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그녀가 보낸 자객 (3) (75/100)



〈 75화 〉그녀가 보낸 자객 (3)

 75 화 -

“고객님, 안녕히 가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내일 뵐게요.”


데스크에 있는 직원들은 모두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다. 피부만 하얗지 온통 검은 색으로 치장한 그녀는 수정에게 넉넉한 미소를 보이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러던 와중에, 성진과 눈이 마주치고 그는 등가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주위에 검은색 기운들이 순간 일렁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어... 저건?”

어디선가 봤던 일렁임이다. 저 정도로강력하지 않았지만 분명 가까이서 그것을  기억이 있다. 성진은 자신의 머릿속을 뒤적거려, 그 기운과 비슷했던 장면을 열심히 찾기 시작한다. 피하고 싶지만, 너무도 익숙했던 감각이다.



“성진 씨?”

“...... .”

“성진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아... 원장님.”


거의 잡힐 듯 한 상황이다. 그에게 할 말이 있던 혜영은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그의 몸을 가볍게 터치한다. 성진도 그녀의 손길을 느끼고 깊은 상념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거의  잡은 실마리에 아쉬운마음이 가득했지만, 그녀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혜영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성진 씨, 내일 VVIP의 예약이 잡혔어요. 그러니 그에 맞게 준비해 주세요.”

“네...? 저는 아직 수습기간이고 피부 관리 지식도 부족한데...”

“어쩔 수 없어요. 고객님께서 성진 씨를 원하시는 상황이라 거절하기 어렵네요. 일반 VIP고객님이라면 만류를 해보겠는데, 대상은 VVIP고객님이라...”

“저는 어렵겠는데요.”

“부탁이에요. 성진 씨. 성진 씨라면 할  있어요.”

성진은 혜영에게 황당한 눈빛을 보냈다. 피부 관리에 대해서 배우기 시작한 것은 요 며칠 사이. 아직 제대로 배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해봤자, 얼굴을 매만지는 기본 테크닉이나 화장품을 사용하는 순서 정도였다.
더 배울 수도 있었지만, 가르침을 주던 선생들이 그의 물건을 가만두지 않았다. 피부 관리 교육을 빙자한 ‘이성진의 섹스 스쿨’이나 다름없었다.



성진은 자신이 계속 거절을 하는데도 VVIP의 예약을 권유하는 혜영을 노려보았다. 혜영도 그의 시선을 받아 몸을 살짝 움츠린다. 복면으로 가려져 있어 보지는 못했으나, 그의 꽉 쥔 주먹으로 기분을 대강   있었다.
일에 대한 부분만 아니었다면무조건 그의 말을 들었을 그녀였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샵의매출과 직결된 상황이다. 사심이 개입되면 아니 되었다.



“서, 성진 씨. 저희 샵을 위해서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VVIP고객은 쉽게 만들어지는 고객이 아니라 서요.”

“...... .”

“성진 씨...”

“알겠습니다. 제가 그 VVIP고객을 담당하기로 하죠. 고객님의 데이터를 주시겠어요?”

성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민지를 향해 말을 했다. 민지는 그의 굳은 목소리에 몸을 살짝 떨면서 마우스를 매만졌다.


“민지 씨, 찾을 필요 없어요. 고객 데이터는  손에 있으니까요.”

“그럼...?”

“맞아요. 방금 나가신 고객님이 성진 씨를 직접 지명한 고객님이세요.”


그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혜영은 오히려 그것이 무서워 몸을 떨고 있었다. 주현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수정을 극한으로 몰아갔을 때처럼 아무 말도 없이 일어서있는 그의 모습에 다들 촉각을 곤두세웠다.



‘분명 나와 뭔가 관련이 있어. 내가 그녀에게 익숙함을 느끼는 것은 무슨 연유가 있을 거야. 대충 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주위에서 검은  기운이 일렁거리는 것을 못 느낀 것 같은데... 설마, 신의 힘인가? 헤라가 나를 노리고?’



빌어먹을 헤라를 생각하니 그의 주먹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온갖 저주를 퍼붓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첫 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으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절대적인 존재.


요즘 들어 자신의 생활이 순조롭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꼴을 보지 못하고  다른 위협을 가해왔다. 어떻게든 그것에 대비를 해야만 한다. 그는  생각에 무거웠던 분위기를 풀고 혜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렇군요. 방금 그 분께서 저를 지명하셨군요. 원장님, 혹시 그 예약을 취소할 수는 없을까요?”

“그러면 좋겠지만, 성진 씨를 지명하는 조건으로 VVIP에 가입하셨거든요. 만약  예약이 취소된다면 저희는 막대한 이득을 눈앞에서 놓칠  있어요.”

“그럼,저희 쪽에서 취소하게 되면...?”

“없었던 일이 되는 거죠. 큰 금액이 오가는 것이라 일정 부분 고객님께 위약금도 드려야 되고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결국 그는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취소를 해서 아예 그녀와의 접촉을 없앨 수도 있었지만, 위약금도 물어야했고 다른 방법으로 그에게 마수를 드러낼지 몰랐다. 성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다가올 위협이라면 미리 준비를 하고 맞이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성진은 아까보다 유(柔)해진 분위기로 굳게 닫힌 입을 열기 시작한다.



“하하하...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담당해야지 어쩌겠어요.”

“그, 그렇죠?”

“당연하죠... 원장님, 그럼 내일을 위해서 뭐라도 준비를 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아! 그 부분은 현아 씨가 자세히...”

“아니요. ‘원장님’께서 직접 알려주셨으면 해요.”

“아...”

“혹시, 예정 된 예약이 있나요?”

있어도 없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혜영은 ‘없다’는 말을 내뱉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화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목소리. 그러나 은연중에 풍기는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혜영은 그의 제안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자신의 몸을 바르르 떨고 있을 뿐이다.


“원장님, 먼저 VVIP실로 올라가 계시겠어요? 내일을 위한 사전 교육을 미리 준비해주셨으면 하는데...”

“...... .”

“원장님?”

“아, 알겠어요. 그럼 먼저 올라가 있을게요.”

혜영은 그의 제안에 수락을 하고 먼저 VVIP실로 이동하였다. 자신에게 향하는 그의 분노에 아직도 손이 떨리는 듯하다. 하지만,  아래로 숨어있는 혜영의 본능은 다른 느낌을 받은 듯하다.


그의 강인한 모습에 야릇한 쾌감이 일면서 그녀의 다리 사이를 축축이 젖게 만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두려움과 쾌락의 공존이란 묘한 상태에서, VVIP실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올라갈 때마다 그녀의 흥분도도 점점 상승하고 있었다.


*

‘찰싹!, 찰싹!’

“아흑...! 으으윽!”



혜영은 그의 무자비한 손길에 비명을 삼키면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다. 마사지 베드를 잡고 후배위 자세를 잡고 있던 그녀는. 그의 거친 허리운동과 엉덩이를 때리던 손길을 느끼고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은은한 조명에 비춰지던 그녀의 풍만한 몸매에는 그의 손자국이 빨갛게 인장처럼 찍혀 있었다.

“원장님. 왜 그러세요. 아마추어 같이... 시간없으니까 계속하자구요.”

“주, 주인님... 잘못했어요...”

“무슨 잘못이요? 원장님께서는 아무런 잘못도 한 게 없으시잖아요.”

“아니에요... 제가 VVIP고객을 멋대로 받아서 주인님을 불쾌하게 만들었어요. 정말 죄송해요.”

“에이... 그렇게 사과할 필요는 없는데. 원장님께서는 샵의 매출을 위해서 어쩔  없었잖아요.”

“죄, 죄송해요... 용서해 주세요.”

혜영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잘못을 싹싹 빌고 있었다. 그가 주는 막대한 쾌감은기분 좋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계속 된다면 수정의 꼴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원장으로서 해야 할 임무가 있기 때문에 그것까진 바라지 않았다.

성진도 울먹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마음이 급속도로 약해졌다. 어찌 보면, 그녀 입장에선 VVIP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 불길한 여자를 만나야 했지만 그가 가진 힘으로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성진은 노기가 끓어오르던 마음을 진정시킨 뒤, 마사지 베드 위로 자신의 몸을 뉘였다. 그리고 혜영에게 말을 건넨다.

“좋아요, 원장님. 용서해 드릴게요.”

“저, 정말요?”

“그럼요. 대신,  용서의 증거인 정액을 받아 가셔야 해요. 저는 가만히 있을 테니까 알아서 해주세요.”

 말을 끝으로 성진은 자신의 스마트 폰을 열어 주소록 앱을 확인하였다. 얼마 저장되지 않은 주소록을 넘기면서 그는 ‘사장님’이라 적힌 휴대폰 번호를 찾아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있어...’


그의 기대와 다르게 스마트 폰이 꺼져있는 상태이다. 헤라와 관련이 있는  같아서, 그녀에게 조언을 구하려 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전화가 끊긴 이후에  번을 더 전화 해봐도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는 여전했다.

“흐읏... 흐으으...”

‘찌걱, 찌걱...’

계속 통화를 시도해도 여전하자, 그는 상대를 바꿔 유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비서인 그녀라면 뭔가를 더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진은 통화가 연결되는 신호음을 들으면서 그녀의 목소리가 빨리 나오기를 빌어보았다.

‘성진이?’

“응, 누나. 나야.”

‘무슨 일이야?’

“혹시, 사장님이랑 통화 가능한지 물어보려고.”

‘아마, 안될걸? 가끔 이런 때가 있더라고 전화기를 모두 꺼버리고 혼자 잠적하는 때가.’

“장기 출장이라고 그러지 않았어?”

‘그건 그런데... 워낙 자기 멋대로 인지라 출장도 휴가처럼 지내시거든.’

“그, 그럼 회사 일은 어떻게 하고? 사장이 결정해야 할 중요 사안들이 있잖아.”

‘그건 옛날부터 내가 알아서 하고 있어. 사장님도 그렇게 하라고 하셨거든.’


성진은 지수의 멋대로인 행동에 잠시 어이가 없었다가, 그 존재가 신이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유경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누나, 그럼 부탁 좀 할게. 혹시라도 연락이 닿으면 내가 찾는다고   해줘.”

‘알았어.’

“흐으으... 흐으읍...”

‘성진아, 지금 뭐라고 말했어?’

“으, 응? 아무것도?”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



그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내려 혜영을 바라보았다. 그의 통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자신의 입을 막고 연신 허리를튕기는 모습은 음란 그 자체였다. 정액을 짜내라는 미션을 줬지만, 그의 가공한 정력에 오히려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은 그녀이다. 성진은 그 상황이 재밌어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에이... 아무 것도 아니야.”

‘뭐... 알았어. 내가 나중에말해 줄게.’

“고마워.”


그녀가 대충 눈치를 챈 것 같아 성진은 재빠르게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혜영의 음란한 육체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안는다. 땀이 흐를 정도로 열심히 허리를 돌린 그녀는 성진의 우악스런 손길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의 몸에 기대었다.
풍만한 그녀의 가슴이 눌리고 성진은 그녀의 엉덩이를 잡고 거칠게 허리를 놀리기 시작한다. 혜영은 자신의 두 눈을 꼭 감고 그가 주는 쾌락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허으윽...! 주인님!”

“용서를 받고 싶으면 너도 성의를 어서 보여!”

일렁이는 쾌락의 파도에 정신을 잃어가던 그녀는 성진의 말에 자극을 받아 하체 근육에 집중을 했다. 그의 물건을 강하게 조이면서 용서의 정액을 갈구한 것이다. 성진도 그녀의 행동을 느끼고, 있는 힘껏 허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뒤, 그는 그녀의  안에 자신의 기운을 흩뿌린다.


“흐으응~!”



혜영의 전신에는 짜릿한 감각들이 관통하고 뒤를 이어 따뜻한 기운들이 온 몸으로 퍼진다. 항상 느껴왔던 감각들이지만, 오늘 따라 그 쾌감이 말할 수 없이 컸다. 혜영은 그의 품에 얼굴을 기대며 지친 몸을 뉘였다. 긴장했던 몸이 풀어지고 혜영은 스르르 눈이 감겨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아... 평생 이러고 있고 싶다.’



그렇게 혜영은 그의 품에서 깊은 잠이 들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