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저주가 풀리다. (2)
- 제 80 화 -
죽은 듯이 잠을 자고 있던 그가 갑자기 몸을 뒤척였다. 나쁜 꿈이라도 꾼 것인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있는 성진. 그는 몇 번을 그렇게 뒤척이다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으으... 여긴 어디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면서 그는 자신이 잠에서 깬 방을 둘러보았다. 처음 보는 방의 구조와 익숙하지 않은 가구들이 방안을 채우고 있었다. 자신이 누워있던 침대 역시 그랬다. 화장대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여성의 방이 분명한데... 그 외의 것은 따로 유추할 수 없었다.
성진은 좀 더 방을 살펴보려다가 뼈마디가 아려오는 것을 느끼고 다시 침대 위에 몸을 뉘였다. 폭신폭신한 촉감이 그의 몸을 포근하게 감싸 오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었다.
분명, VVIP실에서 김아미란 고객을 만나 섹스를 하게 되었고, 미친 듯이 그녀를 탐하다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되었다. 정신을 잃는 순간, 검은색 기운이 덮쳐오는 것을 느꼈고 지금 그는 모르는 장소에서 잠을 자다 깨어나게 되었다. 생각으로는 간단하게 표현되었지만, 자신이 기절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상황. 뭔가 붕 뜬 기분이 들었다.
‘이상한 꿈을 꿔서 그런가? 사장님이 나의 엄마로 나오다니... 그것도 정말 웃기는 일이야. 그 꿈에서는 내 얼굴도 잘생겼던데... 내 소망이 꿈으로 투영된 건지 모르겠네.’
자조적인 웃음을 짓던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마른세수를 하기 시작한다. 그의 손이 비벼지면서 그의 얼굴에는 자극이 되었고, 성진은 점점 정신을 차리면서 시야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으음... 뭔가 이상한데? 왜 이렇게 손이 작은 느낌이지?’
맑아진 시야에는 그의 두 손이 선명하게 들어왔는데, 평소에 보던 길쭉하고 커다란 손이 아닌 전체적으로 그것보다 작아 보이는 손이 그의 시선에 닿았다.
성진은 그것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때문에 누워 있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무언가를 확인해 보기 위해 화장대 앞으로 이동하려한다.
침대에서 발을 내딛자, 전보다 쑥 내려가는 그의 다리. 성진은 뭐에 홀린 듯, 터벅터벅 화장대 앞으로 걸어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한다.
“어어...! 이, 이건...”
꿈에서 본 얼굴이다. 조그맣고, 새하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가 달린 얼굴. 그의 흉한 얼굴과 정반대가 되는 그런 얼굴이었다.
성진은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다, 혹시 이것도 꿈이 아닌가 싶어 볼을 꼬집어보기도 하였다.
“아야... 정말이네? 꾸, 꿈이 아니야...”
소름이 끼쳤다. 그가 항상 염원하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남에게 주목받지 않고 평범한 삶을 살기 원했던 그.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게 되었다.
성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너무도 믿을 수 없기에 재차 확인해봤다. 그가 여러 번 반복해서 확인해 본 결과,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 진실이었다.
성진은 괴성을 지르면서, 방 안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덜컥.’
그가 하도 시끄럽게 굴자, 누군가가 이곳으로 다가와 닫혀 있던 방문을 열었다. 성진은 갑자기 열리는 방문에 깜짝 놀라서 침대 위의 이불 사이로 몸을 숨긴다. 그리고 눈을 꼭 감아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성진아, 일어났어?”
“...... .”
“깨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빨리 일어나봐. 성진아.”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속삭여진다. 달콤하고도 또 듣고 싶은 그녀의 목소리는 그가 말이 없자, 연달아 이어지고 있었다.
성진은 그녀의 목소리에 실눈을 뜨고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시선을 옮긴다. 그목소리가 들렸던 방향에서는 꿈과 똑같은 복장을 입고 있는 아프로디테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성진아, 일어나봐.”
“사, 사장님??”
“그래, 그러니까 밖으로 나와서 이야기 좀 하자.”
오만하고 고집불통인 태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차분하고 자애로운 미소가 눈이 부실정도로 비춰진다. 성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말에 이끌려 거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 이동하게 되니, 자신보다 한참 작았던 그녀가 최소 30센티는 더 크게 느껴진다. 그것이 엄청 어색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성진아, 여기 앉아보자.”
“으음...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너도 궁금할 거 아니야. 네 모습이 그렇게 바뀐 이유가. 그 부분에 대해서 설명해 주려고.”
185센티가 넘어가는 거대한 키와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 흉한 얼굴이 140센티의 잘생긴 초등학생의 몸으로 변한 상황이다. 왜 자신이 이렇게 변했는지 그 또한 궁금한 상황이다.
“설명해 주세요. 저도 좀 알고 싶어요.”
“그 전에... 너는 지금 모습에 만족하니?”
흥미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는 뜻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질문을 하고 있었다. 바뀐 그의 모습에 만족하느냐... 성진은 그 질문을 듣고 자신의 얼굴을 매만져보더니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고 있었다.
“저, 정말로 만족스러워요.”
“키도 많이 줄고, 조각 같은 몸매가 사라져도 좋은 거야?”
“차라리 이런 삶이 나은 것 같아요. 적어도... 얼굴은 정상이잖아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순수하게 말을 하는 성진의 모습에 아프로디테 또한 자신의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성진은 잘 모르지만 그의 진정한 외모는 세상 어떤 남자보다 아름답고, 여자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가 신이라 해서 무시할만한 그런 외모가 아니란 말이다.
아프로디테는 멍하니 그를 보고 있다가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는지, 입을 가리고 약간의 헛기침을 한다. 그런 뒤, 그를 다시 바라보며 질문을 이어가고 있었다.
“흠흠... 그거 다행이네. 나는 네가 실망할 줄 알고 엄청 걱정했었어.”
“저는 오히려 고마운 걸요. 설마, 사장님께서 저를 이렇게 만들어 주신 건가요?”
“맞아. 내가 힘을 써서 너의 얼굴을 정상적으로 고쳐준 거야.”
“저,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모든 진심을 다하여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녀에 대해서 좋은 감정을 품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그를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평생의 은인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는 것이다.
“흐윽... 흑...”
너무 좋아서, 지난 모진 과거가 떠올라서 그는 눈물을 흘렸다. 얼굴에 대한 짐을 털어버린 것에 대한 희망의 눈물이다. 아프로디테는 그런 그의 얼굴을 품 안에 안아주며 ‘괜찮다, 괜찮다.’ 그를 다독여주었다.
“몸이 어려지니까 영혼까지 어려졌나봐. 엄청 울고 있네.”
“흐으... 흐으으...”
“뚝, 그쳐야지.”
그녀의 말에 울음을 뚝 그친 성진은 빨갛게 젖은 눈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눈물과 콧물이 쏟아져 보기 흉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진탕되는 것을 느꼈다. 그런 모습조차도 멋있고 예뻐 보이는 모양이다.
“저... 사장님...”
“으, 응...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있니?”
“제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려주신다고 했는데요...”
“아! 그, 그렇지. 나도 깜빡해버렸네.”
그의 외모에 넋을 놓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볼을 가볍게 치면서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리려 노력하였다. 그런 뒤, 그가 아테와 만나면서 벌어진 일들을 차례대로 늘여놓기 시작한다.
*
10분이 지난 시간. 성진은 소파에 앉아 그녀에게서 모든 상황에 대한 내용을 듣게 되었다. 헤라의 사주를 받은 아테에게 치명상을 입은 것과 그 결과로 그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던 것.
그리고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도움을 받아 크로노스의 시계와 자신의 신력을 이용해 그를 살렸던 과정을 정확하게 듣게 되었다.
“아아... 그래서 이렇게?”
“맞아, 너의 몸 안의 기운들이랑 불완전한 아테의 기운들이 섞여서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지.”
“이 얼굴은 그럼 어떻게 된 거죠?”
“크로노스의 시계를 이용하면서 너의기운이랑 불행의 기운이 약해졌다고 설명했지? 덩달아 헤라의 저주와 내가 부여한 권능도 약해지게되었어. 그래서 내가 힘 좀 썼지.”
“감사합니다.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제 평생의 은인이세요.”
“아이참...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다소곳이 다리를 모으고 앉아있던 그녀는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다른 손으로 손짓을 해보이며 겸양을 떨고 있었다. 옛날의 그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과연 그녀의 성격이 변했을까? 그것은 아니다. 다만, 성진의 본래 외모에 마음을 뺏겨 그에게 잘보고 싶었던 것뿐이다. 아프로디테는 약간 헤픈 웃음을 짓더니, 그의 상황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얼굴의 저주는 풀렸어도, 헤라가 너를 계속 괴롭히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어. 그녀가 말했지? 10명의 여자와 사랑을 하라고. 그것을 이루지 않고서 그녀의 굴레를 벗어날 수는 없지.”
“어... 그거라면 금방...”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이제야 내가 말하지만, 너는 에로스에게 납 화살을 세 발이나 맞았어. 그 의미는 평생 사랑을 할 수 없다는 거지. 생각해봐. 너 유경이 엄청 좋아했잖아.”
“네...”
“지금도 그녈 생각하면 가슴이 뛰어?”
유경의 아름다운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청순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와 헌신적인 성격을 두 눈에 담았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가슴은 뛰지 않는다. 설레거나 그런 감정도 전혀 없었다.
그저, 그녀의 벗은 몸을 상상하니... 흥분이 될 뿐이다. 그가 입은 초등학생용 잠옷 바지 사이로 거대한 물건의 윤곽이 얼핏 드러난 것은 모두 그 때문이었다.
“어머...!”
“아... 이건 그러니까...”
“다행이다. 사랑은 하지 않지만, 흥분은 하는 거잖아. 그러면 섹스는 할 수 있겠네?”
“무, 뭐... 그렇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어린데 어떻게 섹스를...”
“후훗, 키도 나보단 작지만 이 정도면 성인이지. 그리고 물건은... 성인보다 더 나은데?”
그녀의 손이 그의 바지 사이로 들어와 거대한 물건을 움켜쥐었다. 그가 성인이었을 때보다 작아진 느낌이지만, 그래도 그의 물건은 특출해 보인다. 17~18cm의 길이와 휴지심 정도의 굵기. 그리고 넓게 퍼진 버섯모양의 귀두는 그 자체로 훌륭한 연장이었다.
“아아... 사장님. 다른 것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에이, 그것보다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은데? 우리 한 번 하고 다른 이야기를 할까?”
“사장님...”
“쉿! 그 호칭 말고 다른 호칭으로 불러.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아.”
어린 아이에게 사장님이란 소리를 들으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프로디테는 좀 더 친근감 있는 단어를 그에게 듣고 싶었다. 그녀는 잔뜩 기대하는 눈치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어, 엄마...”
“엄마? 그 호칭은 좀 별로인데... 다른 호칭으로 불러봐. 지수 누나나 자기야. 이런 식으로.”
“엄마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어감도 따뜻하고...”
혹시나 그가 정신연령까지 어려질 것을 대비하여 자신을 엄마로 등장시킨 꿈을 꾸게 만들었는데, 그것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어머니 없이 자란 그가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꿈의 신 모르페우스에게 부탁하여 그가 그런 꿈을 꾸도록 유도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렇게 돌아와 자신을 당황 시킬 줄은 몰랐다.
‘뭐... 괜찮겠지. 진짜 엄마는 아니니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엄청 흥분되는데?’
그가 죽은 듯이 잠들어있던 지난 3달 동안, 그녀는 다른 남자와 몸을 섞어보기도 했고 아레스와 같은 고신들을 찾아가 섹스를 했었다. 허나 그녀의 생각과 다르게 섹스에 대한 쾌감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좌절했다. 의술에 통달한 아폴로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저을 뿐이다. 성애의 여신이 섹스를 두려워한다?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그가 깨어나길 기도하면서 지금의 순간을 기다려왔다. 만약, 그에게까지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녀는 성애의 여신이란 호칭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흥분되는 자신의 몸뚱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의 자그마한 입을 거칠게 농락하였다. 혀와 혀가 엉키고 침이 길게 늘어날 정도로 진뜩했던 그들의 키스. 아프로디테는 예쁘게 웃음을 지으며 그를 침실로 이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