
&& 스티그마vs.휴프노스 예측에 성공하여 &&
&&& 복주머니를 다섯 개 획득하셨습니다! &&
&&&&&&&&&&&&&&&&&&&&&&&&&


&&&&&&&&&&&&&&&&&&&&&&&&&
&&&& 휴프노스가 대전에서 승리하여 &&&&
&&& 휴프노스의 대전승률이 0.8%에서 &&&
&&&&&&& 0.83%로 상승합니다 &&&&&&
&&&&&&&&&&&&&&&&&&&&&&&&&

라는 창을 만듦과 동시에 복주머니 열 개를 쏟아낸다.
예측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어라, 잠깐. 휴프노스가 이겼다고?

&&&&&&&&&&&&&&&&&&&&&&&&&
&&&&&&&&&&& 경 축! &&&&&&&&&&
&&&& [아라홍련(길달)] 척사대회에서 &&&
&&&&&&&&&& 최종우승! &&&&&&&&&
&&&&&&&&&&&&&&&&&&&&&&&&&

&&&&&&&&&&&&&&&&&&&&&&&&&
&&&&&& [아라홍련]님, 축하드립니다. &&&
& [아라홍련]님과 직속계약한 [휴프노스]가 &&
&&&&&& 대전승률+미션성공률 &&&&&&&
&&&& [0.83%+0.875%=1.75%]로 &&&&
&&&& 팀에 가장 높은 기여를 하면서 &&&&
& 4대 척사대회에서 최종우승하셨습니다. &
&&&&&&&&&&&&&&&&&&&&&&&&&

“……!”

그와 동시에 척사대회가막을 내리고, 부친의 급사로 인해 공백이었던 4대 두억신의 자리가 그에게로 돌아간다.


"4대 두억신이시여! 하급 야차, 인사 올립니다."
"4대 두억신이시여! 원로 야차, 축하 인사 올립니다."
"4대 두억신이시여! 축하드리옵나이다."


"다들 고맙네."


뒤이어 그의 삼촌이 그에게 축하를 건넨다.
"축하드립니다. 4대 두억신이시여."
"아하하! 어색하게 왜 그러십니까. 말씀 낮추십시오. 모두 삼촌 덕분인데."

아닌 게 아니라, 아까 그 휴프노스도 눈앞의 삼촌이 골라준 덕분에 길달이 4대 두억신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것이, 거의 매번 그가 골라줬던 윷말들과 직속계약을 했던 원로 야차들이 우승을 했기 때문에 그의 안목을 부정할 이는 없었다.

그런 그가 길달에게'저 윷말과 직속계약해라. 그럼 이길 게야'라고 윷말을 가르쳐주는데 고마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실제로 길달이 승리하기도 했고 말이다.


‘이제 내가 4대 두억신이야. 두억신이라고!’
그가 광대가 승천하도록 입가를 씰룩이는데, 한 야차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저,  미친 새끼! 뭐하는 거야!”
“……?”

길달이 고개를 돌려 화면 너머를 쳐다보니, 이미 그로기 상태인 스티그마에게 휴프노스가 주먹을 휘두르고,  휘두른다.

“어…어?”

그녀는 이미 손가락 하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주먹을 휘두르는 휴프노스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인다.
얼마 있지 않아 여인의 팔이 힘없이 툭, 쳐진다.

새하얗게 쌓인 설원 위로 그녀의 붉은 피가 서서히 퍼진다.


 눈이 확장되고, 입이  벌어진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머릿속에서는  한 마디 만이 공회전한다.

대, 대체…왜? 왜?
무슨 이유 때문에?


타인을 죽이면 윷판에 갇혀 NPC 노릇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모르나?

그때였다. 그의 삼촌이 웬 호리병을 흔들어보이며 말한다.

"여기서  축하주가 빠지면 섭하지?"
"하하! 역시 삼촌밖에 없습니다."


삼촌이 길달에게 술을 따라주고, 자신의 잔에도 술을 따른다.
그리고 삼촌과 길달 사이에 짧은 덕담이 오간 후, 그들은 술을 입에 털어넣는다.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육신이 화끈거린다.

와,  술 직빵…
응? 뭔가 이상한데?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술잔을 쳐다보는데, 삼촌이 빠-안히 길달을 쳐다본다.

이에 길달이 말한다.


“사, 삼촌. 이거 뭔가 이상…”
“마셨지?”
“예?”


그가 바닥에 한움큼, 술로 추정되는 액체를 내뱉는다.
“퉤!”


“……?!”


불길함이 심장을 펌핑한다.
두근두근두근두근…


서서히, 서서히 온몸으로 타는 듯한 고통이 퍼진다.
폐가 섬유화되듯, 호흡이 가쁘다.


미간을 찌푸리고, 가슴을 움켜쥔  술잔을 집어던진다.


쩅-그랑!

“이게 뭐하자는 짓이더…크윽!”

그러나 이미 떄는 늦은 듯 하다.
혀와 식도부터 시작해 장기들이 타는듯한 고통으로 얼룩진다.

길달이 목을 부여잡는다.
털썩, 무릎을 꿇는다.

그가 가슴을 붙든 채, 허공에 손을 뻗는다.
“크, 크헑…허얽…네가 감…히…”

눈앞이 뿌옇다.
호흡이 가늘어진다.


“하아…악…허윽…윽…”

눈꺼풀이 무겁다.
무거운 눈꺼풀 사이로 들어오는 건…


아까 하급야차들로 변장했던 걸로 추정되는  명의 원로 야차들과 조카의 목숨을 판돈 삼아 내기를 하는, 조카의 모습으로 점점 변혀가는 비정한 삼촌의 얼굴이다.

"에이, 제길. 졌네."
"하아…"


주륵, 눈주름 사이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의식이 점점 멀어진다.

"아, 역시…네는 감당…하겠네."
"저…게…줄은…랐거늘…"
"쯧쯧."

눈이 스르륵, 감긴다.


아, 안…돼…
이제서야 신 노릇 좀 해보겠다는데…



뚜루루루루! 뚜루루루루!

“……!”


시끄럽기 짝이 없는 알람소리에 부용이 숨을 헐떡이며 눈을 뜨니, 차디찬 베란다다.

하아, 이놈의 꿈은 매번 꾸는데도 적응이 되네.


머리가 욱씬거리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우, 우웁…"

대체 어제 얼마나 쳐마신 거냐?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한다.
12월 21일, 오늘에 중요표시가 되어있다.

고작 술 때문에 29년간 계획해온 거사를 망칠 수는 없지.

"끄으으윽!"

그가 간단히 씻은 후, 옷을 줏어입을 때였다.


콰-앙!


부용이 움찔, 놀라며 고개를 돌리니  자리에는 아마 세상을 다 가진 거 같을 때인 수능 끝난 고3 여인이 서있다.


"오-빠! 밥…응? 일어났네?"

그녀를 보자, 일순 부용의 마음이 흔들린다.


‘굳이 평화로운 인간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할만한 복수인가? 따지고 보면 내가 복수하러 가는게 또 패륜을 낳는 거잖아?’

오빠의 복잡한 심정도 모르고, 그녀는 옷을 갈아입던 그의 웃통을 보고는 헤벌레 입을 쩍 벌리며 말한다.


"와, 언제 봐도 대단한 거 같아.  같으면 그렇게까지 몸 관리 못 할 거 같은데."

그의 육신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었기에 척사대회에서 여섯 명의 원로 야차들에게 눈에 들기 위해서는, 아니 4대 두억신인 그의 삼촌을 죽이기 위해서는…
강해져야만 했고, 육체적 단련은 필수였다.

그가 옷을 입으며 말한다.


"본론만 말하세요, 동생님."
"아, 오늘이랬지? 오빠 세계일주 가는날?"
"그래. 비행기 시간 다 되가니까 빨리 얘기하세요."

그의 말에 그녀가 뒷머리를 긁적이고, 손을 배배 꼬며 말을 간신히 잇는다.
"……으음. 그게. 저, 오빠."

하아…용돈 필요하구만.
필시 이건부모님에게 수금을 끝내고, 10살 터울 오빠인 그에게도 수금하러 온 거다.

부용이 달력과 수영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며 말한다.

"오늘이랬나? 그…스칼렛 공연?"
"으, 으응. 너무 좋아!"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주머니를 뒤적거리고, 지갑을 꺼낸 후 열어본다.
지갑에는 현금 5만원권이 세 장 들어있다.

"……"


하아…대체  아이돌 덕질같은 비효율적인 일을 하는 거지?
누가 그러던데. 아이돌 덕질은 유사 연애라고.


그러느니 차라리 연애를 하지.
얼굴도 예쁘고, 수능도 끝났고…딱이잖아?

부용이 배춧잎 두 장을 그녀에게 건네며 머쓱하다는 듯 말한다.
"이건  주느니만 못한 금액인가?"


그러자 그녀가 화들짝 놀라더니 10만원을 받고, 90도로 인사하며 말한다.
"무슨 소리야. 10만원이면 감사합니당! 해야지! 흐흐!"

그렇게 그녀는 부용에게 돈을 갈취한 후, 문을 열고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다녀오겠습니당! 오빠도 잘 다녀오고!"

어쩌면 지금이  아이와의 마지막 대화일 지도 모르는데…

콧잔등이 시큰해진다.
눈물이 핑, 돈다.
목이 멘다.

헛기침을 한 후, 외친다.
"……흠, 흠! 조심히 놀아!"


콰-앙!

쓴웃음이 입가에 떠오른다.
기껏 한다는 말이.

그가 머리칼을 움켜쥔  한동안 멍하니 바닥을 쳐다본다.
왜 이래? 29년의 각오가 이거밖에 안 돼?

길달의 영혼은 복수를 원한다. 정말 간절히.
그런데 부용의 육신은 계속 가족 옆에있고 싶어 한다.


"두 마리 토끼 중  마리는 놔야하는 거, 알잖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법은  하나다.
길달이, 부용이 놈의 멱을 따고 여기로 돌아오는 것.


그렇게 그는 바깥으로 나와  근처에 설치해 놓은 위습으로 텔레포트를 하며 놈들이 쳐놓은 덫을 찾기 시작한다.

얼마나 찾아다녔을까.
그가 스물한 번째 폐건물인 산에 있는 폐산장에 들어설 때였다.
저 멀리서 척사대회마다 윷말들을 홀리는, 인간으로 위장한 어린 야차가 보인다.

"……!"


부용은 녀석을 놓칠세라, 그의 뒤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간 끝에 허상결계를 지나친…
띠-잉!


두통이 밀려오고, 눈앞이 어질거린다.


어…? 난장맞을. 역시 인간의 몸뚱아리다, 이건가.
의식이 멀어지는 그의 시야에서 들어오는 건 위습이 만든


&&&&&&&&&&&&&&&&&&&&&&&&&
&&&&&&&&&& 축하합니다! &&&&&&&&
&&&&& 척사대회에 초대되셨습니다. &&&&
&&&&&&&&&&&&&&&&&&&&&&&&&

라는 창이다.


***

얼마나 의식을 잃었을까.
그가 눈을 뜨니, 그의 시선에 들어오는 건 다름 아닌, 늘 화면 너머로만 보던 척사대회 현장이다.

와, 이거 매번 화면 너머로 낄낄거리면서 보던 현장인데 직접 윷말의 처지로 오게 되다니, 새삼 ㅈ같은 걸.


그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니, 이미 그를 제외하고도 열한 명의 사람들이 윷말 신세로 잡힌 상태다.
누군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고, 누군가는 웅크린 채 공포에 질려서는 벌벌 떨고 있으며, 누군가는 타인에게 갖은 욕설을 내뱉고 있다.

“대,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냐고!”
“해, 핸드폰은  안 터지는데!”
“흐, 흐흐흑…흑흑…”

이런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게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영혼이 유난히맑은  여인이다.


아, 얼굴이익숙하다 했더니 스칼렛 멤버, 소유잖…


"……?!"

심장이 미친듯 요동친다.
쿵,쾅. 쿵, 쾅. 쿵, 쾅. 쿵, 쾅...

두 눈이 확장되고,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호흡이 거칠어진다.
어느새 손에는 식은땀이 흥건하다.

저 여자, 전생에 내가 미처 살리지 못했던 스티그마랑 영혼 색깔이 너무 똑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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