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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화 〉동급생 협박 썰 - 3 (20/101)



〈 20화 〉동급생 협박 썰 - 3

문은 잠겨있지도 않았다.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건장한 남고딩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집이다. 더구나 현정이는 꽤 강해보이는 타입이었으니까 그런 걱정은 안했겠지.

벌컥 하고 문을 여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나에게 쏠렸다.
 안에는 4명의 여자가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주위로 여기저기 흩어진 과자봉지, 맥주병, 게임기...
담배냄새가  안에는 가득하다.

복장들도 참 헐렁하다.
원래 세계였다면 도저히 여자가 할 수 있는 복장이 아니었으니까.
그래. 저건 남자들이 집에서나 하는 복장들이었다.

원래 세계의 남자들.
집에서 여동생이 있건, 누나가 있건 간에 사각팬티 하나 걸치고 사는 남자?
오케이. 있어.
집이니까 웃통 까고 있는 남자?
있지?


그걸 여자들이 한다고 생각해봐.
아무리 나라고 해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여기저기 벌리고 있고, 다 보이고 있고.


"와! 뭐야?!"
"누구야? 누구?!"

여자들은 다 나를 한 번 힐끗 본 다음에 후다닥 일어나더니 옷을 챙겨 입었다.
그렇지? 아무리 너희라 해도 이성한테 보이기는 좀 창피하지?
그래봤자 거의 걸쳐 입은 수준이다. 가슴도 보이고 아래는 여전히 야하고.
눈  곳이 없다.


"야. 너 오늘도 또 왔어?"
"누군데?" "야 누구냐니까?" "오늘도 또? 어제도 왔어?"


현정이가 어이없다는 듯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현정이를 보며 여자들이 다급하게 묻는다.  와중 호기심이 번들거리는 눈빛은 나를 향해 있다. 현정이는 위에 옷은 입은  삼각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하의실종처럼 보여 더 야하게 느껴졌다.

"응. 오늘도 오면 안 돼?"
"아니... 언제 까지 오게?"
"야야. 왜 그래. 오면 좋지." "뭐하는 남자애야?" " 야 소개 좀."
"시끄러. 니들은 옷이나 입어. 아... 진짜 무슨 매일 오냐."
“매일?!” “와 씨! 야! 이 년이 남친이 있었으면 말을 하지!” “맞아.”
“그런 거 아니라고!  년들아!”
“아닌데 매일 밤에 오냐?” “잤어?” “했어?”
“아우 씨!”


머리를 묶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그 와중에 나를 힐끔거리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캐묻는다.
난리 났다 난리.

하긴 남자들이 술 먹는데 갑자기 쌔끈한 여자하나가 들어왔다고 생각해봐.
큰 일 난 거지.  보여야하는데. 정보도 캐야하고. 그치?


현정이는 난리 법석인 와중 터벅터벅 걸어오더니 나를 끌고 문 밖으로 나섰다.
너 지금 팬티만 입었는데?
근데도 상관 없나보다.


문 밖으로 나온 현정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지훈아. 오는  좋은데... 연락 좀 하고 오면 안 돼?"
"뭘 새삼스레. 같이 잤던 사이면서."
"누가 자?! 누가 들으면 관계도 맺은  알겠네!"
"맺은 거나 다름없지 뭐."
"뭘 했는데?"
"이제 와서 발뺌하는 거야? 우리 서로 빨아주고 그랬잖아."
"그, 그거야 그렇긴 한데...!"


벌컥-
다시 문이 열리고 3명의 여자가 우르르 고개를 내민다.


"어딜 빨아?" "좋았냐?"
"둘이 무슨 사이?"
“했네. 했어.” “오우. 나이스.”
“뭔데. 뭘 빨았는데.” “좋았냐?”
“야.  다시 봤다? 언제 했데?”
“옷을 빨아준 건 아닐 거 아냐. 뭘 빨았냐?”

술에 취해서 그런지 다들 경박하고 수다스럽다.
얼굴만 예쁘장하지 하는 짓이 정말 철없는 고딩 남자들이다.
현정이 친구들은 고개를 내밀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헤실헤실 웃으며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안녕하세요."

내가 살짝 미소 지으며 눈인사를 건네자 좋다고 낄낄거린다.
이거 기분 좋네?
현정이가 발로 문을 차면서 들어가 있으라고 성질을 부리자 들어가면서도 끝까지 시선을 마주쳐온다.
그녀들을 방 안으로 보내놓고, 현정이는 한숨을 푹 쉬더니 말했다.

"알았어. 일단 여기 잠깐 있어봐. 알았어?"
"응."
"방 좀 치우고 다시 나올 테니까."
"알았어."

방문이 닫히고, 나는 방문에 귀를 기울였다.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했거든.

"우아이씨! 야! 장현정! 어디서 저런 남정네를...!"
"휘이익- 휙-! 굿. 굿. 베리 굿."
"시끄러 이 년들아. 밖에 다 들려. 닥치고 정리나 좀 해봐."
"야! 이거 있으면 있다고 말을 하지!"
"이게 뭐야?"
"이거, 이 년아."
"쳐 맞을래? 치우기나 해."
“어디까지 했어? 어? 좋았냐?”

우당탕탕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현정이가 땀에  채 밖으로 나왔다.
그녀의 복장은 여전했다.
하긴 서로  보여준 사이에 뭘 내숭을 부리나. 안 부리는 게 정상이지.
하지만 안쪽에 있는 여자들은 사정이 좀 달랐다.
다들 입고 온 옷을 다시 입고 저 뒤에서 나를 기웃거리는데 마치 업소에  기분이 든다.


보통 보면, 예쁜 애는 예쁜 애들끼리 잘 놀고, 별로인 애들은 별로인 애들끼리 잘 논다.
사람이란 모름지기 자신과 비슷한 수준을 찾아가려는 습성이 있으니까.
당연한 이치다.
내가 100만원을 버는데 상대가 200만원을 벌면 씀씀이가 다를 것이고, 그러다 보면 삶의 환경이 달라지기에 같은 사고를 하기가 어렵게 변한다.

그런 점에서 현정이 친구들은 다들 늘씬한 편이었다.
외모는 빼어나게 예쁘다고 하기는 어려웠지만, 고등학생이라는 풋풋함이 그녀들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옷도 다들 착하다. 핫팬츠, 짧은 치마. 하나는 청바지. 하지만 그것도 좋다.

"안녀영~"

아까 인사했는데 또 손을 좋다고 살랑살랑 흔들고 있다.
아. 발정 난 남고딩들이 이런 모습일까?
뭐. 귀엽네.


바닥에 안주를 여기저기 펼쳐놓고 대충대충 마시던 술판이 어느새 정돈되게 변했다.
책상을 꺼내놓고 가운데에 안주 가지런히 모으고...
 사이에 새로 꺼낸 수저와 물 컵. 그리고 소주잔이 한 쪽에 있다.


이거  자리구나?
뭐야 이거 완전 왕자님 대접이네?
하렘 왕국에 온 듯한 기분이다.

"앉어 앉어."
"이름이 뭐야?"
"반갑다 야. 나는 윤미라고 해."


자리에 앉자마자 양 옆에 여자들이 앉더니 바짝 붙어 말을 붙인다.
상황이 웃기기도 해서 키득거리면서 웃다가 현정이를 보니, 그녀도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혼자 소주를 따르더니 들이 키고, 과자 하나를 바삭.


"왜 혼자 먹어? 내가 따라 줄게."
"어? 어. 어."


현정이가 당황하며 빈 소주잔을 내민다. 내가 거기에 조신하게 따라주자 다른 여자  명이 자기들 잔을 비우며 내게 잔을 내민다.

"야. 나도."
"나도!"

웃으면서 잔을 다 따라준 후에 현정이에게 말했다.

"근데 안주 이거 밖에 없어? 뭐라도 시켜. 내가 살게."
"아~ 아니야. 아니야. 먹을 게 없었구나? 시킬까?"
"그래 시켜 시켜. 내가 사지 뭐."

와. 좋다. 좋네. 다들 지가 내겠다고...
생각해보니까 그건 그래.
남자들이랑 여자들 있으면 남자가 사지 여자가  안사잖아.
친구 사이라면 반반씩 낼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보통은 남자가 내잖아.
어쩔 수 없는 거지. 보통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하고, 들이대는 것도 남자 쪽이니까. 들이대는 쪽에서 돈을 내야지 어쩌겠어.
그러니 이것들도 다들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은 거겠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냐. 나 오늘 알바비 받아서 여유로워. 내가 살게."
"알바? 무슨 알바?"

현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며칠 함께 있으며 그녀는 내가 일하러 나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대화를 나눌 때도 그런 이야기 한 적이 없고.

"그런  있어."
“너 하는 거 본 적 없는데?”
“했어.”
"그래? 얼마나 받았기에?"
"이정도?"


현정이가 묻기에 품에서 봉투를 꺼내 보여줬다.
학생들의 시선에서는 충분히 두꺼워보여서 여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현정이는 표정을 굳혔다.

쾅-


그 순간 현정이가 잔을 책상 위에 내려찍듯 내려놓더니 외쳤다.

"너...! 너 뭐했어! 설마 몸 팔았냐? 어?"
"아니.  화를 내?"
"몸 팔았냐고! 묻잖아!“
“누가 몸을 팔아?”
“이게 진짜 이상한 애인 줄은 알았지만 벌써부터... 미쳤어?"
"안 팔았다니까? 갑자기 왜 그래?"
"그럼 이 많은 돈이 어떻게 생겼는데. 무슨 알바를 했길래 돈을 이렇게 많이 줘?”
“그런 곳이 있어.”
“그런 곳?! 거봐. 그런 곳이 그런데 밖에 더 있겠냐?! 어? 솔직히 말 안해?!”

현정이가 무섭게 화를 내자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주위 여자애들도 눈치를 보고 있다.
나는 현정이가 왜 화내는지 이해했다.
그건 그렇지. 고등학생이 이 정도 돈을 한 번에 받을 알바가 어디 있겠나.
100만원 돈 받으려면 야간 알바를 하거나, 힘든 일을  텐데 현정이는 내가 일하는 걸 본  없거든. 오해할 만도 하지.

"그런 게 아니라. 아는 누나가..."
"아는 언니한테 몸을 팔았다고?!"
"아니!! 들어봐. 아는 누나가 미술 학원을 하는데..."
"미술 학원생들한테 연결해줬구나?! 이 언니를 당장에...!"
"... 미술 학원에서 남자 누드모델이 없다고 해서 오늘 하루 모델 섰어."
"..."
"..."


 말에 분위기는 다시 경직됐다. 자기들이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거니까.


“야. 모델이라잖아.” “쟨 뭔 상상하는 거야?” “더럽기는.”

자기들끼리 수군거린다.
한참이 지난 후 현정이가 말했다.

"... 야. 보쌈 시켜도 되냐?"
"어어.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말에 현정이가 뻘쭘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들더니 전단지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런 현정이를 두고 나머지 여자 세 명이 물었다.

"근데 어느 학원이야? 오늘부터 미술하려고 하는데."
“나도! 갑자기 관심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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