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마카롱 가게 사장님 (2) (61/90)



〈 61화 〉마카롱 가게 사장님 (2)

남들 눈에는 갑자기 공돈을 손에 쥐게 되더니  미친 짓을 다 한다 싶겠지만, 나는 이렇게 아이들 명의로 가게를 내게 하는 것 또한 인생의 투자라는 생각이었다.

경우는 물론 다르겠지만 이렇게 내가 갑자기  평생에 만져보지도 못했을 거금인,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있게 된 그것도 바로 사람에게서 기인한 것이 아닌가 말이다.

부산의 대표적인 사창가인 완월동에서 에이스로 활동하던 자경이 하고의 인연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에는 순수한 치기로 행했던 별로 대단하지 않은 작은 호의가 한 인간의 삶에서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한 파장이 당사자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금과 같은 결과로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지혜나 효주 또 민지에게 자경이와 같은 그런 인연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삼촌, 나도 정말 여기서 같이 살아도 돼?”
“같이 살아도 되니까 이사를 오라고 했지.  같이 지내면 불편할 것 같아?”
“아니, 솔직히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데 나도 지혜처럼 아빠라고 부를까?”
“그거야 네가 편한 대로 하면 되지.”
“에이~ 됐다. 요즘 세상에 누가 애를 셋씩이나 낳는 사람이 있고, 또 아빠 나이 사람이 딸을 셋이나 낳고 이혼한 아저씨라고 생각하겠어.”
“인마, 너희가 날 보고 아빠라고 부른다고 누가 내가 너희 친딸이라고 생각하겠어? 내 나이가 몇인데.”
“그럼?”
“뭐 이상하게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또 다른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아직 30대 후반인 내게 대학생 딸이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결국 사람들은 지혜나 효주가 내게 아빠로 부르는 그것을 보면서, 좋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그냥 애칭 정도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반면 다른 어떤 사람들은 우리를 그렇고 그런 사이로 생각하면서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런 세상 사람들의 그런 시각에 딱히 신경을 쓰는 성격도 아니었지만, 지혜가 힘들어할까 봐 예전부터 호칭을 달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봤지만 지혜 역시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다가 효주도 덩달아 나를 아빠라 부르게 된 것뿐이고 말이다.

“그럼 나도 아빠라 부를래. 그럼 나도 아빠 세 번째 마누라가 되는 것 맞지?”
“뭐? 너 무슨 그런 소리를 하고 그래?”
“피~ 딱 보니 견적이 나오던데 뭘 그래?”
“나오긴 뭐가 나와?”
“원래 여자가 여자를 보면  표시가 나거든. 쟤가  남자하고 잤는지 아닌지는 그 여자가 하는 행동을 보면 바로 표시가 나게 되어 있어.”

눈치가 보통이 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되바라졌다고 꾸짖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지른 짓이 있으니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조차 하지 못하고, 나는 헛기침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넘기려 했다.

“그럼 어떻게 해? 지혜하고 효주하고는 날짜를 정해서 해? 아니면 셋이서 같이 해?”
“인마!”
“치! 내가 처녀지만 나도 알 건 다 알거든. 내가 지혜에게 아빠를 어떻게 유혹해야 하는지 방법을 가르쳐 줬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어?”

그러고 보니 그 사실을 잊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마음은 달라질 것이 없었다.

지혜야 그렇다고 치지만 효주와 이런 관계가  것도 불편한데, 여기에 민지까지 포함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앞으로 그런 이야기는 가능한 입 밖으로 내지 말자.”
“치!”
“그런데 제빵사 자격증은 어떻게 따게 된 거야?”
“학교 졸업한다고 100% 취직이 된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런데 나야 집에서 논다고 밥을 먹여줄 부모님도 계시지 않으니까 굶어 죽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지.”
“그래 잘했다. 그런데 왜 제과점을  생각을 하지 않고 마카롱이야?”
“빵집은 워낙 많잖아. 거기에다가 젊은 애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체인점을 선호하는데 솔직히 프랜차이즈는 수수료 떼면 남는 것도 없어.”
“그래서 마카롱을선택한 거야?”
“수제 마카롱이 우리 또래 여자아이들이 엄청 좋아하거든. 비싼 탓에 자주 사 먹지는 못하지만. 대신 선물로 받으면 엄청 좋아하는 친구도 많고.”

마카롱을 선택한 나름의 이유는 있었고, 그런 민지의 생각을 듣고 나니 새삼 든든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빠.”
“응?”
“나 부탁 하나만  해도 돼?”
“해봐. 내가 들어줄  있는 거라면 들어줄 테니까.”

얘들만 그런 것인지 얘들 입에서 아빠란 단어가 참 쉽게도 나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삼촌이라고 하더니만, 내가 아빠로 불러도 된다고 하니 전혀 어색함도 없이 아빠라 부르고 있으니 말이다.

“개업하고 초반에 광고비를 좀 대줄  있어?”
“광고비? 방송이나 신문에 광고할 것은 아니지?”
“미쳤어! 마카롱 팔아봐야 얼마나 남을 거라고.”
“그럼?”
“일주일쯤 학교 정문에서 마카롱을 하나씩 나눠주려고. 맛을 봐야 찾아오지 않을까 해서.”

어쩌면 민지는 예전부터 마카롱 가게를 운영하겠다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몰랐다.

내가 알기로는 대부분 마카롱이라는 것이 개당 1,000원~2,000원으로다양한 편인데, 그걸 홍보용으로 나눠주겠다는 결심은 아무나 하기 힘든 일이다.

하루 300개 정도만 나눠준다고 하더라도 일주일이면 2,000개 정도가 될 것이고, 그렇다면 자칫 몇 백만 원을 길거리에 내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에, 20대 초반 아가씨가 그런 생각을 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도록 해. 그런데 그만큼 많은 양을 나눠주려면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가능하겠어?”
“지혜하고 효주도 있잖아. 셋이서 만들면 그렇게 어렵진 않을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야?”
“딱히 손재주가 필요한 일은 아니니까.”
“그럼 주방 아주머니들에게 일당을 주고 그분들에게도 도와달라고 부탁해봐?”
“됐어. 지혜하고 효주 둘만 도와주면 돼.”

민지가 사전에 마카롱 가게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내 추측이 사실인 것 같았다.

민지가 가자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가게를 여는  필요한 주방기구들에 대한 대금을 치르고  사업자등록증을 신청하고 하는 것을 보면서, 민지 얘는 사업에 재능이 있든지 아니면 정말 언제가 될지 모를 마카롱 가게 오픈을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느낌이었다.

“미리 조사를 다 했었던 거야?”
“응. 예전부터 돈만 모으면 마카롱 가게를 열 생각이었거든. 그래서 이것저것 알아보러 자주 다녔었어.”
“언제 그 돈을 벌어서 가게를 오픈하려고?”
“회사에 취직해서 월급을 모으고, 또 지금까지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을 보태면 10년이면 될걸.”

아무튼 민지가 미리 시장조사를철저히 해둔 덕분에, 가게 문을 여는 것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를 것 같았다.

그렇게 민지를 태우고 부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납품받는 것과 마카롱을 포장해서 팔 때 필요한 아이스 팩 등을 납품받는 것까지 계약을 끝내는 등, 가게를 열기 위한 준비는 차근차근 진행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저녁에는 셋이 주방으로 몰려가서 민지가 지혜와 효주에게 마카롱을 만드는 법을 전수하였고, 마침내 가게 인테리어 작업이 끝이 나고 커피 머신을 비롯한 주방 기계들까지 들어 왔다.


“홍보는 아르바이트 학생을 채용해서 해.”
“괜찮아. 가게는 한 사람만 지켜도 충분하거든.”
“포장 손님만 있다면 혼자서도 충분할지 몰라도, 가게에서 커피라도 마시는 손님이 있으면 그땐 어떻게 할래?”

아르바이트생의 일당을 아낀답시고 가게엔 민지 혼자만 남기고, 지혜와 효주 둘을 학교 앞에서 홍보하기 위해 내보내겠다는 말에 내가 제동을 걸었다.

가게가 테이크아웃 점포도 아니고  가게  주차 공간에도 예쁜 파라솔아래 테이블을 설치해서, 커피까지 함께 파는데 혼자서 가게를 지킨다는 것은 아니란 생각에서였다.

“개업식에 이벤트 회사 불렀다고 생각하면 아르바이트생을 쓰는 것이 오히려 싸게 먹혀.”
“알았어요.”

결국 셋은 내 의견에 동의했고, 둘은 가게를 지키고 매일 교대로 한 사람씩은 아르바이트생 둘과 정문 앞에서 학생들에게 전단과 마카롱 한 개가 포장된 것을 나눠주면서 가게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자~ 건배!”
“혜. 주.  대박 나자!”

고민 끝에 결정한 가게 이름이 셋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딴, ‘혜. 주. 민’이었다.

그리고 간판은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깔인 핑크를 기반으로 마카롱의 알록달록한 색깔로, 멀리서 간판만 봐도 이곳이 마카롱 가게인 것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불이 환하게 켜져 있으니까, 밖에서 봐도 가게가 엄청 예쁘네.”
“아빠, 고마워요.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아빠 은혜 갚을게요.”
“인마, 빨리 돈 벌어서 시집갈 생각이나 해.”
“치!  죽을 때까지 아빠랑 살 건데.”
“나도!”
“나도!”

가게 앞에 설치한 파라솔 아래 테이블에서 바라본 가게의 모습은 남자인 내가 봐도 예뻤다.

그리고 민지가 주도가 되어 만든 마카롱의  또한, 주변 가게들에서 판매하는 마카롱의맛에 절대 뒤지지 않았기에, 입소문만 제대로 타면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 세 아이가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자립해서 세상에 나가는 데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니, 나로서는 신경 쓸 일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했다.

“아빠”
“응?”
“아빤 우리에게 왜 잘해줘?”
“잘해주긴 뭘 잘해줘.”
“정말 몰라서 그래? 지혜하고 효주야 그 일 때문에 잘해준다지만 나하고는 아니잖아.”
“쓸데없는 소리.”
“맞잖아. 요즘 세상에 아빠처럼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으면서 우리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이렇게 베푸는 사람이 어디에 있다고.”
“인마, 그게 다 인연이 되어서일 뿐이야. 그리고 그 인연이라는 것은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솔직히 가게를 오픈하는 준비를 하던 동안에도 두 번씩이나 민지의 저돌적인 대시를 받았었고, 그때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가면서 민지를 설득하고 달랬었다.

“아빠, 그런데 아빠는 왜 아직 결혼하지 않았어?”
“그거야 나도 모르지.”
“혹시 우리 같은 영계를 먹으려고?”
“인마, 누가 지나가다가 들으면 어쩌려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해?”
“치! 이 시간에 누가 있다고.”
“아무튼. 그냥 내가 어디에 얽매이는 것이 싫어서 그랬겠지. 결혼하게 되면 그 상대에게 얽매여야 하고,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책임져야 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게 자신이 없었던 때문 아닐까?”
“그럼 아빠는 좋은 사람이네?”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나나 지혜 아니 효주 엄마와 효주를 버리고 간 효주 아빠는 책임지지  한 사람들이잖아. 자기 새끼를 낳고는 책임지기 싫어서 도망간.......”
“그 사람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 인마, 오늘같이 좋은  뭐하려고 그런 우울한 이야기를 하고 그래.”

그렇게 지혜, 효주, 민지가 사장인 마카롱 가게인 ‘혜. 주. 민’의 개업식 전날 밤이 맥주 캔이 쌓여가는 가운데 깊어가고 있었다.

‘혜. 주. 민’이 번창해서 지혜와 효주 그리고 민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팠던 기억들이, 더는 아파하지 않고그냥 한때의 아련한 추억으로 셋의 가슴에 남기를 기대해보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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