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8화 〉그녀가 보낸 자객 (6) (78/100)



〈 78화 〉그녀가 보낸 자객 (6)

 78 화 -

“후르릅...”

“흐음... 향이 매우 좋네요. 그렇지 않나요. 아프로디테?”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저택 안의 응접실. 저녁식사를 마친 헤라와 아프로디테는 폭신한 고급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지만, 떠나려는 그녀를 헤라가 한사코 놓지 않아 결국 이 자리까지 따라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곁에서 차를 마시던 아프로디테는 딱 15분만 있다가 그녀의 곁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후후, 데미갓의 기운도 거의 다 갈무리 되었으니 이젠 다른 남자들을 시식하러 다녀 볼까?’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1달이다. 그 동안은 성진의 기운 때문에 다른 남자들과 섹스를 해도 아무 감각도 느낄 수 없었다. 그의 기운이 완전히 소멸된 이상, 이제 다른 남자들과 정상적인 섹스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는 것보다는 부족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맛보는 게 바로 그녀의 취향이었다. 아프로디테는 입맛을 다시면서, 여러 남자들과 뒹굴 생각에 몸이 달아오른다.

‘일단은 그렇게 지내고, 성진과의 섹스는...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어. 절대로 그 녀석을 포기할 수 없지. 암... 그렇고말고.’


옆에선 헤라가 뭐라 뭐라 지껄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프로디테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더 재밌는 섹스를 즐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상에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성진에 대해서도 깊은 고민을 하는 중이다.



신이란 절대적인 존재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그 녀석. 그것이 주는 쾌감은 이루 말할  없는 성질이기도 했다. 능력에 저항할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아프로디테의 마음속에선 그가 최고의 1Pick이  것이었다.


“아프로디테, 그러니 당신도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남자에게 정착하면서 살도록 하세요.”

“...... .”

“과거엔 어쩔 수 없이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하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다르잖아요. 마음에 드는 남성과 진정한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게 옳을지 몰라요. 그러니...”

‘우웅’


헤라가 말하는 것을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와중에, 주변의 공간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상당히 강한 신성력이 그녀들의 주위로 느껴지고. 근처 공간의 뒤틀림 사이에서는 불행의 기운을 흩뿌리고 다니는 아테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옷이 대부분 찢겨지고 벗겨져 반라의 상태나 다름이 없었는데, 허벅지와 다리 사이에서는 허연 분비물들이 뚝뚝 떨어지면서 그간의 흔적들을 증명하고 있었다.


“아테! 지금 그 모습은...! 어째 서지? 왜 인간의 모습이 아닌 신의 본체로 강림한 것인가!”



은은한 검은색 아우라와 불행의 기운들이 그녀의 주변에 폭주하고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그 모습을 보고 무척 당황하여 그녀가 신의 모습을 드러낸 것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보통 신의 모습을 드러낼 정도라면 강한 권능을 사용하거나, 목숨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위협을 느꼈을 때 각자 신들의 본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프로디테는 그녀의 모습에 뭔가 찝찝함을 느끼고 있었다.

“...... .”

“아테! 대답해!”

“으음, 아프로디테. 제가 이야기 해보겠어요. 지금 아테의 모습을 보니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우선 이 상황을 진정시키고 이야기 해봐요.”

고신의 기운을 뿜어내면서 아테를 위협하던 아프로디테에게 헤라는 잠깐 진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아테의 근처로 다가가 폭주하던 그녀의 기운은 순식간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검은 폭풍의 기운들이 아테의 몸으로 흡수되고, 헤라는 그녀의 이마를 짚으면서 자신의 신성력으로 그녀의 기운을 진정시킨다. 눈이 풀려서 거친 호흡을 몰아쉬던 그녀는 헤라의 힘에 의해서 점차 안정을 찾아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헤, 헤라님...”

“아테,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옷은 왜 갈기갈기 찢겨있고, 신의 본체로 강림한 것은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혹시, 내가 맡긴 ‘임무’를 하다 그런 꼴이  건가?”

“네... 그의 힘은 정말 강력했습니다. 저도... 신의 본체를 구현하고도 겨우 빠져 나올 정도로 아주 강력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정말인가? 그, 그럼... 내가 부탁했던 불행의 정수는...”

“그가 저를 하도 못살게 구는 통에 정확히 컨트롤 하지 못했지만... 그의 몸에 집어넣은 것은 확실합니다. 으윽...”

“아테!”



아테의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그 주변에 스파크가 일렁인다. 그리고 그녀의 다리 사이의 계곡에선 하얀색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두 여신들은 황당한 상황에 말을 잇지 못하다,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한다.모종의 임무에 대해 알고 있는 헤라보다는 아프로디테가  냉철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헤라! 지금 아테의 모습을 보니, 아직도 흥분감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 같은데요! 인간이든 신이든 내가 아는 존재 중에 저런 능력을 보이는 존재는  하나 있어요. 바로 당신이 괴롭히는 데미갓이에요! 지금 그에게 무슨 짓을 꾸미고 있던 거죠?”

“호호, 아프로디테! 지금까지 나와 어울려줘서 고마웠어요. 그 덕분에, 당신이 지독하게 아끼는 데미갓에게 최고의 불행을 선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설마... 그럼 데미갓에게 불행의 정수를!!”

“호호호! 아마도 그는 죽을 때까지 평생 불행하게 살다가 죽게 될 거예요. 자신의 아버지를 저주하면서... 그리고 그가 죽어서도  불행의 기운은 계속 따라다니겠죠?”



입을 살짝 가리고 고음의 교소를 짓는 헤라의 모습이 참으로 악독해 보일 수가 없었다. 아프로디테는 당장에라도 그녀와 싸움을 벌이고 싶었지만, 성진의 상태가 걱정되어서 섣부른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헤라! 당신이 뭐라 하든지 간에, 내가  그를 저주에서 구하고 말겠어요.”

“과연 제가 그걸 두고 볼까요?”

“흥! 두고 보세요. 그럼, 오늘 식사는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죠. 대접은... 잘 받았어요. 꼭! 나중에 돌려드리도록 하죠.”

헤라에게 증오의 시선을 보내던 아프로디테는 번쩍하는 빛과 함께 어디론 가로 사라져버렸다. 헤라는 그녀가 사라진 자리를 보고 은은한 미소를 짓다가 자신의 곁에 쓰러져 있는 아테를 차분하게 매만져 갔다.
임무를 완수한 그녀의 모습이 그렇게도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헤라는 그녀를 근처에 있는 소파로 옮기고 편한 자세로 눕혀, 자신의 힘을 회복할  있게 돕기 시작했다.



“헤라님.”

아테에게 집중을 하고 있는 사이,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주변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그마한 날개가 달려있고, 활과 함께 은빛과 금빛 화살이 들어있는 통을 가지고 다니는 그는 어린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짓던 그는 헤라의 주위로 다가와서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오! 에로스. 내가 부탁한 일은...?”

“말씀하신대로 처리했습니다. 그, 그런데... 그 데미갓이 어머니와 무슨 연관된 것이라도 있습니까? 제가 이곳으로 오기 직전에 어머니의 기운을 잠깐 느낀 것 같은데...”

“그래. 그가 요즘 신들 사이에서 핫한 제우스의 아들이지.”

“그, 그런!! 저에게 부탁하실 때는 그런 말씀은 없었잖습니까? 그런 줄도 모르고 당신의 부탁을 들어드렸는데, 어머니는 무슨 낯으로 뵐지. 하아...”

“후훗, 그라는존재는 한낱 미천한 데미갓일 뿐이야. 위대한 신인 당신이 걱정할 필요가 없어.”

“하아... 그래도 어머니와는...”



계속 어머니를 물고 늘어지는 것을 보니, 뭔가 원하는 것이 있어보였다. 헤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가 원하는 대답을 늘어놓았다.

“좋아, 당신에게 쏟아지는 아프로디테의 분노는 내가 감당해주지. 원하는 부탁도 한 가지 들어주고.”

“조, 좋습니다.”

“그래. 다시 한  묻겠는데... 내가 부탁한 것들은 모두 처리한 거지?”

“그럼요.”



고개를 끄덕이는 에로스의 모습에 헤라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어보였다. 자신이 시킨 일을 정확히 수행했다면, 그를 평생 괴롭힐 명분은 차고도 넘치는 상황이다. 고통에 일그러질 데미갓의 얼굴을상상하니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그의 고통이  헤라의 즐거움인 셈.

아마, 지금쯤 아프로디테는 그녀의 선물들을 보고 표정이 매우 일그러졌을 것이다. 헤라는 그녀의 모습과 데미갓의 불행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자그마한 교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

한편, 지수의 침실. 침대 한 가운데서는 검은색으로 몸이 물든 성진이 공중에 둥둥  있는 상황이다. 그런 그의주위에는 인상을 팍 쓴 아프로디테가 초조한 모습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VVIP룸에 공간이동으로 도착한 그녀는 난장판이 된 그 곳에서 정신을 잃고 있는 성진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의 상태는 지금과 같이 검은색으로  몸을 물들이고, 스파크와 진득한 페로몬을 내뿜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거대한 물건을 빳빳하게 세워놓고 있었는데, 그것의 주위로 강력한 기운들이 뭉쳐져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아프로디테는 다른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여, 그를 얼른 자신의 숙소로 데려와 기운들이 발산하지 못하도록 능력을 임시적으로 봉인하였다. 아주 임시적인 것이라 그를 빨리 치료해야만 하는 상황. 때문에 그녀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를 급하게 불러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했다.

“아프로디테님, 저는 갑자기  찾으셨죠?”

“아스클레피오스! 이, 이 녀석  어떻게 해줘.  시가 급해.”


뜬금없이 이곳으로 호출 당한 그는, 아프로디테의 재촉에 의해 침대 위에 둥둥 떠 있는 성진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묵묵히 그것을 바라보며  내부에 있는 기운들을 살펴보았다. 검은색 기운들과 하얀색 스파크를 일으키는 전기, 분홍색 기운들이 각자 그의 몸에서 자신의 영역 다툼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몸 안의 기운들은 계속 치고 박고하는 사이에 혼돈의카오스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는데... 이를 그냥 방치하게 되면 그라는 존재는 순식간에 소멸될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골치 아프단 표정으로 옆에서 울상을 짓는 아프로디테를 향해 말을 건넸다. 먼저,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가 누구인지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아프로디테님, 이 사람은 누구죠? 신은 아닌 것 같은데...”

“제우스의 아들이야. 헤라가 요즘 괴롭히고 있다는 데미갓.”

“아... 요즘 소문이 퍼진 데미갓이 바로 이 녀석이군요. 생각보다 물건이 튼실한데요? 으음... 얼굴은 좀 문제가 많군요.”

“헛소리는 그만 지껄이고,  녀석이나 빨리 치료해봐. 상태가매우  좋잖아!”

“하지만, 제가 그를 치료했다는 사실을 헤라님이 알게되면...”

“그건 내가 어쩔  없이 했다고 그러고... 야! 그게 아니잖아. 모름지기 의사라면 죽어가는 환자를 살려야하는  아니야? 인간들도 그렇게 하던데, 신이란 작자는...”

“흠흠... 알겠습니다.  더 살펴보겠습니다.”



인간이라면 모르지만, 데미갓이라면  더 긍정적인 상황이 연출 될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를 다시 한 번 바라보며 가장 좋은 해결책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현재, 그의 육체는여러 가지 기운들이 짬뽕되어 과부하가 걸린 상황. 더구나 심장에는 무언가 박힌 흔적이 있어 그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드러냈다.



“아프로디테님. 저기 심장에 무언가 박힌 흔적이 보이십니까?”

“으음...! 뭐야! 저건 언제?”

“아무래도... 에로스님께서 무슨 짓을 벌인 모양입니다. 심장이 은빛으로 물든 것이 납 화살을 맞은  합니다. 그런데... 화살을 맞은 흔적은  방. 무려 납 화살  개를  번에 맞았다는 것이죠. 이 말인 즉슨...”

“평, 평생 사랑을 하지 못한다...”

“그렇습니다. 에로스님께서 왜 저런 짓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이번일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성진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것을 만들어 놓은 아테와 에로스, 그리고 헤라... 아프로디테는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상황 판단을 한다. 지금 이런 상황은 자신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늘 식사를 하면서 헤라가 보인 것들은 모두 그녀를 기만하려한 행동들이다. 열이 받았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자신을 이렇게 농락한 그녀에게 무언가를 되갚아 주고 싶었다.


그녀를 도왔던 아테, 에로스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헤라. 그 빌어먹을 신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다.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앞에서 죽은 듯이  있는 성진을 바라보았다. 어떠한 감정도 없었던 그와의 첫 만남이 문득 그녀의 머리를 스쳤다.
못생긴 그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종이봉투를 씌우고 섹스를 했던 그 때. 그런 그가 지금에 와서는 자신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뭐지? 이 두근거림은.  데미갓한테 지금 두근거리고 있는 건가?’


아프로디테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닐 것이다. 이렇게 흉한 얼굴의 사내를‘사랑’한다니 말도 되지 않았다. 그녀의 마지막 사랑은 ‘아도니스’에서 끝난 상태이다. 저승에 있는 페르세포네에게 그를양보하면서 모든 사랑은 끝이 났다.


헌데... 지금에와서 죽어있던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낀다. 아프로디테는 지금 그녀의 가슴이 뛰는 것을 애써 무시하였다. 그런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라도 얼굴 표정을 굳히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 대답해라.  아이를 살릴 수 있어?”


데미갓을 계속 바라보는 그녀가 그에게 질문을 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그녀의 말을 듣고 기나긴 장고를 거듭한다. 데미갓의 위독한 상태를 풀려면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와 시간의 신 크로노스(Chronos)의 권능이 담긴 시계가 필요했다. 시도는 해본 적은 없으나,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는 해결책이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에 있는 아프로디테에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글쎄요. 하나 방법이 있을 지도...”

“뭐지?”


잠시 머뭇거리는 아스클레피오스.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는 그녀에게 대답을 하였다.

“저 데미갓의 육체를 크로노스의 권능을 이용해서 어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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