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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미술 하는 누나 썰 - 1 (11/101)



〈 11화 〉미술 하는 누나 썰 - 1
"... 개새끼야."


개새끼?
 잔뜩 가라앉은 중얼거림에 나는 누나의 이마에 입을 맞춘 채 굳어버렸다.
내 목을 향해 내뱉어진 누나의 숨결에 소름이 돋는다.


일어난 걸까? 깬 걸까.
욕을 하는  보니 화가  걸까?
왜 밀쳐내지 않는 걸까. 울고 있어서?
아니면 야동에서처럼 기뻐서? 기쁠 리가 없지 병신아! 개새끼라잖아!

숨마저 멈추고 한참을 있는데 누나가 입을 열었다.

"으응... 냐암."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려 아래를 살며시 내려 봤다.
누나가 고개를 돌리며 입을 우물거린다.
내가  정액들이 스며든 이불에 볼을 비비고 있다.
설아 누나는 깨지 않았다.

"후아아아아..."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나는 즉시 화장실로 가서 휴지와 수건을 꺼냈고, 냉장고에서 반쯤 남은 소주를 꺼냈다.
수건에 소주를 묻혀 누나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고, 휴지로 누나의 음부 주위를 닦았다.
누나의 음부는 정말 열심히. 그리고 꼼꼼히 닦았다.
일으켜 흘려내고 휴지로 흡수시키고...


누나가 아침에 일어나도 눈치채지 못 하게.


어떠한 변명도 필요 없이 나는 누나가 잠든 틈을  강간한 쓰레기였다.
하지만 말이야. 여긴 정조역전세계야.
만약 원래 세계에서 남자가 쌔끈한 여고딩에게 강간당하면 주위반응은 이럴 거다.
"야. 시발 땡큐지 땡큐!"
"존나 안 즐기는 척 하면서 좋아라 하면 행복하겠네."
"솔직히 말해봐. 좋았지?"


그래서 당하면서도 주위에 말을 하지 못하는 남자도 많다.
데이트폭력을 당하는 남자나, 매 맞는 남편을 생각해보면 된다.
여긴 반대니까 누나도 차마 말을 못하지 않겠어?
아니 어쩌면 즐길지도 모르는 일이지.
정조역전세계는 성욕이  십 배는 더 강해진 여자들이 가득하니까.

나는 그렇게 끝까지 쓰레기처럼 도망갈 생각만 하며 잠이 들었다.


*

잠을 편히 잤다면 정말 천하에 둘도 없는 쓰레기였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나보다.
민감해진 신경 때문에 얼마 자지도 않고 일어나버렸다.


누나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고, 자는 동안 흐트러진 모습을 보니 남근이 또 치솟는다.
하. 진짜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이구나.
들뜨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식사로는 북엇국을 하려고 했는데, 북어가 없어서 콩나물국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제 만들었던 밑반찬을 펼쳐 놓고 요리를 하고 있을 때 누나가 잠에서 깼다.

"... 지훈아아아."
"..."


도마에 파를 썰며 칼질하던 내 손이 순간 멈췄다.
누나의 갈라진 목소리가 죄의 무게를 재는 천계의 심판관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전신에 소름이 돋으며 지금까지 넘겨왔던 두려움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근육들이 달달달 떨린다.


알아챈 걸까?
어제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생각한 걸까?
의식이 있던 것일까?


누나가 아직 모른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나는 아마 이렇게 계속 걱정하고 있을 거다.
윤설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채 눈을 비비며 말했다.


"몇시야아아? 아우... 죽겠다아아."
"여, 여섯시요."
"아침 여서시이이?"
"네, 네."
"히히히. 그치. 아침이겠지. 내 정신 좀 바아아."


머리를 긁적이며 누나가 웃는다.
누나가 잠든 틈을 타 강간한 쓰레기 같은 나를 보며 웃는다.

두근대던 심장이 다른 의미로 두근대기 시작했다.
입술이 갈라지며 보이는 하얀 치아가 아침 햇살과도 같이 눈부셨다.


침대에서 일어난 누나는 옷매무새를 정돈하더니 주방으로 걸어왔다.

"내가 어제 스타킹을 벗고 잤나?"

두근.

"아우우. 술을 왜 그렇게 먹어서는... 컨디션 최악이네."


두근.


"으에엑. 뭐야.  맛 되게 이상하네.  텁텁해."


두근.


"배는 또  이렇게 아픈 거야... 근데 지훈아."


두근.

어느새 칼질하고 있는  근처까지 누나가 도착했다.
나는 칼을 내려놓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억지로 숨겼다.
누나에게 미움 받고 싶지 않아.
누나가 날 좋게 봐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내가 왜.
그런 죄책감에 떨고 있을 때, 내 곁에서 눈을 마주한 누나가 말했다.

"콩나물 국 했어? 해장이 필요한 건 어떻게 알고?"
"수, 술 드셨으니까."
"아하하. 고맙다야. 어제 내가 너 귀찮게 하지는 않았구?"
"아. 네네. 그, 그냥 주무셨어요."
"미안해... 내가  먹으면 정신이 없어서... 휴우. 이게 끊어야지 하는데. 첫 날부터 못 볼  보였다야. 고생 했어~ 내가 다음에 맛있는 거 사줄게~"
"가, 감사합니다."
"요리는 뭐를  이렇게 많이 했어. 왠지 신혼 기분 난다야. 원래 여자들 로망이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앞치마하고 요리하는 남편 보는 거잖아. 킥킥. 아유 배야. 화장실 가야겠다."
"네. 네."

내 등허리는 땀범벅이었다.
무수히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청 심문실에서 취조를 받은 기분이다.
배를 어루만지며 화장실로 향하는 누나를 보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배라고는 말했겠지만... 보지가 저리지 않을까?
잘못한 게 있다 보니 별에  생각을 다하고 있다.
누나가 화장실에 들어가기 무섭게 주방을 뒤져 앞치마를 했다.
그저  보이고 싶어서.


"푸하하. 야. 앞치마 진짜 한 거야? 서비스인가?"
"싫어요? 누나가 좋아할 것 같아서 한 건데."
"아냐아냐. 귀엽다야. 이뻐~ 지훈이~"
"정말요?"
"그럼. 요리도 다 해주고. 착하네."
"저... 누나. 근데요."
"응?"
"저 며칠만 더 있다 가도 되요?"
"며칠? 어... 뭐. 그래. 요리하고 빨래해주고 청소도 해주는데  정도야. 하하."
"감사합니다."
"그래도 학교는  가야한다. 알았지?"

그 말만큼은 단호하게 말하는 누나.
나는 마치 부모에게 훈계를 받은 기분이 들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네. 누나. 꼭 갈게요."

내 말에 누나는 배시시 웃어보였다.

*


학교로 향하는 동안 시선들이 쏠리긴 했지만 이미 적응한 상태였다.
솔직히 이성의 그런 눈초리에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인 호명 고등학교는 명문까지는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 나쁜 곳도 아니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못하는 학생이나 적당히 분배된 학교였다.
남녀공학이라는 점이 유일한 메리트라고나 할까.
심지어 합반이었다.


버스를 타니 아는 얼굴도 보여서 인사를 했다.
물론 각오는 했지만 이거 참 풍경이 익숙하지 않다.
뭔가 애매한 태도들이 다들 달랐으니까.
물론 여자들이 허술해졌기 때문에 나쁘다는 생각은 안했다.
남자들이 조신해진 거야 내가 알  아니고, 여자들 노출이 좀 더 과감해진  좋았다.
치마를 잘 가리지도 않는다. 유혹하려는 듯 은근슬쩍 팬티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나는 학교에서 주목 받지 않으려 애쓰는 아웃사이더였다.
아니지.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친구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하는 척, 자는 척 하며 애써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내가 주목받지 않으려 한 거야.
내가 잠자는 척 하는 거야. 공부하려고 너흴 멀리하는 거야 등등.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진들에게 걸려서 괴롭힘 당하는 것도 없었고,
왕따도 당하지는 않았었다.
교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으니 내 옆자리의 배소연이 아는 체를 해왔다.


"어제는  들어갔냐?"


그녀는 일진이었다. 일진 양아치와는 어떻게 아는 체하며 말을 섞냐고?
그건 잘 모르겠다. 그녀가 학기 초에 내 옆자리에 앉은 후로는 쭉 이런 관계다.
배소연과는 1학년  같은 반이었었는데, 3학년 때 다시 만났다.


"어. 집에서 잘 쉬었어."
"그래. 다행이네."

그걸로 끝. 대화가 뭔가 어색했다.
배소연은 원래 나랑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구나.

원래부터가 그녀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주고 나는 답해주는 식이었다.
'숙제 보여줘.' 라든지. '이거 좀 해줘.' 라든지...  대화가 아니었네?
사이가 좋지도 않았지만, 나쁜 것도 아닌 딱 그런 관계였다.


옆을 힐끗 보자 잘빠진 몸매에 딱 달라붙는 교복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는 키가 아주 큰 편으로 잘 나가던 여자애답게 싸움도 잘한다는 소문이었다.
기도 쌔서 남자애들도 그녀에게 쫄고 다녔었다.
물론 나도 쫄고 다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잘 안건들 듯이, 그녀는 이제 나를 잘 건들지 않을 테니까.
반대로 내가 그녀에게 함부로 해도 될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남자애가 여자애 허벅지 위로 다리를 올린다.
이건 이상하잖아?
근데 반대로 여자애가 남자애 허벅지 위로 다리를 올려.
이건 뭔가 섹시하잖아?
원래 세계에서 배소연은 내 허벅지 위로 다리를 올린다든지 기댄다든지.
그런 행동들로 나를 자극했었다.
솔직히 허벅지에 남은 그녀 다리의 촉감과 내 어깨에 남은 그녀의 향기를 기억하며 집에서 자위도 많이 했다. 나 같은 고3 남자애들에게는 그런 자극은 아주 강렬한 법이었으니까.


그런데 여긴 정조역전세계잖아? 이젠 반대 입장이  거지.
이제 내가 배소연에게 어깨동무를 갑자기 한다든지.
뒤에서 와락 안긴다든지.
짧은 치마 아래로 뻗은 저 꼴릿한 하얀 허벅지 위로 눕는다든지.
이런 게 허용 된다는 거야. 죽이잖아?
합법적 성추행이라고.


"뭘 아침부터 웃어? 약 먹었냐?"
"아니. 그냥."

배소연이  시선을 느꼈는지  하고 쏴온다.
그녀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숱이 아주 풍성한 머리였다.
가슴은 좀 작은 편이었지만 일진 출신이어서 그런지 몸이 아주 탄력적이었다.
엉덩이가 튀어나오고 군살 없고.


그녀는 일반적 일진이랑도 조금 달랐다.
미술 대학을 목표로 하는 여자애였는데, 만화나 그런 쪽은 아니고 의상 디자인을 목표로 하는  같았다. 역전 전 세계에서는 나를 여장시키기도 하고, 남자 팬티를 만들어봤다며 자기 앞에서 입어보라며 짓궂은 장난도 걸어왔었다.
이제는 어쩌려나?

생각해봐. 원래세계에서 여자가 남자 팬티 만들어 오고 자지 툭툭 치면서 야 꼴리냐 킥킥 하며 장난치는  허용 되도, 그 반대는 개쓰레기 취급 받잖아?
남자가 여자 가슴 툭툭 치면서 ‘야 젖었냐?’ 이랬다고 생각해봐.
경찰에 신고하고 부모 오고 난리 날 걸?


근데 이 세계가 바뀌었단 말이지.
배소연이 자기가 남자팬티 만들어왔다면서  자지에 팬티를 대보기도 하고, 자기 앞에서 입어보라고 하겠어? 못하겠지.
하지만 그 반대는 되는 거지.
내가 배소연한테 야.  팬티 좀 만들어와 봐. 입어보자. 이러면?
개꼴리는 거지. 배소연은 내 생각하면서 자위를  거야.  그러겠냐고.


“자. 조용조용. 수업 시작하겠어요.”

아침시간이 내 망상과 함께 지나가고, 수업이 시작됐다.
원래 세계 수업시간에서 배소연은 선생님들 초상화를 그리는 연습을 했었다.
일진이 열심히 하는 노력하는 모습이 의외고, 또 그런 면에서  멋졌기에 똑똑히 기억한다.
그런 배소연인데... 지금은 수업시간에 남자 자지를 그린다.
그것도 모양이 아주 디테일하다.
오른쪽으로 휜 것도 그리고, 왼쪽으로 휜 것도 그리고...
직접  걸까?
보지 않고서야 저렇게 자세히 그릴 수가 있나?
뭐. 나랑은 상관없지.


그래. 나랑은 상관없다.
나는 그저 오늘도 설아 누나가 술에 취해 돌아오길 기대할 뿐이었다.
누나를 떠올리자 언제 죄책감을 느꼈나는 듯 남근이 다시 빳빳해지기 시작했다.
아. 설아 누나...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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