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동급생 대리 조교 썰 - 7
"내놔!"
보름달을 보고 변해버린 늑대인간처럼.
밤에 존재하는 마물과도 같이.
배소연은 날렵하고도 광기어린 움직임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안 돼!"
그녀는 내 팔목을 붙잡고 당기고, 나를 밀쳤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내가 배소연보다 근소하게나마 힘이 더 쌨다.
내 손을 펼치려 했지만, 버티는 힘이 강해 배소연은 내 손아귀에서 핸드폰을 쉽게 빼앗지 못했다.
"씨발! 뭔 남자애가 힘이...!"
배소연도 놀랐는지 내 손을 쥔 채 외쳤다. 그녀의 손톱이 파고들어 피가 났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와 나의 관계를 결정지을 결정적 증거가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협박이 녹음된 폰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배소연은 그것을 필사적으로 빼앗으려했다.
그럴 수밖에 없거든. 저거 걸리면 퇴학뿐이겠어?
법적 처분은 물론이고, 사회적 이슈가 되어도 할 말이 없어.
"이런 씨...!"
"악...!"
그러다가 배소연의 체중을 못 이기고 나는 넘어지고 말았다. 뒤에 벽에 부딪히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입고 있던 셔츠 단추가 모두 끄러져 있어서 맨 등에 꺼끌꺼끌한 시멘트와 돌, 흙 등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배소연은 팬티도 안 입은 상태에서 내 위에 매미처럼 붙어있었다. 애액과 오줌이 묻어있는 음부를 내 허벅지에 비비며 찰싹 달라붙어, 내 핸드폰을 빼앗으려 한다.
그녀의 코와 내 코가 마치 애무라도 하듯 스치며 서로의 숨을 공유하고 있다.
입은 가깝다. 입술을 내뻗으면 키스라도 할 수 있을 만큼.
씨발. 입술 예쁘네. 냄새도 좋아.
그런 애가 내 위에서 온 몸을 활용해 애무라도 하듯 비빈다.
"내놓으라니까?!"
"안 된다니까?!"
그녀 때문에 내 몸은 거의 난장판이었다. 침 때문에 물기가 있어 흙이 묻었고, 팬티와 바지는 무릎에 걸쳐져 누가 보면 노출쇼 벌이는 변태의 모습이었다. 그 와중에도 쿠퍼액이 나와 귀두에 묻어있고, 남근은 잔뜩 발기해서 배소연의 치마 안 쪽을 쑤시고 있다. 배소연은 내 몸 위에서 그녀의 아랫배와 음모와 음부로 내 남근을 자극해댔다.
퍽-!
아랫배에 느껴지던 무게감이 잠시 사라졌다고 느낀 순간, 남근 위로 날카롭게 세운 무릎이 날아와 박혔다.
"어억!!"
강렬한 충격에 내 몸이 들썩이자, 그 틈에 배소연이 내 핸드폰을 가로챘다.
그녀는 고통에 꿈틀거리는 나를 무릎으로 누르고 내 배 위에 앉았다. 그녀의 엉덩이와 내 남근이 맞닿으며 조금이라도 허리를 움직이면 삽입을 할 수 있는 자세가 됐다. 이런 와중에 그녀의 엉덩이가 내 남근을 비비자 나는 작은 흥분을 느꼈다.
"씨발 이거 어디 있어?!"
폰에는 암호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배소연이 파일을 열기는 쉬웠을 것이다. 복부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숨도 쉬기 힘들만큼 힘든 상황에서 나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배소연이 녹음파일을 지우면 그녀와 나의 관계는 다시 뒤바뀔 테니까.
미진 누나만 아니었어도... 아오!
얼마 전이었다면 미진 누나가 당하든 말든 응 엿이나 먹어 이러며 무시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진 누나에 대한 어떤 애정이 생겨버린 것이다.
왜 일까? 함께 즐기고 놀아서?
자동차에서, 미술실에서, 혹은 그녀의 집과 침대에서.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그녀의 온 몸을 느꼈기 때문에? 그녀 안에 내 것을 집어넣어 휘젓고, 그녀의 액체들을 내 몸에 받아들여서?
그것도 아니라면 육체적으로 서로를 갈구한 이후에 무난자증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것이 혹시 사랑인지는 몰라도, 아끼는 마음인 것은 분명했다.
그런 미진 누나가 배소연으로 인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았다.
"안된다니까?! 이 년이!"
눈에 보이는 것은 내 배위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배소연의 음모였다. 동글동글하고 말랑말랑해 보이는 배소연의 아랫배 밑으로 검은 음모가 펼쳐져 있다. 나는 손을 뻗어 덥수룩한 그녀의 음모를 붙잡고 쥐어뜯을 듯 비틀었다.
"아아악!!"
배소연이 음모를 쥐어뜯는 내 손을 감싸 쥐며 펄떡 뛴다.
하지만 못 뿌리칠 걸? 이거 거의 머리카락을 잡는 수준인데? 장난 아냐. 길고 두꺼워.
나는 배소연이 내 팔에 신경 쓰는 틈을 타 폰을 가로채려 했지만, 아뿔싸. 내 손과 그녀의 손이 부딪혔다.
그 덕에 내 폰은 골목 안쪽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퍽-! 탕탕-!
벽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그리고 무언가 깨지며 구르는 소리.
아 시발. 망가지면 안 되는데.
당장이라도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배소연을 제압하는 게 먼저였다.
"너 이거 안 놔?!"
배소연이 이제는 주먹질을 한다. 그녀의 주먹이 내 얼굴을 강하게 한 대 쳤다.
나는 내리깔린 채 그녀에게 주먹을 허용해버렸다. 통증에 얼굴을 가리고 그녀의 주먹을 막고 있는 그 때.
"야! 니들 거기서 뭐해!"
"미친 새끼 아냐?!"
인기척이 골목 밖에서 들려왔다. 여자들의 목소리였다.
배소연은 내 배 위에서 골목 안쪽과 바깥쪽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혀를 차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골목 밖에 있던 여자들이 잡으려 했지만 배소연이 너무 재빨랐다.
"뭐, 뭐야! 지, 지훈이잖아?! 야! 지훈이야!"
"어머. 세상에... 지훈아 괜찮아?" "괜찮니?"
"네. 괜찮아요. 그리고 누나! 됐어요. 쫓아가지 말아요."
뒤늦게 나를 발견한 여자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하숙집 누나들.
그녀들은 내가 쫓지 말라고 하자 놀란 눈으로 나를 봤다.
"뭐? 왜?! 경찰에 신고해야지."
"와~! 저거 미친 년 아니야? 골목에서 남자를...!"
"아는 애에요. 알아서 처리할 게요."
"하지만...!"
"됐어요. 누나. 괜찮아요."
그래. 경찰에 신고하면 안 되지. 내가 죽여야 하는데.
강간으로 경찰에 신고하려고 해도 증거가 정말 많았다.
이거 봐. 팬티를 벗어놓고 갔어요. 멍청한 기집애.
축축하게 젖은 배소연의 팬티에서는 야릇하고 음란한 향이 풍기고 있었다.
내가 그 팬티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일어서자 누나들이 화들짝 놀랬다.
놀랄 만 하지. 너무 멀쩡해 보일 테니까.
본래 이런 일 당하면 충격 받아서 벌벌 떨어야 정상 아니겠어?
원래 세계 남자인 나도, 예쁜 여자에게 당했음에도 기분이 과히 좋지 않은데 말이야.
한 누나가 나서서 말했다.
"야! 이것들아 뒤로 돌기나 해. 지훈이 옷 입게."
"아. 그, 그치."
"아주 보려고 난리 났네."
"그런 거 아니야!"
나를 도와준 하숙집 누나들은 모두 4명이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다닌 인연으로 매일 몰려다는 누나 3명과 유희 누나까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나를 보던 누나들이 뒤늦게 몸을 휙휙하고 돌린다.
그래... 여기서 계속 보고 있으면 좀 이상하지.
여고생이 골목에서 성폭행 당하다가 옷이 반쯤 벗겨졌는데 보고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가슴도 나오고, 음부도 나와 있는데 그걸 보고 있으면 이상하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셔츠단추부터 잠갔다.
그리고 팬티를 올리려는데...
"악!"
"왜 그... 흠흠."
내 비명에 누나 하나가 돌아보다가 다시 깜짝 놀라더니 다시 먼 곳을 본다.
내가 비명을 지른 이유?
남근이 아팠거든. 배소연이랑 싸우다가 엉덩이, 허벅지, 그리고 남근 기둥 부위에 상처가 나버린 것 같았다. 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천에 쓸리니 상처부위가 아팠다.
등에 상처가 난 건 알았는데, 남근이랑 허벅지 사이에까지 상처가 난 줄은 옷을 입고 나서야 알았다. 싸우느라 내가 긴장하긴 했나봐.
"근데... 유희 누나랑 같이 오셨어요?"
그들에게 그렇게 물어본 이유는 그들이 매일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 아니어서 그랬다.
유희 누나는 보통 혼자 다니는 편이었으니까.
누나들 중 하나가 뒤돌아선 채 말했다.
"아. 오다가 만났어. 옷 다 입었어?"
"네."
그제야 뒤돌아본 누나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근데 너 괜찮은 거야?" "뭔데 이래? 그래도 경찰에 신고는 해야 하지 않나?"
"병원은 안가도 돼?"
"네. 괜찮아요."
"그래도... 뭐 네가 그렇다면야." "더 심한 짓은 안 당했지?"
"참나... 야! 이 빠가사리 같은 년아! 이거보다 심한 짓이 어디 있어!"
"어휴 저 돌대가리 년! 그게 지금 이런 일 당한 남자애 앞에서 할 소리야?"
"내 말은... 정말 당했는지 뭐 그런 걸 물어본 건데."
"그러니까 니가 븅신소리를 듣는 거야 이 멍청한 년아!"
험한 소리가 오고가지만, 저게 남자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대화로 보면 그렇게 험할 것도 없다. 본래 남자들은 친분을 욕설로 과시하는 편이니까.
"지훈아. 여자 친구야? 우리가 괜히 낀 거니?"
"아니에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덤덤하게 답하니 누나들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 얼떨떨해 하며 서로 눈짓을 교환한다.
이게 그렇게 덤덤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거든.
여고생이 골목에서 성폭행 당할 뻔했는데 넘어가려니 찝찝할 거야.
나는 그녀들에게 한 마디 덧붙여줬다.
"학교 친구인데... 싸우다가 그런 거예요."
"싸우는데 왜 이런..."
"됐어요. 별 거 아니에요. 그렇게 충격 받은 것도 아니고요."
"... 요즘 고딩들이란... 야 우리 때도 남자애랑 저러고 놀았냐?"
"미쳤어? 처 맞으려고?"
"그건 그렇고 유희 누나. 저기 제 핸드폰 날아갔는데 좀 주워다 주세요. 걷기가 힘들어서..."
"어. 그래. 그래."
"야. 지훈아. 정말 경찰에 신고 안 해도 되? 진짜? 정말?"
"됐어요. 귀찮아요."
"업어줄까?"
"괜찮아요."
정조역전세계에서 여자가 남자를 엎는 건 여자들의 로망 중 하나다.
특히 업혀 있는 남자의 자지가 커지는 걸 느끼는 게 엄청 젖는 상황이라나 뭐라나...
물론 누나들이 그런 의도로 물어본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여간 나 하나 다쳤다고 우르르 몰려오는 게...
"아윽..."
근데 막상 걸으려니 남근이 아팠다. 배소연 손톱자국이 나있었거든.
따가워서 내가 엉거주춤 걸으니 누나들이 물었다.
"왜 그래?"
"아... 거기가 아파요. 싸우다가 손톱에 긁힌 것 같아요."
"거기...?"
내 말에 누나들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휙 하고 아래로 내려간다.
이런. 여자 4명의 시선이 쏠리니까 좀 창피하네?
그렇게 내 남근에 몰렸던 시선들이 다시 휙휙 하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자기들도 이상한 곳을 보고 있다는 걸 알거든.
"커허흠."
"흠흠."
"부축이나 해줘요."
누나들을 양 옆에 끼고 하숙집으로 향하는데, 유희 누나가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
"지, 지훈아. 핸드폰이 근데..."
시발. 박살났다.
액정이 다 깨지고 켜지지도 않는다. 서비스 센터에 가봐야 할 것 같다.
*
내 방은 빨래방이나 다름없었다.
유희 누나가 내 이불이랑 옷들이랑 밀린 세탁물을 다 빨아버리는 바람에 여기저기 빨래가 널려 있다. 이런 건 좀 밖에다 널지...
남자 옷들이니까 일부러 방에다 널어둔 것이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왜 그렇잖아?
남자들만 가득한 하숙집에서 어쩌다 여자 속옷이랑 옷들을 세탁하게 됐어.
그걸 밖에다 널어놓을 수 있겠어? 좀 그럴 거 아냐.
여고생의 감수성 넘치는 그 예민함을 알면 괜히 그런 거 했다가 욕먹기 싫었겠지.
그렇게 이해했다.
결국 내 방은 너무 축축하고 어지러워서 들어가지 못하고, 내 옆방인 유희 누나 방에 들어갔다. 누나 방 의자에 앉으니 유희 누나와 따라 들어온 3명의 누나들이 나를 둘러싸고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지훈아. 빨래를 밖에다 좀 널지... 왜 방에다 널었냐?"
"제가 널은 거 아닌데요."
"잉? 그럼?"
"유희 누나가 해줬어요."
"뭐?" "유희?!" "유희가?!"
내 말에 세 명 여자의 시선이 휙 하고 유희 누나에게 꽂혔다.
"얌전한 기집애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니네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어?"
"빨래는 왜 해줬데? 사귀냐? 고딩이랑? 쩐다!"
"아, 아니. 그, 그게 아니라... 어... 저... 지훈아..."
유희 누나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고, 세 여자의 눈빛이 반짝거리며 나를 향하기에 나는 그녀들을 향해 씨익 하고 웃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