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6화 〉조두(鳥頭) (86/90)



〈 86화 〉조두(鳥頭)
“그 많은 직업 중에서, 하필이면 로비스트를 하겠다는 이유가 뭔데?”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는 대줘야 한다면서? 그러니 그런 일에는 내가 제격이지.”
“넌 도대체 그런 황당한 소리를 어디서 들었냐?”
“그럼 아니야?”
“나도 모르지.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모두 사실이라고 할 수도 없어. 네 말대로라면 대한민국 여자 연예인은 모두 몸 파는 여자란 말도 되잖아.”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런 여자가 많잖아.”

지민이가 로비스트를 하겠다는 이유가 정말 간명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섹스를 제공하고 무언가 대가를 얻어낼 수 있는 일은, 자기가 다른 어떤 여자보다 잘할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세상 일이 그렇게 단순하고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편하겠는가?

결국 나는 그런 지민일 보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왜 웃어?”
“웃기잖아. 아무리 사내란 놈들이 단순하다고 하더라도,  호주머니 돈도 아닌 돈이나 물건을 여자에게 홀려서 내주게 되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해?”
“응?”
“그냥 멀리 외국을 생각할 것도 없이 기업의 구매 담당에게몸으로 로비를 한다고 생각해봐. 그럼 그 구매 담당이 로비하기 위해서 온 여자의 몸매와 얼굴에 반해서 섹스를 하고  대가로 얼토당토않은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위에서 가만히 있겠어?”
“.......”
“만약 그렇게 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게 되면 바로 목이 날아가서 백수가 될 판인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일  같아?”
“그럼?”
“아무리 로비가 중요하더라도 우선은 팔아넘겨야 할 제품이 기본은 되어야 하는 법이야. 로비는 그다음 문제이고. 그리고 제품만 좋다면 굳이 로비를 하지 않아도 소비하는 쪽에서 먼저 그 물건을 팔아달라고 하는 법이고.”

물론 지민이가 로비스트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리고 제대로  제품을 팔기 위한 로비스트가 된다면, 그냥 맨숭맨숭하게 거래를 제안해오는 기업체의 거래 당사자보다는 훨씬 우위를 점할 수도 있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오로지 몸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그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망하는  또한 순간이다.

“일단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두고 실력부터 쌓아. 외국어든 아니면 다른 공부든 열심히 하면서,”
“치! 아무튼 아빤 선수 기죽이는데, 일가견이 있어.”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양산으로 돌아왔고, 지민일 동네에 내려주고 부산으로 향했다.

“응, 박 소장. 웬일이야?”
“지금 사무실 아니네?”
“응, 송정 갔다가 양산 잠시 넘어와서 볼일 마치고 부산 가는 길이야.”
“그럼  좀 봐.”

박 소장 사무실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어! 김 여사는 어디 가고 웬 아가씨야?”
“내보냈어.”
“뭐? 내보낼 상황이 아니잖아?”
“시파! 내가 구치감에서 나와 사무실에 오니까, 여기서  놈하고 떡을 치고 있더라.”
“뭐?”
“아무리 내가 그년이 그런 걸레인 줄이야 미리 알고 있었지만,  사무실에서 그런 짓거리를 하는 것을 봤는데 그걸 어떻게 그냥 둬?”

하긴 김 여사 그 여자는, 충분히 그런 일을 하고 남을 여자이긴 했다.

내가 박 소장과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나한테까지 들이댔던 여자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몸은 괜찮고?”
“대한민국 법이 개 X 같아서....... 얻어먹은 것도 없는데 벌금 두드려 맞았다.”
“얼마나?”
“300.”

괜히 옆에서 깝죽거리다가 된통 고생한 모양이다.

그래도 벌금형으로 끝이 난 것이 어딘가?

검찰에서 엮으려고 독을 품기라도 했다면, 분위기상 박 소장 또한 얼마든지실형을  수도 있었던 분위기였으니 말이다.

“그나마 벌금형으로 끝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 민강수란  양반은 완전히 인생 조졌더니만.”
“민강수만 조졌나. 이영진이 그 인간도 완전히 끝이 났지. 그런데 그 여자가 누군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그 여자라니?”
“동영상에 나온 그 여자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소개해준 여자 중에서는 없었거든. 그리고 내가 소개해준 여자를 데리고 간 모텔은 그 모텔이 아닌 양산에 있는 모텔이었고.”
“당신이 여자를 조달해줬다고?”
“그럼 어떻게 해? 그 인간이 변태 끼가 있기도 하고, 또 여자에 대해 싫증도 잘 내는데. 그러지 않아도  여자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면서,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더라.”

도대체 이게 무슨 헛소리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결국  소장 이 인간도 민강수 그놈의 채홍사(採紅使) 노릇을 했다는 말이 아닌가 말이다.

“재주도 좋다. 어떻게 당신이 먹을 여자도 아니고, 다른 놈이 먹을 여자를 공급해줄 정도 능력도 있고.”
“요즘 세상에 돈만 주면 안 되는 일이 어디에 있어. 그년들도 어차피 바람피우는 것, 이왕이면 국회의원 배지를 단 놈이 좋을 거고, 적당히 돈만 몇 푼 쥐어주면 만세 부르는 세상인데. 그리고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인간이 가정주부에게 협박할 일도 없을 것이니 얼마나 좋았겠어.”
“그런 여자들이 그렇게 흔해? 업소에서 일하는 아가씨도 아닌 가정주부가?”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있잖아. 지난번에 철마 쪽에서 만났던 여편네 중에서도 절반은 그 알바 했던 여편네들인데. 물론 변태 기질 때문에 학을 떼긴 했다지만.”

아무튼 박 소장 이 인간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세상에 멀쩡한 여자가 없는  같았다.

하긴 내가 만났던 여자들 대부분도 버젓이 가정을 가진 유부녀였으니, 나도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이 사장.”
“응.”
“이번 보궐선거에 이 사장 당신이출마해보는 것은 어때?”
“뭐?”
“어차피 민강수가 이 동네 터줏대감이었잖아. 그리고 민강수 그 인간이 워낙 좀팽이여서 누가 기어오르기라도 할까 봐 밑에 있는 놈들 싹을  잘랐거든. 그래서 보궐선거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준비해서 나올 인간도 없어.”
“당신 미쳤구먼. 구치감에서 며칠 썩고 나오더니 세상이 뒤집혀 보여?”

별 희한한 말을  듣는다 싶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살면서 빌빌거렸던 내가, 언감생심 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말인가?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야.”
“그동안 내가 민강수 그 인간 밑구멍 닦아주면서, 그 인간 지역조직을 나만큼 속속들이 아는 사람도 없어. 그러니  조직에 기름칠만 약간 해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야.”
“그렇게 쉬운 일이면 당신이 해.”
“난 중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야. 물론 들이대려면 고졸 검정고시까진 합격했으니 고졸이라고 우겨도 되긴 하겠지만.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한 놈을 누가 국회의원을 시켜줘?”
“고졸로 대통령까지 한 사람도 둘이나 있다.”
“그 양반들이야 정말 특별한 경우지. 그리고 비록 고졸이긴 하지만 사법고시까지 패스해서 판사까지 했던 양반이었잖아.”

비록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솔직히 박 소장의 최종학력이 중졸이라는 사실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정말  소장 이 인간이 말발 하나는 타고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정말  사람이 사기꾼이 아닌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란 생각마저 든다.

만약  정도 말발로 사기를 치고 살았더라면, 박 소장은 진짜 희대의 사기꾼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소장의 말은 나로서는 생각해볼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내가 뭔 할 짓이 없어서 국회의원 노릇 한  해보겠다고 설치다가, 자칫 재수라도 없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공공의 적이 된다는 말인가?

물론 그동안 육체적인 관계를 맺었던 여자 중에서 뒤를 깨끗하게 정리하지 않은 여자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대 안심할 일은 아니다.

사람이라는 것이 원래 화장실 갈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른 법이고, 지금처럼 내가 부동산중개인이란 직업이라면 한 번 깔끔하게 즐겼다고 생각할 여자도, 막상 내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되면 무언가 모르게 억울한 생각도 드는 법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점점 증폭될 수밖에 없고, 언젠가는 수면 위로 올라와  등에 칼을 꽂게  수도 있다.

“이 사장, 정말이라니까. 당신이 출마해서 조직에 적당히 기름칠만 해주면, 내가 얼마든지 당신을 국회의원에 당선되게 만들 수 있다니까.”
“됐어. 정치에는 전혀 관심 없으니 나한테 그런 쓸데없는 소린 앞으로 하지 마! 비싼 밥 먹고 개망신당할 일을 내가 뭐하려고 해.”

박 소장은 거듭 보챘지만, 나는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런 일을 괜히 어정쩡하게 처리했다가는 나중에 수습하기조차 곤란할 지경에 이르게  수도 있고, 자칫 출마설이 나기라도 하면 실없는 인간소리까지 듣게 될 수도 있으니까.

“이 사장, 당신이 몰라서 이러는 모양인데,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떼돈을 끌어 모으는 것도 순식간이라니까.”
“당신은 국회의원을 돈 벌려고 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내가 아니어도 어떤 놈이든 다 도둑질하는 세상이잖아. 다른 놈이 도둑질해가기 전에 내가 먼저 먹겠다는데 그게 뭐가 나빠?”
“됐다. 그 이야기는 그만하자. 솔직히 당신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짜증이 나네.”

국회의원이라는 놈들이 도둑놈이라는 것이야, 나라고 왜 모르겠는가?

겉으로는 제 놈만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놈이 없다고 설레발치지만, 그런 놈들일수록 뒤가 구린 놈이 정치하는 놈들이다.

다른 것  떠나서 이 대한민국에서 정치를 하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돈인데, 그 돈이라는 것이 가히 천문학적 숫자다.

그러니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돈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만든다는 것은 정말 로또에 당첨된 것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출마하기 전부터 부정하게 돈을 모은 놈이,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난 이후에 깨끗한 정치를 펼칠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그렇다고 있는 집 자식이라고 또 특별히깨끗하지도 않다.

얼마 전  광역단체장 그놈처럼 돈 많은  자식으로 태어나서, 돈 때문에 나쁜 정치를 할까 봐 부모님이 자기에게 엄청난 재산을 물려줬노라고 자랑하던 놈은, 결국 당선된 후에 여직원을 성추행한 것이 드러나 말년에 개망신을 당하고 인생 종치는 일까지 벌어지지 않았는가 말이다.

아무튼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해야 할 족속이바로 정치하는 놈들이고 정치판인데, 내가 뭐 아쉬울 것이 있다고 그런 진흙탕에 발을 들이밀 일은 없었다.

“어! 어딜 가려고?”
“당신하고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는, 내가 판을 엎을까 봐 그런다. 어떻게 그런 일 때문에 구치감에 갇혀 있다가 나오자마자  그런 헛소린지. 제발 정신은 좀 챙기고 살자. 응!”

더는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주다가는, 내가 먼저 주먹이라도 날릴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인간이 새대가리도 아니고 민강수란 놈에게 엮여서 구치소까지 다녀온 인간이, 금방 그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저런 헛소리를 나불거린다는 말인가?

솔직히 저런  소장의 태도에 화가 난다기보다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는 거리를 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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