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7화 〉기장 무인텔에서 (1) (17/90)



〈 17화 〉기장 무인텔에서 (1)

“그런데 오빠는 정말 동업할 생각이 전혀 없어?”
“우선 내가 가진 것이 별로 없잖아. 기껏해야  조그만 사무실 하나 가지고 있는데 동업은 무슨 동업이야.”
“학교 뒤쪽에 오빠 원룸도 있잖아?”
“그거 절반 이상이 대출이다. 요즘 이 주변에도 원룸을 워낙 많이 짓다가 보니 공실이 심심찮게 나와서 미치겠구먼.”
“지금은 공실 나온 것 없잖아?”
“지금이야 학기 초이니까 그렇지. 중간에 방을 빼면 나보고 어쩌라고.......”

대학 앞 원룸들은 계약 기간을 보통 2년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임차인 사정에 따라 1년을 계약 기간으로 해주기도 하는데, 그렇게 1년이든 2년이든 있기로 하고 계약을 후에 방학이 되면 방을 빼겠다는 친구들이 생겨나는데, 그때가 되면 정말 속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이곳이 학교 앞만 아니라면 계약 기간이 있으니 그걸 가지고 다툴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학교 앞이라는  때문에 학생들에게 소문이 나쁘게 날 것이 걱정되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해지에 동의를 해주곤 한다.

그리고 정말 재수가 없으면, 나머지 기간 동안 계속 그 방을 공실로 비워두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오빠한테 돈을 투자하라고는 하지 않을 테니까 같이 할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박 사장도 기획부동산을 할 정도로 큰돈은 없을 텐데?”
“박 사장님은 바람잡이 역할을 맡기려고 같이 하려고 하는 거야. 박 사장님이 말발은 끝내주잖아.”
“그런데 나는 투자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업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거기에 왜 필요해?”
“오빤 정치하는 사람들 많이 알고 있잖아. 그러니 국회의원 몇 사람 소개받아서  줄을 타고 싶다는 거지. 이 바닥에서 개발정보를 먼저 아는 것이 얼마나 돈 되는 일인지는 오빠도 잘 알잖아.”

 소장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만, 솔직히 그 문제에 관해서는 강 소장이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서울도 아니고 지방인 부산이니, 설령 지역구 국회의원과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을 1:1로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당원으로서 특별히 누군가의 눈에 띄는 활동을 한 것도 아닌 이름만 걸어둔 유령당원 비슷한 처지고, 또 부동산중개인에 불과한 내가 국회의원을 1:1로 면담하겠다고 나서봐야 그게 성사될 리도 만무하다.

“그건  소장이 날 오해한 거야. 내가 정치판 사람들하고 알고 지낸다고 해봐야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한계가 있는 사람이고, 강 소장 말대로 개발정보를 주워듣기라도 하려면 국회의원 하고 일대일로 만날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내가 아직 그럴 깜냥은 못되거든.”
“오빠, 정말 숙맥이구나.”
“그건  웬 신박한 소리야?”
“오빠가 정당 사무실에 가서 사람들에게 밥을  적이 있어?”
“내가 그 사람들에게 밥은 왜 사?”
“알겠다. 앞으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내가 지금 현역 국회의원인 정당사무실을 찾아가는 이유는 정당사무실에서 자기네들이 필요한 일이 있어 초대해서 간 것이 전부인데, 그렇게 초대를 받아서 간 상황에서 내가 왜 밥을 사야 한다는 말인가?

솔직히 밥을 얻어먹고 나오는 일조차 김영란법이니 뭐니 하는 것 때문에 마음 편하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오빠, 점심 먹으러 가자.”
“뭘 먹고 싶은데?”
“물회 먹으러 갈까? 나 물회 잘하는  아는데.”
“그러자.”

밥이야 얼마든지 사줄 수 있는 일이고, 또 아무리 사무실이 바깥에서 들여다보이지만 이렇게 사무실에서 단둘이 있다는 점이 내심 껄끄러웠기에, 나는 점심밥을 먹으러 가자는 강 소장의 말에 고민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 소장의 차로 가자고 하기에 나는 강 소장이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그런데 체육공원 쪽으로 가더니, 다짜고짜 외곽 순환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있었다.

“어딜 가려고?”
“송정.”
“물회  그릇 먹자고 송정까지 간다고?”
“점심 먹고 시원하게 바닷바람도 쐬고 오면 좋잖아.”

이미 외곽 순환고속도로에 올랐으니 더 말해봐야 투덜거림에 지나지 않기에,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등받이에 머리를 눕혔다.

“오빠, 그릇 이리 대봐.”
“왜?”
“여기 여자인 내가 먹기엔 양이 좀 많잖아.”

바닷가에 위치한 M 물회 전문점에 도착해서 바다로 향해 창이 나 있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주문한 물회가 나오자,  소장은 내 그릇에 자신의 그릇에 있는 물회를 덜어 줬다.

“난, 바닷가에만 오면 속이 왜 이렇게 시원해지는지 몰라.”
“바다 보면서 속 시원해지지 않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주차장에서 바닷바람을 쐬며 담배까지 피운 후, 나는 다시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야!”
“뭐?”
“핸들 돌려!”
“싫은데?”
“도대체 왜 이래? 그리고 이런 대낮에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뭐가 어때서?  과부고 오빠도 혼잔데.”

하긴 싱글인 남녀가 대낮에 모텔에 출입하는 것을 누가 시비할 놈도 없다.

싱글이 아닌 유부남 유부녀라고 할지라도,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는 아예 고개를 빳빳하게 쳐들고 모텔 출입을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오빠, 내려.”
“인마!”
“그냥 들어가서도 정말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그냥 나오면 되잖아. 그럼 앞으로 절대 오빠보고 해달라고 하지 않을게.”
“세상에 남자가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흔한 것이 사내인데 하필이면 그 많은 사내 놔두고 나한테 이러는데?”
“오빠가 좋으니까 이러지.”
“그냥 좋아해도되잖아.  이렇게 모텔까지 와서 확인해야 해?”
“원래 마음이 가면 몸도 가는 법이고, 좋으면 주고 싶어지는 법이잖아. 누가 나오기라도 하면 창피하니까 빨리 들어가자.”

어차피 언젠가는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자꾸 거부하자  소장은 이른바 실력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다짜고짜 모텔 주차장으로 차를 밀어 넣었다.

“차 문은 걸어두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왜?”
“요금 지불하고 방 열쇠 받아서 와야지.”
“그딴 거 신경 쓸 필요 없어. 여기 무인텔이거든.”
“뭐?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치! 검색만 하면  나오는데 그게 뭐 대수로운 거라고.”

그러면서 씩씩하게 나를 앞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판기에 지폐를 집어넣고 카드키를 챙기더니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고, 나는 정말 뻘쭘한 기분으로 강 소장 뒤를 따랐다.

“엄청 능숙한 여자 같다.”
“이런 곳까지 와서 조신한 척하라고? 그리고 내가 말했었잖아. 내가 결혼 전에는 놀 만큼 놀아본 년이라고.”

그렇게 우린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고, 객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앞에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와~ 여기 전망 죽여준다.”

 소장의 탄성처럼 전망 하나는 인정해줄 만했다.

해운대나 광안리 해변에 있는 호텔들의 전망도 아주 좋은 편이지만, 이곳은 비록 모텔이긴 하지만 전망에서만큼은 오히려 해운대나 광안리 그 호텔들을 압도한다는 생각이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빠,  샤워하고 올게.”

멍하니 창밖에 펼쳐진 경관을 바라보고 있는데, 강 소장이 뒤에서 날 살며시 안으며 귓불에 입김을 불어넣는다.

그러고서는 손을 아래로 내려 그놈을 살짝 쥐었다가 놓고는, 샤워를 하러 가겠다며 폴짝거리는 발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이 닫히자 내 귀가 갑자기 예민해진 것인지 옷을 벗는 사르륵거리는 소리까지 들려왔고, 잠시 후에는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빠! 미안한데 저 위에 있는 헤어 캡 좀 줄래?”
“응?”
“화장대 쪽에 헤어 캡 있잖아. 깜빡 잊고 내가 그걸 들고 들어오지않았네.”

헤어 캡을 갖다 주는 것이야 어려울 일이 없었지만, 아까 강 소장이 옷을 벗는 소리 그리고 샤워기에서 물이 떨어지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그놈이 불끈거리기 시작하더니, 벌써 바지 앞섶이 부풀어 올라 텐트를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 여기.”
“오빠도 같이할래?”
“인마, 됐어.”

강 소장은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문을 반쯤 열고서 헤어 캡을 받았고, 덕분에 내 눈앞에는 아직 봉긋하게 솟은 뽀얀 젖가슴과 군살조차 없는 허리, 그리고 윤기가 흐르는 검은색 수풀이 드러나 있었다.

“치! 얘는 벌써 흥분해서  있는데. 그냥 벗고 들어와라. 내가 등 씻겨줄게.”

 소장의 유혹은 말에서 그치지 않았다.

마치 이제  물건이 자기 소유라도  듯이, 아무 거리낌 없는 손길로  바지 지퍼를 내리고 불끈거리는 그놈을 손으로 꽉 쥐었다.

“얘는 항상 뜨거워서 좋아. 오빠도 기분 좋지?”
“강 소장처럼 예쁜 여자가 만지는 데 기분 좋지 않다고 하는 놈이 있다면 그놈이 미친놈이지.”
“오빠 거 보면 아예 내 호주머니에 넣어서 다니고 싶어.”

그러더니  소장은 귀두 끝을 살살 간질이기 시작했고, 강 소장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아~ 내가 과부만 아니었더라면 오빠보고 딱 1년만 같이 살자고 했을 텐데.”
“또 쓸데없는 소리 한다.”
“알았어. 부담 주는 소리는 하지 않을게. 그런데 정말 오빠가 X을 하고 싶을 때는 다른  찾지 말고 나한테 얘기해. 그럴 수 있지?”
“인마, 여자 입에서 X이 뭐야.  예쁜 말을 쓰자.”
“치! 난 섹스보다는 X이나 X구리란 말이 훨씬 좋더라.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찔끔거리기도 하고, 그때 남자 손길이 닿기만 해도 흘러내려서 팬티가 푹 젖어 곤란해  적이 몇 번 있었거든.”
“그럴 때 그냥 그 남자보고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여자가 하자는데 빼는 놈이 이상한 놈이지.”
“치! 나보고 아무 남자한테나 주라고? 내가 무슨 걸레도 아니고.......”
“그런 뜻은 아니잖아. 어차피 손만 닿아도 네가 팬티가 젖을 정도 상태라면 그 남자에게 어느 정도 호감이 있다는 뜻일 거잖아.”
“암튼 몰라. 어차피 오빠는 내가 대놓고 들이댔어도 안 하겠다고 도망쳤었잖아.”

이른바 강 소장의 섹드립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이야기하면서도 강 소장의 부드러운 손길은 내 불기둥과 구슬 주머니를 구석구석 건드리고 있었고, 강 소장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내 몸은 순간순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얘를 내 몸 깊숙한 곳에 받아들인다는 상상만 해도 짜릿해.”

그렇게 이야기하는 강 소장의 볼은 발그레 달아올라 있었고, 핏줄이 툭툭 불거져 불끈거리는 내 육봉을 쥔 강 소장의 손엔 땀이 배기 시작했다.

정말 오늘은 더는 피하지 못하고, 강 소장과 뜨거운 잔치를 벌여야  것 같았다.

결국 오늘이 이 업계에서 같이 일하는 여자와 육체적 관계를 갖지 않겠다는 내 결심이 무너지는 날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인연이라면 기껍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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