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화 〉[스핀오프] 정조관념 이상한 여고생 썰 - 8
한참 후, 화장실문을 노크했다.
쿵쿵-
“...”
쿵쿵-
“저... 민영아?”
쿵쿵-
“저기. 오빠가 소변이 좀 마려운데...”
화장실에 들어간 조민영은 한참이 되도록 나오지 않았다. 참고 참다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 문을 몇 번 두들겼더니 그제야 조민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울었는지 눈가는 부어있었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죄송해요...”
시무룩한 표정. 그렇게 활기차던 애 같지가 않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개방적이었던 애가 지금은 가슴을 가린 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음. 일단 좀 나와 봐. 오빠 소변 좀...”
“아. 네네.”
“옷은... 갈아입고 있어. 알았지?”
“네.”
소변을 보면서도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소변을 보고 씻은 후 화장실 밖으로 나오자 조민영이 잠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잠옷이라고 해봐야 내가 준 옷들이었지만.
“...”
“...”
눈이 마주치자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섹스하기 전만해도 방방 뛰던 애가 한 순간에 바뀌니 기분이 이상하다. 뭐야 이거. 어색해 죽을 것 같잖아.
어쨌건 이런 상황은 실수를 하지 않은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이다. 또 내가 나이가 많은 편이니까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게 맞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떠듬떠듬 말했다.
“그... 씨, 씻었으면 잘까?”
“아. 네네. 저... 제, 제가 아래에서 잘까요?”
“...”
뭐지. 이 먹고 버려지는 기분은. 싸고 튀는 놈을 보는 여자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어제는 당당히 침대에 올라왔던 애가 갑자기 거리를 두며 멀어지는 모습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나를 따먹으려던 애가 실수 좀 했다고... 뭐. 창피하긴 하겠지.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침대로 이끌었다.
“같이 자야지. 괜찮아.”
“네, 네...”
수줍게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이 빨개진 조민영. 이제야 좀 여고생 같네. 자기가 그렇게 섹스하자고 난리쳐놓고, 하는 도중에 아프다고 못하겠다며 또 난리를 쳤다.
본인도 민망하겠지.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조민영을 부드럽게 안아주며 침대에 누웠다.
*
다음 날 아침. 조민영은 일어나지를 못했다.
녀석. 학교는 안 가나. 언제 날 잡아서 한 번 학교에 가는 걸 확인해봐야겠다. 죽은 듯 잠든 조민영을 두고 나는 집을 나왔다.
회사.
“와... 시발 개꼴.”
“대박... 이제 결혼 각이냐?”
“하. 모르겠어요. 저도.”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팀원들이 먹이를 발견한 피라냐 떼처럼 달려들었다. 사실... 이런 걸 떠들어대는 게 매너가 아닌 것은 안다. 하지만 나는 조언이 필요했다. 내 상식 체계를 뒤엎는 여자아이를 만났으니까.
물론 조언이랍시고 떠드는 이야기들은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킥킥. 야 시바 그런 일이 있으면 형을 불러야지 임마!”
“대박이야. 처녀 비치! 무슨 일본 야한 만화냐? 큭큭. 미치겠다. 처녀비치! 아헤가오! 더블 피스!”
“듣고 보니까 왠지 시키는 건 다해줄 거 같지 않아? 그 여고생?”
“대박이네. 교복입고 섹스하자고 해도 할 것 같아.”
“야야. 발언 위험하다 너.”
그렇게 저질스러운 농담들이 이어지다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하나 나왔다. 조용히 담배나 피고 있던 윤 대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한다.
“근데 그 여고생... 반응이 어째 남자 같네?”
그 말에 팀원들의 시선이 몰렸다.
“응? 뭐가 남자 같다는 거야? 여고딩이라니까.”
“아니... 내가 고딩 때 아다를 뗐는데...”
“고딩 때? 이야. 이거 난 놈이네.”
“윤 대리는 잘생겼잖아. 하여간 윤 대리. 고딩 때 아다를 뗐는데 뭐 어쨌다고.”
뭔 말만하면 웅성웅성. 섹스 이야기 나오면 허세쟁이들로 변하는 건 애나 어른이나 남자는 다 똑같다. 윤 대리는 조용해진 틈을 이용해 계속 말을 이었다.
“그게... 저희 집이 시골이거든요?”
“근데?”
“부모님이 사람은 큰물에서 자라야 한다고 하셔서 고등학교 때부터 도시에 나와 살았어요. 도시에 이모부가 모텔을 하셨는데... 방 하나를 빌려주셔서 거기서 살면서 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래서?”
“그러다가 모텔에 들락날락하는 어떤 누나랑 어떻게 알게 됐는데. 그 누나가 술에 취해서 제방에 온 거예요.”
새롭게 시작된 흥미로운 이야기. 팀원들의 관심이 이젠 저쪽으로 넘어갔다.
“예뻐?”
“몸매는?”
“우와아... 이건 또 뭔 야설이야.”
“김지훈. 윤진수. 이 새끼들 난 놈들이네. 한 놈은 여고생 킬러에, 한 놈은 누나 킬러!”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그 누나가 남친한테 차이고 울면서 술 먹다 들어온 거였는데. 저한테 하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했어?”
“질내사정?!”
“임신?!”
점입가경인 팀원들을 돌아보며 윤 대리가 인상을 찡그렸다.
“아 거 1절만 좀 합시다. 누가 들으면 여기저기 애가 있는 줄 알겠네. 저 매너 좋은 놈입니다. 피임 확실히 해주고요. 하여튼 그 때 제가 고등학생이었는데... 남고딩이 여대생한테 섹스하자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어땠겠어요? 미쳐버리는 거지. 그 때는 키스도 안 해봤거든요. 저 완전 발정 나가지고 막 그 누나 온 몸을 막 핥아버리면서 폭풍 섹스 할 기세로 덮쳤죠.”
“오... 개꼴.”
“추천. 추천.”
“머릿속에서는 그동안 본 야동 수십 편이 막 재생되면서 그렇게 질펀한 섹스를 할 생각으로 삽입을 딱 했는데. 그 순간... 찍.”
“쌌어?”
“넣자마자?”
“아... 하긴. 그럴 때가 있긴 해. 존나 흥분하면 그럴 때 있어.”
“컨트롤이 원래 존나 힘든 거거든.”
“그 다음에는 그 누나 완전 얼굴 못 보겠어서... 그 누나가 괜찮다고 하는데도 나는 쪽팔리고 막 자존심 상하고... 뭐 그랬었는데요. 김지훈 대리 말 들어보니까 어째 그 여고생이 그런 것 같은데요?”
그래. 완전 그 반응이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조민영을 어떻게 위로를 해줘야할까 고민을 했다. 창피하겠지. 그래서 그런 거겠지?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걔가 창피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처녀면 내가 배려를 해주는 게 맞을 테니까.
고민 끝에 나는 오늘 회사에서 일찍 조퇴하기로 했다. 맛있는 거나 사주고, 쇼핑도 하고 그러면 기분 좋아질 거야.
“저. 팀장님.”
“응? 왜?”
“반차 좀 써도 되겠습니까?”
“반차? 뭔 일 있어? 갑자기 왜?”
“그게 저...”
왜냐고 물으면 이게 참 할 말이 없네. 내가 코끝을 긁적이며 대답을 못하자 뒤늦게 눈치 챈 팀장님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아아. 그 아침에 이야기는 대충 들었어.”
“... 벌써요?”
“회사 전체에 퍼졌을 걸? 하하. 당돌한 여고생 만나서 고생이 많네. 김 대리. 그래. 결혼은 언제하나?”
“겨, 결혼이라뇨. 잘 달래서 돌려보내야죠.”
“기왕 이렇게 된 거 도장을 찍어. 김 대리 만나는 사람도 없잖아. 김 대리 정도면 괜찮지 뭘. 책임감 있고, 성실하고... 우리 딸이 대학생만 됐어도 김 대리 소개시켜주는 건데.”
“하하. 감사합니다.”
팀장님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반차를 허락해주었다. 급작스러운 반차였기에, 팀원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다.
레스토랑? 고등학생이니까 레스토랑 같은데 가면 엄청 좋아하겠지?
아냐. 나 고등학교 때 생각해보면 그런 데보다는 그냥 분식집 이런 데를 좋아했는데...
아아! 그렇지. 생각해보니까 조민영은 일반적인 여자애가 아니다. 걔는 뭐랄까. 좀 이상한 애잖아? 또 엉뚱한 답이 나올 수도 있어.
집으로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도 사고 음료수도 샀다. 달달한 거 먹으면 좋아할 것 같았거든.
그렇게 집에 도착해 잠시 심호흡을 한 후에 문을 열었다.
삑삑삑- 삐리릭- 벌컥-
“민영아. 나 왔어.”
“오, 오빠 오, 오셨어요...?!”
“아이스크림 사왔다. 근데... 너 아파?”
집에 들어와 보니 조민영이 이불을 덮고 얼굴만 빼놓은 채 나를 맞이했다. 어제 현관에서 무릎을 꿇고 나를 기다렸던 것에 비하면 참으로 상반된 상황. 어제 나를 따먹을 기세로 난리치던 그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은 붉고 땀도 흘리는 게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아, 아프지 않아요!”
“얼굴이 빨간데...? 열이 있나?”
누워있는 조민영에게 다가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이마에 손을 얹어 온도를 측정해봤다. 그러자 조민영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변했다. 뭐지? 이거 부끄러운 거야? 이걸? 니가 이걸?
수줍은 그 표정이 엄청나게 예쁘다. 조민영의 얼굴은 수수하면서도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다. 여성스러움이 가득한 그 얼굴은 이래야 어울린다.
“여, 열 없어요!”
“살짝 미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오빠 오늘 왜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말도 없이...”
뭔가 책망하는 듯한 말투.
화가 난 건가?
이불로 입가를 살며시 가리는 그 모습은 귀여웠지만 눈빛에는 원망이 담겨있다. 뭐지. 내가 뭔가 잘못했나?
“아니... 너가 어제 일 때문에 상심한 것 같아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려고 했어.”
“맛있는 거요?”
“먹고 싶은 거 있어?”
“고기요!”
“삼겹살?”
그렇게 물었더니 조민영이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래. 먹으러 갈 거면 일어나. 나가자.”
“지, 지금요? 지금 가자고요?”
“응. 몸이 아픈 거면 나중에...”
“아프지 않아요!”
“그래? 그럼... 일어나야지?”
“...”
“뭐야. 왜?”
고기 먹으러 가자고 했더니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왜 일어나질 않는 거야? 어이가 없기도 하고 그래서 이불을 잡아당겨보았다. 근데 조민영이 이불을 꽉 잡고 놓지를 않는다.
“야. 너 왜 그래?”
“아아아!! 시, 시러...!”
“...”
그렇게 외치며 이불로 더 파고드는 조민영. 나는 어쩐지 괴롭히는 느낌이 들어서 이불을 놓고 물러났다.
“알았어. 알았어. 그럼 뭐... 편할 때 가자. 그럼 됐지?”
“네! 네! 고, 고마워요. 오빠.”
조민영의 얼굴은 계속 빨갛게 달아올라서 지금은 거의 터질 것 같은 붉은 색이 됐다. 정말 이거 어디 아픈 거 아냐? 어쨌건 외출을 한다면 옷을 갈아입어야만 했다.
“나는 옷 좀 갈아입고 나올게.”
“네. 오빠.”
셔츠와 청바지를 챙겨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옷가지를 변기 뚜껑 위에 올려놓는데,
이런... 벨트를 안 가져왔네?
문을 다시 열고 방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꺄아아아악!!!”
“으아아아!! 미, 미안!”
나는 깜짝 놀라며 화장실로 뛰어 들어왔다.
뭐야 쟤?! 왜 다 벗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