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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32 거울아 거울아(4) (32/89)



〈 32화 〉32 거울아 거울아(4)

짜증이 몰려와서 백설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몇 번이고 위험한 다리를 건너왔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 그녀였다.

'젠장. 왜 내가 이런 꼴을…….'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상승가도만을 달려온 그녀 입장에서는 이 정도의 일도 순순히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일단 레니 씨는 C7로…]

툭. 백설이 거울에 손을 가져다대자 그 너머에서 들려오던 소리가 끊어졌다.

상대가 도청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상 연결을지속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괜히 혼란만 줄 뿐이었다.

[큭, 백설 님. 이거 핏자국 때문에 움직임이 들키겠는데?]
"알아서 해! 방을 빙빙 돌면서 어지럽히든 하란 말이야!"

벌써 난쟁이 다섯이 죽었고, 와중에 남은 하나는 느닷없이 곰덫을 밟았다.

피를 뚝뚝 흘리고 다녀서야 추적당하는 건 물론이고, 절뚝거리는 다리로는 저항도 쉽게 할 수가 없다.

"아니… 그래, 그렇지!"

그러다가 백설은 무언가를 떠올리고서 고개를 저었다.

"헬렐! 구석으로, A1 쪽으로 가! 일부러 흔적도 남기면서!"
[뭐? 그랬다간…….]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열리자 마자 기습해서 죽여버리는 거야!"

그거라면 다리가 망가진 상태로도 가망이 있었다.

이 게임은 체스처럼 격자로 이루어진 필드에서 행해지지만, 체스처럼 같은 칸에 들어간다고 붙잡히는  아니었다.

이쪽도 상대를 공격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하나 정도를 쓰러뜨리고 시간을 버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백설은확신하고 있었다. 그 약간의 시간벌이가 그녀를 승리로 이끌 것이다.

비록 우위를 조금 잃기는 했으나 여전히 백설에게 유리한 규칙이었고, 그녀에게는 아직 믿는 구석이 있었다.

'최대한 버티면서 시간을 벌어야 해.'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거울에서 무언가 우당탕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또다시 누군가가 위치를 들킨 모양이었다.

[헉, 허억… 백설 님!]

뒤이어 들려오는 긴장한 듯한 목소리. 백설은 이전에  난쟁이에게 레브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겼, 이겼습니다.]
"뭐?! 자, 잘했다. 레브!"

그리고 다음 이어진 말에는 표정이 밝아질 수밖에 없었다. 백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누구를 쓰러뜨린 거지? 상처는?"
[그, 붉은 머리의 여성이에요. 팔에 화살을 맞긴 했지만 출혈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 핏자국 같은 거 남기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이동하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당부를 하고서 백설이 고개를 들자 콜린의 모습이 보였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그는 살짝 멋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나도 참……."

콜린은 한숨을 쉬었다. 한나가 제압당했다는 소식은 그에게도 들렸다.


정확하게는 난쟁이를 찾았다는 보고 이후 연락이 끊어진 것이었지만 말이다.

사실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난쟁이는 시안도 어느 정도 고전했던 상대였다.

인간 형태의 적을 그다지 상대해보지 않았을 한나에게 승리를 바라는 건 너무 과한 기대다.

그래도 난쟁이 하나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고 부상도 입혔으니 한나는 충분히  일을 했다.

더욱이 그녀가 설치한 곰덫도 효과를 발휘한 상태였다.

'화살촉에 독이라도 발라뒀으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한나는 덫을 챙겨오느라 그런 것까지 가져올 여유는 없었다.

물론 가져왔다고 한들 실제로 효과가 있었을지는 의문이었다.

사냥감의 고기와 가죽이 목적인 한나로서는 극독을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일반인보다 강한 신체능력을 지닌 난쟁이들이 그런 약한 독에 쓰러질지도 불확실했고 말이다.

게임은 30분을 지나고 있었다.

아직 30분이 남긴 했으나, 난쟁이 수가 줄어들수록 포착하기도 어려워지고 소요 시간도 늘어난다.

[…밴더스내치. 4초.]
"네, 알겠어요."

뒤이어 거울 너머에서 안젤리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럼 슬슬 꺾어볼까…….'

마음을 다잡고서 콜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투명한 방음벽 한쪽에 있는 문으로 향했다.

"어디 보자, 영주님은……."

어느새 또 자신의 차례가 돌아온 상태였기에 이동하면서도 지시를 내리는 그였다.

콜린의 뒤를 둥둥 떠있는 책이 따라왔다. 그 위에는 은빛 단검과 거울이 놓여있었다.

"어… 뭐야?!"

벌컥. 콜린은 문을 열고 벽 너머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움직임에 백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모든 난쟁이를 아공간에서 퇴장시킨 뒤, 저 문을 열고 들어와서 백설을 죽인다. 그것이 게임의 승리조건이었다.

하지만 대체 왜 지금 상황에서 벽을 넘어온단 말인가.

백설이 어안이 벙벙하여 멍하니 있는 사이 콜린은 성큼성큼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

백설은 원래 키가 큰 편이 아니었다. 더욱이 그녀는 앉아있기까지 했다.

자연스럽게 백설의 시선은 가까이 들이밀어진 콜린의 하반신으로 향했다.

아랫도리에서 무언가가 크게 부풀어 바지를 뚫고 나올 것만 같았다.

"너, 이게 무, 슨……?"

그러나 콜린은 그녀의 당황한 표정을 무시한 채 그대로 옷을 내려버렸다.

옷 아래 억눌려 있던 페니스가 튀어나오며 그 농후한 남자의 체취를 풍겼다.

"어, 어… 너, 남자가 갑자기 뭔……."

눈앞에서 갑자기 벌어진 변태적인 행위에 백설은 경악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시선은 그의 양물에 고정되어 떠날 생각을 않았다.

꿀꺽.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백설이었다.

어제 밤새도록 범해졌던 그 물건, 그 냄새였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복부가 짜르르 떨려왔다.

"마, 만약에 내가 지시를 못 내리게 막는  목적이면… 미리 말해두겠는데… 전혀 소용없거든……."

종잡을 수 없는 콜린의 행동에 평정을 가장하고서 말을 잇는 백설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멋대로 떨렸다.

"어차피 난쟁이들한테는 머릿속으로도 지시를 내릴  있으니까……."
"아, 그래? 어쩐지 그럴 것 같기는 했어."
"후윽…?!"

하지만 콜린은 백설의 말에 전혀 신경을 쓰지도 않는 듯이 무심하게 그녀의 얼굴 위에다 페니스를 올려놓았다.

그 기습에 무심코 몸을 움찔거리고 마는 백설이었다.

"아, 으아……."

백설의 머리가 작은 편이기도 해서 그런지 빳빳한 그의 물건은 얼굴을 옆으로 완전히 가로지르고도 남았다. 안면에 그 무게감이 느껴졌다.

백설은 손을 파들파들 떨었다. 결코 좋다고는 할  없는 냄새였음에도 코는 그녀의 의사와 반대로 연신 킁킁거렸다.

심장이 요동치고 호흡이 가빠져서 살짝 입을 벌린다.

"계약할 때 규칙에 미리 넘어오면 된다는 규칙이 없긴 했지."
"으, 자, 잠깐……."

그런 그녀와 대조적으로 콜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허리를 슬쩍슬쩍 움직여 페니스를 문질러대었다.

백설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굴복시켰던 그 물건이 다시 그녀에게 굴욕을 안겨주고 있었다.

"후으… 아…♥"

하지만 동시에 어제 맛보았던 극한의 쾌락을 몸이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미안. 올려두니까 편해서 그만."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콜린은 히죽거리는 미소로 그녀를 내려다보다가 페니스를 치워주었다.

"시안 씨는 우선……."

그리고 그의 지시를 듣고 나서야 백설은 콜린의 차례가 돌아왔음을 깨달았다.

잠시 정신을 놓고 있는 동안 30초가 지나버려 그녀의 차례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큭, 내가 무슨 추태를…….'

백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혈류가 몰려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마 자신은 귀까지 붉어졌으리라.

"윽…"
"뭐해. 그쪽 차례라니까?"

콜린은 지시를 끝마치고 나서 페니스로 그녀의 뺨을 찔렀다.

얼굴을 찡그리며 물러서려 했던 백설이었지만 콜린에게 머리채를붙잡히고 만다.

폭력에 저항할 수 없다는 조항 때문에 쉽사리 떼어낼 수도 없었다.

'어제 그렇게 당해놓고 멍청하긴.'

콜린은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겪어놓고도 이런 조항을 남겨두다니 말이다.

다만 굳이 변명을 해주자면 오히려 어제의 일이 있었기에 백설은 그 조항을 걸 수밖에 없었다.

아마 지금 맺어진 계약은 이전에 했던 게임들에 쓰였던 것과 토시 하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백설은 몇 중이고 안전장치를 걸어둘 정도의 겁쟁이였다.

그런 그녀가 과연 '이미 완성된 게임'에 변수를 추가할 수 있었을까?

더욱이 어제 일만 해도 콜린의 말에 넘어가 계약 초안을 수정했다 문제가 생기지 않았던가.

계약 수정에 대한 불안은 본능에 새겨져 그녀의 판단을 가로막았을 터였다.

"하아…♥ 당, 당장 안 치워…?"

이내 콜린은 페니스로 그녀의 코를 눌러대었다.

추잡한 냄새가 비강에 가득 퍼지고, 귀두 끝에 송글송글한 액체가 맺혔다.

"하아, 아…♥"

눈앞에서 껄떡이는 그 물건에 백설은 시선을 떼놓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정신이 멍해진다. 어제의 기억이 뇌를 적셔온다.

굴욕적이었던 그때의 쾌락이 몸을 간질여오고,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는 게 느껴졌다.

'아, 안 돼… 정신을 차려야…….'

백설은 어금니를 깨물고 몽롱함을 견뎌내었다.

그리고는 머릿속으로 더듬더듬 난쟁이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레브만 서쪽으로 이동…….'

그녀의 위치가 발각된 상태로 이미 차례를 한 번 허비해버렸다.

이대로 붙잡히게 둘 수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투명한 쿠퍼액으로 얼굴 여기저기를 칠해진다.

굴욕적인데도 몸이 달아오른다는  끔찍했다.

'레브, 남쪽으로…'

다시금 시간이 흘러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고 백설은 서둘러 명령했다.

자칫 의식이 날아가서 또 차례를 날렸다간 큰일이다.

자기 차례가 된 걸 확인하자마자 상황을 잊어버리기 전에 지시를 내려야 했다.

"우읍…?!"

콜린의 굵은 강직이 그녀의 입에 파고들었을 때가 이미 지시를 내린 후였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음란한 맛과 향기가 순식간에 머릿속을 새하얗게 물들였다.

"츄읍…♥ 윽, 후으읏♥"

구강 내부를 쿠퍼액으로 적시기라도 하겠다는 기세로 페니스가 꿈틀거렸다.

머리를 쥐고 흔드는 그 움직임은 무심코 헛구역질을  정도로 격렬했다.

'레, 레브… 만약 지시가 없으면, 구석에 몰리지 않게, 알아서 움직…….'

결국 백설의 두뇌는 이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판단을 내렸다.

어차피 사실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없는 시점에서 지휘의 의미는 크게상실된 지 오래였기도 했다.

"흐윽♥ 게흑…♥"

순전히 저쪽에서 고통만을  뿐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거의 불사신에 가까운 백설로서는 통증에 둔감할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몸을 휩쓸고 있는 것은 배덕적인 흥분이었다.

차마 견딜 수가 없었다. 제정신을 지키는 게 이렇게나 힘든 일이었단 말인가.

의식이 명멸했다.

"……?!"

그러다가 어느 순간 뒤통수에 찌릿찌릿한 전류가 흘렀다.

백설은 입에 머금은 페니스에서 사정의 전조를 감지했다.

그것은 거의 본능적인 감각에 가까웠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페니스는 정액을 토해내었다.

거센 기세의 탁류가 구강 여기저기를 강타했다. 텁텁하고 추잡한 액체가 음탕한 냄새를 입에 새겨나갔다.

"커흑…!"

정액에 익사하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로  사정이 이어지고 나서야 백설은 입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녀는 겨우 돌아온 깨끗한 공기를 거세게 들이켰다.

"쿨럭?!"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갑자기 충격이 내달린 탓에 정액이 목으로 넘어갔다. 사레가 들린 것인지 저절로 기침이 켁켁 튀어나왔다.

"…뭐, 뭐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몽롱함이 가셨을 때, 백설은 자신이 천장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의자에 앉은 자세 그대로 뒤로 누워있는 상태였다.

이내 자신을 내려다보는 사내의 모습에 콜린이 의자를 뒤로 넘어뜨렸다는 걸 눈치챘다.

밀렸던 호흡을 몰아서 하는 탓에 몸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의식은 여전히 조금 흐릿한 채였다.

콜린은 그런 그녀의 턱을 붙잡아 위로 슬쩍 당겼다.

백설은 마치 고개를 치켜든 상태가 되었다. 물론 누운 자세였으니 시선은 뒤를 바라보는 형태였지만 말이다.

"아…?"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무언가 닿았다. 시야를 가린 무언가가 이마를 약간 눌렀다.

그녀의 이마 위에 놓인 것이 묵직한 불알이라는 걸 깨달은 건 잠시 후였고, 입술에 닿은 것 역시 페니스라는 걸 깨달은  조금 더 뒤였다.

"힉, 당장 치워…… 으극……."

백설은 자신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한순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입에서부터 목구멍까지가 일자로 놓여있다는 것만큼은 구강을 침범한 자지가 강제로 알려주었다.

드러누운 탓에 시야가 거꾸로 뒤집힌 상태였다. 그마저도 눈물이 핑 돌아서 흐릿해진다.

어차피 보이는 것이라고는 격하게 자신을 범해대는 콜린의 하반신뿐이었지만 말이다.

"게흣… 으그극…♥"

차마 남들 앞에서 들려줄 수 없는 괴성이 절로 흘러나왔다. 침은 줄줄 새어나와 입술 근처를 잔뜩 적셨다.

고통과 쾌감, 그리고 흥분이 마구 뒤섞여 뇌를 으스러뜨릴 기세였다.

아니, 실제로도 콜린이 허리를 흔들 때마다 머리가 쿵쿵 울리는 것만 같았다.

'레브… 동쪽…….'

그럼에도 최소한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결코 패배해선  된다는 집념 때문이었다.

백설이 게임에서 패배한다면 제후 대리의 신뢰는 산산조각이  테고, 당연히 지금의 지위도 누릴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에게  번이고 굴욕을 안겨준 이 콜린이라는 소년을 반드시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반드시… 쉽게 죽여주지는 않을 테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분노와 공포. 그 부정적인 감정은 백설의 정신이 이 상황을 견딜  있게 만들었다.

아직 버틸  있다. 그리고 이길 수 있다.

"으그윽…♥"

물론 그녀의 육체는 조금 의견이 다른 것 같았지만 말이다.

백설의 하반신은 오줌인지 애액인지 모를 액체를 세차게 뿜어내었다.

"───♥"

…그녀의 육체와 정신이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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