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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화 〉페티쉬 카페 이용한 썰 - 6 (46/101)



〈 46화 〉페티쉬 카페 이용한 썰 - 6

"아이고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내가 찌걱찌걱을 연발할 때마다 후원쿠폰이 엄청난 수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게 개당 얼마인지, 대체 정산은 어떻게 하는 건지, 누가 무슨 목적으로 주는 건지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에 신나서 떠들어댔다.
배주리에게 달라고 하면 나눠주지 않겠어? 한 5:5 정도로 나누면 좋지 않을까?
어쩌면 더 요구할  있을지도 몰라. 나 때문에 평소보다 90% 이상 매상이 뛰었다면 그 이상 요구해도 이상하지는 않잖아?
그런 생각을 하자 괜히기분이 좋아졌다.

"태평양고래보... 아. 이건 좀 아이디 부르기가 그런데요. 아. 본명이 김지은 이시라고요? 김지은님 찌걱찌걱 감사합니다."
"큭큭큭큭." "하하하!! 미치겠다. 큭큭."

옆에 있는 배주리와 김성혜는 뭐가 웃긴지 계속 키득거리고 있었다. 그 때 저 앞에서 걷던 장현정이 걸음을 멈추더니 무서운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야! 배주리! 너 뭐하는 짓이야! 적당히 해!"
“어? 왜 뭐?”
“몰라서 물어? 지금 무슨 말을 시키는 거야?! 똑바로 해라.”
"... 아, 알았어. 안 그래도 말해주려고 했어... 그냥 후원쿠폰이 많이 들어오길ㄹ..."
"지훈이가 별창남이라도 되?!  방송에 처 이용하는 주제에 그딴 짓 좀 하지 마. 여자면 여자답게 굴어."
"알았다니까..."

현정이 눈빛 한 번에 배주리가 대번에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단 한 마디의 반박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 것이다. 방송으로 현정이 목소리도 나갔는지 채팅창에 그녀와 관련된 이야기도 올라왔다.


화연공듀 님 : ㅋㅋㅋㅋㅋ BJ 쫄았닼ㅋㅋㅋ
애인있어요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SC빠이링  : ㅋㅋㅋ 로키 님 저런 모습도 신선하네 ㅋㅋㅋ
KNDS 님 : 뭐지? 그 풋살 같이하는 친구 중 하나인가?
ㅇㅇㅇ  : 키 큰 리더가 말한 거 같은데
KNDS 님 : 아~  학교 짱이라는... ㅋㅋ 오 여자답네 ㅋㅋ
서울SC빠이링 님 : ?? 누군데요?
ㅇㅇㅇ 님 : 좀 괜찮게 생긴 훈녀 스타일 여자애 있어요.


로키는 배주리의 BJ 명이었다. 본래 로키는 북유렵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으로, 일반적으로는 사기와 속임수를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그래서 각종 매체에서는 영악한 악당으로 나오거나, 혹은 선악의 개념을 떠난 장난꾸러기로 나오는 그런 신이다.
짓궂고 장난기 많은 주리의 성격과  들어맞는 이름.

그나저나 현정이가 학교 짱이라는 이야기에 조금 놀랐다.
첫인상 때문인지 담배 피는 양아치 이미지는 있었어도, 현정이는 내 앞에서 나쁜 모습을 보여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술도 먹고, 담배도 폈었지만 나쁜 행동은  적이 없다.
내가 섹스하자고 난리를 쳐도, 그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자제하던 아이다.


또한, 그녀의 친구들도 못 된 친구들이 없었다.
카페에 있는 동안 현정이나 성혜 친구들이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양아치 같은 애들도 있었고, 범생이 같은 스타일도 있었고, 심지어 오탁후 찌질이라고 놀림 받을  같은 애들도 있었다. 다들 지나가면서 현정이에게는 인사를 하고 간다. 그것도 정말 친하다는 듯.
오늘은 한 오타쿠처럼 생긴 친구가 현정이에게 만화책을 주러 카페에 찾아왔었는데, 나는 처음에 현정이가 삥을 뜯는 줄 알았다. 왜 그렇잖아. 일진 애들은 책을 빌려달라고 해놓고 가져간 다음 돌려주지 않잖아. 근데 현정이는 그 자리에서 그 애를 앉혀놓고 음료수를 가져다주며 수다를 떨었다. 사람을 편견 없이 대한다는 거다.
어쩌면 그녀는 진정한 의미의 짱 일지도 모르겠다.


"하아... 이게... 그러며는... 지훈이한테 설명을 하긴 해야 하는데..."
"... 왜, 왜 나, 나를 보냐? 난 몰라?!"


배주리가 난처하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성혜를 바라봤다.
김성혜라고 별 반 다르겠나? 그녀는 나 몰라라 도망가 버렸고, 인터넷 방송 화면에는 나와 배주리만 나오게 됐다.

"그러니까... 음..."


ㅇㅇㅇ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 로키이년ㅋㅋㅋㅋㅋ
KNDS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NT플럿 님 :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못하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축구좋아 님 : ㅋㅋㅋㅋㅋㅋ 지금 음소거 아니지? ㅋㅋ
발랑까진 님 : 로키 이새끼야 후원쿠폰 받았으면  벌려라. 마이크 빈  안보이냐? ㅋㅋㅋㅋㅋㅋㅋ 저 새끼 먹튀네 ㅋㅋㅋㅋ
ㅇㅇㅇ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밬ㅋㅋ 오늘 방송 진짜 레전듴ㅋㅋㅋㅋㅋㅋㅋ 씨x ㅋㅋㅋ


"그... 뭐... 지훈아. 여자와 남자는 말이야. 그... 태어날 때부터 아이를 만드는 뭐 그런 게 있잖아? 응?"


TNT플럿 님 : 저 새낔ㅋㅋㅋㅋㅋㅋ 저거 ㅋㅋㅋ 성교육 하냐? ㅋㅋㅋ
서울SC빠이링 님 : ㅋㅋ 초딩도 그렇겐 말 안하겠닼ㅋㅋㅋㅋ
최*강원SC*강  : 그런  뭔데 이년앜ㅋㅋㅋ

"그게 뭔데? 야. 배주리. 뭔 이야기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똑바로 이야기해봐. 성기를 이야기하는 거야? 예를 들어 자ㅈ... 읍!"

내가 고개를 갸우뚱해서 답하려는 순간 주리가 내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놀란 눈을 껌벅거리며 말했다.


"야. 그런 거 직접적 표현하면 안돼! 욕만 해도 시정요청 들어오는데!"
"알았어. 몰랐어."
"그리고 나 부를 때는 로키라고 불러줘. 닉네임이니까."
"응. 근데 뭔가  닭살 돋는다. 로키야~! 하하! 뭐야 그게. 킥킥."
"어쩔  없잖아. 하여간... 그... 이 정도는 괜찮을까? 남자도 성욕이 있기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는 성욕이 강하잖아. 보통은..."

KNDS 님 : 개 쎄짘ㅋㅋㅋ  지금 팬티  쯤 벗었땈ㅋㅋ
TNT플럿  : 워워. 발언 조심. 로엄령 떨어진거 모름? 진압 들어오면 바로 퇴장당함.
KNDS 님 : ㅇㅋㅇㅋ  근데 님은 안 벗음?
TNT플럿 님 : 이미 노 팬티임.
KNDS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그런데?"
"근데 이제... 어. 성욕을 해소... 하고. 이제... 그.. 한순간에 5대 성인에 도달하기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하게 되는데..."

서울SC빠이링 님 : 저 새낔ㅋㅋㅋㅋ 개답답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최*강원SC*강 님 : 그런 게 뭔데 이년앜ㅋㅋㅋ
축구좋아 님 : 그냥 자*라고 말하면 되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빠름빠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쿨한 척 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빠름빠름 님 : 로키새끼 개뿔도 없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떤 행위? 성관계 이런 거?"
"아. 그치. 그치. 근데 만약에 말이야. 여자가 그 성관계를 못하는 상황이 생겼어. 예를 들어 남자가 없다든지."
"응? 아... 아~! 자위 말하는 거야?"

ㅇㅇㅇ  : 자* ㅋㅋㅋ 컄ㅋㅋㅋㅋㅋㅋㅋ 사이닼ㅋㅋㅋ
애인있어요 님 : 우아... 이거 말하기가 이렇게 어렵냨ㅋㅋㅋㅋㅋ
xmfostm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KNDS  : 왘ㅋㅋㅋㅋㅋ 속이 뻥 뚫리넼ㅋㅋㅋㅋㅋ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여러 상황들이 스쳐지나갔다.
아. 그러니까 찌꺽찌꺽은... 원래 세계에서 남자들이 탁탁탁 거리는 것과 비슷한 것이었다.
자위하는 걸 표현하다보니 그렇게 된 건데...
세상에나.
 것들이 나를 대상으로 그런 섹드립을  줄이야.
방송 중에 여자 게스트 나와서 광분하는 모습은 충분히 이해가 갔지만  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뭔가 웃기기도 했고.
나는 웃음이 빵 터져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걸 표현하는..."
"아~! 아! 그런 이야기였구나! 하하! 미치겠다... 여러분! 찌꺽찌꺽이 뭐에요 진짜. 하하하!!"

<서울SC빠이링 님이 후원쿠폰 1000 장을 쏘셨습니다!>
<인생은 님이 후원쿠폰 500 장을 쏘셨습니다!>
축구좋아 님 : ㅎㄷㄷ 개쿨함 ㅋㅋㅋㅋㅋㅋㅋㅋ 성격도 되게 좋넼ㅋㅋ
yuda 님 : ㅋㅋㅋㅋㅋ 여기서 정색했으면 갑분싸인데 ㅋㅋㅋ
<젠젠 님이 후원쿠폰 1000 장을 쏘셨습니다!>
어스tm마  : ㄹㅇ 보통 정색할 텐데 저런 남자 호감임...
<최*강원SC*강 님이 후원쿠폰 10000 장을 쏘셨습니다!>
ㅇㅇㅇ  : 컥
인생은 님 : ㅅㅂ 1만장 실화냐?
화연공듀  : 미쳤다 진짜
발랑까진 님 : 신기록 아닌가
웅녀 님 : 와...


10000장의 후원쿠폰 때문인지 배주리가 길바닥에 엎드리더니 큰 절을 올린다.


"최강 강원SC! 강원SC 짱짱! 강원SC 님! 1만 장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개처럼 살겠습니다!"

나는 배주리처럼 엎드려 절하는 대신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손가락도 괜히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보이며.

"최강 강원SC  찌꺽찌꺽 감사합니다!"


*

배주리의 방송은 축구와 관련된 모든 걸 다루는 방송이었다.
이를 테면, 축구 게임, 축구 경기, 축구 중계, 축구 도박, 축구 선수 인터뷰 등등.
본래 인터넷 방송은 남자가 살아남기가 굉장히 힘든 구조다.
유명하거나, 혹은 돈을 많이 벌었다던 BJ들은 대부분 여자였으니까.
그것도 예쁜 여자.
그 여자들은 무언가 특별한 컨텐츠도 없이, 오로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돈을 쓸어 담는다.
왜? 시청자들 중에 남자가 많으니까.
정확한 성비가 어떻게 될지는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별 컨텐츠도 없이 여자는 어때요, 혹은 오늘 뭐했어요. 와 같이 시원찮은 이야기만으로도 남자에게는 색다른 컨텐츠가 되는 거다.

반면, 남자는 죽을 똥을 싸가며 미친 짓을 해대야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
해당 컨텐츠 1인자쯤은 돼야 여자들과  비벼볼만하다. 게임에서 상대할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시청자 수부터 후원쿠폰까지... 시청자들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정조역전세계는 여자 BJ가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 배주리의 굽실거리는 태도는 어찌보면 당연했다.


"방송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오늘은 풋살 대회에서 방송을 하게 됐는데요. 다들 괜찮으시죠? 네? 아. 저는 입 다물라고요? 제 남사친이나 데려오라고요? 아. 네네. 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래도 제 방송이니까 제가 말은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그리고 경기 시작하면 지훈이한테... 지훈이가 누구냐고요? 김지훈이라고 제 남사친이에요. 네? 아. 사귀는  아니고... 사귈 수도 있긴 하죠. 하지만!  사귑니다! 하하! ... 네. 뻥이고요. 지금 저기 제 친구 현정이 있죠? 쟤랑 썸타는  같아요."

배주리와 장현정 팀원들은 풋살장에 도착하자마자 몸을 푸느라 정신이 없었다.
풋살장에는 온통 여자 밭이었다. 정말 남자가 하나도 없다.
가~끔 한 두 명 보일 정도. 아마 선수가 애인을 데려왔을 거다.
그러다보니 내가 현정이네 팀원에 끼어있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튀어서 주변의 시선이 느껴진다. 그렇겠지. 축구장에서 괜히 여자하나 끼어있으면 시선이 몰리잖아.

"근데 로키야. 이거 뭐하는 거야? 풋살은 뭔지 알긴 하는데..."


내가 주리에게 물어본 것도 사실 짜고 치는 대사였다. 대본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주리가 풋살 대회를 설명할  있게 질문을 해달라고 부탁했었거든.

"아. 우리는... 오늘 아마추어 풋살 대회라고. 여기 지역구가 주소지인 사람들만 참가 가능한 대회인데... 와.  오늘 시청자 수 장난 아니네. 긴장된다."
"이거 많은 거야?"
"어. 엄청 많... 아이고~ 여우사이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주리의 경우, 시청자가 많아지니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런 거였다. 여자이다보니까, 평소에는 사람도 많지 않고, 쿠폰도 잘 안터지기 때문에 인사나 리액션 기준이 굉장히 낮았는데. 오늘 나 때문에 엄청난 수가 몰리자 그 기준을 통과하기가 엄청 쉬워진 거다. 그래서 시종일관 인사하느라 진행이 되지 않았다.

주리는 본래 오늘 방송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축구 게임이나 인기가 많지 이런 식으로 나와서 하는 건 보통 인기가 없다더라. 근데 나 때문에 갑자기 시청자 수가 증가했다.

"니가  친구야? 현정이 집에서 동거한다는...?"
"동거까지는 아니고..."
"반가워. 우리 다 팀이야." "안녕." "나는 저번에 봤지?"

현정이네  이름은 '샤이닝 스타' 였다. 완전 유치했지만 비웃지는 않았다.
샤이닝 스타 팀원들이 내게 와서 인사하는 동안 현정이는 몸을 스트레칭하며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아까부터 신경 쓰이게 말야... 너무하네.
 현정이 하나가 이렇게 신경 쓰일까.
참다못해 내가 먼저 가서 물어봤다.


"현정아. 나한테 왜 그래? 뭐 화난 거 있어?"
"아니."
"내가 뭐 잘못했어?"
"그런 거 없어."
"..."
"..."


말이 없다.
내가 말을  걸면. 그녀도 말을 하지 않는다.
정조역전세계에 온 이후에 여자와 말을 섞기가 이토록 어려운 건 난생 처음이었다.
혹시나 정말로.
내가 팬티를 거래하던 그런 모습을 걸린 걸까?
그것 때문에 실망해서 이런 걸까?

[운영팀에서 알려드립니다. 오늘 경기가 있는 각  대표자 분들은 운영본부 측으로 와 주십시오~!]


그 때 풋살 대회 관련된 방송이 나왔고, 현정이는 내게 눈길도 주지 않고 운영본부 천막을 향해 걸어갔다.
 모습이 왜 그렇게 가슴이 아픈지. 하마터면 울 뻔했다.
그녀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 마음을 알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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