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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여자에게 당한 썰 - 5 (52/101)



〈 52화 〉여자에게 당한 썰 - 5

내가 통화를 일부러 길게  이유는 위치 추적 때문이었다. 물론 서혜연이 그렇게 자기 죄를 줄줄 털어놓을 줄은 몰랐다. 처음에 나를 말리던 경찰관도 사건을 조기 종결할  있게 돼 만족한 눈치였다.

"정말 전화하시게요?"
"네. 그러면  되나요?"
"아니 뭐... 그런 법은 없지만. 저는 학생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고... 괜찮겠어요?"

경찰관이 내가 서혜연에게 전화를 걸지 못하게 말린 이유는 그가 성폭력 신고센터의 경찰이기 때문이다. 그는 성폭력 신고를 하러온 남성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성폭력 신고센터는 남성부 산하단체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온통 남성을 위한  밖에 없었다. 남성 상담소, 남성 센터, 남성. 남성. 남성.
여성들도 분명 성폭력을 당할 텐데 왜 없을까 의아했지만 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정조역전세계에는 남성부만 있는데 여성들이 성폭력을 당하든 말든 신경이나 쓰겠나?

"일단 액체는 체취했구요. 성병이 있을 지도 모르니까 잠시 기다리세요. 검사 좀 할게요."


씻지 않고 신고센터에  것은 아주 적절한 판단이었다.
DNA 검사부터 성병검사 키트까지 모두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것으로 범인을 특정 지을 수도 있었지만 내게는 확실한 증거도 있었다.
예를 들어 강간 동영상 같은.

그래서 자신 있게 서혜연에게 전화를 건 것이었다.
너는 이제 죽었어.
경찰들 기다리고만 있어라!
이런 느낌이었거든. 보통 이런 일을 당하면 충격을 받고 아무것도 못해야 정상이었지만 나는 충격보다 분노가 더 컸다.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뿐이었다.

"현행범 체포 가능하고, 전화가 걸린 지역이 근처라서 관할에서 출발한 경찰들이 벌써  쪽에 도착했다는 것 같아요. 학생은 이제  쉬고 있어요. 진행사항은 문자로 알려줄 테니까."

신고센터 경찰들이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척 하고 들어보였다.
강간당하고 이렇게 당당하게 범인을 엿 먹인 경우는 흔치 않았으니까.


신고센터를 나오자, 피투성이에 걸레가  복장으로 장현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얘는  때문에 병원도 못가고 여기에 있는 중이었다. 하녀복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치마 밑으로 있는 검은 스타킹 올이 곳곳이 찢어져 있다. 찢어진 스타킹 사이로 붉은 피와 상처, 그리고 뽀얀 피부가 보이자 굉장히 자극적으로 느껴진다.


뭔가 엄청 섹시한데. 퇴폐미라고나 할까...

그런 상태로 담배를 얼마나 펴댔는지 현정이 주위에 담뱃재가 한 가득이다. 무표정했지만 나는 현정이의 표정에서 진심어린 걱정을 느낄 수 있었다.

가슴에 한가득 따뜻함이 퍼져나간다.

"끝났어?  해결  거야?"
"어. 잡았어."
"벌써?"
"멍청하게 전화 통화를 오래하지 뭐야. 위치추적도 있더라. 요즘 경찰 진짜 좋아."

그 후로 나는 현정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현정이의  상태를 체크해봐야 했으니까.


"현정아. 근데 몸은 괜찮겠어? 다음 주에 시합도 있잖아."
"이 정도는 괜찮아. 뭐~ 대단한 일 겪었다고. 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센 척하는 현정이. 팔이 가늘게 떨리는데도 아프지 않은 척 의기양양이다.
이런 허세는 언제봐도 귀엽다. 사랑스럽다고나 할까.
외과에 들려 현정이의 상태를 본 결과, 단순 타박상에 찰과상 정도였다.
치료를 받는 와중 현정이가 나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아. 근데 의사선생님. 얘도 다쳤는데."
"네? 어디를 다치셨는데요?"
"지훈아. 너... 그... 거기..."

솔직히 그냥 까진 건데! 나는 창피해서 버럭 소리 질렀다.


"야! 뭘 그런 걸 말해!"
"아니... 거기 다치면...  수도 없고."
"뭘 하려고? 너 나랑 하려고 했어?"
"아니! 누, 누가 하려고 그래! 그게 아니라...!"
"현정이는 나랑 하려고 구해준 거였구나?"
"그,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니가 아플까봐..."
"넣을 때 아플까봐?"
"아니아니! 옷을 입고 벗을 때..."
"그러니까 벗기려고 한 거네. 나를."


난데없이 말싸움이 벌어졌다. 주로 내가 놀리는 쪽이었고 현정이는 얼굴이 빨갛게 변해서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중이었다. 의사선생님과 간호사도 웃음이 터져 키득거렸다.


현정이는 혹시 몰라 엑스레이를 찍었고, 머리가 찢어져서 세 바늘 정도 꿰맸다.
엑스레이 결과는 당연히 이상 없음. 금방 퇴원할  있었다.
참 튼튼한 애야.

나는 비뇨기과에 가서 성병검사를 하고 상처에 약 치료를 했다. 상처는 사실 겉 피부만 살짝 까진 정도였는데, 매우 민감한 부위라서 상처에 비해 많이 아픈 거라고 했다.


"끝났어?"

비뇨기과에서 나오니 현정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다 찢어진 하녀복을 입고.
얘는 이런 상태로 나를 위해 하루 종일 이곳 저곳을 다니고 있다.
마음이 싸하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다.


"..."
"왜? 왜 그렇게 봐?"
"... 나랑 쇼핑하러 갈래?"
"쇼핑?"

내 말에 현정이가 눈을 깜박인다.

*


"너무 예뻐."
"... 이런 게?"


현정이의 평소 옷 입는 스타일은 굉장히 수수한 스타일이었다.
치마와 티 한 장. 신발은 운동화.
색도 그저 검은 색, 파란색, 회색 등등뿐이다.
왜 그런 색을 고르는지는 이해한다.
자취하는 입장에서 하얀 옷은 엄청나게 귀찮은 색이거든.
때도 잘 타고, 빨래하기도 힘들어.
현정이는 부모님과 떨어져 도시에서 자취하는 학생이니까 당연히 어두침침한 색을 고르겠지.

"돌아봐."
"이렇게?"


팽글 한 바퀴 돌았더니 도발적인 빨강 테니스 스커트가 팔랑거리며 돈다.
스커트가 천사의 날개처럼 팔랑거리며, 속의 팬티를 보여준다.
아. 죽인다.
코피라도 터트릴 뻔했다.
정조역전세계가 좋은 점이 있다면 여자들이 속바지를 안 입는다는 점이었다.
팬티나 속바지나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는 식이었다.
남자다운 것들.
그때 옷가게 직원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어우~ 여자 친구  너무 예쁘시다아아!"


라고 말하는 게이.
머리를 엄청 길게 기른 남자가 느끼한 목소리로 호들갑을 떤다.

"여자 친구 분 옷 골라주시는 거예요?"
"네. 너무 수수하게 다녀서..."
“여, 여자 친구 아닌데요.”
"그치~ 여자는 수수해도 괜찮기는 해두 너무 수수하면  안 되긴 하지~ 같이 데이트하려면 구색이 갖춰져야 맛도 나구~ 그쵸? 손님?"
“네. 맞아요.”
“데, 데이트 아니라니까요!”


현정이가 필사적으로 부정하든 말든 나와 게이는 대화를 계속해나갔다.
내 복장은  지적안하냐고?
여자랑 남자랑 쇼핑을 나왔어.
누구 옷부터 살까? 당연히 여자 옷 부터지.

그래서 근처 옷가게에 들려 내 옷부터 사 입고  상태였다.
나는 성혜 아버님 옷을 벗고, 폭이 좁은 바지에 나름 무난하게 입으려 노력했다.
이미진과의 경험에 의하면,  세계 남자는 게이스러워야 멋진 것이었다.
그래서 최대한 게이스럽지 않으면서도 원래 세계에서도 무난한 옷을 골라 입었다.

"여자친구분이 비율이 좋으셔서. 뭘 입어도 괜찮겠다."
"에이. 뭘 비율이 좋아요... 아. 그보다 여 자친구 아닌데..."


현정이가 손을 저으며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사실인 걸.
스커트가 펄럭거릴 때마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 있는 허벅지에 날렵한 무릎과 발목까지. 그녀는 다리 자체가 예술이었다. 엉덩이도 튀어나와 있어서 팬티를 보는 것만으로도 남근이 불끈 댔다. 와. 저기에 비비면 가버릴 거 같아.

"이 다음은 뭐야?"


현정이가 묻기에 나는 하얀색 기모 재질로 된 티를 가져다주었다.


"와~! 손님 보는 눈 좋다~!"

게이가 호들갑을 떤다. 좋은지는 모르겠고 나는 그냥 본능에 맞춰 티를 가져다 준 것뿐이었다. 엄청 꼴릴 것 같은 옷. 그게  기준에서 좋은 옷이었다.
티는 긴팔 티였는데, 어깨가 모두 드러나는 오프숄더형이었다. 현정이가 입으니 쇄골에 뽀얀 어깨가 보였다. 아... 쟤는 쇄골도 예뻐. 깊고 얇다. 의외로 여성스러운 곡선이 쇄골에 숨어 있었다. 평소의 터프한 모습과의 그 차이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점점 더 미치겠네. 드레싱 룸에 들어가서 해버리고 싶을 정도야.

내가 영혼을 빼앗긴 듯 멍하니 보기만 하자 현정이가 부끄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돼, 됐어? 마, 만족해?"
"어. 너무 예뻐. 정말. 완전 만족해. 너무 좋아."
"... 허, 헛소리를 하고 있어."

또 얼굴이 빨게  현정이. 옷 계산도 내가 했다.
현정이가 한다는 걸 내가 못하게 했다.


“내가 살게. 내가 사게 해줘.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제발...”

내가 사주는 건데도 아주 사정사정을 했다. 싹싹 빌고.
하여간 계산을 내가 했더니 카운터의 여자가 놀라며 말했다.


"와! 여자분 좋으시겠네. 옷 계산하는 남자 흔치 않은데."
"그래요?"
"네. 요새는 뭐 더치다 뭐다 해서 남자들도 계산을 하기는 하는데... 이런 비싼 건 잘 안사죠."


그러며 엄지손가락 척.
그 다음은 신발과 양말이었다. 신발은 하얀색으로 굽이 좀 있는 힐을 샀고, 양말은 하얀색 오버니 삭스였다. 원래는 검은 스타킹에 검은 구두를 신게 하려고 했는데, 현정이가 무릎에 상처도 있고 그래서 오버니 삭스를 신게 했는데 이게... 하. 잠깐만 코피 좀 참고.
허벅지 중간쯤에서 고정된 니 삭스 밴드 부분 위로 살이 볼록 튀어나온 게 너무 귀엽다. 말랑말랑해 보이는 허벅지에 머리를 눕히고 싶을 정도다.


"아이고~ 남자들이란 진짜... 왜 이렇게 쇼핑을 좋아해."
"쇼핑을 좋아하는 게 아닌데. 나도 싫어해."
"그러면서 무슨 여기저기 다니고 그러냐?"
"예쁜 옷이 많으니까."
"그냥 솔직히 말해라. 쇼핑이 좋다고."
"쇼핑이 좋아서 그런  아니라고."
"그러면?"
"니가 좋아서 그래."
"... 미쳤냐?"

라고는 말하지만 싫은 눈치는 아니다.
꼭 쥐고 있는 내 손을 놓지 않고 있거든.

그렇게 쇼핑을 하고 데이트를 즐기다가 어두워질 때가 되서야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로 갈 거야?"
"나? 하숙집에."
"우리 집으로 와."
"뭐야 그거. 프로포즈야?"
"싫음 말고."

현정이는 놀리는 재미가 있었다. 장난을 툭툭 던질 때마다 반응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나는 현정이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는 길거리에서 군것질도 하고, 스티커 사진도 찍고.
애인이 생긴다는 건 이런 기분인 걸까.
행복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섹스, 섹스 거렸던 그 동안의 내가 너무나 바보 같을 정도로.

"으아아~ 피곤했어. 다리도 아프고..."

현정이가 집에 들어서자마자 주자 앉으며 힐을 벗더니 다리를 주물렀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알  있었다.
아. 평소에 운동화만 신다가 힐을 신고 너무 오래 다녔구나.
그러니 다리가 아팠던 거구나.
그러면서도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구나.
나를 구하기 위해 온 몸을 던지면서도, 몸에 많은 상처를 안고도, 그 지친 몸을 이끌고 다니면서도 그렇게 참았구나.
내가 너무 배려가 없었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 동안 너무나 이기적인 아이였다.


"내가 주물러 줄까?"
"뭐?"


현정이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나는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힐을 벗겼다.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저항을 뿌리치고 발을 조심스럽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손 안에 폭 하고 안기는 고운 발. 부끄럽다는 듯 꼼지락 거리고만 있다.
그 때만큼은 허벅지 사이의 팬티도, 하얀 그녀의 허벅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 솔직히 조금 보기는 했다. 했지만. 그렇다는 거다.

나는 발을 주물러주는 김에 오버니 삭스도 함께 벗겼다.


"어어? 야! 왜, 왜!"
"가만히 있어봐."


오버니 삭스를 천천히 벗기는데, 마치 먹고 싶었던 아이스크림의 포장지를 벗기는 느낌이 들었다. 까진 상처가 가득한 다리가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내 남근도 불끈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상처가 하나 나올 때마다 그녀의 다리를 경건하게 내 무릎위에 올려 놓고 키스했다.


츕...

"너, 너 뭐, 뭐하는 거야!”
“좋아서...”
“하지마! 더, 더러워!"
"더럽지 않아."
"하,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따, 땀이..."
“달아. 달콤해.”
"내, 냄새날 텐데..."
“향긋해. 좋아. 뭐래도 좋아.”


츕... 츕... 츄으읍...


하얀 발을 따라 진한 키스마크를 남기며 오버니 삭스를 완전히 벗겼다. 하얀 다리가 마치 현정이의 누드처럼 느껴져 더욱 더 흥분됐다. 벗긴 양발을 한 쪽에 치우고 현정이를 보자, 그녀는 현관에 드러누운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었다. 귀가 빨게 진 것이 보인다.

츕...


나는 그녀의 얇고 고운 발목을 붙잡고 부끄러운 듯이 잔뜩 오그라든 그녀의 발등에 키스를 했다. 반대쪽 발도 완전히 벗기며 키스를   치마가 뒤집어져 팬티를 보이고 있는 현정이에게 물었다.

"우리... 같이 샤워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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