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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화 〉파는 여자 (1) (6/90)



〈 6화 〉파는 여자 (1)

“그런데 궁금한  하나 있거든.”
“뭐가 궁금해?”
“그렇게 가리는 것이 많은 오빠 같은 남자가 어떻게 완월동에 있는 여자하고 했어?”
“하긴 뭘 해.”
“하지도 않았는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이러다가내 과거가, 내 개인적인 일들이 다 까발려질  같았다.

그렇지만 강 여사에게 조금 전의 내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은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강 여사의 나이가 아직 혼자 살 나이도 아닐뿐더러 강 여사의 외모 때문에 주변에서 껄떡거리는 사내가 한둘이 아니었기에, 외로움 때문에라도 또다시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내가 완월동의 아가씨에 대해서 알게  것은, 단순한 이유였기도 하고 당시 내 생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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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아주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집이 같은 연산동이고 그 때문에 서로 집을 왕래하면서 밥도 먹고 서로의 집에서 같이 잠을 자기도 했었던 친구였는데, 내가 그 친구를 특별히 좋아하게 된 이유가 바로 누나와 단둘이 살았던 그 친구의 누나 때문이었다.

당시 섬유공장에 다니고 있던  친구의 누나는, 중학생인 내 눈에는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 예뻤고 나만의 여신이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누나에게 흠뻑 빠져들었던 이유는 그 친구의 집에서 자던 어느  밤, 잠을 자다가 소변 때문에 잠을 깨서 화장실에 가려다가 약간 열린 화장실에서 그 친구 누나가 샤워하는 것을 숨어서 본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혼자 있을 기회만 되면, 그날 밤 보았던 누나의 뽀얀 나신(裸身)을 기억하면서 휴지를 흠뻑 적시는 것이 일상이 되었던 것이다.

나중 누나에게 그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정말 그 누나와 상상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누나 역시 나를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고, 이따금 내 물건이 불끈거리게 할 정도의 은근한 스킨십을 시도해오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준아 한 숟가락이라도 먹어.”
“.......”
“제발. 누나 장례식이라도 치러야지.”
“생각 없어. 누난 차가운 냉장고에 누워있고 누나를 저렇게 만든 새끼들은 눈 시퍼렇게뜨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밥을 먹어?”

우리가 중학교 3학년 졸업을 며칠 앞둔 무렵 내가 좋아하고  내 성적인 대상이 되었던 누나가, 회사의 상사들에게 윤간(輪姦)을 당해 자살했던 것이다.

그런데 누나의 일기장 이외에는 그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었기에, 누나를 죽음에 이르게 한 놈들은 뻔뻔하게도 그대로 회사에 다니면서 마치 남의 일인 양했었다.

세상은 아무 의지할 곳 없는 누나와 친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는 세상이 아니었다.

결국 장례식을 끝낸 준이는 누나가 다니던 회사를 찾아가, 누나를 윤간했던 놈들 중  놈 뒤를 따라가서 사적인 응징을 가했고, 그 결과 영어(囹圄)의 몸이 되고 말았다.

소년원에서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중학교 졸업장조차 없는 살인미수 전과자를 받아줄 회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내 친구 준이는 바닥을 맴돌다가 당시 부산의 사창가로 유명했던 완월동으로 들어가게 되고, 나중에는 몸을 파는 아가씨의 기둥서방 역할을 하면서 악착같이 돈을 모아 결국에는 아예 건물을 사서 그곳 완월동에서 여자 장사를 시작했었다.

“어! 준아!”
“누구십니까? 준이라뇨?”
“인마, 나 진호야. 짜증나니 장난치지 마라.”
“그냥 가라. 이제 예전의 강준인 없어.”
“정말 너 계속 이럴래?”
“그냥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그냥 가.  같은 학삐리에게  같은 전과자는 안 어울려.”

준이가 형을 사는 동안 삼촌을 보채서 몇 차례 면회를 갔었지만, 면회거부를 한다는 이유로 난 준일 만날  없었다.

그리고 준이가 출소하는 날이 내가 대학입시를 치르던 그날이었고, 시험을 마친  혹시 준이가 예전 살았던 집에 찾아오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준이와 누나가 살던 집을 찾아가 봤지만, 결국 준이를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가 오늘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지금 어디 살고 있어?”
“초장동.”
“초장동? 서구에 있는 그 동네?”
“그래, 네가 알고 있는 거기 맞다.”
“거길 네가 어떻게?”
“나 같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고 거기에다가 전과자이기까지 한 놈을 누가 써줘?”

아직 세상사는 일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준이의 말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했다.

예전과 달리 공장에서도 사람을 골라가며 뽑는 세상이 되었고, 어차피 공장에라도 취업하려면 주민등록부를 제출해야 하니, 그곳에 떡하니 미수이긴 하지만 살인전과 이력이 있는 사람을 채용해줄 곳은 찾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거긴  만해?”
“어차피 그 동네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이제 너도 민짜는 벗어났으니 언제 시간이 나면 놀러 와. 예쁜 애들 많다.”
“지랄한다.”
“내가 데리고 있는 애 몇 있어. 테크닉도 죽여주고.”
“됐다. 이따금 얼굴이나 보면서 이렇게 소주나 하면 되지.”

나도 변했지만 준이는 내가 상상했던 이상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

부산의 대표적인 사창가인 완월동에서 몸을 파는 아가씨의 뒤를 봐주면서, 그 아가씨에게 빌붙어 먹고사는 기둥서방 노릇을 하고 지낸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어쨌든 거기서라도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사는 바운더리가 다르다가 보니, 처음 다시 만났던 그때의 반가움과 무관하게 점차 서로에게 잊힌 사이가 되어갔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명색이 대학생이라는 놈이,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아가씨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둥서방을 직업으로 가진 놈이 내 친구란 사실이 부끄러웠었을 것이다.

“야! 이진호!”

회사에서 내주는 차가 접촉사고로 범퍼를 갈아야 했던 날, 버스를 탔다가 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강준이가 날 부르고 있었다.

“준아, 오랜만이다.”
“별로 오랜만은 아니지. 우리가 뭐 짜다라 친하다고.”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무슨 말이라니, 대학까지 졸업하고 잘나가는 회사원이, 나 같은 완월동에서 기둥 노릇이나 하는 놈하고 친하게 지낼 수가 없겠지.”
“야!”
“뭐? 내가 틀린 말을 하기라도 했어? 지금까지 내가 전화를 걸었던 적이  번인데. 그때마다 전활 씹었던 인간이 누구더라?”
“그땐 바빠서. 일단 내려서 이야기하자.”

한마디로 쪽팔렸다.

물론  버스에 탄 사람 누구도 내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고 또다시 얼굴을 맞댈일도 없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버스 안에서 완월동이니 기둥이니 하는 소리를 거침없이 해대는 준이의 입부터 막아야 했다.

내가 강준이 팔을 잡고 버스에서 끌어내리자 강준인 별 거부하는 몸짓도 없이 나를 따라 내렸다.

“하~아~ 정말 미치겠다. 아무리 열 받았어도 그렇지 버스 안에서 완월동이니 기둥이니 하는 소리를 하면 어떻게 하냐?”
“그게 뭐 어때서? 버스에  놈 중에서 완월동에 안 와본 놈이 몇이나 될까? 돈이 없어  오지.”

하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남자가 그러는 것은아니겠지만, 대한민국 그리고 부산의 수많은 사내들은 욕정을 풀기 위해 완월동이든 아니면 그보다 급이 낮다는 전포동 300번지나 해운대 초입에 있는 육공구 등의 사창가를 찾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하다못해 이발소라도 찾아 욕정을 해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 말이다.

아무튼 그날 이후 준이와의 인연은 계속되었다.

 세상을 조금 살아보니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하는 말처럼 별 특별한 놈도 없었고, 잘사는 놈과 못 사는 놈의 차이 말고는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도 했다.

그리고 더욱더 놀라웠던 사실은 20대 후반의 나이에 비록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벌써 기둥서방의 자리에서 탈출해서 업소를운영하는 사장이 되어 있었다.

“여기가  가게야.”
“꼭 가정집 같네?”
“나중에 돈을 좀  벌면 건물을  채 사야지. 2~3년만 빡세게 돌리면 아까 지나왔던 5층짜리 정도는 살  있을 테니까.”

솔직히 ‘놀랠 노’ 자였다.

당시 겨우 150만 원 조금 넘는 월급을 받으면서 온종일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쓰고 살던 신참 건축기사인 나에게, 준이의 말은 아예 딴 세계에서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놀래긴.”
“그럼 안 놀랠 수가 있어. 네 나이에 이런 집을 샀다는 것도 놀랠 일인데 5층짜리 건물을 산다니.”
“돈이 아니면 누가 이런 개 같은 짓을 해.계집애들 구멍이나 팔고 사는 일을. 이제 들어가자.”

처음으로 사창가란 곳을 구경해봤다.

지금까지 살면서 한창 혈기가 왕성했던 20대 학창시절 때부터, 이상하게도 내가 별로 껄떡거렸던 적도 없었는데 여자가 고플 일이 별로 없었기에, 나는 굳이 이런 사창가를 찾을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현역으로 군에 입대한 이후에도 학교에 다닐 때는 별로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여자애들이, 번갈아가면서 강원도까지 찾아와 몸을 바치고 갔었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여자애들 대부분은 이미 길이 날 대로  날라리였었고, 그랬기에 오히려 나는 아무런 부담조차 가질 필요가 없이 군 생활 동안 쌓였던 성욕을 해결할 수 있었다.

“너 이런데 처음 와봐?”
“응.”
“희한한 놈일세.”
“뭐가?”
“보통 이런 곳에 처음 오는 애들은 쪽팔려하면서도 약간 기대하는 그런 표정을 짓는데, 지금  표정을 보면 걔네들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어서. 아무튼 이왕 왔으니 오늘 딱지나 떼고 가라.”
“됐다. 영업하는 애들을 내가 왜.”
“내가 사장이라니까. 그러니 부담가질 필요 없어. 내가 쌈빡한 년 넣어줄 테니까 들어가서 기다려.”
“됐어. 그냥 소주나 한잔 하자.”

솔직히 사창가에서뿐 아니라 몸을 파는 업소 아가씨에게 대한 희망을 접은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건축현장의 기사란 직업은 현장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을 떠돌아다녀야 했고, 현장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떨어진 시외라면 대부분 모텔을 숙소로 해서 지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요즘이야 대부분 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이른바 여관바리라는 것이 있었기에, 혼자 모텔에 투숙하게 되면 카운터에서 항상 묻는 말이 ‘아가씨 하나 불러 드릴까요?’란 말이었다.

그렇게 전국을 전전하면서 돌아다니던 당시에 구미에 현장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고, 그날 그곳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내가 여자를 잡아먹는 기준 중 하나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혼자 오셨습니까?”
“예. 아마 이진호로 예약되어 있을 겁니다.”

그날따라 무슨 이유에서인지 회사에서는 숙소를 모텔이 아닌 금오산 자락에 있는 오래된 호텔을 잡아줬다.

어차피 호텔이라고 해봐야 당시에는 지금처럼 리모델링하기 전이었기에 신축 모텔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산속에 자리 잡은 탓에 조용하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렇게 체크인을 하고 나는 숙소에 짐부터 풀었다.

‘띠~리~리~링’

그렇게 짐을 풀고 샤워를 하려고 옷을 벗고 있는데 객실에 비치된 전화기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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