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화 〉동급생 대리 조교 썰 - 2
배소연의 태연한 소리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정신인가?
자지를 찍어서 보내라는 메시지를 이렇게 대놓고 보내다니.
예전 나였다면 모를까.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 경험이 쌓여 이제는 이런 일에 겁부터 내지 않는다. 이미진이나 송유희가 그런 것처럼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신고해버리면 되지.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깝다고?
그래봐야 상대는 고딩 양아치. 학교는 안 가면 그만이다. 마주치질 않는데 무서울 게 뭐 있겠어. 보통 학교를 빠지면 큰일 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세뇌와 같은 교육 때문인데, 나는 고아라서 그런 것도 없다.
부모님의 실망? 뭐가 있어야 실망도 하지. 고아라니까?
남자로서의 자존심? 여긴 정조역전 세계다. 사회가 남자에게 요구하는 여러 가지 행동과 품위양식에서 나는 자유롭게 벗어나 있었다. 원래 세계에서 사회는 남자에게 보다 정의롭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이며, 약자를 보호하고, 당당할 것을 요구한다. 왜? 남자니까. 반면 이곳의 남자는 그런데 얽매어있지 않다. 그러니까 고자질해도 되는 거지.
고등학교를 졸업해야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얻는다? 전혀. 어차피 될 놈은 유치원 때 퇴학을 당해도 잘 된다. 게다가 나는 장래에 대한 걱정도 없다. 누드모델을 하면 되니까.
"어머나. 세상에. 요새 고딩들은 이러고 놀아? 무시무시하네."
옆에서 내 핸드폰을 훔쳐본 이미진도 놀란 듯 말했다. 나는 이미진이 놀란 데 더 놀랐다. 고딩에게 성노예계약서 쓰게 했던 여자가 고작 이런 걸로 놀라다니.
[배소연 : 자지 찍어서 보내. 그럼 오늘 일은 용서해줄게.]
[김지훈 : 자지를 찍으라고? 지금?]
[배소연 : 앞으로 내가 명령하는 것에 질문은 허락하지 않아. 알겠어?]
[배소연 : 대답해]
물론 이런 내용들을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야. 지훈아. 이거 캡쳐해다가 신고해. 장난이 너무 지나치잖아? 배소연이 걔지? 내가 너희 학교에 갔을 때 나한테 까불던 애? 정도가 있지... 처 맞으려고 진짜.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다음에 만나면 혼내줘야겠다."
이미진이 너무 정상적인 소리를 한다. 그래. 신고하는 게 보통이지. 배소연이라고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녀는 내가 정말 원조교제를 한 줄 아는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과감한 선을 그어놓고 내게 이런저런 요구를 당당하게 하려는 것이겠지.
원래 세계를 생각해보면, 여자에게는 사회가 좀 더 조신한 것을 요구해오잖아? 몸가짐을 바르게 할 것, 정조에 있어서도 순결을 지킬 것. 등등.
그러니 원조교제 사건이 터지면 남자보다는 여자가 이미지 손상이 더 큰 것이다. 정조역전세계니까 내가 잃을 게 더 많다고 생각하는 걸까?
난 원조교제도 안 했는데 웃기는 아이였다.
어쨌건 배소연이 내게 뭐라 하든 말든 무시하고 그녀의 메시지와 비슷한 내용을 송유희에게 보냈다.
[김지훈 <-> 송유희]
[김지훈 : 누나 보지보고 싶어요]
그 메시지에 이미진이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너 진짜... 좀 이상한 애인 줄은 알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요새 고딩들은 다 그래?"
"남의 메시지 자꾸 훔쳐보실 거예요? 훔쳐보시면서 말 되게 많네."
"만화 소재로 쓰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서. 히히."
"... 누나도 진짜 이상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대체 무슨 생각을... 만화가들은 다 그래요?"
"응. 다 그래. 정 보고 싶으면 내 거 보여줄까? 보지 오픈!"
"..."
정말 이상한 여자.
[김지훈 <-> 송유희]
[송유희 : 보지? 보지가 무슨 뜻이야?]
[김지훈 : 누나 가랑이 사이에 있는 거요]
내 대답에 이미진이 배를 잡고 웃었고, 송유희는 한동안 답이 없었다.
[김지훈 <-> 송유희]
[송유희 : 갑자기 보지는 왜?]
[김지훈 : 앞으로 제가 명령하는 것에 질문은 허락하지 않아요. 알겠어요?]
[김지훈 : 대답해요]
[송유희 : 아니 그래도 갑자기 보지를 보여 달라니]
당황한 듯한 메시지에 나는 송유희가 다니는 일몽 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한 이후 국어교육과 학과장 번호와 이메일, 일몽 대학교 전화번호와 이메일, 경찰청 이메일, 청와대 신문고, 학생 보호상담센터 전화번호 등등을 캡쳐해서 송유희에게 보냈다.
그 용의주도함이 이미진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대단하다. 김지훈!”
송유희에게 대답은 바로 왔다.
[김지훈 <-> 송유희]
[송유희 : 보지를 뭐 어떻게 보여줘?]
[김지훈 : 찍어서 보내야죠]
유희 누나는 노예계약서를 쓸 때처럼 '법' 이 어떻다는 둥 하며 따지지 않고 바로 수긍하며 넘어갔다. 못할 수밖에 없지. 교사직을 눈앞에 두고 포기할 수는 없잖아?
본래 협상에서 불리한 것은 잃을 게 보다 많은 사람이다.
만약 이게 걸리면, 나는 남자니까 법적으로도 선처를 받을 것이고, 이미진은 지금까지 공부한 모든 게 날아갈 뿐더러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할 것이다.
원래세계를 생각해보자. 여대생은 호신술 시연 중 남학생 고환을 파열시키고도 벌금을 300만원 밖에 물지 않았는데, 반대로 여학생 교복치마가 짧다고 훈계하다가 허벅지에 손닿은 남자는 성폭행으로 벌금을 2000만원 물었다. 법은 그런 식으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유리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여자는 약자라고 인식되니까.
정조역전에서는 그 반대인거지. 나는 학생에다가 남자야. 내가 불리하겠어?
"이건 수치 조교네."
이미진이 한 마디 한다. 그 말대로다.
배소연이 한 명령에 내가 수치심을 느꼈으니, 유희 누나도 수치심 느꼈을 것이다.
잠시 후 송유희의 고민이 느껴질 만큼 긴 시간이 지난 후 메시지가 왔다.
[김지훈 <-> 송유희]
[송유희 : 이런 거는 안 될까?]
송유희의 얼굴 셀카 사진이었다.
각도를 올려서 표정을 예쁘게 하고 찍은 그 사진을 보자마자 이미진과 나는 누구라 할 것 없이 빵 터져서 바닥을 굴렀다. 이미진은 아예 방방 뛰기까지 했다.
"미친!! 개웃겨!! 크하하핫!!! 세, 셀카! 시발큭큭!"
"푸하하!"
"아니! 협박을 당하는데 셀카 사진은 왜 보내?! 하하하!!"
"모, 모르겠... 하하하!!"
"여교사 이년이 진짜 큭큭크크! 미쳤나 봐. 이력서도 셀카 사진 낸거 아냐? 하하!"
너무 어리벙벙한 반응에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었다. 송유희는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줄 아나보다. 아니면 내가 그 정도로 만족을 할 줄 알았나? 한참을 웃은 후에 나는 송유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김지훈 <-> 송유희]
[김지훈 : 안돼요]
[송유희 : 내가 지금 밖이라서 다른 곳은 안 될까?]
[송유희 : 이런 건 안 돼?]
이번에는 가슴 사진이었다. 옷을 살짝 들고 가슴이 보이게 찍었다.
추측하기로 송유희는 지금 길거리에 있었다. 뒤에 보이는 풍경이 거리의 풍경이었으니까.
그러니 보지를 보여주기 조금 그렇겠지. 남녀를 떠나 수치스러운 일이니까.
일단 송유희의 답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배소연에게 메시지를 비슷한 내용으로 전달했다.
[김지훈 <-> 배소연]
[김지훈 : 내가 지금 밖이라서 그런데 자지 말고 다른 데는 안 될까?]
[배소연 : 꽤 귀엽게 노네. 일단 찍어 보내 봐]
[배소연 : 보고 내가 결정할 테니]
"야. 복도로 나가자."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어요."
어느새 이미진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재미있는 듯 했다.
이미진과 함께 원룸 복도로 나가 밖에 있는 척 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송유희처럼 목이 있는 주변의 옷을 들추고 가슴이 보이도록.
[김지훈 <-> 배소연]
[김지훈 : 이런 건 안 돼?]
[배소연 : 잘했어. 가슴 예쁘네]
[배소연 : 그래서 지금은 어디야?]
[김지훈 : 그런 거 까진 니가 알 거 없잖아]
그 후 답이 없다. 까다로운 놈이라 생각하겠지.
하지만 조교가 쉬우면 재미없지 않겠어? 배소연은 일단 내 가슴 사진에 만족할 거다. 그걸로 또 다른 협박이나 해볼 생각이겠지.
배소연이 제정신 아닌 년인 건 확실했다. 이미진도 미쳤지만 이미진은 사람이 장난으로 받아들일 정도로만 미친 짓을 한다. 또한 사과도 확실히 하고, 본인이 무슨 짓을 하는 지도 안다. 분명 밉상인 여자는 아니었다.
그에 비해 배소연은 죄질이 나쁘다. 남자 고등학생이 협박거리 생겼다고 동급생 여자애를 협박하는 상황인 거다. 그것도 완전히 노예로 만들려고. 같은 반 여자애가 원조교제 들켰다고 보지를 찍어 보내라고 하는 미친 남고생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물론 그 중 하나가 나다.
[김지훈 <-> 송유희]
[김지훈 : 전 보지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요?]
그리고 한참 후 보지를 찍은 사진이 왔다. 어딘가 공용 화장실에서 찍은 것 같다.
배소연보다 내가 더 쌔게 나간 이유는 당연히 내가 남자라서 그렇다.
이미진만 해도, 내가 건방지고 예의 없는 소리를 해도 웃으며 넘기지만, 배소연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왜? 내가 남자니까.
원래 세계에서 여자는 남자들한테 반말도 하고 막 대해도 남자들은 허허 웃고 넘기잖아.
이성이란 원래 그런 거거든.
근데 똑같은 행동을 남자가 여자한테 하면 손가락질 당해.
이것도 마찬가진 거지.
[김지훈 <-> 송유희]
[김지훈 : 잘했어요. 예뻐요]
*
메시지로 대리 조교를 간단하게 끝내고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미진은 인터넷 웹 사이트에서 만화를 그리는 일을 하는 웹툰 만화가였다. 원래는 취미생활로만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미술 학원을 주로 하고, 남는 시간에 이미 스토리가 짜여 있는 시눕시스를 업체로부터 전달받아 그림만 그리는 사람.
"근데 재미가 없어서~ 창작자는 역시 자기 것을 해야 돼. 안 그럼 재미가 없어."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시는 거 아니에요?"
"좋아해.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니까 미술도 하고, 만화가도 하는 거지. 재미있고 보람도 느끼고 그렇기는 한데, 스토리나 대사 이런 것들이 남의 것이잖아. 표정도 맞춰줘야 되고 그래서 지루한 면이 있어."
"대충 맞추면 안 돼요?"
"만화가는 그리면서 좋아하는 장면들이 있어. 자기가 좋아하는 자세, 표정, 부위 등등... 나는 남자가 애원하는 표정을 좋아하지. 으흐흐."
"..."
그건 말 안 해도 알겠다.
이야. 이미진이 나한테 노예계약서 쓰라고 강요할 때 얼마나 흥분했을까?
좋아 죽었을 거야 아마.
"자세는 어떤 자세 좋아하는데요?"
"남자가 딱 팔을 들었을 때 보이는 광배근이 죽이지. 뭔가 남성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런 거?"
"와... 지훈아. 나 지금 너 덮쳐도 되냐?"
"일이나 하세요. 덮치면 고소할 거예요."
그렇게 그림만 그리다보니 이미진은 욕심이 생긴 거다. 자기 작품을 해보고 싶은 그런 욕심. 그래서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다면서 나와 스토리를 논의했다. 근데 내가 뭘 알겠나? 내가 정조역전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남자의 입장을 떠들어주겠는데, 나는 이 세계 출신 남자가 아니다. 그래서 내 감성이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정조역전세계 그리는 건 어떠세요?"
"정조... 역전?"
"네. 남자랑 여자랑 성욕이 바뀌는 거죠."
"... 와. 씨발 죽이잖아. 지훈이 니가 나를 보면서 자지를 껄떡이는 그런 세계라 이거지?"
뭐야. 그럼 지금 나를 보면서 흥분하고 있다 이런 뜻? 한창 때의 남녀가 방에 들어와 있다. 게다가 둘 다 성욕이 왕성한 남녀. 흥분 안하는 게 이상하지.
나 역시 이미진이 노출을 관리하지 않아 남근 관리가 힘든 상황이었다. 다리를 벌리는 건 예사고 가슴은 쉴 새 없이 보인다. 유혹하는 게 아니라는 걸아니까 더 꼴린다.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느껴지는 기습적인 은꼴들이라 할까?
"그러니까 정조대 이런 걸 만들어서요."
"정조대?"
"여자 팬티 같은 건데 자물쇠가 걸려있고 남자가 열어야만 열리는 거죠."
"와... 김지훈 이 개변태 새끼. 너 천재 아니냐? 잠깐만. 그럼 반대로도 되네? 남자한테 정조대 팬티를 걸어놓고 큭큭."
"그 반대로는 고문이죠 완전히... 생각해보세요. 발기하면 서는데 정조대는 딱딱한 쇠로 돼있을 거 아니에요? 터뜨려 죽이려는 게 아니면 그건 좀 아니지."
"아. 말 되네. 그렇네."
이미진은 내 이야기에 감탄을 터뜨렸다. 처음 듣는 이야기일 테니까. 나한테는 전문인데 킥킥.
"아니면, 여성 자위도구 있잖아요. 조그만한 건데 진동 막 하는 거."
"로터? 이런 거 말하는 건가?"
그렇게 말하더니 이미진이 서랍을 열어보였다. 서랍에는 여성용 자위기구가 가득했다. 물론 남자 자위기구들도 있었다. 오나홀이라든지... 나는 그 양을 보며 감탄했다.
"와. 누나 진짜..."
"응? 나 뭐?"
"누나 진짜 변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