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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마지막 썰썰썰 - 19 (72/101)



〈 72화 〉마지막 썰썰썰 - 19

고릴라 같은 시비녀는 그런 모욕을 주고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듯 더 떠들어댔다.

“그래서 언제 떡쳤냐? 얼마나 했어?”
“닥쳐.”
“물고 빨고 돌리고 아주 좋았겠네. 꽤  만해 보이는데. 킥킥!”
"너 이 개...!"


현정이가 뛰쳐나가려는 순간 내가 현정이를 딱 붙잡았다.


이 세계의 다른 남자들 같으면 수치심에 얼굴을 붉힐지 몰라도, 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놈이었다. 각종 걸레 같은 여자들과 수십 번 굴러본 내게 저 정도 음담패설은 귀여운 수준이었다.

나는 잔뜩 현정이를 내 품으로 끌어당겨 안으며 말했다.

"나 현정이 거 맞는데."
"뭐?"
"나 현정이 거 맞는데 뭐 어쩌라고. 고릴라 같이 생긴 년아."
"이런 미친 새끼가...!"
"너도 니 꺼나 데려와. 질투하지 말고. 그나저나 니는 콧구멍이 넓어서 남자친구가 거기다가 쑤셔도 되겠다. 그치?"
"이... 이...!!"
"... 풉..."
"킥킥킥..."


시비녀는 내게 의외의 일격을 처 맞고 얼굴이 새빨갛게 변했다. 하지만 차마 남자랑 싸울 수는 없었는지 부들거리며 욕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렇잖아? 남자는 여자를 상대로는 싸워서 이겨봐야 본전이잖아. 이기면 여자상대로 참지 않고 싸우는 졸렬한 놈 취급 받지. 지면 여자한테 지는 한심한  취급 받으니까.

현정이 팀원들은 다들 킥킥 거리며 웃고 있었고, 시비녀 쪽 애들도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현정이가  품에서 벗어나려고 나를 막 밀친다. ‘땀 냄새 나. 안 돼...! 떠, 떨어져.’ 나는 그럴 때마다 그녀를 더욱  안아주었다. 남근이 그녀의 엉덩이를 콕콕 찌르고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시비녀는 콧방귀를 한 번 뀌더니 다시 분위기를 잡으려는  현정이를 노려보며 말했다.

"흥. 어디서 걸레 같은 놈을 주워왔나 본데. 결승전 잘해보자고."

걸레라는 이야기에 현정이가  한  발끈했다. 다시 뛰쳐나가려 하기에 나는 현정이를 뒤에서  꽉 안아주었다. 끈적거리는 아랫배에 손을 두르고 땀이 가득한 그녀의 목덜미에 볼을 비볐다.
하. 얘는  냄새가  이렇게 달콤한 거야.
그렇게 나는 현정이 뒤에 딱 붙어 안은  시비녀에게 말해주었다.


"걸레 같은 놈도 없는 주제에. 꺼져."

고릴라는 콧김만 푹푹 내뱉다가 사라져버렸다.

*


삐이익-


한차례 다툼이 있고, 얼마 안 있어 결승전이 시작됐다. 나는   없어서 응원이나 하고 있었고, 팀원들은 죽어라 뛰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현정이 팀은 기술이 좋은 팀이었다. 다들 몸매가 여성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날씬한 스타일에 민첩함와 기술을 중시한 그런 팀.


반대로 고릴라 팀은 피지컬이 뛰어난 팀이었다. 전체적으로 원래세계 남자와 비교해 보아도 밀리지 않을 만큼 덩치가 있는 그런 팀.

공을 전개함에 있어서 현정이 팀이 더 우세했지만, 일단 붙고 나면 고릴라 팀에게 밀렸다. 체중에서 밀릴 테니까.

삑-!

“아이 씨!”
“뭐! 뭐 이년아.”
“이런 씨발...!”


우리 팀 누군가가 고릴라 팀에게 밀려 넘어지자 벤치클리어링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주위에서 같은 학교에서 응원 온 친구들까지 그라운드로 뛰어 들어왔다. 거의 10명은 넘는 여자들이 당장이라도 패싸움을 벌일 듯 흉흉한 분위기로 날 뛴다.

그 덕에 안전요원들이 불쌍해보였다. 대회 진행자들과 학부모들이 나서고 나니 그제야 싸움이 멈추었다. 그렇게 다시 경기는 시작됐다.


그러나 다들 18세 한창 때의 고등학생들로 불이 붙은 이상 감정을 조절하는데 미숙한 존재들이었다. 여기저기서 보이지 않는 반칙을 해대며 마구 서로의 몸을 향해 두들겨 댄다.


“아악!!”


 때 먼저 쓰러지는 사람이 나왔다. 현정이 팀원  하나였다.


“선희야!”
“괜찮아?!”
“다리 봐봐. 아퍼?”
“부러진 것 같지는 않은데?”

나를 포함해서 우리 팀원들이 선희를 둘러싸고 우르르 모였다. 발등을 찍혀버린 선희는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파하며 벤치로 물러났다. 부러진 것 같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면... 음.”


현정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풋살은 5 대 5의 경기이고 예비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지만, 원래 멤버는 다리가 부러지는 바란에 다른 친구가 왔다. 오늘 온 친구는 공을 잘 못 다루는 친구로 풋살을  못하는 아이였다. 그 애도 ‘아... 난 그냥 이름만 대주면 된다고 해서 온 건데...’ 라며 난처해하기에 내가 눈치를 보다 말했다.


“내가 할까?”
“니가?”
“야 우리 발도  맞춰봤는데...”
“수비하고 공격은 현정이가 내려와서 풀어주는 걸로...”
“괜찮을까?”


나는 원래세계 남자로서 어릴 때부터 쉬는 시간마다 축구를 해왔다. 대단히 잘하는  아니었지만 저쪽 팀이 기술이 아닌 피지컬 승부를 본다면 나도 편했다. 여자들에게 힘으로 밀리지는 않을 거니까.

풋살  이름에는 내 이름도 올라가 있었다. 벤치에 앉아서 응원하려고 내 이름을 적었었다. 우리 팀원들이 걱정하는 와중에 현정이가 땀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정말 할 거야?”
“어. 내가 복수해줄게.”
“참네... 넌  남자애가. 하여간 대단해.”

피식하고 웃던 현정이가 선수 교체 사인을 했고, 나는 현정이 팀에 속해서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내가 투입된 시간은 후반전 5분 쯤. 체력이 걱정됐지만 어차피 5분만 버티면 된다.
경기는 4:3. 지키기만 하면 이긴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내가 공을 만질 일은 많지 않았다. 지키면 되는 입장이라 우리 팀은 볼을 돌리기 시작했고, 나는 수비수 역할이라 최후방에 있었다.

그러다 결국 볼을 빼앗겼다.


공을 몰고 달려 올라오는 여자애는 아까 우리 팀원의 발목을 밟았던 여자애였다. 복수해줄 생각으로 나는 달려가서 그녀의 어깨를 한 번 툭하고 쳤다.

“윽! 뭐야!”

뭐긴 뭐야 남자지.
여자애가 놀란 눈치다.
생각보다 세지? 내가 그냥 남자가 아니거든.

나는 그녀와 거친 몸싸움을 하며 그녀의 가슴 쪽으로 손을 뻗어 일부러 꽉하고 쥐어뜯을 듯 붙잡았다.
우리 팀원 복수다!

“꺄아악!”

여자가 가슴 통증을 참지 못하고 쓰러진다. 가슴을 붙잡고 뒹굴기에 나는 그 여자애를 일으켜 주는 척 하며 다리를 밟았다.


“꺄아아아아악!! 으으으... 윽!”
“아. 미안해. 실수야. 실수.”
“이런 시발 새끼가!”
“일부러 그랬지?! 이 개새끼야!”


고릴라 팀 여자애가 다리를 붙잡고 데굴데굴 구르자 고릴라가 달려오더니 내 멱살을 붙잡았다. 그래서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진짜 실수야. 미안해.”
“지랄! 씨발! 딱 봐도 일부러 그랬구만!”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시치미를  떼는 사이 달려온 현정이가 고릴라를 확 하고 밀쳐내며.


“너 어딜 만져?!  그거 성희롱인 거 알아 몰라?!”
“왜? 내가 니꺼 만지니까 화나디?!”
“그럼 어쩔 건데!”

또 다시 싸움. 학부모들 투입. 경기.


이제는 정말 양 팀 다 독이 올랐다. 누구 하나 경기 중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분위기였다. 풋살장에는 살벌한 분위기가 감돈다. 마치 전쟁터와 같다.

골은 여전히 터지지 않으며 4:3.
흘낏 시간을 확인했다. 1분 남았다.

우리는 계속해서 볼을 돌리며 안전하게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의 패스가 현정이에게 향했다. 그런데 공이 낮지 않고 조금 떠버렸다.


“위험해!!”

현정이가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받는 순간 고릴라가 높이 든 다리가 현정이에게 향한다. 현정이는 발을 피해보려 했지만 늦었다. 스파이크의 날카로운 부분이 현정이의 음부를  하고 찔러버렸다.

“꺄아아악!!”

삑!

“이런 시발 년이!!”

나는 현정이가 경기장을 구르는 순간 눈이 뒤집혀서 달려갔다. 우리 팀과 고릴라 팀이 한데 뒤엉켜 싸우는  진흙탕 속에서 나는 고릴라를 붙잡아 밀치며 외쳤다.


“이 개년아!”
“뭐! 뭐 이 새끼야! 나도 일부러 그런  아니다?!”
“임신!”
“뭐?!”
“현정이 임신 못하면 니가 책임 질 거야?!! 어?!”
“...”
“왜 거길 때려!! 이 시발!! 진짜! 불임 되면 니가 책임 질거냐고오오!!!?!”
“...”


 외침에 고릴라가 눈을 껌벅이며 입을 다물었고 주위에서 싸움을 벌이던 사람들도 이쪽을 본다.

“... 아. 그건  심했지.”
“... 야. 그래. 좀... 니가 심하긴 했다 야.”

현정이는 음부를 잡고 여전히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었고 싸움은 어느새 멈추었다. 남자들이 남자들만의 고통을 공유하듯, 그녀들도 고통을 공감하며 고릴라가 좀 심했다는 식으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정리된 경기장. 현정이가 어기적거리며 일어난다. 반쯤 찢어진 경기복을 대충 갈아입은 현정이는 심판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붉어져 있었다. 부끄러운 건지. 힘들어서 그런 건지.

“그래서... 계속 안 해요?”
“아... 경기 속행.”


대단한 투혼이었다. 나는 고환을 맞고 저렇게 못 뛸 것 같았거든.
30초  지났을까. 경기는 끝났고, 현정이 팀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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