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페티쉬 카페 이용한 썰 - 2
"네?"
나를 부르는 소리에 덤덤히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꽤 놀라고 긴장한 상태였다.
페티쉬 카페 거래는 내 핸드폰이 망가진 관계로 유희 누나를 통해서 하고 있었다.
계좌도 유희누나의 통장.
그러니 내 신상은 완전히 보호되고 있다는 뜻.
노출된 거라고는 내 목소리 밖에 없다.
그걸 알면서도, 혹시 내 신상이 벌써 털렸나 싶어 조금 떨렸다.
"아하하. 잠깐 좀 앉아도...?"
"아. 네네. 그러세요."
뭐지? 나는 건너편 자리에 앉는 여자를 차분하게 살폈다.
잘 놀게 생긴 여자다.
머리도 밝은 갈색으로 염색을 해놓고 문신도 있는 게 딱 클럽녀 스타일이다.
옷도 트렌드하게 아주 잘 입었다. 스타일도 좋고, 인기 많겠는데?
여자는 내 눈을 마주하고 수줍게 웃으면서 물었다.
"대학생이에요?"
"저요? 그렇게 나이 먹어 보여요?"
“아닌가? 그럼 몇 살이에요?”
“고등학교 3학년인데요.”
“아~ 고3이시구나...! 어느 학교?”
“저기 근데 왜 이러세요?”
내가 말을 끊으며 물었다. 불안했거든.
솔직히 팬티 팔고 이런 거 걸렸다고 생각해봐. 창피하잖아?
질문을 받은 여자가 콧잔등을 만지작거린다.
몸을 흔들흔들 거리는데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색기 넘치는 모습에 강렬한 유혹을 느꼈을 정도였다.
광채가 어린 붉은 입술에 거칠게 키스를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손을 모아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기술도 아주 훌륭했다.
V넥의 티 사이로 노출된 가슴은 C 정도로 꽤나 큰 편.
말랑말랑해 보이는 피부는 아주 뽀얗고 매혹적.
그런 여자가 부끄러운 듯 몸을 베베 꼰다.
“저기. 정말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시고요. 저도 이런 거 잘 안하는데... 그 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용기내서 말을 걸었어요.”
“네?”
“혹시... 괜찮으시면 핸드폰 번호 좀...”
아. 나 지금 헌팅 당한 거야?
나는 순간 긴장이 풀려서 허탈하게 웃었다.
그러자 반대편 여자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같이 웃는다.
"하하. 당황스러우시죠? 하하.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좋았으면 이랬을까 한 번 생각해주세요. 귀여운 매력도 있으시고 그래서 처음 보는 순간 확 끌리더라고요. 친하게라도 지냈으면 하는데... 번호 좀 주시면 안 될까요?"
원래 세계에서 아는 여자애들이 자기들도 헌팅 당해봤다고 하는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전혀 헌팅 당할 만한 애들이 아니었기에 믿지 않았는데, 이제는 믿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헌팅을 당한 것 자체는 기분이 좋았지만, 그렇다고 친해지고 싶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내향적인 성격이다. 여자를 좋아해서 요즘 들어 여기저기 다니기는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좀 부담스러웠다.
배소연이나 송유희 같은 사람이면 어떻게? 엄청 피곤하잖아.
"죄송해요. 좀 바빠서요."
"뭐 하시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여자가 몸을 기울이더니 노트북을 보려고 한다.
노트북에는 페티쉬 카페 내용들이 떠있어서 나는 얼른 노트북을 닫았다.
"그 쪽이 아실 건 없고요."
"하. 참. 너무 까칠하시다."
"죄송합니다."
"그러지 말고 이야기나 좀 해요. 제 이름은..."
"이름 알고 싶지 않고요. 그만 가주세요."
"아니면 뭐 더 드실래요? 케익? 달달한 거?"
"됐어요. 저 진짜 싫어요. 좀 가주세요."
와. 점점 불쾌해진다.
픽업 아티스트라는 것들이 여자상대로 이런 식으로 할까?
아무리 가라고 해도 뻔뻔하게 내 앞에 앉아 있는 게 용기라고 생각하는 걸까?
분명 내가 외형을 보고 호감을 가진 건 사실이었지만 이러는 건 좀 별로인데?
뭐랄까. 꽃뱀 같다고 해야 하나?
"그러지 말고 제가 사드릴게요."
여전히 웃는 낯으로 꽃뱀이 벌떡 일어나더니 내 손목을 덥썩 잡는다.
아 이걸 어쩔까? 소리를 질러? 아니면 한 대 때릴까?
아무리 그래도 여자를 먼저 때리긴 좀 그런데...
"싫다니까요? 이거 놔요. 경찰 부릅니다?"
"달달한 거 사줄게요. 진짜루. 저 괜찮은 여자에요."
"안 괜찮다니까요?"
내 팔목을 가로챈 꽃뱀이 팔을 억지로 잡아당긴다.
세게 잡아당기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이 더 나빠졌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짜증이 나서 팔을 확 뿌리치려는 그 순간.
"야 이 시발년아."
"..."
"..."
맹수가 으르릉 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놀라고, 내 손목을 잡고 있던 꽃뱀도 놀랐다.
깜짝 놀라서 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장현정이 메이드 복을 입고 무서운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목에 둘러져 있던 검은색 리본을 풀며, 셔츠 단추를 조금씩 풀면서, 하이힐을 또각 거리며 다가오는데 그 기세가 마치 귀신과도 같다.
장현정은 내 앞까지 다가와서 꽃뱀의 손목을 내게서 떼어내고 꽃뱀을 밀치며 말했다.
"가게에서 뭐하는 짓거리야?"
"하...! 야! 너 지금 종업원 주제에 손님한테 욕한 거야?"
"손님이고 지랄이고. 주문했어? 주문했냐고. 그럼 손님 아니잖아."
"... 어려 보이는 게 반말은...! 너 몇 살이야! 어?!"
"니보다 어려."
"... 뭐?"
"니보다 어리니까. 주문할거면 빨리 주문 쳐하고 꺼져. 뒤지게 맞기 싫으면."
"..."
"뭐 처먹을래? 아메리카노? 니 코피 뽑아서 물에 타면 그게 아메리카노야. 하나 뽑아드릴까?"
꿀꺽.
꽃뱀이 긴장에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주위는 고요했다.
현정이의 카리스마에 손님들이 대화를 멈추고 이쪽을 보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대박. 완전 멋있어. 나도 설렜다니까?
메이드 복을 입은 전사와도 같은 그 모습에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꽃뱀은 뒤로 주춤 주춤 물러나며 말했다.
"니, 니가 뭔데 나서냐? 니가 뭐 이 남자..."
"그 남자의 여자 친구인데?"
"...!"
"니가 뭔데 우리 지훈이한테 껄떡대고 있냐고. 안 꺼져? 경찰 부른다?"
"..."
주위 반응은 싸늘했다.
누가 봐도 꽃뱀이 잘못하고 있었으니까.
현정이와 내가 대화 나누는 장면을 본 손님들도 있었고, 또...
"남자친구 맞아요."
내가 현정이를 뒤에서 안아버렸거든.
뒤에서 현정이를 꼭 끌어안아서 현정이 쇄골에 내 턱을 묻고 팔을 둘러 현정이의 배를 안았다.
아. 향기 좋다.
현정이에게서는 달콤하면서도 편안한 향기가 났다.
이러면 현정이랑 나랑은 누가 봐도 애인 사이인 거잖아.
나는 현정이의 하얀 목에 코를 묻고 괜히 살며시 비볐다.
현정이가 움찔거리는 게 너무 귀여웠거든.
손끝에는 탄력적인 배 근육이 느껴졌고, 아랫배 쪽에는 현정이의 엉덩이가 느껴졌다.
내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꿈틀 거리는 게 느껴진다.
그렇게 그녀를 얇은 옷 하나를 두고 느끼는 사이, 꽃뱀이 에이 씨발. 하더니 카페를 나가버렸다.
"..."
"..."
"... 야. 김지훈. 너 이거 언제 놓을 거냐? 놔."
꽃뱀이 나간 후 현정이가 내 팔목을 찰싹 때렸다.
내가 팔을 풀고 물러나자 빨게 진 현정이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그녀를 보며 씨익 웃어보였다.
"미안. 너무 따뜻해서."
“따뜻은 얼어 죽을! 진짜 이상한 애야 너.”
“아까 뭐라고 했지? 우리 지훈이...? 내가 현정이의 지훈이야?”
"허, 헛소리를 하고 있어. 다 처 먹었으면 돈이나 내고 빨리 가!"
가긴 어딜 가냐. 알바 면접을 봐야 하는데.
현정이는 확실히 놀리는 맛이 있었다. 귀엽네.
미진 누나가 왜 자꾸 나를 놀려댔는지 알 것 같다.
도망치듯 카운터로 사라지는 현정이를 보며 나는 원룸 전세랑 월세 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
알바 면접은 수월하게 끝났다.
김성혜의 아버님은 카페 사장이었는데, 머리를 빡빡 민 게이 같은 사람이었다.
"처음이면 잘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현정이 니가 잘 알려주고."
"네. 사장님."
"현정아. 근데 둘이 사귄다며?"
"네, 네?? 아, 아니에요! 누가 그런 소리를...!"
"성혜가 그러던데?"
사장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정이가 성혜를 잡아 죽이겠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면접이 끝난 후, 나는 카페를 나와 핸드폰을 수리하러 갔다.
"아... 이거 좀 힘들겠는데요. 그냥 하나 사시는 게..."
"데이터는요?"
핸드폰은 사실 망가져도 상관없었다.
배소연 녹음 파일만 살아있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용이 안 읽히는 걸 봐서는... 완전히 나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아오. 시발 절호의 기회였는데.
하지만 이제는 배소연도 함부로 나를 대할 수 없을 거다.
내게는 아직 무기가 있었으니까.
소연이가 버리고 간 애액 묻은 팬티와 강간을 목격한 하숙집 누나들까지.
학교에서 나를 만나게 되면 배소연이 어떻게 반응할 지 궁금했다.
*
통신사와 번호를 바꾸고 핸드폰을 새로 했다.
미진 누나한테 받은 모델 알바비가 있어서 최신식 핸드폰으로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유희 누나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다.
약속이 있었거든.
"누나. 핸드폰 새로 했어요. 판매 연락은 많이 왔어요?"
-어. 응. 당장 오늘 거래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는데... 할래?
"네?! 오늘요? 저 지금 입고 있는 건 어제 갈아입은 건데요? 하루 밖에 안됐어요."
-그거라도 상관없데.
"... 그래요?"
얼마나 급한 거야 대체.
갑자기 성욕이 폭발해 창녀촌에 들어간 사람이라도 되나?
여자 안가리고 막 들쑤시는 그런 변태?
-직거래이고, 장소 정해주면 자기가 만나러 가겠데. 직접 벗겨 가길 원한다는데?
"그래서 얼마 받았어요?"
-3일된 팬티 가격으로 해서 5만원에, 직거래 1만원, 앞에서 벗어주는 거 1만원, 직접 벗기는 거 1만원해서... 총 8만원이야.
와. 개꿀 아니냐?
여자가 그냥 내 팬티 벗겨서 가져가는 걸 놔두면 8만원이 들어와. 짱 이잖아?
"제가 말한 카페 있죠? 거기에서 보자고 해주세요. 입금은?"
-입금은 확인했어.
긴가민가했는데 진짜 연락이 왔다.
성욕의 위대함이란... 정조역전세계의 여자들은 정말 대단해.
일단 근처에 있는 마트에 들려서 하나에 5천 원짜리 팬티를 세 개 샀다.
다음에 장사가 잘 되면 많이 사 놔야지.
"야. 너 또 왔어?"
"아. 응. 약속이 있어서."
그 후에 다시 성혜네 카페에 와서 노트북을 하고 있는데 한참 후, 어떤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솔직히. 이런 변태 짓하는 여자는 좀 별로인 여자라고 생각했다.
막 엄청 뚱뚱하고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한 거지.
근데 생각보다 너무 멀쩡한 거야.
몸매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냥 평범하더라고. 키도 적당히 컸고.
얼굴은 마스크랑 검은 선글라스를 써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랬다고.
옷은 여기저기 노출을 줄인 펑퍼짐한 옷에 멋은 전혀 부리지 않는 그런 여자였었어.
"저... 혹시..."
쭈뼛거리면서 말을 거는 게 딱 그 카페 이용자다. 자기도 당당하지 못한 거 알거든.
이번만큼은 헌팅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나는 망설이는 그 여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구매하신 분 맞나요?"
"아...! 아. 네네. 네."
"그럼 잠깐 나가시죠. 여기서는 좀 그래서."
"네. 네네."
네 밖에 할 줄 모르나 보다.
창녀촌에 처음 온 동정이, 숙련된 누나 앞에서 저런 모습일까?
카페이용자는 수줍은 걸음으로 나를 따라 카페 밖으로 향했다.
카페 옆 좁은 골목에 들어서자 여자가 내 앞으로 와서 섰다.
어쩔 줄을 몰라 하기에 내가 먼저 말했다.
"저기. 저는 얼굴 다 깠는데 언제까지 가리고 계실 거예요."
"아...! 아. 네네."
네네 밖에 모르나? 여자는 굽실거리며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벗었다.
와. 얼굴은 괜찮네. 아니 이런 사람이 왜 이런 걸...
심지어 애인도 있을 것 같다. 왼손 약지에 반지가 있었거든.
"어떻게 하실래요?"
"아. 저... 그게 제가 팬티를 내리는 것 까지 하기로 했는데요. 벗겨도 될까요?"
뭐랄까. 이 여자는 무언가 제법 단단한 느낌이 났다.
내가 좀 놀란 이유는 얼굴이 예상보다 괜찮아서 그런 점도 있었지만 분위기 자체가 굉장히 차분해서 놀란 것도 있었다. 공무원? 뭐 그런 느낌?
말도 유희 누나처럼 떨면서 하지도 않는다. 예의는 바르되, 할 말은 딱딱 하는 느낌이다.
"아. 제 속옷을 내리는 것까지 돈을 지불 하셨구나."
"네. 근데... 제가 이런 건 처음이라 그런데 바지도 제가 내려야 하나요?"
이미 여자는 내 앞에서 무릎을 반쯤 꿇은 채 바짝 다가와 있었다.
내 허락이 떨어지면 바로 벗기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아래쪽에서 나를 올려보는데.
아. 이게 슬슬 꼴리기 시작하는 거야.
여자가 펠라치오라도 하듯이 내 가랑이 사이에서 올려보는 모습이 얼마나 자극적인지.
"바지도 직접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저. 그럼 풀게요?"
나는 양 손을 벌리며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
살살 남근에서 느낌이 왔다. 아. 섰다. 섰어.
그 사이 여자는 내 밸트를 풀고 바지의 단추를 풀렀다. 자크를 내리고 조심스럽게 바지를 좌 우로 벌리더니 살며시 내리기 시작하는데...
"어맛!"
그러더니 깜짝.
팬티가 텐트를 치고 있었거든.
천 한가운데로 기둥이 세워져 있는 듯 남근이 불쑥하고 튀어나와 있다.
뒤로 엉덩방아를 찧은 여자가 주저앉은 채 눈을 깜박이며 내 남근과 내 얼굴을 번갈아 본다.
아... 저 뻐금거리는 입을 보니 더욱 꼴리기 시작했다.
어제 유희 누나와 있었던 일을 떠올려 버렸으니까.
"원래 이런 건데... 팬티 안 벗기실 거예요?"
"아. 네. 네. 그럼 이제 벗길 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