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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화 〉VIP라운지의 화룡점정 - 주현. (5) (99/100)



〈 99화 〉VIP라운지의 화룡점정 - 주현. (5)

-  99 화 -



“아... 그래요? 몸은 괜찮은 거예요? 으음... 알았어요. 원장님께 말씀드릴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실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았는데...’

“어제 느낌이 영 아니다 싶었어요. 죄송할 필요도 없고, 몸조리 잘해서 빨리 쾌차하세요.”

‘콜록... 알겠습니다.’


다음날, VIP라운지.
아직 출근 시간보다 30분이나 이른 시간이다.
옷도 갈아입지 못한 수정이 주현과 전화통화를 했던 수화기를 내려놓고 있었다.


“언니, 주현 씨에요?”

“맞아.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지 오늘 출근을 못한다고 하네.”

“우와... 그럼오늘은 완전 프리하게 왕자님이랑 지낼 수 있는 거네요? 사람이 많다보니까 어제는 조금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는데...”

“민지야. 사람이 아프다고 그러잖아. 그렇게 좋아하는것도 주현 씨에게는 매우 실례가 되는 일이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수정의 입가에 피어오르는 미소는 막지 못하였다.
민지도 자신의 손거울을 가져와 그녀의 표정이 어떤지를 보여주며 반박했다.

“에이, 수정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뭘...”

“흠흠... 그건 그렇고. 그럼 스케줄은 어떻게 짜지? 우리가 7명이니까 한 명이 왕자님을 독점하게 되잖아.”

“그건 불공평해요. 그럴 바에 1명이 1번씩 하거나 2, 2, 3순서로 2번 도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업무를 할 때보다, 점심 메뉴를 고를 때보다 더 치열하게 머리를 굴리는 그녀들이다.
성진의 의사와 체력은 생각지도 않고 가장 공평한 경우의 수를만들기 위해 그들은 노트에 필기까지 하고 있었다.


“수정아, 옷도 갈아입지 않고 여기서 뭐해?”


때 마침,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온 성진이 데스크에 도착했다.
그는 유니폼을입지도 않고 무언가에 열중하는그녀에게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수정은 노트에 무언가를 필기하고 있었는데,  모습은 주현이 나오지 않을 순번을 적은 그것과 같아 보인다.


“뭐야, 오늘 주현  안 나와?”

“네, 많이 아픈가 봐요. 목소리가 기운도 없고 축 쳐져 있더라구요.”

“흐음, 그래서...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바로 노트를 꺼내든 건 무슨 심보야?”

“아잉... 저는 진지해요. 마음 같아선 계속 붙어있고 싶은데... 그러지도 못하고. 요즘 들어 ‘프린스 클럽’ 회원들이 늘어서 옛날처럼 안아주시지도 않잖아요.”

“...... .”

“맞아요. 그래서 어제, 저도 조금 부족했어요.”


민지와 수정의 협공에  말이 없던 그는 괜히 그녀들을 끌어안고 엉덩이를 만지작거렸다.
운동을 한 것도 아닌데, 그의 정액의 영향으로 최상의 육체가 구현된 수정과 민지의 몸매.
탱탱한 탄력을 만끽하면서 그녀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는 그이다.


“알았어. 이따가 보충해 줄게. 그러면 됐지?”

“히히, 네!”

“수정이도 빨리 끝내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어. 곧 있으면 업무시간이야.”

그의 말에 수정도 유니폼을 갈아입기 위하여 탈의실로 들어갔다.
민지도 근무를 하면서 마실 음료를 챙기기 위해서 직원 휴게실로 이동하였다.
그들이 모두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데스크는 정적에 휩싸이고 있었다.

‘으음... 아무래도 많이 상심한 모양인데... 배지 때문인가?’

‘P’자가 새겨진 ‘프린스 클럽’의 회원배지.
그것으로 인해 우울한 모습을 보였던 주현이 생각났다.
자신이 모르는 것을 공유하는 정황을 2번씩이나 마주하는 것은 그녀에게도 힘든 일일 거라 생각한다.
여자들은 그런 것에 더욱 민감하지 않은가.

성진은 어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옛날과 같이 위로를 하기 위해 말을 건넸었다.
결격 사유가 있더라도 클럽의 회원 배지를  생각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어린 외모를 가진 자신이 못미더운 것이 분명했다.
성진은 그런 그녀를 어떻게 할 것인지 깊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왕자님, 여기 특제 음료 드세요. 오늘 아침에 안 드신 것 같은데...”

침묵을 하며 무게를 잡고 있던 그에게 주희가 다가와, 보랏빛이 나는 액체가 담긴 머그잔을 들이밀었다.
정력에 좋은 식품들만 고르고 골라 만든 그것은 맛이 괴상해 그가기피하는 음료이기도 했다.
성진은 음료를 보고 표정을 찌푸리고 있었다.

“하아... 이건 별론데...”

“마셔야죠. 우리를 위해서라면 꼭 드셔야 해요.”

“내가 말했잖아. 이런 거 마시지 않아도 정력 강하다고. 주희는 모르는 거야? 어디 한 번 죽기 직전까지 박아줘야 알 것 같아?”

“아, 아니요. 알긴 아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마셔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아요. 매일 여러 명과 섹스를 하는데 몸에 무리가 가면 어떡해요...”

그녀의 진심이 느껴지는 말에 말없이 머그잔을 들어올렸다.
자신이 마시는 음료는 싫었지만, 그녀가 자신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성진은 표정을 찡그리면서 그것을 한 모금 들이켰다.
말로 형용할  없는 오묘한 맛이 나는 음료.
주희가 아니었으면 입에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왕자님, 보니까 무슨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좀 들어드릴까요?”

“아, 고민...”

“제가 한 번 맞춰볼까요?으음... 아마도 주현 씨가 나오지 않아서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죠?”

“어? 어떻게 알았어?”

“척하면 척이죠. 듣기로 많이 아프다던데, 평소 주현 씨랑 친하게 지내셨잖아요. 섹스도 하지 않으면서...”

“너희들과 다르게 내 흉한 얼굴도 선입견 없이 바라봐준 사람이야. 당연히 호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그, 그건... 저희들도 후회하고 있어요. 아시죠? 지금은 왕자님 밖에 없는 거...”


그의 팔에 붙어 애교를 부리는 주희를 보면서 성진은 그녀가 옛 모습을 떠올린다.
자신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그녀를 ‘섹스’로 굴복시켰던 그 때.
남자친구가 있는 그녀를 범해가면서 자신의 소유로 만들었었다.
성진은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그녀에게 질문을 하나 건넸다.


“주희야, 있잖아.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건드리는 거... 어떻게 생각해?”

“남자친구요?”

“그래. 예쁘게 잘 사귀고 있는 커플인데, 여자 쪽이 너무 마음에 들어. 이럴 때 너는 어떻게  같아?”

그의 질문을 받은 주희는 말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노리는 나쁜 놈.
아마도 그는 그런 여자가 마음에 든 모양이다.

“제가 만약 왕자님이라면, 상관없을 것 같아요. 그냥 말을 들을 때까지 박아버리면 되잖아요.”

“하아... 그러기 싫으니까 물어보는 거지.”

“에에? 설마 주현 씨가 마음에 든 거예요?  왕자님이 강제로 하기 싫어할 정도라면, 우리 주위에 딱 그런 사람이 주현  밖에 없는데.”

“마...맞아.”

주희는 그 말을 듣고 계속 고민을 이어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럼, 맘대로 하세요. 그들이 헤어질 때까지 기다리셔도 좋고, 강제로 그녀를 안아도 좋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저의 생각을 말하자면 후자 쪽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왜?”

“그럼 왕자님과 샵에서도 마음껏 즐길 수 있잖아요. 그 동안 주현 씨 때문에 얼마나 불편했는지 아세요? 아마,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아마 그래서였던  같았다.
주현이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던 이유.
다른 직원들이 친절하게 굴어도 그녀에게 마음을 열지 않으니, 진정한 소통은 없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피부 사건’과 ‘배지 사건’이 터져 버리고 더  소외감을 느꼈을 그녀이다.
성진은 그러한 생각으로 무언가를 더 고민하면서 주현에 대한 처분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런 방법 밖에는 없나?”

“뭘요?”

“주현 씨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어.”

“정말요?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데요?”

“후훗, 그건 비밀이야.”


주희의 물음에 성진의 얼굴에선 뭔가 비밀스런 웃음이 지어지고 있었다.


*


주현이 머물고 있는 원룸.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던 그녀가 이불을 뒤척이고 있었다.
몽롱한 상태에서 스마트 폰을 들어 확인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샵에 연락한 이후로 계속 잠에 빠졌으므로  8시간 정도를 침대에 누워있었다.


“으윽...”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관절이 굳어버린 모양이다.
주현은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관절을 풀어주면서, 혹여나 놓친 메시지가 있는지 어플을 실행시켰다.
여러 대화창이 뜨고, 12시가 지난 시각쯤에야 도착한 남자친구의 메시지.
‘몸은 좀 어때?’라고 적힌 글귀이다.
옛날 같았으면 회사고 뭐고 때려치운 뒤, 반차라도 써서 방문했을그이지만 오늘은 가벼운 메시지로 그것을 대신했다.

“아... 꿈이 아니구나.”

그의 메시지를 받으니 그것은 확실해졌다.
다른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던 그를 보면서 펑펑 울었던 어제.
집으로 먼 길을 걸어가면서, 그에게 전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여러 번의 신호음이 울린 뒤, 듣게  그의 목소리.
아무렇지 않은 듯, 평범했고 태연한 목소리였다.


‘왜?’

‘야근은  하고 있나 싶어서.’

‘어... 당연히... 잘 하고 있지. 으헉...’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오랜 시간을 앉아 있었더니 피곤해서 그랬어.’


거짓말.
정확히 들리지 않지만 무언가를 빨고 있다는 것을추측할 만한 소리는 들려왔다.
아마, 같이 들어갔던 그녀와 재미를 보는 거라 생각했다.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었다.


‘주현아,  바쁘니까 통화는 나중에 하자.’

‘잠시만.’

‘왜, 또?’

‘자기... 나 사랑하는  맞지?’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다른 여자와 있는 와중에도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지...
만약 그의 대답이 바로 튀어 나온다면, 그녀는 지금의 상황을 용서할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실수는 한두 번 할  있지 않은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평생의 반려자라고 생각했던 그이기에 이번 실수는 용서할 수 있었다.


‘...... .’

‘오빠?’

‘아아... 다...당연하지. 하아... 우리 주현이 사랑하고말고.’

그녀의 기대와 다르게 조금 늦어버린 대답.
뜨거웠던 피가 차갑게 식어가기 시작한다.
행복한 미래가 일순간 어그러지며 완전히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눈에 흐르는 눈물도 멎었다.
주현은 밝게 웃으며, 그에게 마지막  마디를 전한다.


‘사랑해.’

‘나도.’

그런 말을 한 뒤로 하염없이 울다가 집에 도착해 잠이든 기억이 떠오른다.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내려다보니, 그러한 생각은 더욱 확실해진다.
모두가 귀찮았다.
남자친구고뭐고 그냥 잊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을 팔로 감싸며 조용히 눈을 감는다.
차라리, 이 상태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나쁜 상상도 하게 되었다.

‘띵동~’

그녀에게 최악인 지금, 누군가 초인종을 눌렀다.
주현은 그 소리에 몸을 일으켰으나 이내 침대에 누워버린다.

“똑똑똑, 주현 씨! 출장 서비스 왔습니다!”

그녀가 계속 없는 척을 해도 밖에 있는 그는 계속 문을 두드렸다.
‘출장 서비스’란 그녀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밖에 있는 그는 그녀가 집에 있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때문에, 주현은 겨우겨우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이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거친 호흡과 휘청거리는 그녀의 몸짓.
현관 쪽으로 다가간 그녀는 잠겨있던 문을 열고 밖에 있는 사람을 향해 명백한 축객령을 내린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너무 피곤해서요. 그만 가주시겠어요?”

“주현 씨, 저에요!”


문을 닫으려는 그녀에게 들려온 어린 아이의 미성.
어디선가 들어 본적이 있는 목소리에 다시 문을 열어 밖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지금도 잘생겼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꼬마아이.
그는 ‘흉한 얼굴’의 이성진을 대신해 들어온 ‘왕자님’ 이성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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