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6화 〉76 분홍빛 눈(3) (76/89)



〈 76화 〉76 분홍빛 눈(3)

음란한 고기주름이 휘감아온다.

"후읏…♥"

철퍽철퍽상스러운 물소리를 내며 콜린은 허리를 쳐올렸다.

여자 쪽이 올라탄 기승위 자세임에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듯이 능숙하게 피스톤질을 이어나간다.

사람이라는 건 본래 많은 경험으로 성장하는 법인지라 어느새 콜린은 이러한 행위에도 익숙해져 있었다.

"하아… 콜린♥"

안젤리나는 그러한 소년 위에서 빙글빙글 허리를 돌려대었다.

다만 실력이 늘어난 건 물론 콜린뿐만이 아니었다. 당연히 그를 상대하는 여자들도 그를 쥐어짜는 법을 터득하게 되기 마련이었다.

그야말로 로데오를 연상시키는 움직임으로 안젤리나는 움직임을 이어나갔다.

더욱이 그저 단조로운 왕복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알맞은 타이밍에 안쪽을 조이고 풀어가며 최대한의 자극을 퍼부으려고 했다.

쾌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츄릅… 후아……."

마치가 어느새 다가와서는 콜린의 유두에 입술을 대고 살살 희롱해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녀 혼자였으나 이내 레니도 뒤따랐다.

콜린 입장에서야 남자 가슴이 뭐가 그리도 좋은가 싶은 생각이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묘한 감각에 몸을 움찔거리는  불가항력이었다.

그러한 반응이 마음에 드는지 두 사람은 더욱 그를 애무해댈 뿐이었다.

"윽……."

점점 쌓아올리던 쾌감이 끝에 달하자 무심코 허리가 움찔거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움직임을 늦출 생각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더욱 격하게 자궁을 노크해대는 두 사람은 물론이고, 콜린을 애무하던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레니는 애정어린 눈초리로 콜린과 시선을 맞춰왔고, 마치는 기대 가득한 표정으로  사람의 결합부를 바라보았다는 점 정도였다.

이내 콜린과 안젤리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절정에 다다른다.

체위  당연하게도 안젤리나는 다리를 벌려콜린의 허리를 사이에 둔 상태였다.

그것이 움츠러들었던 것은 신체를 내달리는 전류 때문에 생긴 반사에 불과했겠지만, 그 모습은 남성의 것을 흡사 한 방울도 흘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려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흣… 아아…♥"

질내에 채워지는 정액의 감촉을 느끼며 안젤리나는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아앗, 흐으읏…♥"

그러나 잠깐의 휴식 이후 다시금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안젤리나의 눈은 황홀함에 취해 있으면서도 아직 더 원한다는 듯 호소하고 있었다.

"으응♥"

찔꺽찔꺽.

콜린의 양물이 정액으로 질척해진 보지를 마구 헤집으며 추잡한 소리를 내었다.

이번에는 기교를 넣기보다는 순전히 갈증을 채우기 위해 되는대로 자리를 박아대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후아앗… 좀 더엇♥"

그렇게 움직임을 이어나가다가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 것인지 안젤리나는 자세를 바꾸었다.

발을 완전히 바닥에 대고 쪼그려 앉은 뒤 콜린의 상체에 손을 대어 앞으로 기우는 몸에 중심을 잡는다.

비유하자면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것만 같은 개구리를 떠올리게 하는 자세였고, 실제로도 비록 엉덩이뿐이기는 했으나 폴짝폴짝 뛰는 듯한움직임을 시작하는 그녀였다.

상체에 단단히 균형을 잡아둔 채 허리만을 빠른 속도로 들어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후으으읏, 콜린♥ 콜리인… 흐윽♥"

팡팡팡팡!

그 움직임에 부드러움 따위는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끈적하게 조여오는 질내와, 콜린의 허벅지와 맞부딪혀 철썩철썩 소리를 내는 둔부 정도였다.

그야말로 남자를 쥐어짜기 위한, 오로지 착정만을 위한 자세였다.

"앗, 앗…♥ 히잇…♥"

있는 힘껏 속도를 내어 페니스를 훑는다.

정말로 남자를 범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움직임이었다.

"흐응… 아직 안 되는데엣…♥"

그러나 과격한 움직임에 먼저 위기가 찾아온 것은 안젤리나 쪽이었다.

팽팽하게 부푼 페니스가 마치 자궁을 열어젖힐 듯이 쿵쿵 들이박힌다.

징징 울려대는 아랫배에 안젤리나는 절정을 직감했다.

하지만 움직임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의 몸은 아직도 더 많은 쾌락을 요구하고 있었다.

"으으으으응──♥"

결국 주먹을 꼬옥 쥐며 절정에 달하고야 마는 안젤리나였다.

상스럽게 벌어진 입에서 타액이 흘러나왔다.

"아흣… 더, 더엇…♥"

그러나 안젤리나의 신체는 그 욕구를 거부했다.

절정의 여운 탓에 몸에서 힘이 쭈욱 풀리고 만다.

털썩. 잠시 휘청거리다 한쪽 무릎을 꿇어버리는 그녀였다.

"흐읏… 조금만 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홍빛으로 녹아내린 그녀의 시선은 갈증에 차올라 있었다.

몸에서 힘이 빠진 상태에서도 엉덩이만을 좌우로 살랑살랑 흔든다.

정액으로 찬 꿀단지를 휘젓는 꼴이 되어 야릇한 음향이 울려퍼졌다.

"후으으으읏?!"

당연하게도 이런 상황에 콜린이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안젤리나의 음란한 유혹은 둘째 치고서, 페니스를 격렬하게 훑어대며 사정으로 이끌려가던 와중 우뚝 멈춰버린 것이다.

콜린은 양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우악스럽게 거머쥐고는 있는 힘껏 자지를 퍽퍽 찔러대었다.

안젤리나가 조금 전에 했던 것처럼 기교보다는 강도를 중요시한 폭력적인 피스톤질.

한  들썩일 때마다 신체를 관통하는 것만 같았다.

"하으윽……♥"

그러나 연속으로 절정하며 잔뜩 민감해져 있던 그녀의 신체는 이마저도 쾌감으로 받아들이고야 만다

절정에 흔들리는 의식이 제자리를 찾기도 전에 다시금 자궁을 때리며 혼을 빼놓는다.

"우읏♥ 으흐으읏♥"

이어서 그녀의 비부에 정액이 울컥 쏟아진다.

안쪽을 메우고 역류해오는 그 탁류에 안젤리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아, 안젤리나. 조심해."
"레니 언니잇…♥"

몸이 후들후들 떨리다가 결국 앞으로 넘어가려는 안젤리나를 레니가 붙잡았다.

어지간해서는 콜린에게 포옥 끌어안기는 정도일 거라곤 레니도 생각했지만, 혹시 자칫 머리를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안젤리나는 레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서 쾌락에 젖은 한숨을 내쉬었다.

"흐앗?!"

그리고는 입술을 살짝 벌려 레니의 목덜미를 앙 깨문다.

실제로는 문다기보다도입술로 꽉 누른다는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그러다 허벅지를 톡톡 두들기는 감각에 안젤리나는 그쪽에 시선을 향했다.

마치가 그녀를 바라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하지만 따스한 그 표정과는 다르게 눈동자에서는 질척한 욕망이 묻어나온다.

마치의 의도를 읽어낸 안젤리나는 천천히 허리를 들어올린다.

다만 아무래도 몸에서 힘이 풀려있었던 지라 앞으로  고꾸라진다.

자연스럽게 콜린과 레니에게 엉키듯 끌어안고 누운 상태가 되고야 만다.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고요──."

반면에 마치는 그런  아랑곳 하지도 않는다는 듯, 여러 사람의 체액으로 더럽혀진 콜린의 페니스를 손가락으로 콕콕 찔렀다.

건드릴 때마다 반응해오는 양물을 지켜보다가 이내 손 전체로 휘감아 쥔다.

이어서 그것을 자신의 비부에 이끄는 마치였다.

마치는 기대돼서 견딜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콜린. 이따가  한 번 더 해도 괜찮아…?"

곁에 누운 레니도 조그맣게 속삭인다. 그 목소리에서는 약간의 수줍음이 깃들어 있었다.

철퍽. 화려한 카지노의 조명 아래 추잡하기 그지 없는 소리가 또다시 울려퍼졌다.


×

"…진짜 어떻게 되어먹은 거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파에 앉아있던 콜린은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린다.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한나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물만 그렇게 쏟아내도 생명이 오락가락하지 싶은데… 콜린, 네 몸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당연하지만  의아함의 원인은 조금  돌아온 콜린 때문이었다.

또다시 몇 명의 여자와 질펀하게 섹스를 즐기고 온 참이다.

언제는  그랬냐 싶지만 최근 들어 그의 정력에는 의문이  뿐이었다.

"그 전생의 기억인지 뭔지가 영향을 미친 거야?"
"아마 아닐걸…?"

굳이 따지자면 본래 콜린의 신체부터가 원래 이랬다는 느낌인데.

"핏줄을 거슬러 올라가면 뭔가 있는 게 아닐까."

지금으로서 콜린은 그저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콜린과 한나는 피가 이어져 있지않다.

정확하게는 한나의 부모님이 고아였던 콜린을 주워다 기른 것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낳은 정보다는 기른 정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던 콜린이었다.

따라서 비록 기억은 잘 없지만 한나의 부모님을 친부모와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었다.

애초에 양부모에 대한 기억도 희미한데 친부모에 대해서 기억하고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쯤 되면 콜린 스스로도 의아함이 들 지경이었으니 이 이상한 정력의 근원을 한  조사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았다.

"아무렴 인큐버스나 그런 쪽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기는 한데."

특히나 성행위를 할수록 오히려 기운이 나는 이 몸뚱이를 감안해보면 충분히 의심할 만한 가설이었다.

"인… 뭐?"
"남자 쪽 서큐버스."
"아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저쪽 세계의 표현이야?"

재차 이어진설명에도 한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 반응에 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인큐버스를 아무도 모르지?'

정신적, 혹은 영적인 관점에서 양쪽 세계는 이어져 있었다.

이는 단순히 신화나 전설의 영역뿐 아니라의식 그 자체라고 설명하는 편이 올바르다.

그렇지 않으면 루이스 캐럴의 창작인체셔가 이쪽에 존재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 상황에는 조금 고개가 갸웃거려지기 마련이었다.

이전부터 인큐버스라는 말을 했을  제대로 알아들은인물이 없었다.

혹시 하필이면 모르는 사람들에게만 물어본 건가 싶어서 길잡이인 체셔와 카티에게도 확인을 해보았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테세우스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있는데, 어째서 인큐버스와 서큐버스는 없단 말인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어쩌면 파라─백설의 여덟 번째 난쟁이─처럼 역사 속에서 지워진 것은 아닐까.

하지만그렇게 생각해도 지구에서는 멀쩡히 기록이 남아있었으므로 또다시 의문이들고야 만다.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지구와 원더랜드의 의식 차이에 관련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의 가치관이 뒤집힌다는  쉬운 일이 아닐 테지.'

처음에는 그냥 원래 이런 세계다, 하고 넘겼던 일이지만 돌이켜보면 분명 이상했다.

젠더니 성 역할이니 하는 게 고정관념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이건 비교적 살기 편한 인간쯤 되니까 할 수 있는 소리다.

그 약간의 역할 차이가 생존 확률에 직결되는 야생 상황에서 통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게 만약 단순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면 어째서 포유류 중 수컷이 활동적인 케이스가 많은가?

너무 단순하게 말하면 그 탓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하자면 임신의 존재 때문이다.

임신을 하지 않는 수컷이 다른 바깥 활동을 하기에 유리하므로 그런 쪽으로 진화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쪽에서는 더 통하지 않는 이야기겠지.'

우선 마찬가지로 여자가 임신함에도 불구하고 가치관이 지구와 반대라는 건 그런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신화가 실존하는  세계에서 지구에서의 진화론이 그대로 통할지부터 의문이었다.

이내 콜린은 체셔와의 첫 만남 때 나왔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세계, 원더랜드는 일종의 밸런스 패치였다.

권능을 가진 존재가 폭거를 일삼는 케이스가 하도 많다보니 누군가가 총대를 매고 아예 세계를 쪼개버렸다는 느낌의 이야기였다.

'…이거 맞지?'

정리하고 나니 뭔가 조금 왜곡되어 있는 기분이긴 했지만 아무튼 중요한 줄기에서 어긋나지는 않았으리라.

아무튼, 이쪽 세계는 애초부터가 인위적인 세계였던 것이다.

그걸 감안한다면 남녀의 가치관 차이도, 완전히 이쪽 세계에서 지워져버린 일부존재도 납득 가능할 정도로는 설명해볼  있었다.

다만 그 목적에 대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알 수가 없었다.

'게르드 아재가  세계 창조주는 아닐 거 아냐?'

정보 자체가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콜린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저기, 콜린? 듣고 있어?"
"아, 미안. 잠시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이내 정신을 차려보니 한나가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했기에 네가 정신도  차릴 정도야?"
"뭐… 마치 누나가 제후가 되어버렸으니 그쪽 관련해서 조금."
"하긴, 그 정도면 그럴 만도 하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나를 안심시킨  콜린은 미소를 지었다.

'방금 그건 뭐였지?'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여전히 의문을 품은 채였다.

방금 전의 그 추론이 분명 그렇게까지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말이다.

적어도 생각에 잠겨서 주변을보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던 콜린이었다.

물론 평상시보다야 조금 시야가 좁아지긴 하겠지만, 같은 소파에 누가 앉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뭔가가 생각을 방해하고 있는 건가?'

딱히 평소보다 피로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세상의 기원을 떠올렸던 행위 자체가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다.

역시 이쪽에는 뭔가 있는 것 같았다.

…더 생각했다간 다시 한나가 걱정할  같았기에 콜린은 의식을 전환했다.

"그나저나 진짜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 누나도 신기하지 않아?"
"뭐가?"
"이렇게 궁전에서 살게 된 거."

마치 헤어는 제후가 되었다.

그녀 곁에서 어느 정도 보좌를 해야  콜린 입장에서는 마찬가지로 수도에서 지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별궁까지 내어주는데 아무도 반대가 없었던 건 참모보단 첩으로서 평가받았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묘한 기분이었지만 나쁠 건 없었다.

콜린은 딱히 명예욕이나 출세욕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순전히 실리적인 남자였고, 그런 면에서 발톱을 최대한 감춘 책사라는 입장은 꽤나 써먹기 좋은 축에 속했다.

"아, 그러고보니 영주님 돌아가시는  내일이었나?"

그러다가 문득 다음날의 일정을 떠올리고서 콜린은 중얼거렸다.

이번에 수도에 찾아온 부점 길드의 일행은 그대로 남게 되었다.

가족인 한나는 물론이고, 콜린에게 목줄을 잡히다시피─그래도 거의 자발적이지만─했던 시안도 수도에 남기로 했다.

레니는 물론 본인의 의사도 있긴 했지만, 설령 돌아가겠다 했어도 붙잡았으리라.

이번 일로 모자 장수와 백토가 죽음을 맞이하며 무력적으로 크게 주춤한 상황에서 레니 테세오라는 치트 캐릭터를 내버려둘 리가 없었다.

백설이야 이쯤 되면 사실상 콜린의 소유물이니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체셔는조금 상황이 달랐다.

그는 물론 많은 활약을 했고, 함께한다면 앞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이전에 체셔는 부점 길드의 길드장이었고, 도망자들의 길잡이였다.

그에게는 지낼 곳을 잃고 그의 영지로 피난왔던 많은 사람들을 돌볼 의무가 있었다.

그렇기에 모자 장수에 대한 마치의 복수가 끝맺어짐으로써 그녀에게 길을 안내해주기로 한 길잡이의 일도 끝났겠다, 아예 그녀와 헤어져 영지를 관리하며 지내기로 했던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에게 그를 붙잡을 만한 명분이나 자격은 없었다.

일단 그래도 꼭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와주겠다고는 해줬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또한 애초에 까마귀 길드 소속이었던 리온도 체셔와 마찬가지로 수도에는 남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은… 아니, 고양이와 사자는 내일 마차를 타고 떠나기로 했던 것이다.

"조금 아쉽네."
"그래도 영영 헤어지는것도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먼 거리는 아니다. 원한다면 충분히 어렵지 않게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동수단이 제한된 이쪽 세계에서의 시간 감각은 콜린의 것과 조금 차이가 있었다.

이동에만 기본 일 단위로 걸리는 상황이니 '오랜만'이라는범위도 달라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래도, 역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인가 싶다.

콜린은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서 살짝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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