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30 거울아 거울아(2)
"…딱 맞춰서 왔군."
백설이 홀로 뒤뜰에서 기다린 것이 10분째가 될 무렵 콜린이 돌아왔다.
때마침 지루해지기 시작할 참이었기에 백설은 하품을 하고서 그를 바라보았다.
"다른 녀석들은?"
"어차피 나중에 순간이동 되는 거면 어디 있든 상관없잖아?"
다만 여덟 명 중에서 돌아온 것은 콜린 하나였기에 백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계약 때문에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남들한테 하지도 못하는데뭐 어때?"
"…헛소리. 너 같은 영악한 놈이 이유도 없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아, 맞다. 너 어제 나한테 속아서 실신할 때까지 따먹혔지?"
"닥치고 무슨 일인지 설명이나 해."
그야말로 표정이 썩어들어가는 게 무엇인지 설명하기 적합한 얼굴이 된 백설이었다.
그 말에 콜린은 피식 웃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장비 좀 챙겨오라고 보냈어. 우리가 무슨 무기를 쓰는지 알려주고 시작할 의무는 없잖아?"
"뭐… 그건 맞는 말이군."
여전히 불만스러워 보이는 백설이었지만 납득은 했던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얼른 시작하자고."
그리 말하더니 백설은 손가락을 퉁겼다.
그러자 다시 연푸른빛 패널이 두 사람의 얼굴 앞에 나타났다. 체스판처럼 격자로 칸이 나눠져 A1부터 I9까지 번호가 붙어 있었다.
"잠깐. 그쪽이 먼저 정하고 나면 정할게."
"갑자기 또 왜?"
"만약에 네가 내 걸 엿보고 나서 최대한 멀리 배치하면 어떻게 해? 네가 준비한 게임인데 그런 수작을 부릴 수도 있잖아."
"쯧… 의심도 많기는."
콜린의 말에 백설은 혀를 차고는 패널을 톡톡 두드렸다.
그러고는 이제 그쪽 차례라고 말하려는 듯 턱짓을 해온다.
"나도 끝났어."
"그럼 이동하지."
백설은 짝 하고 박수를 쳤다.
그리고 시야가 암전했다.
×
콜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고풍스럽게 꾸며진 방에 있었다.
중앙에는 고급진 나무 탁상과 그것과 세트로 보이는 의자가 마주보고 두 개 배치되어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면 뭔가 이상했다.
탁상은 중간이 잘려나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그 주변을 만져보니 투명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테이블이 있는 방 중앙을 완벽히 투명한 벽이 가로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나한테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거기 있는 아이템의 버튼을 누르고 말해."
그것을 관찰하고 있던 중 갑자기 백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콜린이 고개를 돌렸더니 맞은편에 백설이 히죽거리는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야."
"버튼 누르고 말하라니까?"
테이블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전기 같은 장치와 작은 거울이 있었다.
콜린은 이번엔 버튼을 꾹 누르고 입을 열었다.
"소리를 완전히 차단시켜놓은 거야?"
"그래. 서로 동료에게 말하는 내용이 새어나가면 곤란하잖아."
"거 참 고마운 친절이네."
콜린은 그녀의 말에 살짝 한숨을 쉬었다.
무전기와는 다르게 양쪽이 동시에 말할 수도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나는 너를 어떻게 죽이면 되는 거지?"
"네 기준으로 오른쪽에 문이 있어. 때가 되면 열고 들어오면 돼."
눈을 찌푸리고 백설이 가리킨 방향을 봤더니 확실히 희미하게 문 같은 것이 보였다.
장벽이 완전히 투명하다고 한다면 저건 유리 정도의 투명함이었다.
"난쟁이를 전부 죽이고 거기 있는 것들 중에서 알맞은 단검으로 나를 찌르면 그쪽의 승리야."
그녀의 말을 듣고 뒤를 바라보면 산더미처럼 쌓인 나이프가 있었다.
다가가서 집어보니 나이프마다 무언가 세 개의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즉, 이것들 중에 백설공주를 죽일 수 있는 무기가 하나 있다는 소리인가.'
그러면서도 동료들의 지휘는 해줘야 하니 꽤 머리가 아픈 게임이었다. 콜린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 거울이 우리 길드 사람들하고 연결된 통신기라고 보면 되는 거지? 게임은 언제 시작하는데?"
"정확히 2분 뒤에 지정한 대로 인원들이 이동해올 거야. 그때부터 한 시간이지."
"흠… 좋아. 대신 단검은 지금부터 찾아도 괜찮지?"
"마음대로 해."
지금 보니 거울 위쪽에 숫자가 떠올라 있었고 그게 타이머처럼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나저나 누가 먼저 움직이는 건데?"
나이프의 산을 마구 뒤지고 있다가 콜린은 문득 떠오른 질문을 백설에게 건네었다.
"일단 별 문제 없으면 그쪽이 먼저 시작해."
"그럼 우리가 나중에 하는 걸로 할래.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실질적으로 59분 30초 밖에 없는 거잖아."
"뭐… 그렇게 정생각되면 바꿔줘도 상관은 없는데."
야구에서 9회 초가 끝났는데후공이 이기고 있다면 9회 말은 진행해도 의미가 없다.
그런 면에서 난쟁이를 모두 잡지 못하고 추격자 측인 부점 길드의마지막 턴이 끝나면 그 시점에서 승패가 갈리게 된다는 게 콜린의 주장이었다.
규칙은 어디까지나 매 차례마다 '이동할 수 있다'이지 '이동해야 한다'가아니기 때문에, 그때 난쟁이들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승리가 보장되니 말이다.
솔직히 조삼모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백설이었지만, 영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일단은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콜린은 한참을 달그락대다가 몸을 돌려 풀썩 주저앉았다.
시작을 알리는 타이머는 어느새 5초도 남기고 있지 않았다.
[──잘 들려?]
"잘 들려요."
그리고 타이머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니의 목소리였다.
[잡았어.]
"다행이네요. 나머지 사람들은요?"
[이쪽도 정답이야.]
[하아, 겨우 이겼네! 뭐가 저렇게 힘이 좋아?]
뒤이어 체셔와 시안의 목소리 역시 들려왔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듣고서 콜린은 히죽 웃더니 나이프의 산에서 풀쩍 뛰어내려백설에게로 다가갔다.
당연하게도 백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너… 뭐야?"
"글쎄. 고작 10분 작전회의로 간파당하는 네 머리를 탓하는 게 어떨까?"
세 명. 무려 시작부터 세 명이 잡혔다.
콜린은 백설의 초기 배치를 거의 완벽히 간파했던 것이다.
'아니, 조금 당황스럽긴 해도 아직 시작일 뿐이다.'
백설은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정신을 붙들었다.
지금은 자신이 움직여야 할 차례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턴을 함부로 놀리는 건 높은 확률로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아이쉬마는 B3으로, 페올은 E7로……."
백설은 침착을 되찾은 뒤 거울에 대고 난쟁이들에게 명령하기 시작했다.
[윽?!]
"아이쉬마?!"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거울 저편에서 당황한 난쟁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설마 또 마주쳤다고?!'
고개를 들어보면 콜린이 비웃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백설 님. 괜찮을 것 같아요. 괜히 놀라게 해드렸네요.]
"뭐?"
하지만 어째서인지 당황하고 있던 난쟁이는 안도한 듯이 말해왔다.
백설은 그녀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마치 헤어랑 만났어요. 십년감수했네요.]
"하아, 그렇단 말이지?"
그 말은 정말로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필이면 이렇게 마주친 게 방탕아로 유명한 그 마치 헤어일 줄이야.
저 여자는 남이 몸을 내어주면 게임이고 뭐고 던져버리고 자기 좋을 대로 즐기는 녀석이었다.
더욱이 그녀와 만난 아이쉬마 역시 난쟁이 중에서도 가장 색을 즐기는 녀석이었으니 아주 괜찮은 궁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기, 마치 헤어 씨? 힘 빼지 말고 차라리 저랑 좋은 시간…….]
철퍽.
그러나, 난쟁이 아이쉬마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거울에서 고깃덩이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 후로 아이쉬마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아이쉬마?!"
[…거기, 백설이라고 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마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쉬마가 들고 있던 거울을 빼앗은 게 분명했다. 당연하지만 시체는 소유권 주장을 할 수가 없었다.
[제 소중한 사람들을 건드리면 아무리 저라고 해도 조금 화가 날 수밖에 없거든요오?]
말끝을 늘이는 나른한 말투였다. 그러나 거기에는 명백한 노기가 깃들어 있었다.
[그래서 오늘만 좀 최선을 다해보려고요.]
콰드득. 마지막으로 들린 소리는 차마 거울이 부서지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소리였다.
통신용 아이템이 마치의 손에 그야말로 으스러졌음을 짐작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 미친 자식들."
백설은 무심코 그렇게 중얼거렸다.
네 명. 난쟁이의 절반이 죽었다. 게임이 시작되고 30초 정도가 지난 순간이었다.
×
가장 알맞은 표현을 쓰자면, 백설은 어이가 없었다.
그저 서로의 시작 지점이 겹쳤을 뿐이라고 한다면 이 정도로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완전히 랜덤하게 배치하더라도 선택지가 80칸이라는 걸 감안하면, 한 사람이 그녀가 선택한 지점에 배치될 확률은 단순 계산만으로 10%다.
당연히 저쪽의 인원도 혼자가 아니니까 겹칠 확률은 더 높아진다.
따라서 시작과 동시에 누군가 마주치는 것 자체는 그리 이상하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백설은 일부러 한 명을 미끼로 던지기까지 했으니 오히려 아무도 탈락하지 않았다면 놀랐을 것이다.
그래. 미끼였다. 더욱 정확한 비유를 하자면 카나리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녀는 지금껏 이 게임을 반복해온 경험으로 대부분의 상대가 한쪽 끝에서 일렬로 배치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사실,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상대의 위치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탐색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백설의 초기 전략은 거기에 대응하는형태로 구상되었다.
세 명의 난쟁이를 게임판 가장자리에 배치하여 상대가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동서남북 네 방향 중에서 한쪽을 비워둔 이유는, 난쟁이 셋이 상대와 충돌하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남은 방향에서 상대가 출발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미끼로 던져진 난쟁이는 당연하게도 붙잡혔다.
──다만, 세 사람이 동시에 말이다.
백설은 차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콜린이 그녀의 전략을 간파했다? 거기까지는 가능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의 묘기는 백설이 어떤 전략을 쓰는 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설령 제일 끝에 있는 줄에 미끼를 배치한다는 걸 알아도, 정확히 어느 칸에 있을 줄 무슨 수로 알아챈단 말인가?
심지어 콜린은 그것을 세 번 연속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일이라고?’
아니, 거기까지라면 그나마 천운의 영역으로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아이쉬마가 이동하자마자 마치와 마주쳤다.
정말 이것까지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만 귀퉁이에 배치된 세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난쟁이들은 그야말로 무작위로 흩어놓았다.
그런데도 바로 백설이 난쟁이를 배치한 바로 옆에 그 망할 토끼가 있었단 말이다.
그것도 네 방향 중에서 하필이면 백설이 움직이라고 지시했던 그 방향에!
'방심해도 되는 상대가 아니다.'
백설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저 콜린이라는 남자는 완벽히 자기 심리를 읽고 있었다.
'벌써부터 쓰기에는 좀 그런 감이 있지만 어쩔 수 없지.'
그녀는 혀를 차고서 조용히테이블에 놓아두었던 거울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것을 손가락으로 빠르게 두 번, 잠시 기다렸다가 느리게 세 번 두드렸다.
거울의 색이 잠시 변했다가 되돌아온다.
[──레니 씨는 A2로 가주세요. 그리고 체셔 영주님은 D6이에요.]
이윽고 소년의 목소리가 거울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투명한 벽 때문에 립싱크로만 느껴지던 콜린의 입모양에 소리가 덧입혀진다.
까놓고 말해서, 도청이었다.
저 콜린이라는 소년이 쓰고 있는 거울은 백설이 제작한 아이템이었고, 그녀는 언제든 그걸 조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두었다.
"큭……."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무심코 웃음이 새어나왔다. 백설은 살포시 입을 가렸다.
물론 가리지 않았더라도 그녀의 표정을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일행에게 지시를 내리면서도 열심히 단검의 산을 뒤지고 있는 콜린이었으니 말이다.
[한나 누나는… 음, B3로.]
그것을 들으며 백설은 머릿속의 게임판 위에 기물들을 채워넣어갔다.
백설이 이 게임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게 바로 이것이었다.
본래부터 도망자 측에 더 유리한 규칙인데 여기에 상대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으니 차마 질 수가 없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봐도 사용하기엔 좀 이르지만.'
다만 유감스럽게도초반부터 사용 가능한 꼼수는 아니었다.
만약 너무 남용하다가 상대가 도청을 의심하게된다면 곤란했다.
그 탓에 상대가 암호라도 사용한다면 정작 중요한 게임 후반에 쓸 수 없게 되어버리지 않는가.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지금은 후반을 생각하고있을 때가 아냐.'
세 명. 시작부터 난쟁이 세 명이 붙잡혔다.
콜린이 백설의 초기 배치를 어느 정도 간파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물론 시작부터 일곱 명이 잡히고 시작한 게 아니므로 100% 파악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개략적인 정도로는 파악한 상태라고 보는 게 옳았다.
네 번째 난쟁이인 아이쉬마도 한 칸 움직이자 마자 적과 마주쳤다는 게 그 증거였다.
부점 길드에서 파견된 여덟 명 중 대부분이 난쟁이들과 가까운 구역에 있다는 건 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무작정 돌아다녔다간 순식간에 난쟁이들이 쓸려나가고 말 것이다.
지금은 콜린의 움직임을 확실히 파악하고 나서 움직여야만 했다.
'휴, 큰일날 뻔 했네. 바로 대각선에 붙어있는 녀석도 있었잖아?'
백설은 머릿속에 각자의 위치를 그려보고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조금 이르더라도 지금 도청이란 카드를 꺼내든 게 정답이었다.
"페올은 C6으로 이동. 레브는 E3으로."
백설은 웃었다. 답을 알고 문제를 푸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녀는 딱히 명예나 정정당당하고는 거리가 먼 여자였다.
오로지 승리하고, 거기서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비겁하더라도 쉽게 승리한다. 그것이 그녀의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레니 씨는 H열로 이동…….]
"바하무트. F5로……."
그리고 몇 번 차례가 반복된다.
당연하지만 난쟁이들이 붙잡힐 리가 없다.
백설은 모든 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임이 보편적으로 좀비게임이라 불리는 놀이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모든 참가자의 이동 속도가 항상 동일하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백설은 저쪽의 움직임을 엿듣고 반대로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상대 입장에서는 결코 따라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물론 이따금 운이 나빠 포위를 당해 빠져나갈 길이 없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소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상대는 일렬 전략이라는 보편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았다.
덕분에 시작부터 난쟁이를 여럿 잡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각자 흩어져 있는 상태였기에 우연히 포위망이 형성되기도 어려웠다.
[으음, 안젤리나 씨. D1로 가주실래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콜린은 30초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열심히 고민한 끝에 또다시 힘찬 헛스윙을 했다.
[찾았다!]
[배, 백설 님. 들켰…]
──그랬어야 했다.
우지끈.
"…어?"
몇 번 부딪히는 소리가 나더니 거울은 다섯 번째 난쟁이의 죽음을 알렸다. 페올의 목소리였다.
'뭐야. 페올은 C7에 있었을 텐데…….'
[야,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그리고 이내 콜린의 목소리가들려왔다.
그는 백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거울에서 들려왔다.
방음벽 너머로 말을 걸 수 있는 무전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백설이 도청하고 있는 거울을 통해서 말이다.
"무, 무슨……."
[너 역정보라는 말 들어는 봤어?]
키득거리는 웃음이 들렸다.
떨리는 눈동자로 테이블 너머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단검의 산 위에서 여유로운 미소로 백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