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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화 〉페티쉬 카페 이용한 썰 - 5 (45/101)



〈 45화 〉페티쉬 카페 이용한 썰 - 5

혜연 누나가 사라진 이후, 나는 바지를 추스르며 복잡한 심경을 다스렸다.
즐기기도 했지만, 무언가 성폭행 당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 시발. 진짜. 존나 까다롭네.  어차피 그런 애잖아. 뭘 그렇게 어렵게 굴어."
"... 후우. 그래. 알았다. 알았어. 시발. 존나 비싸게 구네. 변태 새끼 주제에."

엄청나게 흥분된 순간들이 지나가니, 무심코 지나쳤던 혜연 누나의 무시와 경멸이 떠오른 것이다. 나는 너무도 멍청하게 단순히 팬티만 거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그리 쉬울 리가 없지 않겠는가?


불법은 아니지만 불법에 가깝고, 판매자나 구매자 둘  어딘가에 함부로 떠들어대기에는 창피한 일이다보니, 서로 과감해질  있는 일이었다.

판매자는 속옷이나 정액을 싸서 판매한다는 비교적 보편적이지 못한 정조관념을 가졌을 테고, 구매자 역시 속옷이나 정액을 산다는 비교적 보편적이지 못한 성관념을 가지고 있다. 성적취향의 한 부분으로 존중은 해줄  있을지언정, 그것이 사회에 널리 통용되기는 어렵다.

그렇게 양 측이 모두 조용히 덮어야 할 일.
구매자가 과감하게 나오더라도 어찌하기가 어렵다.
거기다 상대를 천박한 취급을 하니, 정신적으로 피로했다.


"누나. 패티쉬 카페 거래하는 거... 없던 일로 하려고요."
-어, 없던 일? 왜?

유희 누나에게 골목에서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주었다. 다행히 누나는 쉽게 납득을 했다.
원래 세계로 바꿔 생각해봐.

여고딩이 으슥한 골목에 홀로 팬티 거래를 하러 들어갔어. 거기서 만난 직장인 남자가 있다?
그 직장인 남자가 못 도망가게 강제하면서 유사 성행위 거래를 강요해.
여고딩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결국은 이를 승낙하고 직장인 남자와 유사성행위를 하게 돼.


이런  듣고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더구나 유희 누나는 변태이긴 해도 교사를 꿈꾸고 있는 사람인데.
그녀는 비교적 소프트한 변태로, 나쁜 여자는 아니었다.


-알았어. 나,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내가 같이 있었어야하는 건데 미안해 지훈아... 많이 놀랐어?
"네. 근데 뭐... 그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는데.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거라 생각하니까 별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심한 사람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래. 알았어.
“누나는 정말 착했다 싶더라고요.”
-... 그건 미안하다니까.


유희 누나와 통화를 끝내고 카페로 돌아온 나는 아까 사두었던 팬티를 꺼내 화장실에서 갈아입었다. 그리고 나오다 현정이를 화장실 앞에서 마주쳤다.


"아. 현정아. 조금 있다가 풋살하러 갈 거지?"
"니가 알  없잖아."
"나도 갈라고 했..."

쾅-

내 물음에 현정이가 굉장히 싸늘하게 답하더니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를 노려보는 듯한 눈.
어쩐지 책망하는 듯한 눈.
실망했다고 말하는 듯한 그런 눈.
예상외의 반응에 나는 놀라고, 신경이 쓰였다.


왜 그러지? 언제나 나를 신경써주던 현정이.
그녀는 정조역전세계가 된 이후 내 유일한 친구였다.
원래 알던 친구들은 성관념이 뒤바뀌며 이상해져서 멀어졌고, 결국 내게 남은 건 정조역전 세계에 들어와 사귀게 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현정이 같은.
나는 언제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에게 위로를 받아왔었다.
근데 그런 그녀가 내게 저런 눈빛을 보인다.
괜히 신경이 쓰여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녀가 들어간 화장실 앞에 서있었다.


*


현정이에 대한 내 고민을 듣더니 김성혜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한다.


"글쎄...? 별 일 없었는데?"
"그럼 현정이는 나한테 왜 저래?"
"모르지...?"

카페 알바가 끝난 후 우리는 풋살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인터넷 방송BJ인 배주리가 현정이와 함께  앞에서 걷고 있고, 나와 성혜는 그녀들을 뒤따라 걷고 있다.
성혜는 내가 붙잡아 놓은 것이었다. 현정이가  화났는지를 모르겠어서 성혜에게 묻고 싶었다. 현정이는 대답을 안 해줄  같았고. 나는 너무 불안했거든.

"좀 이상해지긴 했어. 쟤 원래 잘 안삐지는 스타일데... 엄청 쿨한 애거든."
"그건 나도 아는데..."

그런 애가 화가  것 같으니 더 신경 쓰이는 거다.
돌이켜보면 현정이가 화내는 걸  적이 없다. 밤늦게 다짜고짜 찾아갔을 때도 조용히 잠만 재워주었다.
내가 이렇듯 신경쓰는 이유는... 따지고 보면 제 발 저린 것이나 다름 없었다.
혜연 누나와 팬티를 거래했던 장소는 카페 바로 옆 골목이다. 카페에서 나와 골목을 본다면 바로 들키고도 남을 그런 장소. 현정이가 혹시 그걸 본걸까?

그럴 만도 하잖아?
주위에서 사귀는  아니냐고 할 정도로 친한 남녀 사이 친구가 있어.
아직까지는 남사친, 여사친 관계지만 이성적 호감도 조금은 있는 것 같아.
그 중 남고딩 친구가 골목에서 여고딩 친구와 어떤 성인 남자가 있는 것을 우연히 목격 했어.
대화만 나누는가 싶었는데, 여고딩이 서슴없이 치마를 걷어 올리더니, 자신의 하반신을 남자에게 순순히 맡겨.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직장인처럼 보이는 남자 역시, 나이차이가 10년은 훨씬 넘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망설임 없이 여고딩의 팬티를 만지기 시작한단 말이야. 천천히 백옥 같은 여고딩의 피부를 훑으며 그녀의 골반을 쓰다듬으면서 팬티를 내리기 시작해. 아주 서서히. 마치 감상하듯이. 벗기는 과정을 즐기듯이.
팬티가 골반을 넘고, 둔덕의 무성한 음모가 드러나고, 어느새 무릎까지 내려와.
팬티를 모두 벗긴 후에는 서로 끌어안고 애무하듯 하다가, 마침내 남자가 무릎을 꿇고 여고딩의 보지에 코를 박아. 그리고 츱츱 하는 음탕한 소리를 내며 그 보지를 핥는 거야.
나이 차이를 극복한 사이인가 했는데.
서로 좋아하는 그런 사이인가 했는데.
애정행위가 끝나고 나니 남자가 여고딩에게 돈을 건내네?


뻔하잖아. 실망스럽겠지.
호감이 경멸로 변하는 순간일 거야.
그걸 생각하니 갑자기 가슴이 미친 듯이 아프다.


"아! 혹시 그건가?"
"응? 뭐? 뭔데?"

그때 갑자기 성혜가 뭔가 생각났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대감에서일까. 내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나는 못 봤는데... 지훈이 너 아까 카페에서 꽃뱀같은 여자한테 끌려갈 뻔 했다며?"
"아... 응."
"그때 니가 현정이를 안았다며."
"그랬지."
"아까  남친이한테 그걸 물어보던 것 같긴 한데."


남친이 있었어?
아. 하긴. 전에 현정이네 집에서 술을 먹을 때도 현정이한테 남자가 없다며 놀리던 아이들이다. 애인이 있으니까 그렇게 놀려댄 거겠지.

"뭘 물어봤는데."
"남자들은... 친구끼리 잘 끌어안고 그러잖아."


아닌데? 전혀 아닌데? 정조역전세계에서나 그러지.


"그래서?"
"니가 현정이를 뒤에서  이렇게 안고서 배를  만지고 그랬다며."
"맞아. 뒤에서 안고. 배도 만졌어."
"목에 막 키스를..."
"아니. 키스는 안했어. 코를 비볐지."
"...  현정이 좋아하는 거 맞지?"
"..."

내가 현정이를 좋아하나?
그녀를 실망시켰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친 듯이 뛰는 중은 맞다.
이게 좋아하는 건가? 내가 대답을 못하는 사이 김성혜가 계속 떠들어댔다.


"남자 마음은 알 수가 없다니까. 친구끼리 그런 거 막 하기도 하고 원래 그런 건가? 이성... 이면 아무래도  신경 쓰이고 그러잖아. 음...  앞에서는 할 이야기는 아닌 거 같지만. 여자들은 원래 남자들 막 생각하면서 자위도 하고 그러거든."
"너도  남친 상대로 했어?"
"나? 아하하. 엄청나게 했지. 사귀기 전에는 메신저 사진 보면서 자위하고 막 그랬지. 에휴. 근데 사귄 후로도 잘  해줘서 힘들다 힘들어. 아으... 생각하니까 좋네. 흐흐."

그러며 김성혜는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다. 남자친구를 생각하는  같다.
내가 저렇게 누군가를 원했던 경우? 설아 누나가 있다.
하지만 뭐랄까. 실망한 이후에는 마음이 확 식었다고 해야 하나.
미진 누나와의 일이 있은 후로는 크게 그녀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더구나 무언가 심경이 복잡할 때면, 현정이가 있었으니까.

"... 그런 의미로! 오늘의 특별 게스트...! 김지훈 군을 소개합니다!"

그  갑자기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배주리였다. 앞서 걷던 배주리가 스마트폰을 셀카봉에 끼운 채 다가오는 게 보인다.


"지훈아. 인사 한 번만 해줘."
"뭐? 이, 이렇게?"


배주리 때문에 얼떨결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뭔가 화면 옆의 작은 글씨가 휙휙 지나가는 게 보였다. 글씨를 읽을 수조차 없었다. 너무 빠르고 너무 작아서.
화면에는 나와 배주리의 얼굴이 보이고 오른쪽에는 채팅창 같은 것이 열려 있었다. 엄청나게 빠른 대화가 진행되는 사이 무슨 아이콘 같은 게 끼어 있었는데, 배주리는 그걸 보자마자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이~고~ 여우여우해 님! 후원쿠폰 20장 감사합니다...! 아이고! 아이고! 감사, 감사합니다. 아유~!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야. 넌 떨어져. 지훈이 단독이야." "왜? 시청자 분들이 나도 알아." "알든 말든 니는 계집년이잖아. 좀 꺼져봐." “참나. 찬밥신세네.”

성혜가 화면에 같이 나오려고 끼어들다가 배주리의 발길질을 맞고 떨어졌다.
뭔가 싶었는데 인터넷 방송이었나 보다. 나는 괜히 앞서 혼자 걷는 현정이가 신경 쓰였지만 배주리와 김성혜가 나를 양 옆에서 붙잡아 빠져나가기가 어려웠다.

"지훈아. 채팅창 읽기 힘들면 이거 보면 되."
"응? 아. 응."


배주리가 나에게 태블릿PC를 하나 건네었다. 거기에서는 채팅창만 크게 보이고 화면은 작게 보여 글씨를 읽을  있었다.

애인있어요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어어엌ㅋㅋㅋㅋㅋ 축구방송에 남신 등장ㅋㅋㅋㅋㅋㅋ
고환빨고싶다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연공듀  : ㅋㅋㅋ 개쩔어 ㅋㅋㅋ 모니터에 키스할 뻔 ㅋㅋㅋㅋ
축구좋아  : 왘ㅋㅋㅋㅋㅋㅋ 화면이 확 사넼ㅋㅋㅋㅋ
고환빨고싶다 님 : ㅋㅋㅋㅋ찌걱찌걱찌걱ㅋㅋㅋㅋ
황녀 님 : 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찌걱
황녀 님 : 헠헠
<고환빨고싶다 님 : 강제 퇴장>
<황녀 님 : 강제 퇴장>

"아! 여러분! 좀 주의 좀 해주세요. 이 친구는 방송 전혀 몰라요. 이름이 지훈이고.... 야. 소개  해봐."
“아. 응. 안녕하세요. 김지훈입니다.”
“고등학교 삼학년이고요. 하여간 방송 전혀 모르고... 그런 친구 아니니까 성희롱으로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고 강제 퇴장시킬게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남고딩의 마음. 지켜주실 거죠?”
"주리야. 근데 찌걱찌걱이 뭐야? 여기 고... 뭐 그거 빨고 싶다는 분이 찌걱찌걱 거리는데. 황녀 님도 그렇고. 왜 강제 퇴장  거야?"
"어? 아... 그거... 아... 그게 뭐냐면 말이지...  이거 미치겠네. 어쩌냐."

어스tm마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 난처한 질문 터졌네 ㅋㅋㅋ
ㅇㅇㅇ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인있어요 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은 님 : ㅋㅋㅋㅋㅋ 난리 났네 ㅋㅋㅋㅋ 뭐라고 할까 궁금 zzzz
dlguswl  : 모르는 사람도 있나? 찌꺽찌걱을?


 님 : 강제 퇴장>


채팅창은 ㅋㅋㅋ 로 도배가 되어버렸다. 대체 무슨 질문이기에?
심지어 찌걱찌걱을 언급하면 그냥 퇴장시켜버린다.
전에 패티쉬 카페에서도 이런 댓글이 많았는데 대체 뭐지?
내가 고개를 갸웃 거리니 채팅창에서는 귀엽다는 둥, 순수해서 좋다는 둥의 발언이 막 터지고 있었다.
배주리는 후원쿠폰이 100장이 들어오자 그 자리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괴상한 춤을 췄다.

"아... 이거 말을 잘 해야 하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성혜야. 니가 해라."
"야. 왜 나한테 그래. 니가 BJ니까 니가 알아서 해야지."
"아니 임마. 나는 방송을 계속 해야 하니까 이미지가 중요하잖아."
"나는 이미지 없냐?"
"둘  싸우지 말구... 찌걱찌걱이 뭔데 그래?"


<발랑까진 님이 후원쿠폰 100장을 쏘셨습니다!>

"... 찌걱찌걱?"

<젠젠 님이 후원쿠폰 200장을 쏘셨습니다!>
<하앜하앜 님이 후원쿠폰 33장을 쏘셨습니다!>

"..."

배주리는 미친 듯이 들어오는 후원쿠폰에 말을 잃었다. 엄청난 반응이었으니까.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는 잘 몰라도  후원쿠폰이 돈인 것은 알았다.
그래서 신나서 계속 외쳤다.

"찌걱찌걱~! 찌걱찌걱~!"

님 : 강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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