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직장인 누나 썰 - 1 (2/101)



〈 2화 〉직장인 누나 썰 - 1

등교 중 쓰러져 양호실을 갔던 게 소문이 났는지 나는 쉽게 조퇴할 수 있었다.
아픈 척 하니 금방이었다. 담임이 여자였거든.
몸을 베베- 꼬며 눈물을 글썽였더니 홀라당 넘어가서 조퇴시켜줬다.

그렇게 집으로 오는 길.
나는 버스 뒷자리  창가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이 세상은 정조관념이 뒤바뀌어 있다 이거지?
여자가 매일 발정하고 남자가 수세적인 입장이다?
인터넷에 생리를 검색해봤는데 그런 단어자체가 없었다. 말하자면 이 세계 여자는 365일 임신이 가능했고, 따라서 본능적으로 유혹하고 이성을 탐하고 있는 거다. 이른바 종족번식 본능이라 이거지.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길거리에는 낯선 풍경들이 가득했다. 옷가게는 남자 전문점이 많았고, 애인관계에서 굽실거리며 사과하는 쪽은 여자.
운전하고 있는 사람도 여자.
뛰어가서 뭘 사오거나 짐을 들어주는 것도 여자.
데이트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도 여자가 했을 거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남자가 섹스하고 싶어서 여자에게 온갖 정성을 들이듯.
이 이상해진 세계에서는 반대인 거지.


모텔 침대에서 아래에 깔린 이성의 흥분한 얼굴을 보고 싶은 거야.
과일을 따먹기 전까지는 참고 인내해야 하는 법이란다.
이 사람들아.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문득 집이 걱정됐다.

나는 고아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친척들은 유산가지고 싸우는 게 짜증나서 내가 그들과 연락을 끊었다.
보호자가 필요해서 고모  분만 연락을 하고 있는 정도?


원래는 고모 집에서 살았었는데 지금은 따로 살고 있었다. 그 고모에게는 딸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나랑 동갑인 고3이고, 하나는 고1이었다.
 시발 년들. 어찌나 눈치주고 나를 못살게 굴던지.
콩쥐의 마음을 이해했다고 할까?
정조관념이 뒤바뀐 것 같은데, 그 년들 지금은 나를 어떻게 대할까?
싸늘하게 나를 노려보는 그 눈빛들을 받으며 내 남근을 밀어 넣으면, 그래도 나를 노려볼까?  세계라면 좋다고 교성을 지르겠지.
안 그래?

어찌됐건 그 년들이랑 나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하숙을 했다.
내가 하숙하는 집은 학교에서는 버스타고 30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정처 없이 걷다가 알게 된 30대 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여대 근처라서 나머지 하숙생은 다 여자였었다.
내가 남자여서 안 받는다 했었지만 사정이 딱하다며 주인 부부가 받아주었다.
사정이 알려진 것인지 어쩐지 7명의 하숙생 여자들은 다 나에게 잘해줬다.

집에 돌아가면  따먹히는 거 아니야?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부분이었다.

생각 좀 해보자. 남자 7명이 있는 곳에 들어온 청초한 여고생... 별  없을 거야.
남자가 발정  세계라 해도 별 일 없을 거잖아?
미친 색마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강간이야 하겠어?

그녀들과는 그래도 인사정도는 하고 지낸 사이였다.
고아. 괜찮은 외모. 혼자 사는 아이.
불쌍하잖아? 모성본능인지는 몰라도 가끔 먹을 것도 사주고 그랬다.


뭐. 누나들 팬티 훔쳐서 냄새 맡고 딸치고.
화장실 구멍 통해서 훔쳐보고...
그런 짓을 하긴 했는데 특별히 나쁜 짓은 안했다.
아. 그게 나쁜 짓인가?
아니지. 지금은 좋아할 거야.
난 지금 세계에서 나름 괜찮은 남자야.
 팬티를 쌔끈한 여고딩이 훔쳐서 자위행위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와. 죽이는데? 이거 걸려도 괜찮겠어.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혼란스러운  사실이었다.
그렇게 집을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어떤 여자가  옆에 앉았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생각에 잠겨있는데 조금씩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찌꺽-


... 뭐? 뭔데?
습기가 가득 찬 음란한 소리에 나는 내심 당황해서 창가에 비춰 옆자리를 봤다.
희미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옆자리에 있는 여자는 살집이  있는 여자였다.
옷은 평범한 반팔 티에, 펑퍼짐한 치마를 입었고...
근데 왜  치마 안에 손을 넣고 있지?
창에 비친 살색이 위 아래로 움직이고 노골적으로 음습한 소리가 들린다.


"아응."

흥분했네? 뭐지? 순간 판단이 안 섰다.


나는 사실 대단한 게 없는 놈이었다.
공부도 평범, 키도 평범, 능력도 그냥 평범, 튀지 않는 흔한 학생1.
얼굴은 훈훈하다는 등, 귀엽다는 등의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그게 기분이 좋아서 여자들에게 관심을 받으려고 운동을 열심히  적은 있었다.
고백 받은 경험도 있긴 했지만...
어쨌건 여자의 관심이 엄청나게 익숙한 그런 인기인은 아니었다.

그래서 판단이 늦었다.
아아. 그래. 이놈은 말하자면 '변태' 군. 소위 말하는 소라넷 유저인가.
이거 참 대단하잖아?
버스에서 여고딩 옆에 앉아 딸을 치고 있는 남자 변태를 생각하니 그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나는 절대 못할 짓이니까.

 젖은 손가락을 비비며 야외 노출을 함께 즐긴다 이거지?
은근슬쩍 팔을 뻗어 내 팔뚝과 비비는 꼴을 보니 웃음마저 나온다.
뭐. 팔은 부드럽네. 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아무리 여자 팔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지.
이거 어쩔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한 여자가 버스를 올라탔다.
 조인 하얀색 블라우스,
검고 짧은 치마에 검은 스타킹.
완벽한 커리어 우먼. 늘씬한 다리는 내 남근을 비비고 싶을 정도로 섹시했다.
저런 여자가 지금 내 옆에서 자위하고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럼 나도 마주보며 자위를 했을 거야.


"네. 과장님. 그거 확인하러 가는 중입니다. 확인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직장인 누나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뜩 나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이 나에게 한 번, 옆에 여자에게 한 번.
그러더니 성난 얼굴로 또각 거리며 이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이힐 소리 좋네. 설렌다 야.


"이봐요. 미쳤어요?"
"..."

직장인 누나가 내 옆자리 변태녀에게 소리쳤다.
버스의 시선이 몰리고 나도 옆을 돌아보았다.
옆에 앉은 여자는 그냥 길거리에서 흔히 볼  있을 그런 여자였다.
미친 듯이 예쁜 것도 아니고, 못생긴 것도 아니고.
살만 조금  정도의 여자였는데, 절대 이런 짓을  여자처럼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뭐야. 뭔 일인데?" "세상에... 저거 뭐야?" "왜 저래?"

이미 관심은 쏠릴 대로 쏠린 상태.
변태녀는 버스가 멈춘 틈을 타서 도망치려 했지만 직장인 누나가 더 빨랐다.
순식간에 그녀를 제압하더니 팔을 뒤로 꺾어 내리 눌렀다.  상태로 그녀는 내게 물었다.


"학생 괜찮아?"
"... 네."
"너 이 년 가만히 있어! 경찰 부를 테니까!"
"됐어요. 그냥 보내줘요."
"뭐? 하, 하지만."
"귀찮아요. 뭐 피해본 것도 없고."

지금 정신에 경찰한테 가서 조사받고 이러는 게 너무 싫었다. 귀찮았거든.
솔직히 우쭐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남녀 관계에서 완전한 우위라는 걸 확인했으니까.
이제 세상 여자는 다  것이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이 변태녀야.
오늘은 내가 봐주는 거야.

직장인 누나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변태녀에게 훈계를 한 후 그녀를 보내줬다.
변태녀가 사라진 후, 내 옆자리에 앉은 직장인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놀랐지 학생?"

응. 놀라워. 누나 가슴이.
그녀의 블라우스 사이로 가슴이 은근슬쩍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도화지 위에 살색 물감이 조금씩 젖어있는 것만 같았다. 노브라였거든.
그런 여자가 나를 살며시 안아주는데, 이미  남근은 잔뜩 성나있었다.

이 여자랑  방법 없나?
일단, 좋은 여자다.
남녀 뒤바꿔 생각해봐도, 좋은 여자였다.
안아주는데 있어서 어떤 성적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
안기는 내가 성적 의도가 있었지.


직장인 누나는 20세 후반쯤으로 보였는데, 머리를 말아서 올리고 있었다.
살짝 안기니, 눈앞에 하얀 목선이 드러나며 잔머리가 팔랑거린다.
아. 흡혈귀가 되고 싶다.
입이 벌어지는 걸 억지로 참았다.
호 하고 입김을 부니 잔머리가 흔들거리며 누나가 몸을 움찔한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토닥이는 손길을 느끼며 살며시 그녀를 안았다.

"응?"


잠시 움찔하는 누나. 하지만 몸을 빼지 않았다.
아마 내가 놀라서 그런가보다 하겠지.
내가 직장인 남자여도 그럴 거다. 설마 여고딩이... 이런 마음이겠지.


미안한데 누나.
나는 이 세계 기준으로 걸레거든. 진짜 대걸레 같은 마음의 소유자야.
팔뚝에 누나의 겨드랑이가 닿고,
가슴이 닿는 것만으로도 남근에 피통을 가득 채우는 그런 걸레라고.


나는 무언가 성숙하고,
남근을 불끈거리게 만드는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그녀 귓가에 속삭였다.

"누나 집 어디에요? 나... 좀 피곤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