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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VIP라운지의 화룡점정 - 주현. (1) (95/100)



〈 95화 〉VIP라운지의 화룡점정 - 주현. (1)

95 화 -

‘프린스 클럽’의 발대식이 있은 지, 3주 뒤.


주현은 여느 때처럼 침대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그런 뒤, 화장을 하고 예쁘장한 옷을 골라 입은 다음, 부랴부랴 집을 나서기 시작한다.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가는 ‘Venus Beauty Shop’에 출근을 하기 위함이었다.
항상 그 시각에 맞춰서 그녀는 오늘도 버스에 오른다.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강남으로 향하는 버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 있었다.
주현은 그 틈을 겨우 비집고 들어가 적당한 곳에 자리 잡는다.

‘주현 - 오빠, 오늘도 힘내고 칭찬 많이 받아요!’

항상 그랬다.
출근을 할 때면, 매일  시간에 버스를 타고 남자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따듯한 말과 정성 가득한 하트.그리고 아기자기한 이모티콘을 그에게 연달아 보냈다.
주현은 그것으로 하루를 시작할 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서방님! - ㅇㅇ 너도.’


3분 만에 답장이 와서 그것을 확인해보니, 짧은 그의 답장이 왔다.
옛날과 비교하면 그 정성이 10분의 1조차 되지 않는... 감동도 성의도 없는 그런 문장이다.
하지만, 주현은 그런 단답에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답장을 보냈다.
친구들은 이런자신이 미련하다고 했지만, 그녀는 상관없었다.
항상 성실했던 그를 믿고 있었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정류장은...’

남자 친구에 대한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그녀가 내려야할 정류장이 버스의 안내 방송으로 언급되고 있었다.
주현은 그 소리를 듣고 뒷문으로 다가가 카드를 찍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리고 잠시 뒤, 뒷문이 열리자 버스에서 내려 ‘Venus Beauty Shop’의 내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주현 씨, 왔어요? 오늘은 평소보다 복장에 힘을   같은데?”

“일 끝나고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해서요.”

9층 VIP라운지에도착하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여러 명의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샵에서 일하는 직원들답게, 하나같이 피부엔 광택이 흐르고 그 미모 또한 출중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눈에 사로잡을 여자들이다.
주현은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빠르게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주현 씨, 오늘 아침 회의가 있으니까 지금 원장실로 모여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업무가 시작되기 30분 전.
가끔가다 있는 아침 회의가 소집되었다.
10분 정도 진행되는 회의였는데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얘기해 주거나, 새로운 매뉴얼 숙지 정도의 내용들이어서 그리 부담되는 시간은 아니었다.

“모두들 모인 것 같네요. 오늘 컨디션은 어떤가요?”

“좋습니다.”

“매일 같이 몸보신을 해서 그런지 활력도 있는 것 같아요. 원장님도 아시면서...”

"""호호호~"""

“흠흠... 그래요. 그럼, 다들 최상의 컨디션이라 알고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어요.”


뭔가 잘 이해되지 않는 현아의 농담 때문에 원장실의 분위기가 좋아진 상황이다.
주현도 마지못해서 웃음을 지었지만,  의미는 쓴 웃음에 가까웠다.
그렇게 진행되는 오늘의 회의.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객들의 불만 사항과 서비스를 앞으로 더 잘하자는 의미의 이야기가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였다.

‘어? 그러고 보니... 다들 같은 디자인의 배지를달고 있네?’


항상 비슷한 이야기들뿐이라 자꾸 다른 쪽에 눈이 가는 주현이다.
혜영의 의사 가운에 달린 ‘P’라고적힌 황금 배지.
단순히 브로치 같은 장신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다들 모인 자리에서 바라보니 그런 것은 아닌 모양이다.
혜영뿐만 아니라 성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그 배지를 달고 있었다.

주현은 그러한 사실에 뭔가 찝찝한 감정을 느낀다.
 저번의 피부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의 피부가 좋아진 그 때.
Mr. 스마일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아마 이 일을 그만두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 지금.
그녀를 도와주었던 성진은 일을 그만둬버린 상황이다.
의견을 물을 곳이 마뜩치 않았다.
주현은 은연중에 소외감을 느끼면서 기분이우울해지기 시작한다.


‘콕콕콕.’

“응...?”

그녀의 우울한 기분이 곧장 얼굴로 표출되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성진이 그녀의 팔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주현은  느낌에 깜짝 놀라면서 그를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웃음이 걸려있었다.

“표정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거예요?”

“아, 아무 것도 아니에요.”

“에이...뭔가 있는 거 같은데요?”

“그래 보여요...?”

“네, 주현 씨는 속마음이 얼굴로 보이는 스타일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여요.”


장난기 어린 웃음과 함께, 진중한 그의 눈빛이 보인다.
어디 선가 본적 있는 그의 눈빛은 지금 자신의 말이 진실이라고 대답하였다.


“주현 씨, 혹시라도 털어놓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저에게 이야기 하세요.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요.”

“흠흠! 거기! 지금 회의 중인데, 지방방송은 좀 꺼주실래요?”

성진과 주현이 대화를 나누면서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자, 혜영이 입을 열었다.
그들의 집중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죄송합니다. 집중하겠습니다.""

“그래요. 집중해주세요. 그리고 성진 씨, 오늘 VVIP 예약이 잡혀있는 거 알죠?”

“네, 알고 있습니다.”

“신경 써서 해주시길 부탁드려요.”

“넵!”

“이것으로 회의를 마칩니다.”

성진에게 오늘의 예약을 상기시키면서 회의가 마무리 되었다.
그녀의 말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원장실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제  업무가 시작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남은 시간 동안 티타임을 가지려는 게 분명하다.
혜영도 그렇고 성진까지 원장실을 나서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된 주현.
우울해지는 마음으로 그녀 역시 비어버린 원장실을 나선다.


*


‘띵동.’

“어서 오세요~! 고객님!”

4시간 뒤, VIP라운지 데스크.
고객들이  때마다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그녀들이다.
여기에는 주현도 포함되어 업무상의 미소를 짓고있었다.
진실로 우러나서 짓는 그것이 아닌, 가식적이고 기계적인 미소였다.

“주현 씨, 혹시 무슨 일 있어? 점심 먹을 때도 그렇고... 아까부터 좀 안 좋아 보이는데.”

거짓된 표정은 금방 드러나기 십상이었다.
업무가 시작되고 나서,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던 미진이 가까이 다가와안부를 묻는다.
그녀의 질문에 주현은 손까지 저어가면서 괜찮다는 대답을 입에서 꺼낸다.

“흐음... 몸이 좋지 않으면 오늘은 먼저 퇴근해도 괜찮아.”

“아, 아니에요. 그렇지는 않아요.”

“그래? 그럼 파이팅 있게 일 좀 해줘. 다른 사람들까지 기운 빠지겠어.”

“알겠습니다.”


할 말을 마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미진.
그녀는 약이라도 복용한 것처럼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수정도, 민지도. 그 외의 피부 관리 스텝들도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다.
원장인 혜영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나 혼자만  쳐져 있어. 괜히 위축되지 말자. 우울한 생각도 하지 말자. 지금 당장은 최선을 다하는 거야. 약해지지 마. 김주현!’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아보니, 우울했던 기분은 어느 정도 가라앉는듯하다.
주현은 자신의 양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자그맣게 ‘파이팅’을 외쳤다.


‘띵동’

“어서 오세요~! 고객님!”

기합이 잔뜩 들어간 주현.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VIP라운지를 방문한 고객에게 환한 미소로 인사를 보인다.
라운지를 방문한 고객도  인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카드 인식기에 황금빛 카드를 찍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이름이 주현 씨였죠? 접객 태도가 아주 훌륭하네요.”

“감사합니다. 성함이... 아!박규림 고객님이시군요. 오랜만에 뵙네요.”

“그런가요? 호호. 요즘 일이 바빠서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네요.”

호텔의 회장다운 그녀의 말솜씨였다.
라운지에 방문하는 순간, 접객 태도를 칭찬하고 몇 번 방문하지도 않았는데도 데스크 직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최고 호텔의 오너다웠다.
주현은 그녀가 예약한 시간을 바로 확인한 뒤, 준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VVIP실과 직통으로 연결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이성진입니다.’

“왕자님, 고객님이 방문하셨어요.”

‘아, 준비는 모두 마쳤습니다. 제가 내려가도록 하죠.’

‘뚝.’


그가 직접 내려온다는 말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주현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예의 있는 태도로 그녀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였다.
VVIP급의 사람들은 시간이 금이기 때문에 잠시라도 지체될 경우 양해를 구하는 게 원칙이었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리시면 성진 씨가 직접 나와 마중을 하러 온다고 합니다.”

“아... 정말요?”

“그렇습니다. 고객님.”


그녀의 말을 듣고 기분 나쁜 기색은 전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얼굴을 붉히고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한 그녀이다.
언론에서 보이던 카리스마 있는 여제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주현은 그녀의 반응에 안도를 하며, 밝게 웃음을 짓는다.

‘응? 저건...’

성진을 기다리며 약간의 정적이 찾아온 지금.
주현의 눈에 익숙한 디자인의 배지가 보이는 상황이다.
정장 마이에 붙어있는 황금빛 배지.
저것은 혜영을 비롯한 VIP라운지 직원들이 달고 있는 그것과같았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아... 서, 성진 씨...”

“어서 올라가시죠. 준비는 다 해놨습니다.”

규림은 성진의 에스코트를 받아서 VVIP실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주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져가고 있었다.
알파벳 ‘P’가 새겨진 배지는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고,  VIP라운지 직원들이나 호텔 회장인 박규림 고객이 달고 있었는지... 의문스러웠다.

‘띵동.’


깊은 생각에 빠져, 또 다른 고객이 오는 타이밍을 놓치게 되었다.
그 때문에주현은 그녀가 들어서자, 급하게 인사를 건네 버린다.

“어, 어서 오세요! 고객님!”

“네, 안녕하세요.”

‘띠딕!’

주현은 그 황금빛 배지를 머릿속에서 지워가면서 새로운 고객을 응대했다.
카드 인식기에 따른 고객의 데이터가 모니터 화면에 뜨고 주현은 그녀의 고객정보를 살피면서 예약 된 시간을 확인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조금 이상했다.

“아아... 이미수 고객님. 오늘 VVIP 예약이 잡혀있는데, 지금시간이 맞나요?”

“그럼요.”

“으음...잠시만요.”

두 명의 VVIP 고객의 시간이 겹쳐버린 상황이다.
주현은 몹시 당황하여 상담실에서 상담을 하고 있던 수정을 찾아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수정은 자신이 상담을 하던 고객에게양해를 구하며 데스크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 의원님!”

“그래요. 이실장님. 오랜만이죠?”

“정말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수정은 아는 체를 하면서 그녀를 VVIP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박규림 고객이 먼저 선약을 잡아버린 곳이다.
주현은 수정의 팔을 붙잡으며, 그러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시, 실장님. 지금 위에 박규림 고객님이 계세요.”

“알고 있어요. 오늘은 두 분이서 같이 마사지를 받기로 하셨거든요.”

“그럼... 다른 관리사 분이 따로 투입되나요?”

“아니요. 성진 씨가 혼자서 일을 할 거예요. 모두 동의하신 상황이고요.주현 씨, 고객님께서는 바쁘시니까... 데스크에 가서 고객 응대를 계속 해주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그들을 VVIP룸으로 보내주게 되었다.
주현은 그녀들의 행동이 조금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것을 느끼고, 어떤 물건에 대해 다시 떠올리기 시작한다.
‘P’자가 새겨진 황금 배지.
자신이 정확히 본 것이라면, 이미수 고객 역시, 그 배지를 정장 마이에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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