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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화 〉다시 이 여사 (3) (40/90)



〈 40화 〉다시 이 여사 (3)

“자기한테 내가 한, 밥을 먹여주고 싶다.”
“쓸데없는 소릴 한다.”
“그게 뭐가 쓸데없는 소리야. 자기에게 밥도 해서 차려주고, 자기 속옷도 내가 빨아주고 싶은데.”
“그런 생각할 것 같으면, 앞으로 만나지 말아야 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뜨거운 육체의 향연이 끝이 나고 서로의 몸에 남은 욕정의 찌꺼기들을 깨끗하게 씻어낸 후에 모텔을 나왔다.

그리고 해변에 있는 커피트럭에서 커피를 사서, 구덕 포구 쪽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이 여사가 유부녀로서는 정말 해서는 안 될 소리를 하고 있었다.

“당신도 지금 당신 입으로 한 말이 무슨뜻인지 알고 있잖아.”
“내가  말의 뜻이야 당연히 알고 있지. 그런데  말이 쓸데없는 소리가 되냐고?”
“우리가 20대 청춘이야? 그래서 사랑하는 감정 때문에 잠시도 떨어져 있기가 싫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주고 싶고 그렇게 할 나이야?”
“그럼 자긴 안 그래?”
“그러다가 조금 더 미치면 아예  보따리 싸서 야반도주라도 해서 같이 살자고?”
“왜? 자긴 나하고 같이 살기가 싫어?”
“당신이 혼자라면 어떨지 모르지. 그런데 당신 지금 가정이 있는 유부녀잖아.”

 여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야 충분히 짐작되는 일이지만, 이런 경우는 잔인할 정도로 냉정해져야 실수를 하지 않는 법이다.

자칫 분위기에 휘말려서 그렇게 하겠노라고 하면, 여자들은  말이 진심인 줄 착각해서 쓸데없이 과감해지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사내인 나로서는 나중에 ‘XX끼’라고 욕을 얻어먹는  이외에는 크게 손해가 날 일이 없다.

‘XX끼'네 뭐네 욕을 해봐야 어차피 잡놈 잡년이 같이 저지른 일이니, 그 똥물이야 같이 뒤집어쓰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나야 아직 총각이지만, 총각이 아닌 유부남 또한 마찬가지다.

불륜의 상대인 여자가 같이 살자고 집을 뛰쳐나와도 사내란 족속들이야 갖은 핑계를 대는 법이고, 정히 핑계를 만드는 것조차 힘들어지면, 아예 회사의 발령을 핑계로라도 내세우면서 주말부부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으니까.

하지만 결코 그런 삶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결국 그렇게 시작된 불륜의 끝은, 어느 정도 뜨거운 불길이 사그라지면 남자 대부분은 그동안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자기가 살던 가정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집을 나온 여자는 받아줄 가정조차 없어지게 되는 것이 냉정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그 끝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여사와의 관계에서 처음부터 이런 관계는 원하지 않았었고, 이 여사 역시도 처음부터 섹스파트너  정도를 이야기했었기에, 지금 이 여사의 저 말은 반칙인 것이다.

“자기 그렇게밖에 말을 못해?”
“그럼 어쩌자고? 같이 살자고?”
“왜? 나하고 같이 살기 싫어?”
“나, 남의 가정까지 깨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하고 같이 살기 싫은 것인지그걸 물은 거잖아!”

이 여사의 목소리에서 쇠를 갉아먹는 것처럼 쇳소리가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이 여자와의 인연은 여기까지가 한계란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이 여사에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시켜 주기로 했다.

“이 여사님. 처음 당신하고 나하고 만나서 했던 이야기기억나지 않아요?”
“뭐?”
“당신하고 나하고는 얼마 전에 헤어졌다는 301호 총각처럼 섹스파트너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점에 관해서는 이미 충분히 이야기했었는데 기억나지 않아요?”
“그건 그때 기분이 그랬던 거잖아?”
“난 그때 기분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다른 관계를 요구한다면 더는 우리 관계를 지속할 수가 없지요.”
“자기 정말 계속 말을 그렇게 예쁘게 할 거야?”
“그럼 어떻게 할까요? 총각인 내가 나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 당신이란 여자하고 결혼이라도 하고 살자는 말입니까?”
“정말.......”

이 여사는 잔뜩 흥분해서 손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 내 뺨에선 불이 번쩍하는 느낌과 함께 ‘짝!’ 소리가 들려왔다.

“개XX! 내가 널 가만두나 봐라!”

‘쾅!’

역시 내가 예상한 것처럼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이 여사는 스스로 분을 이기지 못하고 내 뺨을 후려갈긴 후에 차 문을 ‘쾅!’하고 열고나갔고, 택시가 다니는 도로까지는 제법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씩씩거리면서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저런 성격의 여자는 계속 같이 지내겠다고 하더라도 결코 오래가진 못한다.

301호 총각과 그렇게 열심히 떡을 치다가도 그 총각이 이사를 나가자 까맣게 잊어버리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내게 들러붙었던 것처럼, 이 여사는 또 며칠쯤 지나면 자기의 뜨거운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사내를 찾게 될 테니까 말이다.

“아빠.”
“응. 저녁은 먹었어?”
“예. 아빠는요?”
“난 친구 만나서 먹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주말에 바쁘세요?”
“왜? 무슨 일이라도 있어?”
“특별한 일은 아니고 토요일에 효주하고 안동 쪽으로 놀러 가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혹시.......”
“아빠가 태워줘?”
“그러실  있어요?”

구덕 포구에서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가, 해가 떨어져 어스름해질 즈음에 지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안동까지 친구와 둘이서 가긴 겁이 난 모양이었기에, 나는 기꺼이 둘을 데리고 안동을 다녀오기로 약속했고 그러자 지혜는 반색했다.

“지혜야, 잠깐만. 전화 들어온다.”

지혜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통화 중 대기음이 울렸고, 나는 지혜에게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를 걸겠다고 이야기하고 지혜의 전화를 종료시켰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받으려고 하니, 이 여사의 남편인 정 사장님의 전화였다.

순간 이 여사와의 관계 때문에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그 시간이 억겁 같았지만,  사장님은 나하고 통화를 꼭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인지 한번 전화가 끊기고 나서도 재차 전화를 걸어 왔다.

“예. 형님.”

어차피 이 양반의 전화를 받지 않을 도리가 없었기에, 나는 통화버튼을 클릭했다.

“이 사장, 잠시 나 좀 보지.”
“지금  멀리있습니다.”
“몇 시쯤 동네에 오나?”
“지금 바로 출발한다고 하더라도 1시간쯤은 걸립니다.”
“그럼 내가 자네 사무실로 가겠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내가 무슨 일인가 물었지만 정 사장님은대답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딱히 이 여사와 두 번 관계를  동안에 이 여사나 나를 아는 사람 누구와 얼굴을 맞부딪친 적도 없었고,  처음 이 여사와 관계를  이후에 정 사장님과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기에, 딱히 오해(?)를 받을 일도 없었기에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자네까지 꼭 그렇게 해야 했었나?”
“예? 형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집사람 말일세.”
“예?”

사무실에 도착하니 정 사장님은 이미 사무실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평소 이 양반의 표정과는 달리 냉기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아마도  여사와 나 사이의 관계에 무언가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 양반이 이 여사와  사이의 관계를 눈치를 채게 된 것인지, 그 이유가 짐작되질 않았기에 일단은 시침을 떼기로 하고 우선 커피부터 내놓았다.

“내가 낚시를 다녀오니 집사람이 대뜸 하는 말이 이혼하자고 하더구먼.”
“예?”
“자네하고 같이 살겠다고.”

한마디로 미치고 폴짝  일이었다.

아니 순간적으로 이 여사 그년이 미친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눈이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남편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그 앞에서 이혼하자면서 나를 들이댄다는 말인가?

“형님, 그게 어떻게 된 일인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설명하고 말고 할 것이라도 있나. 집사람 말대로라면  데까지  상황인데. 솔직히 자네가  집사람하고 그런 짓을 하리라고는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네.”
“........”
“어떻게 하겠나? 솔직히 나도 그 여자가 감당이 되질 않아서, 그 여자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이혼해줄까 하는 생각인데. 일단 자네 말부터 듣고 싶네.”
“........”
“정말 자네가 집사람을 꼬드겨서 같이 살자고 했나?”
“예?”
“집사람 말로는 지난번 내가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갔던 날, 자네가 집사람을 꼬드겨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

물론  사장님에게는 미안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가 한 거짓말을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 사장님이 먼저 눈치를 채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이 여사 그년이 스스로 사건을 만들어 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

“형님, 제가 저지른 일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우선 이걸 한번 들어보시고 말씀을 계속하시지요.”

분위기가 주먹다짐은 일어날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기껏 최악의 상황이 된다고 하더라도 민사소송을당해서 손해배상을 하는 것에서 끝이 날 분위기였다.

그리고 통상 이런 경우에는 대부분 3,000만 원 선에서 판결이 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만약 정 사장님이 그렇게 한다면 나는 그것은 인정할 용의가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정 사장님에게는 내가 잘못한 일이 맞았고, 그렇다면 이 양반이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저지른 잘못 이상에 관해서까지 모두 내 책임이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나는 휴대전화에 저장되어 있던 이 여사와 처음 만났던 날의 녹음파일을 정 사장님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전 잠시 나가 있을 테니까, 그걸  들으시고 나서 전화하시면 바로 오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사장님을 내 사무실에 혼자 남겨둔 채 사무실 문을 열고 나섰다.

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오면서, ‘시팔! 더럽게 비싼오입을 했네.’라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법원에 출석해서 망신을 당하는 것은 덤이고, 겨우 두 차례 섹스를  것뿐이니 자그마치 한 번에 1,500만 원짜리 오입을 한 것이니, 비싸도 더럽게 비싼 오입을 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번에 천오백이라면 웬만큼 잘나가는 연예인과도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금액인데, 다 늙은 40대 유부녀를 그것도 자기가 하고 싶어서 날뛰는 여편네를 먹은 값치고는 더럽게 비싸게 먹은 것이다.

아마정 사장님이 아닌 다른 남자가 소송하겠다고 설친다면, 나는 혹시 그들이 부부 사기단이 아닐까 하는 그런 의심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차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면서 절대 내가 억울해하고 화를 내서도  되는 상황이지만, 혼자 씩씩거리면서 분을 삭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정 사장님에게 보낸 녹음파일을 서너 번은 들어도 들었을 시간이었지만, 정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오질 않았다.

혹시 이 양반이 자살이라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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