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화 〉미술 하는 누나 썰 - 5
"..."
"지금 안일어나면 더 이상해져. 빨리 일어나!"
무슨 소리인가 하고 눈을 멀뚱멀뚱 뜨고 이미진을 보고있는데 내 품에 안겨있던 누나의 몸이 움찔댔다.
심장이 다시 크게 뛰기 시작했다.
"누, 누나? 설아 누나 깼어요?"
"..."
"... 누나?"
"..."
대답은 없다. 하지만 나는 누나의 귀가 새빨갛게 물드는 걸 봤다.
바로 코앞에 있었거든.
결국 나는 누나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굳어버렸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누나가 깨어있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
"..."
"저기이~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좀 내려와 봐. 수습은 해야 할 거잖아."
"..."
"..."
"야. 너희 지금 그대로 있는 게 더 이상하다? 그건 알지?"
이미진의 재촉에 못 이겨 내가 몸을 일으켰다.
누나의 애액과 내가 싼 정액이 범벅이 되어 묻어있는 자지를 닦을 생각도 못했다.
팬티를 올리고 바지를 입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내려오니...
스르륵-
침대 이불이 쓸리는 소리와 함께 설아 누나가 몸을 일으켰다.
얼굴은 반대편으로 돌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저 빨간 귀를 보면 어떤 표정일지 예상이 됐다.
"... 누나 깨있었어요?"
"... 응."
"어, 언제부터?"
"..."
"... 설마 처음부터에요?"
"..."
대답은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머리를 긁적인다.
대체 이게 뭔 상황이지?
어안이 벙벙한 나를 두고 이미진이 냉장고에서 맥주캔과 안주를 꺼내 식탁에 올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이게 뭐야?
노예계약서에다가. 뭐하는 짓이지?
둘이 이것까지 짠 거면 설아 누나는 왜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야?
여고딩이 섹스는 안해도 보지를 남근에 비비며 일명 스마타를 해준 상황인데.
이걸 유도했으면 완전 기뻐서 날 뛰어야 되는 거 아냐?
저 반응은 뭔데?
"야야. 됐고. 둘 다 이 쪽으로 와 봐. 이야기나 하자."
결국 이미진의 주최로 난데없이 술자리가 벌어졌다.
맥주캔을 까놓고 아직 한 모금도 안 마신 상태에서 맞은편에 앉은 설아 누나에게 물었다.
누나는 여전히 내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누나. 이거 뭐에요? 어떻게 된 거예요?"
"..."
대답은 누나 대신 이미진이 했다.
"너는 뭘 잘했다고 그렇게 따지듯 물어?"
"아니 제가 지금 짜증 안 나게 생겼어요? 야밤에 갑자기 노예계약서를 쓰질 않나 무릎 꿇고 빌지를 않나! 둘이 짜고 저를 농락한 거잖아요!”
“다 니가 자초한 일이잖아! 어디서 눈을 부라려?!”
“내가 뭘 했건 어른들이 되가지고 이래도 되는 거예요?! 이제 나 뭐 노예로 어쩌게요? 저 성노예로 가둬놓게요?!"
내가 버럭 하고 화를 내자 이미진이 눈을 껌벅인다.
"시발 진짜. 내가 어떤 심정으로 무릎 꿇고 빌고..."
순간 누나의 앞에서 외쳤던 말들이 떠오른다.
누나가 너무 좋아서!
누나가 너무 좋아서 키스를 하고 싶었어요!
설아 누나가 너무 좋았단 말이에요!
만지고 싶었어요!
키스했다고요. 너무 좋아서. 키스만 한 거예요.
좋아한다니까요 정말? 좋아해서 그랬어요!
순간 엄청난 부끄러움이 찾아왔다.
깨어있는 본인을 앞에 두고 저런 열렬한 구애라니.
그게 창피해서 더 화를 냈다. 눈물도 났고.
"나도 내가 잘못한 거 아는데요. 사람 마음가지고 이렇게 장난을 쳐요?!"
"... 미안해. 그게 일어날 타이밍을 놓치다보니까..."
"나는 니가 그렇게 대범하게 할 줄은 몰랐지. 장난 좀 치려다가..."
"누나한테 나쁜 짓하고 걸려서 얼마나 미안하고! 그랬는데! 이씨... 누나 진짜 실망했어요!"
그리고 나는 볼 것도 없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어차피 짐도 없었다. 소파에 내던져둔 가방을 달려가 매고, 그대로 문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설아 누나가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정말 미웠으니까.
*
"야야야. 이야기 좀 하자."
"뭔 이야기를 해요! 이거 놔요!"
"쉬이이잇! 아 좀! 목소리 좀 낮춰! 지금 밤이야!"
누나 집에서 나와 거리에 나오니 이미진이 거리까지 뒤따라 나왔다.
이미진은 내 손목을 양손으로 붙잡아 나를 못 가게 막았다.
그녀의 힘은 생각보다 쌨기 때문에 뿌리칠 수가 없었다.
"이 밤에 어딜 가게? 응? 야. 들어가서 이야기 좀 하자."
"무슨 이야기를 해요! 누나 둘이서 나를 가지고 논 건데!"
"놀긴 누가... 뭐 장난을 좀 치긴 했지! 야 미안해. 근데 진짜 집에 갈 거야?"
"아 놓으라니까요."
"그럼 데려다 줄게. 어디로 갈 건데. 응?"
내가 제자리에 서서 씩씩거리며 울고 있자 이미진이 와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말고, 진짜 이 누나가 미안하다. 응? 장난이 지나쳤어."
솔직히 궁금해서 멈추어 섰다. 대체 이 둘이 무슨 수작을 부린 건지.
이미진은 집에 가면 이야기 해준다고 했지만 이렇게 나온 마당에 다시 들어가는 것도 웃기지 않는가? 또 설아 누나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
분명 나는 원래 세계에 살다 와서 여자를 강간했다는 죄책감이 있었지만.
이 둘이 하는 꼴을 보니 죄책감을 느낄 상황도 아닌 것 같았다.
사람을 놀릴 정도면 즐기고 있는 거다.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여고딩을 홀라당 벗겨 먹고 있는 거다.
그걸 이용해서 사람을 놀려먹어?
그것도 설아 누나가. 내가 사람을 잘못 알았나 싶었다.
"어디까지 장난인 건데요. 그리고 장난칠 게 따로 있지."
"야! 그럼 너는? 자고 있는 사람한테 그런 짓한 건 정상이야?"
"그건 잘못했는데...!"
"그래! 그거 혼내주려고 하다가 이렇게 됐어. 물론 지나친 건 미안한데!"
띠링- 그 때 설아 누나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
[윤설아 : 지훈아 미안해. 언제 일어나야 될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어. 설마 설마 하다가... 니가 만져주니까 나도 너무 좋아서 충동적으로 나도 행동한 것 같아. 차라리 자는 척 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화 풀고 나랑 이야기 좀 하자 응?]
누나가 내 손길에 기분이 좋았다는 말에 들끓던 화가 가라앉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풀린 건 아니었지만.
그래. 생각해보면 그럴 만도 해.
설아 누나는 나한테 분명 호감이 있어. 있지만 참는 이유는 내가 고등학생이라서야.
그러니까 직장인 남자가 여고딩의 유혹을 도덕적 책임감 하나로 참고 있는 중인 거지.
일어날 타이밍도 놓쳤겠다, 여고딩이 보지를 비비고 있겠다. 어떻게 참겠어?
일단 싸고 보자! 이렇게 되겠지.
아마 내가 정말 꿀리는 게 없었다면 누나고 뭐고 누가 죽나 보자는 식으로 나갔겠지만 나도 잘한 건 없었다. 처음 누나가 취해서 들어왔을 때 누나의 육체를 내 멋대로 사용한 건 나니까. 자고 있는 누나의 입에 사정을 하고, 누나의 보지에도 사정을 했다.
그 사실을 누나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이건 좀 기분 나쁠 수도 있어.
성적으로 흥분 할 수는 있겠지만 믿음의 문제랄까.
설아 누나는 나를 믿고 있는데 내가 그랬다고 해봐.
충격을 받겠지.
이미진은 내가 설아 누나의 문자를 보고 얌전해지자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어떤 차로 안내했다. 검은색 SUV. 이미진의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