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9화 〉그녀의 아름다운 친구들 (2) (89/100)



〈 89화 〉그녀의 아름다운 친구들 (2)

- 제 89 화 -

XX호텔의 로비.
성아와의 만남을 위해서 몇 번을 오다보니 그 내부도 익숙하게느껴졌다.
성진은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다, 환하게 빛이 나는 조명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마치,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조명 장식이다.

은하수(Milky way)
그것을 보면 헤라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의 영원불멸한 삶을 위해서 헤라의 젖을 물리다가 그녀의 젖이 뿜어져 나와 은하수를 이루었다.
그것이 은하수의 유래였다.

성진은 침울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며 자신의 아버지 ‘제우스’를 생각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성진의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제우스는 무책임한 아버지의 표상이었다.
헤라가 자신을 괴롭히는데도 코빼기 한  비추지 않는 그런 존재가 바로 그였다.


그래서였을지 모른다.
그가 소유욕이 강한 것이... 또, 연상의 존재에게 정을 느끼는 것이 그러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지금껏 받지 못한 정을 느끼고 싶어서 섹스를 매개로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비록, 에로스의 화살에 맞아 심장은 느끼지 못하지만... 그들의 정을 이성적으로라도 느끼고 싶은  그의 마음이었다.

“어머, 성진아. 오늘도 또 보네?”

우울한 눈으로 ‘은하수’를 닮은 조명 장식을 보고 있을 때, 호텔리어 지선경이 아는 체를 하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성아를 만나기 위해 몇 번 호텔을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 그녀.
어쩌다보니, 이름도 알려주고 그녀와 친근감 있는 대화도 많이 나누게 되었다.
성진은 그녀가 다가오자, 우울한 기색을 지우고 손을 흔들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누굴 만나러왔어? 007가방은 그대로네?”

“네. 출장 때문에 왔어요.”

“아, 무슨 샵에 직원이라 했지. 장사가 잘되는 곳인가 봐?”

“그럼요. 누나도 한 번 놀러오세요. 으음... 아니다. 요즘 손님이 많아서  그렇겠다. 나중에 제가 알려드릴 테니까 놀러오세요. 제가 서비스해드릴게요.”

“호호호, 좋은데? 공짜로 해줄 거야?”

“누나가 맛있는 거 사준다면 그럴게요.”

그를 보고 있던 선경의 심장이 두근거린다.
만나서 식사를 같이 하자는 그의 말이 데이트 신청처럼 들린 탓이다.
선경은 양 볼을 붉히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였다.


“누나, 괜찮아요? 얼굴이빨간데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 그, 그건 나중에 생각해보자.”

“뭐를요?”

“밥 먹는 거...”

“부담되시면 안 사주셔도 돼요. 장난이었어요.”


성진은 그녀를 향해 아이 같은 순수한 미소를 보였다.
선경은 그것을 보며 생각했다. 자신이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고...
이런 아이에게 괜히 진지해져서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그녀는 그런 자신의 생각을 후회하면서 성진에게 밥을 사주겠다는 약속을 해버리게 된다.

“정말이요?그럼 나중에 꼭 지키셔야 해요.”

“알았어. 여기  명함이야.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 연락 줘.”

“히히, 고맙습니다.누나, 그럼 저는 가볼게요. 고객님이 기다리고 계셔서요. 그럼 다음에 봐요.”

선경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그를 보면서 잘 가라는 손 인사를 해주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 자신이 지키던 호텔 안내 데스크로 이동하였다.

‘으응...? 그러고 보니 결국 밥 먹자는 약속을 해버렸네. 뭐... 괜찮겠지. 이상한 남자도 아니고 그냥 꼬맹인데. 나한테 뭔가 해가되는 일은 없을 거야.’

자신이 무심코 해버린 약속에 대해서 별 아니라 생각하는 선경은, 데스크로돌아가 평소와 같이 업무에 몰입하였다.
또한, 그런 행동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그녀는 상상하지 못  채... 까맣게 잊어가고 있었다.

*

‘똑, 똑, 똑.’

“고객님, ‘Venus Beauty Shop’입니다.”

‘덜컥’

“우와~! 떠, 떵진이 아니야? 이제 오면 어떡해! 기다렸잖아.”


 냄새가그의 코를 무자비하게 찔러 들어온다.
술을 많이 마셨는지, 그녀의 움직임은 묘하게 흐느적거렸다.
또한, 취기가 오른 말투와 다르게 이름을 제외하면 발음은 모두 정확했다.
역시... 배우인가?

복장은 무슨 파티에 다녀온 것처럼 몸에  달라붙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가슴의 굴곡이 다 비치고, 허리와 엉덩이, 다리까지로 연결되는 곡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성진은 혹여,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띌까봐 그녀의 허리를 붙들고 객실 안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걸음을 옮긴 끝에, 객실에는 그녀 외에 다른 여인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 정말 아이 같네?”

“그러게, 성아 너는 요새 이런 아이한테 빠진 거야?”

그녀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성진을 바라본다.
성아처럼 거의헐벗은 드레스를 입고, 의자에 앉아 와인을 음미하는 그녀들.
홀복이라 해야 하나? 뭐... 그런 종류의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성진은 그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뒤, 자신의 가방을 근처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성아를 들어 근처 침대에 옮겨다 놓았다.


“우리 아기... 이리와봐... 엄마랑 코 자자...”

“고객님, 많이 취하셨어요. 한숨  주무세요.”

“아잉~! 나 안취했어! 기분이 좋을 뿐이야. 성진아.”

“그래요. 알았으니까, 일단 쉬고 계세요. 오늘 제가 올 자리는 아닌 것 같네요. 고객님이 이렇게 취해버려서...”


만약 그녀 혼자였으면, 이렇게 취한 그녀를 절대 놓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옷 같지도 않은 그것을 찢어버리고, 거칠게 그녀의 다리 사이로 그의 물건을 박아 넣어 맹수와 같은 움직임을 선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여자들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가장  원인이다.
성진은 애써 성아를 달래면서,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을 돌렸다.


“어딜가려고~ 가지마. 나랑 섹스 해야지. 아들!”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남들  듣잖아요.”

“몰라!그러니까 가지마. 아무데도 가지 않으면 조용히 있을게...”

“알았어요. 그럼 의자에 앉아 있을 테니까 조용히 하고 있어요.”


바로 지척에 있는 그녀들의 웃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성진은 취기가 오른 성아에게 약속까지 하고 나서야, 침대를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저기,  쪽이 요즘 성아를 관리해 준다는 성진 씨... 맞나요?”

“그렇습니다.”

“드라마 아니면 자식 얘기만 하던 성아가 요즘 그 쪽 이야기를 엄청 하던데... 보니까 할 만하네요. 정말 잘생겼어요.”

“흠흠... 감사합니다. 그리고 실례지만, 고객님과 어떤 관계 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 몰라보겠어요?  유명한 배우들인데...”

“어머, 너는 그렇지만 나는 옛날에 은퇴했잖아. 그러니까 모를 수도 있지. 성진 씨가 20살이라며.”


처음 보는 그녀들이 분명한데도 그들은 자신의 나이까지 아는 상황이다.
성진은 수상쩍은 눈빛을 보내면서 그녀들의 얼굴을 찬찬히 파악하기 시작한다.

왼편 의자에 앉은 여자는 성아처럼 도도한 단발에 고집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조금 날카로운 눈매와 높은 콧대, 얇은 입술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만약 배역을 맡았다면, 부잣집 마나님이나 악역을 맡았을  같은 상이다.
최성아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다음은 그 옆에 의자에 앉은 여성이다.
그녀는 왼편의 여자와 달리 순하고 청순해 보이는 분위기를 풍긴다.
단아하게 틀어 올린 머리가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키는 듯하다.
뭔가 국민 첫사랑의 느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여자의 몸매를 비교해보면, 그 또한 차이가 났다.
왼편의 여자는 풍만한 글래머 스타일.
그 옆의 여자는 조금 가녀린 스타일.
슬랜더에 가까운 느낌이다. 주희처럼 자그마한 가슴을 가진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한민주에요. 드라마, 영화도 많이 찍고 요즘은 예능에도 많이 나오는데...”

“호호, 못 알아봐서 실망했나보네? 성진 씨, 안녕하세요. 저는 김지효라고 해요. 옛날에는 청춘스타로 잘나갔었죠. 지금은 세 아이를 키우는 아줌마고요.”

“어머머, 그것도 말해야지. 얘, 남편이 무슨 장관이야. 어디더라?”

“교육부.”

“맞아. 한국대 교수였는데, 그 쪽으로 영전된 거지.”

“야, 너무 TMI아니냐? 왜 그렇게 말이 많아?”

“나는 널리 알려진 배우잖아. 검색해보면 내가 어떻게 지내는 지 거의 다 뜨더라. 그에 반해, 너는 신비주의잖아. 배우 생활도 우리들 중에 가장 빠르게 그만두고. 그러니까 성진 씨도 좀 알라고 말해주는 거지 뭘...”

김지효는 익숙하지 않지만, 한민주는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최성아 만큼 아니, 최성아 보다도 유명한 배우일 것이다.
드라마에 올인하는 그녀와 달리, 고정 예능프로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은 배우가 바로 한민주였다.
도도한 외모를 지닌 그녀는 털털하고 가식 없는 성격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성진은 고개를끄덕이면서 민주에게 아는 척을 해보였다.

“아! 지효 씨는 모르겠는데... 민주 씨는 본 기억이 있어요. 혹시, ‘오늘내일’이라는 예능프로랑 ‘당신의 취향’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오고 계시지 않아요?”

“그래요. 주말 드라마에도 등장하죠.”

“그렇군요. 만나 봬서 정말 반갑습니다.”

“호호, 이제야 좀 어필이 되네. 나 인기 엄청 많다니까?”

“그러시겠죠~”


자신을 알아주는 그의 모습에 민주는 기분 좋은웃음을 짓는다.
옆에 있는 지효의 팔을 치면서 자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녀의 가슴골.
그녀 또한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하는지 탄력이 있어 보인다.


“어머, 가슴 좀 가려라. 옆에 성진 씨도 있는데...”

“뭐 어때? 생긴 건 이래도 알 거 다 아는 것 같더만. 성아 말을 들어보니까 엄청 끝내준다는데?”

무슨 말을 주고받았던 것일까?
그녀들은 대충 눈치 채고 있는  같다. 아니면, 정확히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성아와 그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것을...

성진은 민주의 말에 분위기가 묘해지는 것을 깨닫고 그녀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 모르게 눈빛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모양새이다.
뭔가를 하고 싶어 안달인 민주와 하지 말자는 지효.
어떤 일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판단을 앞세워, 성진은 자신이 먼저 선제적으로 질문을 던지기로 마음먹는다.
만약, 성아와의 일로 협박을 한다면 유리한 분위기를 가져가기 위함이었다.
표정을 굳힌 그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착석하면서 입을 열기 시작한다.


“저... 이쯤에서 솔직하게 털어 놓기로 하죠. 다들 알고 계신  같은데...”

“뭘요?”

“저와 최성아 고객님과의 관계... 모두들 알고 계시죠? 좀 들어야겠습니다.  이 자리에 저를 불렀는지.”

어리게 생각했던 꼬맹이가 당돌한 질문을 던져오자, 모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짓는다.
민주는 ‘요것보소’라고 말하는 것처럼, 지효는 ‘귀엽네’라고 표정이 말하는 듯하다.

“다행이네요. 나도 질질 끄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성진 씨. 그 전에 우리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성아는 그러는  같던데...”

“네, 민주씨. 편하신 대로 하세요.”

“고마워,사실 오늘 우리가 이럴 계획은 없었어. 드라마로 고생하는 성아가 간만에 휴가를 받았다고 해서 가장 친한 우리들끼리 소소하게 파티를 하기로 했거든.”

“네.”

“오늘 아침부터 만나서 점심도 같이 먹고 밀린 수다도 떨고 그랬어. 그런 뒤에는 이렇게 호텔 방을 잡고, 파티를 즐기려고 그랬지. 그런데... 말이야.”

“.......”

“성아, 저것이 계속 먼저 자리를 뜨려고 하는 거야. 무슨 일인지 말하지도 않고 전전긍긍하면서, 호텔 다른 방을 급하게 잡으려 하더라고. 그래서 물어봤지? 도대체 무슨 일인가하고. 여기서부턴 지효 네가 설명해줘.”

“에이, 부끄럽게. 네가 그냥 다 말해.”

“알았어. 계집애...엄청 빼고 있네. 여하튼, 술  많이 먹이고 다 털어 놓게 만들었어. 요새 성아의얼굴이 펴진 이유가 모두  때문이라는 사실을... 네가 그렇게 섹스를 잘한다며?”

“뭐... 남들 하는 만큼 합니다.”

“에이, 그 정도가 아니라는데? 자신의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요즘 계속 웃고 다니는 것도 다 너 때문이라고 그랬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어떤 겁니까?”

잠깐의 정적.
성진과그녀들은 입을 떼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질문을 받은 그녀들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으나 약간의 뜸을 들이는 것 같았다.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중간에 끊어주고 말하는 것이 감칠 맛있지 않은가.

계속 간을 보던 민주는 이제 시간이 되었다 생각했는지,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성진에게 대답을 하려고한다.
그런데그때...


“섹스하고 싶어. 성진이랑... 음냐...”


침대 위에서 정신없이 자고 있는 성아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덕분에 모두들 웃을 수밖에 없었고, 그 웃음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주가 자신의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성아가 선수를 쳤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저거야. 너랑 섹스하고 싶다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