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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잘 먹는 놈 (2) (11/90)



〈 11화 〉잘 먹는 놈 (2)

“한 마디로 골 때리네?”
“정답!”
“그럼  뒤에는 어떻게 됐는데?”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게임은 끝이 났는데.”
“일은?”
“어차피  의원 그 친구, 쪽팔려서가 아니라 욕심 때문에라도 터트리지 못해. 그리고 솔직히 지금까지  년인데 권 의원 그 친구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을 것 같아? 그냥 진작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입 닫고 있다가 어떤 계기가 있어서 터진 것뿐이야.”
“어떤 계기?”
“그거야 나도 모르지.  여자하고 관계는 몇 달 전에 끝냈다고 했으니까.”
“응?”
“남편이 공천을 받기도 했고 또 내가 모시던 영감이 정계 은퇴선언을 했으니까, 그 여자로선 당연히 내 효용가치가 다 됐다고 판단했겠지.”

친구 놈은 지방의회 의원이란 자가 고소를 하지 못할 것을 아예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미 몇 달 전에 끝을 냈는데 뒤늦게 그 문제가 튀어나와?”
“그 여자가 열을 좀 받고 있을 거거든.”
“그건  무슨 말이야?”
“자기 입으로 관계를 끝내자고 하고서 좀 지난 후에 다시 만나자고 난리를 치기에, 내가 냉정하게 손절했거든.”
“왜? 속궁합이 잘 맞았다면서?”
“내가 여자에게 미친놈도 아니고 그렇다고  준다는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이미  발로 떠났던 여자를  다시 받아들여.”
“또 다른 여자가 있다고?”

물론 친구 놈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다.

쥐뿔도 가진 것도 없는 놈이 평소에도 자존심 하나만은 대단했던 놈이니, 제 놈이 차였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다시 만나자고 한다고 자존심 때문에라도 쉽게 그렇게 하자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방의회 의원 마누라 말고도 다른 여자가 있다는 사실이 날 놀라게 했다.

“어차피 그 바닥에 준다고 설치는 여자들 많아. 단지 너무 헤프게 구는 싸구려들이 많아서 탈이지.”
“네가 만나는 다른 여자는 누군데?”
“그 판에 있는 여자지. 지역 비례대표 출마를 준비하는 여자이기도 하고.”
“그 여자도 공천 때문에?”
“물론 그런 점이 있긴 해. 하지만 공천은 경선을 치르는 것이 보통이어서 꼭 공천 때문이라기보다는 뜨거운 몸을 달랠 대상으로 날 선택한 것이지.”
“굳이 네놈이 되어야 할 이유가 뭐야? 세상에 흔한 게 사내인데.”
“내가 말이 나오지 않을 대상이니 그렇게 되었겠지. 그 바닥에 더러운 소문  번만 나도 게임아웃인 바닥이니까.”

솔직히 친구 놈이 부러웠다.

어떤 놈은 여자를 한번 자빠뜨리려고 술을 사고 밥을 사면서 갖은 아양을 떨어도 줄까 말까 저울질 하는 것이 여자인데,  친구란 놈은 가만히 있어도 여자가 스스로 주겠다고 덤벼든다니 말이다.

“시파! 이거 완전히 속고 살았었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완전 그 짝이구먼.”
“속긴  속아. 누가 널 속이기라도 했어?”
“새끼야! 친구 중에서 지금까지 네가 그런 놈일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한 사람이 있는  알아?”
“지랄한다. 물어보기라도 했어? 물어보지도 않는데 그게 뭔 자랑이라고 이야기해?”
“다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살잖아.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도 있고  동지의식도 느끼게 되잖아.”
“정말 지랄이다.  대화 속의 주인공이 된 여자는? 그 여자 입장은 생각도 안 해? 그러다가 소문 퍼지고 결국 그 소문 때문에 개망신당하기도 하고 이혼까지 하게 되잖아.”
“시발 놈. 원래 맛있는 것은 친구끼리 나눠 먹어야 하는 법인데, 그렇게 혼자 다 처먹으면 배탈 난다.”

물론 나도 여자가 고픈 편은 아니었지만 친구 놈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친구 놈은 여자를 자빠뜨리기 위해 별 노력도 하지 않는데 여자가 먼저 주겠다고 치마를 걷어 올린다는 말에, 확 짜증이 밀려왔다.

“지랄하지 마라. 난 내가 먹은 여자를 돌리는 변태 짓은 싫다.”
“하나만 물어보자. 솔직히 네가 얼굴이 잘생긴 편도 아니고, 또 키가 커서 멋있게 생긴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런데 여자가 왜 그렇게 붙어?”
“먼저 주겠다고 설쳐대는 여자들이 가정집에서 애나 키우는 요조숙녀라고 생각해?”
“그거야 아니겠지.”
“맛을 안다는 말이잖아. 아예 맛을 모르는 사람은 버틸 수 있어도, 맛을 알고  이후에는 버텨내기 힘든 법이다. 그러니 자존심이나 체면까지 버리고 사내 사냥을 하러 다니는 것일 테고, 그러다가 자길 만족하게 해줄 사내를 고르는 눈이 생긴 거겠지. 그건 남자들도 마찬가지잖아.”
“결론은 네놈이 맛있는 놈이란 자화자찬이네?”

맛으로 따진다면 나도 이놈 못지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나도 어린 나이에 강준이 덕분에, 준이 가게에 있던 은정이에게 여자를 뿅 가게 만드는 비법을 전수받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여자를 환희와 열락의 세계로 완벽하게 빠트릴  있는 재주를 습득한 이후에도, 정말 희한하게도  주변에는 내가 만족시켜줄 수 있는 여자를 별로 찾지 못했었다.

“인마! 진짜 네가 그렇게 테크닉이 좋고 물건이 좋다면 네 직업 탓이지.”
“직업?”
“온종일 공사판에서 먼지 뒤집어쓰고 사내들 틈에서 사는데 거기 여자가 어디 있냐?”

친구 놈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긴 했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현장으로 출근하고, 그렇게 하루 종일 땀 냄새가 진동하는 시커먼 사내들 틈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데, 그런 곳에서 웬 여자란 말인가?

기껏 여자가 있다고 해봐야 아르바이트 삼아 나와서 현장 부근의 차량 통제를 위한 수신호를 하는 똥똥한 아주머니나, 차량진입이 쉽지 않은 원룸 같은 작은 공사현장에서 모래를 머리에 이고 작업장으로 옮겨주는 일을 하는 아줌마들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물론  아줌마 중에서도 색스러운 기운을 풍기면서 슬쩍 눈웃음을 치는 여자가 있기도 했다.

하지만 명색이 그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현장 기사가, 그것도 40대 중반쯤의 똥똥한 여자를 내가  품어줘야 한다는 말인가?

하긴  한 번의 경험은 있었다.

물론 대학을 졸업 후 현장에 투입되고 얼마지 않아서의 일이지만 말이다.

그날은 점심 무렵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오후 작업을 취소하기로 하고, 일용직들에게 반 대가리 임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모두 돌려보내기로 했다.

“아주머니는 왜  가세요?”
“정리나 좀 하고 가려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 어차피 내일이면 다시 엉망이 될 텐데요. 괜히 이렇게 눅눅한 곳에 오래 계시면 감기 걸려요.”
“괜찮습니다. 곧 갈 거니 기사님 먼저 들어가세요.”

어차피 훔쳐갈 것도 없는 현장이었으니, 나는  아주머니에게 대충하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고서 현장을 나섰다.

그런데 막상 현장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오려니 자꾸 누군가가 내 뒷덜미를 끌어당기는 찜찜한 기분이 들었고, 결국 나는 편의점에서 뜨거운  커피 둘을 사 들고 다시 현장으로 올라갔다.

“뭘 두고 가셨어요? 별로 특별한 것도 없던데?”
“이거 드시고 하세요.”

내가 다시 돌아가자 바닥에 굴러다니는 것을 정리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고, 그런 아주머니 눈앞에 캔 커피를 내밀었다.

“어머, 고마워요. 그러지 않아도 목이 좀 마르기도 했었는데.”
“여기 앉아서 편하게 드세요.”
“그래요. 기사님도 같이 마셔요.”

나는 보온을 위해 벽 사이에 넣기 위해 쌓아둔 단열재를 바닥에 깔았고, 아주머니께 거기 앉아 잠시 쉬시라고 했다.

“기사님은 올해 몇이나 됐어요?”
“스물다섯입니다.”
“우리 아들보다 두 살이 많네.”
“아드님이 있었어요?”
“예. 지금 원주 쪽에서 군 생활을 하고 있어요.”
“원주 쪽이면  힘들겠다. 그럼 아저씨는?”
“그놈이야 오늘 비도 오고 그러니 지금쯤 노름방에나 죽치고 있겠죠.”

아주머니 표정이 처연해 보였고, 그런 표정을 보니 뭐라 말을 꺼내기가 조심스러웠다.

아직 창문을 달지 않은 창 쪽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만, 한동안 우리가 있는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에이~ 내가 괜한 얘기를 해서 우리 기사님 우울하게 만들었네. 기사님 애인은 있어요?”
“이렇게 노가다 현장을 떠돌아다니는데 여자 만날 시간이 어디 있기나 하겠습니까.”
“그건 아닌데. 젊을 때 여자도 만나고 그래야 하는 법인데.”
“때가 되면 만나지겠지요.”
“애인이 없으면 밤에 잠도  자지 못하겠다.”
“예?”
“원래 그 나이에 한창 불끈거릴 때잖아요. 기사님도 제법 강하게 생겼는데.”

처연하게 내리는 비 때문인지 아니면 이 아줌마가 색골이어서 의도적으로 나를 유혹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머니는 은근한 눈초리로 진한 농담을 던졌고, 나는 그 자리를 피해야겠다는 생각대신  마음 한구석으로는 은근한 기대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여사님, 왜 이러세요?”
“가만히 있어 봐요. 내가 우리 기사님 기분 좋게 해줄게.”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있던 아주머니가 슬며시 내게로 다가오더니,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허벅지 안쪽을 슬슬 쓸어가기 시작했다.

 머릿속에서는 지금 여기서 마무리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내 몸의 중심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바지 앞섶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우리 기사님 벌써 꼴렸네? 엄청 굶으셨나 보다.”
“......”
“이따금 물을 빼줘야지 건강해져요.”

그러더니 아예 텐트를 치고 있는 내 불기둥을 꽉 잡았다.

“와~ 크네. 우리 기사님 덩치와 비교하면 물건은 엄청 튼실하다. 나 직접  번만 봐도 되죠?”

그녀의 손길은 거침없었다.

마치 자기 남편의 옷을 벗기는 것처럼 내 버클을 풀고 바지 지퍼를 내리더니 팬티를 함께 쥔 채로 엉덩이 아래로 바지를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었고, 팬티가 내려가자 내 불기둥은 마치 해방되어 만세라도부르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헉! 이렇게 우람했어? 우리 남편 놈보다 훨씬 굵고 길다. 웬만한 아가씨들 보X로는 이거 받기가 엄청 힘들겠다. 애인이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요?”
“애인 없다니까요.”

 와중에도  불기둥을 칭찬하는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은근히 그것이 자랑스러워졌다.

그러면서도 정말 이 아주머니가 오늘 내게 한번 대주지나 않을까 하는 기대로, 잔뜩 기분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사님, 여기서 이러면 혹시 누가 올라오기라도 하면 어째요?”
“남의 공사현장에 올라오긴 누가 올라와요. 더구나 이렇게 비까지 쏟아지는데.”

아까까지는 부슬비였던 비가 어느새 폭우로 변해버렸다.

이렇게 비가 쏟아지고 있으니 빗소리 때문에라도 웬만한 소음은 묻힐 것이란 생각에, 나는 나름 안심하고 아주머니의 손길에 내 몸을 맡겼다.

“우리 기사님, 나 이거  번만 빨아 봐도 돼?”
“예?”
“솔직히 서방이란 놈이 노름에 빠져서 몇 년째 거미줄 치고 있거든. 자고로 노름하는 놈은 상종을 말아야 한다는데 어떻게 서방이라고 하나 있는 놈이 노름에 빠져서 집구석에 기어들어 오는 날이 손에 꼽을 정도야.”
“......”
“우리 기사님만 입 꾹 다물고 있으면 아무도 모르잖아요? 어때요?”

모텔 방도 아닌 공사현장에서 이러고 있다는 것이 기분이 묘하기도 했고,  누군가 올라올 수도 있다는 걱정과 아예 창이 달리지 않은 패인 틈으로 누가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내 기분을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지만, 그 사실들이 불안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성욕을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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