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에필로그 - 2
내 이름은 김지훈이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등교하던 중 교통사고로 고환을 하나 잃었다.
처음에는 고환 하나를 절제해야한다기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한 쪽만 있더라도 성생활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더라. 물론 의사는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정액이 좀 적어진 것 같기도 하다.
대학은 컴퓨터 공학과에 진학했었는데, 대학교 1학년만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다. 컴퓨터 공학과에는 당연하겠지만 남자가 많다. 문과에 여자들이 많은 것처럼 공대다보니 남자만 바글바글. 그래서 친구들이 공대-군대 테크트리를 타는 거냐고 놀려댔었다.
군대는... 고환 때문에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했다. 둘 다 없으면 면제라는데, 하나라 공익을 갔네. 좋은... 거겠지?
공익은 출퇴근이 가능해서 군대처럼 여자를 하루 종일 보지도 못하는 그런 생활은 아니었다. 남들은 공익을 하면서도 여자친구도 사귀고 그러는데 나는 그러지도 못했다.
여자에 대해 자신감이 없었으니까.
고환 한쪽이 없어졌더니 한쪽이 길게 늘어져버렸고 한 쪽은 흉측하게 쪼그라들었다. 흉물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수준이었다. 훈련소에서 샤워할 때도 짝부랄이라며 애들이 놀려대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이런 걸 여자 앞에서 어떻게 꺼내놓을까.
그 열등감은 다행히도 공부로 표출 되었다.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다는 그 마음으로 나는 공부에 열중했다.
해가 지나고, 전역을 하고. 나는 복학을 했다.
흔히 말하는 복학생.
아는 얼굴도 몇몇 보이고 인사나 하며 수업만 열심히 들었다.
컴퓨터 공학과에는 퀸카라고 불리는 애가 두 명이 있었는데, 둘 다 공대 퀸이라 불릴 정도로 미모가 대단했다. 특히 그 둘은 서로 매력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하나는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공대여신으로 밝고 구김 없는 웃음이 매력적인 여자였다. 화장기 없는 하얀 피부와 긴 생머리를 가진 그런 여자. 특히 긴 다리가 매력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화장을 짙게 하고 언제나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다녔는데, 쉽게 대주는 걸레로 소문이 나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대단해서 오피걸이라는 소문도 자자했다. 아니. 사실 소문만은 아니었다. 직접 보고 겪었다는 친구들이 많았으니까.
“야. 이현지 먹어봤냐.”
“아... 시발 걔 장난 아니지. 허리 돌림 예술이야.”
“걔가 우리 기숙사에 와서 우리 방 남자애들이랑...”
학과에 남자들만 모이면 그 이현지 이야기만 해댔다. 섹스하자고 물어만 보면 다 오케이 한다고 한다. 심지어 질내사정도 오케이란다. 대단한 걸레라며 소문이 자자했다. 그녀가 퀸카로 꼽힌 이유는 대단한 외모도 외모였지만 쉽게 먹을 수 있는 여자라는 소문도 한 몫을 했다. 남자는 걸레에 대한 판타지가 있는 법이었으니까.
물론... 나는 용기가 없어서 그녀에게 말도 못 걸어봤다. 아무리 걸레라지만, 그녀의 곁에는 언제나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고 잘생긴 남자들과 몸 좋은 남자들이 가득했다.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다면... 공부 정도?
그런데 그 이현지가 어느 날부터 내 옆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오빠.”
“...”
“지훈 오빠.”
“네? 저요?”
옆을 돌아보았다. 오프숄더의 배꼽티에 짧은 하늘색 테니스 스커트를 펄럭이며 이현지가 나를 보고 있었다. 푹 파인 쇄골에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마력에 가까운 그 피부를 눈으로 훑다가 이현지와 눈을 마주하니 반달모양으로 웃고 있었다. 그녀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내게 목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저 아시죠?”
그녀는 당돌한 아이였다. 나는 군대에서 복학을 해서 2학년이었고, 그녀는 3학년이었지만 나이 상으로는 내가 오빠가 맞았다. 하지만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오빠라니. 그 예쁜 얼굴과 입술로 내 이름을 부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저 이거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어떤...?”
“지금 하는 거요. 어려워서 그래요. 오빠 공부 잘 하시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애교스럽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상상 속에서 생각하던 아름다운 대학생활에 나오는 그런 퀸카가 내게 웃고 있다.
설마 얘가 나 좋아하나? 에이. 그건 아니겠지. 이렇게 예쁜 애가 복학생 남자를 왜 좋아해.
"오빠. 무슨 생각해요?"
“네? 아. 아닙니다.”
“알려 주실 거죠?”
"네네."
땀을 뻘뻘 흘리며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그건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이었다.
실습수업이 끝나고 컴퓨터실에서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남자애들이 이현지와 함께 가고 싶어하고, 그녀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이현지가 짜증을 내자 다 나가버렸다.
“니네 안 꺼지면 다신 나 못 볼 줄 알아.”
그렇게 다른 남자들의 우위에 선 이현지는 나를 돌아보며 천사처럼 웃었다.
“이제 우리 둘 만 남았다. 그치? 오빠.”
“...”
왜. 그녀가 말하면 이리도 야한 것일까. 내가 변태인가?
나는 괜히 땀이 나서 손 부채질을 하며 컴퓨터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익숙한 개발자 환경을 세팅하면서 말했다.
“어디서부터 알려드릴까요?”
“...”
근데 대답이 없었다.
뭐지? 놀리는 건가?
뭔가 이상해서 옆을 돌아보는 순간.
철컥-
이현지는 컴퓨터 실습실 문을 잠그더니 살랑거리는 발걸음으로 내 곁으로 다가왔다. 가슴의 달린 레이스가 하늘거리며 출렁거리고, 골반뼈가 튀어나와 있는 치마 위쪽이 씰룩거린다. 배꼽에 박힌 피어싱에 잠시 시선이 갔다가 나는 숨을 고루며 서둘러 시선을 거두었다.
끼이익-
내가 잔뜩 긴장해 있는 건 모르고, 이현지는 의자를 당기더니 내 곁에 바짝 기대어 앉았다.
“오빠. 그거 알아요?”
“... 뭐, 뭘요?”
“이제... 실습실 수업 없어요.”
“...”
“오늘 저희가 마지막이라구요. 그리고 지금은 우리 단 둘 뿐이고.”
무슨 뜻이지? 오해하지말자! 오해하지말자!
그때 내 허벅지 위로 그녀의 하얀 허벅지가 올라오더니, 내 다리를 뱀처럼 감아왔다. 그녀가 허벅지를 움직일 때마다 그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는 깜짝 놀라 아래를 내려 봤다. 그녀의 치마가 내려가며 가랑이 사이로 하얀 팬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 그럼 이제 뭐, 뭐부터 가르칠까요?”
"오빠."
"... 네?"
키보드에 열심히 뭔가를 치는 척 하는데, 내 귓가에 이현지가 속삭였다.
너무나 달콤한 목소리.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목소리였다.
"방금 내 팬티 봤죠?"
"... 아, 아니요."
내가 그녀에게서 후다닥하고 떨어져 나오는데 이현지는 아예 내 쪽으로 다리를 벌리고 웃고 있었다. 결국 또 그녀의 하얀 팬티를 보고 말았다.
당황해서 눈을 돌리는데 이현지는 여전히 다리를 벌린 채 내게 말했다.
"이제는 봤네요. 그쵸?"
"..."
뭐 이런 여자애가 다 있지?
창피함도 없나?
나를 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색기가 가득하다. 마치 유혹하듯이.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봤다. 잠긴 실습실에는 정말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마른 입술을 연실 적시며 손을 휘휘 저었다.
"아니... 저기. 제가 보려고 한 건 아니고요."
"나랑 섹스할래요?"
"어쩌다보니ㄲ... 네?"
"나랑 섹스하고 싶냐고요."
"... 네?"
당돌하게 직구를 던진 그녀는 질겅질겅 씹던 껌을 손으로 꺼내더니 내 입을 향해 가져왔다. 그녀의 고른 치아모양이 새겨진 껌을 내 입술에 붙일 듯 대더니 이현지가 말했다.
"자. 아아~"
"... 아아...? 읍...!"
내가 반사적으로 입을 벌리자 이현지가 껌을 내 입 안에 집어넣었다. 나는 혀 위에 껌을 올려놓은 채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는데, 이현지는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타더니 내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내게 키스를 해왔다.
츄읍...
“읍...! 읍!”
그녀는 힘도 엄청 강했다. 가녀린 그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온 건지 모르겠다.
밀쳐 내려했지만 밀쳐내지 못했을 정도였다. 결국 손과 발은 허공을 헤맸다.
내가 그녀를 밀어내지도, 안지도 못하는 사이 내게 완전히 올라탄 이현지는 잔뜩 발기한 내 남근 위로 음부를 비비며 격한 키스를 계속 해댔다. 그녀가 허리를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의자가 삐걱거린다.
츄읍- 으읍... 으음...
내 입안으로 들어온 혀가 내 잇몸하나하나를 훑고 지나가더니 내 혓바닥을 안마하기 시작한다. 이곳저곳을 건들던 이현지의 혀는 내 입에서 껌을 빼앗아가고 나서야 떨어져 나왔다.
"쯥... 오빠."
"... 네? 네?"
"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공익근무 요원을 할 때까지도 모태솔로였고, 고환이 한쪽만 남은 것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 여자와 섹스를 해본 적도 없다.
업소에 가려고 해도 고환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창피하여 가본 적 없었다. 나는 완전히 동정 그 자체였다.
그런 나를 퀸카라고 불리는 여자애가 흥분한 얼굴로 보고 있다. 당장이라도 섹스하자는 듯이.
"후하... 어땠어요?"
"... 저, 저... 이. 이게 무슨...?"
이현지가 자기 입에서 껌을 꺼내더니 컴퓨터 책상에 딱 하고 붙였다. 그리고 내 앞에서 머리를 뒤로 묶으며 말했다.
“예전부터... 강의실에서 섹스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나랑 할래요?”
“... 네?”
“나. 매력 없어요?”
“매, 매력 있죠. 저, 저희 과 퀸카이고... 또... 하, 학교에서 알아주는 미녀이고...”
“나랑 섹스하고 싶지 않아요?”
“...”
내가 말을 못 잇는 사이 이현지가 내 입술에 뽀뽀를 하며 계속 재촉했다.
쪽.
“해요.”
쪽.
“섹스해요.”
쪽.
“제 보지에 박아줘요.”
쪽.
더 이상은 나도 버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