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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막장 중에서도 개 막장 (1) (72/90)



〈 72화 〉막장 중에서도 개 막장 (1)

주말임에도 늦은 밤이어서인지 보문호수는 한적했다.

결국 아이들이 어두워 무섭다고 하는 통에 잠시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보문호수가 내려다보이는 H 호텔에 방을 잡았다.

“엄마 데려가세요.”
“응?”
“치! 무슨 어른이 내숭이 그렇게 심해요. 우리가 모르는 것도 아닌데.”
“까분다.”

어느새 마음이 편해진 것인지 말이 편하게 나왔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인  여사가 다른 사내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을 확인시켜 주긴 싫었다.

그래서 몇 차례 실랑이를 벌인 후 나는 양 여사와 두 아이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침대에 누웠다.

물론 침대에 누우면서부터 ‘여기까지 와서 내가 왜 미친 짓을 했을까?’ 하고 후회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자요?’
‘누구십니까?’
‘치! 지민이요.’
‘네가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예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엄마 휴대전화에 저장된 것을 나도 저장해뒀으니까.’

침대에 누워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고, 그 문자의 주인공은 엉뚱하게도 첫째인 지민이로부터의 문자였다.

‘아무튼 빨리 자. 그래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지.’
‘나 아저씨에게 할 말이 있는데, 지금 그 방으로 가면 안 돼요?’
‘까분다. 아저씨 나이 남자들 착한 사람 없다.’
‘짐승이라고요?’
‘당연하지.’
‘괜찮아요. 아저씨가 늑대라면 난 여운데.’
‘까불지 말고 빨리 자. 나 잔다.’

무슨 이유로 문자를 보낸 것인지,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다고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밤이 늦은 시간에 문자를 주고받는 것부터가 오해를 받게 될 소지가 다분한 일이고, 그 오해의 대상이 다른 사람도 아닌 양 여사의 딸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인간 취급조차 받기 어려운 개XX가 되는 것이다.

문자는 끊이지 않고 계속 왔고 내가 계속 문자에 대한 답을 하지 않자, 지민인 아예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했다.

“지민이 너 도대체 왜 그래?”
“나 아저씨랑 할 말이 있다고요. 그러니 문이나 열어 봐요.”
“안 돼. 나도 이제 자야 하거든.”
“나 지금 잠옷 입고 있단 말이에요. 누가 오기라도 하면 완전 개망신인데.......”
“빨리 방으로 돌아가.”

아무리 잠옷을 입고 있느니 뭐니 하더라도  밤중에 문을 열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민인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인지 계속 문 앞에서 전화를 끊지 않았고, 결국 나는 옷을 갈아입은 후 1층 로비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하고 이 밤중에 무슨 이야길 할  있는데?”
“밖으로 가요.”

1층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니 지민이가 내려왔고, 나는 지민일 데리고 바깥으로 나가 보문호수 쪽 산책로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았다.

“아저씨.”
“응.”
“아저씬 조건 같은  안 해요?”
“인마, 나는 그런 것을 하지도 않지만, 만약 내가 아닌 조건만남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누가 한다고 하겠어.”
“아까 제 가슴 어땠어요?”
“뭐?”
“피! 아저씨도 순간 멈칫거렸었잖아요. 괜히 내숭은.......”

아까 팔짱을 끼면서 내 팔뚝에 가슴을 붙여왔던 것이, 아마 의도적으로 그랬었던 모양이다.

도대체 이제 겨우 고3인 아이가, 어떻게 이렇게 노골적일 정도로 되바라질  있었던 것인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우리 엄마가 제 얘기 안 했어요?”
“무슨 얘기를?”
“제가 아빠란 새끼에게 강간당했다는 얘기요.”
“뭐?”

나도 웬만큼 여자를 밝히는 놈이지만, 지금 지민이 입에서 나온 말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아직 미성년자인 여자아이를 건드리는 것조차 비난받을 일인데, 어떻게 의붓딸도 아닌 제 놈 피를 물려준 친딸을 범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사실 맞아요. 나 중학교 때부터 아빠란 새끼한테 강간을 당하면서 살았고, 심지어 엄마하고 같이 누워서 번갈아 대주기까지 했었어요.”
“그게 인간이야?”
“그러니까 내가 개새끼라고 했죠.”

도대체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무리 제 아비 욕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자기와 엄마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는 이런 이야기는 감추고 또 감춰야 할 일인데, 아무런 관계도 없다시피 한 내게 이런 엄청난 이야기까지 하는 이유가 짐작되지 않았다.

“너 지금 뭐 해?”

솔직히 지금 지민이가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러워하고 있는데, 내 허벅지에 지민이 손길이 느껴져서 깜짝 놀랐다.

“엄마는 지금 내가 아저씨 방에 있다고 알고 있어요.”
“뭐?”
“아저씨하고 자러 가겠다고 얘기하고 나왔거든요.”
“무슨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뭐가 말이 안 되는데요? 아빠란 새끼도 딸을 강제로 따먹는데, 아저씬 엄마 애인일 뿐이지 나하고 피가 섞인 것도 아니잖아요.”
“아무리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라고 해도, 아직 넌 보호받아야 할 미성년자야.”
“나 주민등록증 나왔거든요.”

머리가 띵해져 왔다.

양 여사가 밝힌다는 사실 그리고 섹스에 거리낌 없다는 사실이야 이미 경험한 일이지만, 딸인 지민인  엄마보다 한술 더 뜨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에게 자기 엄마의 애인인 나하고 잠자리를 하러 가겠다고 얘기하고, 또 그 말을 듣고도 딸을 붙잡지도 않은 양 여사 또한 이해가 되지 않긴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들 모녀를 욕할 생각은 없었다.

인간이란 다양한 존재고 성적인 문제 또한 개개인이 모두 다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모녀의 성적인 취향에 내가 맞춰줄 이유도 없고, 또 제 아비처럼 모녀와 동시에 관계를 맺는 것은 내 상식의 범주를 한참이나 벗어난 일이다.

“이만 들어가자. 괜히 오래 있다가 감기 걸리겠다.”
“그럼  아저씨 방에서 자도 되죠?”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소리는 그만 하고. 아무리 내가 여자에 미친놈이라고 해도 그렇게는  해!”

정말 미치고 폴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이 한밤중이어서 누가 듣는 사람이 없기에 망정이지, 만약 누가 듣기라도 한다면 정말 나까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할 소리를 지민이가 서슴없이 내뱉고 있다.

“아저씨.”
“왜?”
“혹시 제가지금까지 사람하고 했는지 알아요?”
“인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리고 그걸 세면서 하는 사람도 있어?”
“저 서른 명도 넘어요.”
“뭐?”
“그것도 둘만 빼고, 모두 아저씨 나이 비슷한 남자하고요.”

솔직히 할 말이 없었다.

무슨 이유로 자기 치부가  수도 있는 이야기를 이렇게 적나라하게 하는지 몰라도, 그렇다고 그걸 재미있다는 듯 들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이제 그런 이야긴 그만하자. 솔직히 듣기에 많이 불편하다.”
“아뇨, 들어 보세요. 제가  그렇게 했는지 알아요?”
“.......”

저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나이 남자와 관계를 맺는 이유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이른바 조건만남이 대부분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인 지민이 앞에서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입을 꾹 닫고 있었다.

“이상하게 아저씨 나이의 남자를 보면 하고 싶어져요. 그런데 골 때리는 일이 나하고 비슷한 애들하고는 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보면 짜증만 나거든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분위기가 그런 말을 내뱉을 분위기도 아니었고, 가로등 불빛에 비친 지민이 얼굴은 엄청나게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빠라는 그 개 같은 새끼 때문에요. 그 개 같은 새끼에게 몸이 길들여져서 아저씨 나이가 아니면 아예 되질 않거든요. 그런데 생리가 가까워지면 몸이  정도로 뜨거워져서 주체를 못하고.......”

애처롭기보다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렇지만 아무리 불쌍하다고 하더라도 내가 개돼지도 아닌데, 어떻게 엄마인  여사와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딸을 범할 수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훌쩍거리는 지민일 진정 시키기 위해서 살며시 지민이 손을 잡아주었다.

“아저씬 엄마가 왜  아저씨 방으로 보낸 줄 알아요?”
“하~아~ 모르겠다.”
“제가 아빠 그 새끼 같은 나쁜 놈 만나는 것을 겁내서 그래요. 아빠란 새끼도 그런데 다른 사람 중에서 그런 나쁜 새끼가 없을 수도 없고, 또  남자 저 남자하고 하다가 재수 없으면 성병 옮을 수도 있다고요.”

양 여사의 마음도 그리고 지민이의 말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논리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정도의 이해일 뿐이지, 그렇다고 그것이  일이 되었을 때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일은 절대 아니었다.

“아저씨에게 하나만 물을게요.”
“이야기해봐.”
“지금 제가 다른 남자를 찾아서  남자하고 자면 아저씬 좋겠어요? 아저씨 눈앞에서? 지금저쪽에 담배 피우고 있는 아저씨 따라가서요.”
“인마!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 거야? 자꾸 이러면 나 화낸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엄청 뜨겁거든요. 솔직히 지금 여기서 벗고 대달라고 해도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그런데 지민이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 같았다.

지민이 얼굴은 마치 춘약에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붉게 물든 상태로 잔뜩 찌푸린 상태였고, 지민일 진정 시키기 위해 잡았던 손은 땀이 찬 채로 강하게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자기야, 미안해.’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고, 휴대폰을 확인하니  여사로부터 톡이 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 밖에 데리고 나와 있거든.’
‘자기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지민이가 하자는 대로 해주면 안 될까? 걔, 그대로 놔두면어떤 사고를 칠지도 몰라. 태어나길 그런 몸을 갖고 태어났으니 팔자려니 해야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아냐, 팔자가 맞아. 그것도 나 같이 더러운 피를 받고 태어난.’
‘당신이 왜?’
‘나도 지민이하고 똑같은......’

양 여사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양 여사가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이 어떤 내용일 것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었다.

아무리 더러운 팔자를 타고 태어났다고 하다지만, 정말 이런 막장 중에서도 개 막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엄마와 딸이 대를 이어 겪어야 한다는 사실이 끔찍하단 생각이 든다.

결국 내가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지민일 지민이 말대로 저기서 담배를 피우며 서 있는 사내에게 가서 몸을 주고 오게 하든지, 아니면 지민이와 양 여사의 부탁대로 내가 지민이의 뜨거운 몸을 달래주든지 말이다.

아무리 내가 여자를 밝히는 놈이지만, 정말 이런 경험은 절대 하고 싶지 않은 그런 기분이다.

하지만 내가 지민일  방으로 데리고 가지 않으면, 지민이 지금 태도로 봐서는 정말 저 사내에게로 달려갈것 같은 분위기다.

아무리 나와 지민이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내 눈앞에서 지민이가 이름조차도모르는 낯선 사내의 손에 끌려 호텔 방으로 가서, 헐떡대는  밑에 깔려 신음을 토해내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쩌면 오늘 밤은 내가 쾌락을 즐기는 그런 밤이 아니라, 진짜 짐승이 되어야 하는 그런 밤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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