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여자에게 당한 썰 - 4
찌걱-
사정을 한 상태라 점차 발기가 풀리는 와중이었다.
귀두는 모든 감각이 집중된 듯 엄청나게 예민해진 상황.
질벽을 타고 귀두가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내 몸이 저릴 정도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아니었다.
여자의 말을 듣고, 절망감이 물밀 듯이 밀려왔다.
나는 모든 것을 놔 버렸다.
내 인생은 끝났다.
그렇게 생각했다.
"지후나~ 자지 좀 세워봐. 자지가 쪼그라들잖아."
"너 뭐라고 했길래 얘가 이래?"
"응? 나 에이즈 걸렸다고 그랬는데?"
"뭐?!"
"헉! 언니 진짜?!"
“너 에이즈 환자야?”
“언제?”
나머지 여자 둘이 몰랐다는 듯 후다닥 물러서는 소리가 들렸다.
덤덤한 에이즈 고백에 놀란 그녀들보다 내가 더 놀랍고, 절망스러웠다.
내가 정신이 없어 잘못들은 것이 아니었다.
정말 에이즈 환자와 나는 섹스를 하고 말았다.
그런 나의 절망이 웃긴 것일까.
내 위에 올라탄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막 웃더니 말했다.
"당연히 뻥이지! 에이즈는 무슨 킥킥. 지후니 놀랐어?"
"... 흐흐..."
"어유~ 많이 놀랐어?"
"... 으읍... 흡흡... 흡..."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르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온 몸의 힘이 빠져버렸다.
정말 죽다 살아난 기분.
여자가 내 위에서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런 얘 완전 자지 쪼그라들었네. 다시 세워야겠다."
"정액부터 좀 닦아."
"그래야 할 까봐. 휴지 좀 줘봐."
"휴지가... 어디있... 어? 컥!"
"너, 너 누구...! 으윽!! 뭐야!?"
"이 년이!!"
퍽! 파악! 쿠당탕-!
누군가가 내 자지를 조몰락거리며 가지고 놀다가 후다닥 일어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무언가가 휘둘러지는 소리,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 뭔가 터지는 소리까지.
두려운 소리의 향연이었다.
나는 전쟁터의 한 가운데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벙커 안에서 눈과 귀를 닫고 폭격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기분.
절망과 공포에 물든 채 바들바들 떨었다.
그저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야! 붙잡아! 이런 개 같은...!"
“씨발!”
퍼억-! 휘익! 퍽! 빠악!
"꺄악! 이 년 힘이 왜 이렇게 ㅆ... 꺄!"
"야 튀어!"
퍽! 퍽!! 캉! 까앙! 퍽!
"도와줘!"
"에이이!!"
퍽! 퍼퍽!
"튀자! 튀어!"
골목을 울리던 소리가 어느새 끊겼다.
누가 난입한 건가?
서로 싸운 건가?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새로이 골목에 울린다.
뭐야?
어디를 가는 거야?
나를 이렇게 묶어두고?
이렇게 벗기고, 찢어놓고, 강간한 상태로 버리고 가?
"으으..."
나는 어두운 골목에 혼자 남았다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다리부터 시작된 진동이 이빨까지 올라온다.
다닥다닥 거리는 소리가 입을 가득 메우며 나온다.
부스럭-
그 때 조용했던 골목에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으읍...! 읍!"
살려줘! 살려줘!
저벅- 저벅-
발걸음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누구일까? 그 년들일까?
아니면 같은 년들?
스르륵-
발걸음은 내 앞에서 멈추었고, 그 순간 내 호흡도 멈추었다.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누굴까.
도와주세요.
어떤 손길이 내 귀를 스쳐지나간다.
부드럽고, 익숙한 그런 손길.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따뜻한 그런 손길.
슥-
안대가 벗겨지고, 빛처럼 환한 세상에.
현정이가 보였다.
피투성이가 된 채, 눈물을 흘리며 현정이가 물었다.
"괜찮아...? 지훈아?"
"... 으으으읍...."
나는 울었다. 현정이에게 안겨서.
현정이는 안대를 저 멀리 던져버리고 나를 안아주었다.
피와 오물과 각종 점액의 향들로 가득한 가운데에서도 나는 현정이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
현정이는 입술도 찢어지고, 여기저기 맞아서 부운 상태였다.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해도 3명을 상대로 싸웠으니 두들겨 맞는 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길고 긴 핏줄기가 얼굴을 가로질러 턱에 맺혀 떨어진다.
"나는... 나는 니가 원조교제를 하는 줄 알고..."
그 핏줄기에 눈물이 섞여 있다.
오해는 충분히 할 만 했다.
고딩이 성인을 상대로 돈 거래를 하면서 유사 섹스까지 하면 원조교제지.
지저분해진 그런 상태로 현정이는 뒤로 묶인 내 팔을 풀어주기 시작했다.
"어, 어제... 어제 다, 담배를 피러 잠깐 나왔는데... 아니. 아니. 솔직히 니가 어떤 여자랑 나가는 게 질투 나고 신경이 쓰여서 따라 왔는데... 니가 거기서... 니가 거기서..."
아니. 말하지 마... 뭔지 알아.
손에 있는 줄을 푼 현정이가 이제는 발목에 묶인 테이프를 풀기 시작했다.
손이 자유로워진 나는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를 뜯어내며 숨을 골랐다.
후욱- 후욱-
"어떤 여자에게 팬티를 주고 그런 짓까지 하기에... 나는 그런 건 줄로만 알았는데..."
내 발목을 자유롭게 해준 현정이는 그대로 내 무릎위에 엎어져 울기 시작했다.
"이런... 흐으... 이런 일을 당하는 줄은 몰랐어. 협박당한 거야? 원조교제가 아니라?"
"원조교제 같은 게 아니었어... 사실은..."
그제야 나는 현정이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할 수 있었다.
배소연이라고는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어떤 스토커에게 스토킹을 당했노라고.
그리고 옆방에 사는 어떤 누나가 변태 짓을 하기에 이사를 가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했다고.
속옷만 팔려고 했는데 협박을 당하는 바람에 원치 않는 행위들 까지 하게 된 거라며...
"바보 같기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 아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빠, 빨리 병원부터 가자. 너 여기... 다쳤잖아..."
남근 아래 쪽 상처는 벌어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심각한 상처는 아니었지만, 다친 장소가 그곳이다 보니 어쩐지 심각해보였다.
현정이는 직원복에 걸쳐져 있던 앞치마를 벗더니 정액과 애액이 범벅이 된 내 남근을 닦아 주었다.
피를 닦고, 점액이 뭉쳐있는 고환과 음모를 닦고, 잔뜩 움츠러든 내 남근을 닦고...
그 정성스러운 손길 때문일까.
안도해서일까.
현정이의 손이 닿을 때마다 남근에 힘이 들어가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남근을 닦아주던 현정이가 깜짝 놀란다.
"야. 너, 너는 이런 상황에도 서?"
"... 니가 만져서 그런 거잖아."
"뭐?"
"... 니가... 만져서."
"..."
"그게 좋아서..."
"..."
갑자기 얼굴이 붉어진 현정이가 내 남근을 닦던 앞치마를 내게 휙 던지더니 골목 밖을 향해갔다. 나는 당황해서 외쳤다.
"혀, 현정아! 나 이러고 갈 거야?!"
"오, 옷 가져 올게!"
후다닥! 빠른 걸음이다.
지금 나는 반 정도 거지꼴이었다. 상의는 반쯤 찢어져 가슴이 다 보이고 있었고, 바지와 팬티는 오물들이 묻어 지저분하다. 도저히 옷을 입을만한 그런 상태가 아니었다.
아예 바지와 팬티를 벗고 앞치마로 낭심만 가린 상태로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골목 한 쪽에서 무언가 발견했다.
"... 핸드폰이네?"
액정이 깨진 핸드폰.
현정이와 싸우다가 떨어뜨렸을 것이다.
누구의 것일까?
*
성혜 아버님과 성혜도 놀랐는지 가게를 비워둔 채 달려왔다.
대충 아버님이 주신 옷을 입고, 골목을 나서는데 거기서 나와 현정이의 말싸움이 시작됐다.
발단은 현정이의 말 때문이었다.
"당장 경찰에 신고하러 가자! 그리고 성폭행센터에 가서 안내도 좀 받고!"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여자애가 그런 말을 하면, 그것도 좋아하는 여자애가 그런 말을 한다면. 남자의 답은 정해져 있는 것 아니겠는가?
"니 병원부터 가야지!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내 말에 현정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지금 병원이 문제야?!"
"그럼 뭐가 문젠데! 너 지금 아프잖아! 피나는 거 좀 보라고!"
"좀 까진 거 가지고 병원 가는 여자가 어디 있어?!"
"이게 좀 까진 거야?! 너 죽으면 어떻게!"
"죽긴 누가...! 지금 너는...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해 지훈아. 내 말 들어! 일단 신고센터부터 가자."
"니가 병원을 가지 않는 데 내가 어떻게 안정을 취하냐고!"
나와 현정이의 말싸움을 보던 성혜와 아버님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화를 나눈다.
"... 이거 뭐. 그런 일당하고도 밝아서 좋긴 한데..."
"사랑싸움이죠. 사랑싸움."
"... 그래. 서로를 위하는 모습이 좋긴 한데."
"야야. 이것들아. 사랑싸움은 병원을 가서 하든, 경찰서를 가서 하든 하고 골목에서 이러지 마라. 창피하지도 않냐?"
나와 현정이는 누구라 할 것도 없이 그들을 돌아보고 말했다.
"그런 거 아니거든?!"
"사, 사랑싸움은 무슨! 죽을래?!"
*
분위기가 가벼워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충격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떠올리면 너무 무서웠으니까.
내가 주웠던 핸드폰은 다행히 망가지지 않았었다. 심지어 암호도 걸려 있지 않았다.
본래, 나는 그녀들에게 똑같이 돌려주는 복수를 생각했다.
붙잡아놓고, 영상을 찍고, 죽어라 두들겨 패는...
하지만 핸드폰 내용을 보는 순간 그런 복수를 포기했다.
"... 와..."
"어머..."
"세상에..."
나와 함께 핸드폰을 보던 성혜와 현정이가 놀랐다.
거기에는 내 강간 영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남자로 보이는 것까지 있었다.
상습범이라는 이야기다.
그래서 고민 끝에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나 말고도 다른 남자 아이들도 자유로워져야 할 테니까.
이런 인간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야만 했다. 최소한 10 년은 나오지 않을까?
핸드폰의 최근 통화내역을 보니 두 사람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의 이름이 눈에 밟힌다.
서혜연.
모든 일의 원흉.
패티쉬 카페를 이용하며 어린 남학생들을 노리는 악마같은 여자.
나는 서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딸깍-
-여보세요?
"서혜연 씨죠?"
-누구... 아. 너 지후니니? 반갑다 얘~
생각보다 너무 멀쩡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세상에나. 조금 전까지 여자 세 명이서 남자 아이 하나를 강간한 사람이 이럴 수가 있나? 서혜연이 남자라고 가정하고 바꿔보니 너무나 끔찍하다. 자신들이 강간한 여고생과 통화를 하면서 어떻게 이렇게 평화롭게 답을 할 수가?
당장이라도 이 년들을 붙잡아 놓고 미친 듯이 보지에 자지를 쑤셔 넣으며 암퇘지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지만, 그건 이 년들을 기쁘게 할 뿐이다. 또한 이미 화살은 쏘아졌다.
이빨을 까드득 소리가 나게 물며 물었다.
"당당하시네요?"
-그럼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거니? 어유~ 죄송합니다 이런 거?
"그게 정상 아닌가요?"
그래. 그게 정상이지.
정상 적인 사람이라면 작은 잘못에도 미안해야 정상이지.
하지만 그녀는 변태였고, 그 주위 년들은 다 쓰레기였다.
-미안해~ 화났어~? 누나가 좀 거칠게 했지?
“그게 문제가 아닌데요?”
-다음에 자지에 상처가 나으면 다시 한 번 하자? 알았지?
“그럴 일 없습니다.”
-하하. 지훈아. 설마 사진이랑 영상이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생각 좀 하고 살자아~
"그러면요?"
-그 핸드폰은 우리들이 쓰는 공용 핸대폰이야~ 거기 말고도 각자 기념사진들 다 하나씩 찍었다구.
그러니까 이 미친년들은 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을 제외하고도 나를 협박할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내가 당했던 여러 행위들. 자지를 까놓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그녀들에게 강간당하는 모습이라든지. 내가 정조역전세계 남자였으면 견디지 못할 그런 사진들.
"기념사진?"
-그래그래~ 니 자지를 빨고, 니 자지를 보지로 맛보는 사진들 다 하나씩 찍었어!
"대단하시네요."
-영상도 찍었다?! 이거 영화로 팔면 죽이겠지?
"그러게요."
-막 니가 살려달라고 빌고 우리 보지에 자지 넣고 싶다고 하는 동영상도 찍었어!
주먹과 이빨에 힘이 들어간다.
굴욕적이고, 화가 났으니까.
하지만 참았다.
참고 또 참으며 말했다.
"그렇군요..."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겠어?
"...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그 핸드폰 조용히 돌려줘. 그럼 니 알몸이 나오는 강간 영상과 사진들. 인터넷에 퍼지지 않을 거야.
"... 싫다면요?"
-인터넷에 니 알몸이 돌아다니고, 니 신상. 김지훈. 호명고등학교? 학생들한테 니 강간 영상 뿌리는 게 뭐 어렵겠니? 그 학교 여자애들이 니 강간 동영상 보면서 자위할 거 생각하니까 짜릿하지 않아?
"대단하겠네요. 근데 누나."
-응응! 지훈아.
"저는 어차피 망한 인생이라서 그런 거 퍼져도 상관없는데요. 하나도 겁 안 나요."
그래. 사실 그거 누가 관심가지겠어.
나도 야동 좋아하지만, 유출 영상을 보고 기억하지는 않는다.
거기다 여기가 정조역전이라 생각하니 크게 겁나지는 않았다.
시발! 강간도 당한 마당에 그까짓 거.
-하하하! 지훈아. 니가 어려서 아직 잘 모르나본데. 앞으로 사회생활 평생 망치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핸드폰 돌려주는 게 좋을 거야.
"아... 그렇구나. 앞으로 인생도 오래 남았으니까... 그렇겠군요."
-그래~ 그러니까 다시 만나서...
"근데 누나. 저는 핸드폰을 돌려주고 싶은데요..."
-응? 싶은데요 라니?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저기... 통화가. 지금 이게 스피커 상태거든요."
-근데?
"대화 내용이 주위에 다 들려요."
-그래서? 하하하! 니 친구들이 랑도 같이 듣고 있구나? 어유~ 우리 지훈이 많이 울었쪄요?
서혜연은 여전히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솔직히 말하면 저 여유로운 태도에 조금 기가 죽긴 했다.
하지만.
"여기가 경찰서거든요?"
-아~ 그래 경... 경... 경... 뭐, 뭐라고?
"경찰서라고요. 옆에 계신 분이 핸드폰 돌려주는 걸 원하시는지 모르겠네요?"
-... 너, 너 이 새끼...
"저기요 형! 형이 뭐하시는 분이죠?"
내가 옆을 돌아보자 나와 상담 중이던 센터 경찰관이 무서운 눈빛으로 또박 또박 답했다.
그는 이미 모든 사실과 내용을 확인한 상태였다.
"성폭력 신고 센터. 강경민 경위."
"이걸 어쩌죠? 핸드폰 받으러 누나가 와야겠는데요? 그쵸?"
-...
“대답 안하시네요? 대답해야 착한 누나인데?”
-기, 김지훈...!!
“생각 좀 하고 살자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