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4화 〉그녀가 보낸 자객 (2) (74/100)



〈 74화 〉그녀가 보낸 자객 (2)

- 제 74 화 -


“성진 씨! 여기요!”



다음날, VIP라운지. 성진은 출근하자마자, 잔뜩 신이  주현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제보다 얼굴이 많이 펴진 것이, 어느 정도 그녀에게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네, 주현 씨. 부르셨어요?”

“제 얼굴 보이세요? 어제보다 확연하게좋아졌어요. 트러블도 없어지고 탄력도 더 좋아진 것처럼 느껴져요.”



그녀가 말한 것처럼 얼굴의 변화가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군데 있던 트러블은 사라지고 그녀가 활기 있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성진은 눈웃음을 지어주면서 축하한다는 대답을 건네주었다.


“잘됐어요. 이제 주현 씨 피부도 다른 사람들처럼 좋아지겠네요.”

“그죠? 신난다. 히히...”

“주현 씨, 그거 구하기 어려운 거니까 꼭 아껴서 드셔야 해요. 양은 얼마나 남았어요?”

“생각보다 양이 적어서 소주   정도만 복용했어요. 으음... 어제 그걸 마셨으니까, 5분의 4정도가 남았을 거예요.”


성진은 그녀가 자신의 정액을 무슨 보물 대하듯이 이야기하자, 묘한 감정이 느껴졌다. 괜히 그녀가 자신의 물건을 입에 물고 좋아라하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성진은 그것을 생각하며 얼굴을 붉히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버렸다.

“여하튼, 다시 드리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아껴서 드셔야 해요.”

“왜요? 또 주시면 안돼요?”

“저도 겨우 부탁해서 구했어요. 그것이 생산되려면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서 하루에 생산되는 양이 한정되어 있거든요.”

“으음... 그럼 지금 가지고 있는 거라도 아껴 마셔야겠어요.”

“그렇죠.”



성진은 옆에서호들갑을 떠는 주현을 보고서, 자신의 정액이 꽤 괜찮은 사업아이템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소주 반 컵에 해당하는 양만 마시고도 하루 만에 효과를  정도면 시중에 파는 어떤 화장품, 약보다도 효능이 좋은 것에 해당했다. 그는 자신의 턱을 쓸면서 그것을 활용할  있는 방안에 대해 곰곰이 고민을 해보았다. 잘만 고민해 보면, ‘Venus Beauty Shop’에서도 막대한매출을 올릴수 있을 것이다.

“어머! 주현 씨. 오늘은 얼굴이 밝네요?”

“아! 실장님, 안녕하세요?”

“그래요. 흐음... 보니까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요. 트러블도 사라진 것 같고... 약간이지만 광택도 나는 것 같은데요. 무슨 비결이 있나요?”

“어제, 성진 씨한테서 피부가 좋아지는 약을 선물 받았거든요. 실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드신다는...”

“그, 그래요? 성진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수정의 두 눈이 불타오른다. 성진과 관계를 가진 이후로 자신의 피부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것을 느낀 그녀이다. 주현의 피부가 좋아진 것에 대해, 그가 그녀까지 접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여자들과 공유를 하고 있는 상태지만, 다른 여자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솟아오르는 질투심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어요. 그냥하얀 엑기스를 작은 병에 담아서 줬을 뿐인데요.”

“흠흠... 그렇군요. 주현 씨, 어쨌든 축하해요. 그리고 슬슬 업무 시간도 다가오니까 출근 준비 하셔야죠.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네!”

주현은 밝은 표정으로 대답하며 탈의실이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성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어느 정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그 문제로 얼마나 심각하게 고민했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이다. 성진은 멍하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잘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정액이 효과가 있는 것은 확실하네. 다른 부분은 모르겠지만, 피부에 좋다는 것은 확실해 졌어. 잘하면 돈벌이가 되겠는데.“

“오빠.”

‘으음... 그럼 어떻게 활용한다. 되도록 헤라의 저주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일단 모두를 모아서 말을 해보고, 의견을 들어볼까...’

“성진 오빠!”

“아... 그래. 무슨 일 있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해요? 아까부터 계속 불렀는데.”

“미안, 여러 가지로 생각할 게 많았거든.”

“주현 씨한테 홀린 게 아니라요?”

“아, 아니야.그녀는 아무런 사심 없이 도와줬을 뿐이야. 어떻게 해보거나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어.”

“몰라요.”


자신보다 10살이 많은 여자에게 오빠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징그럽게 느껴질  있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엄청난 미녀라면 상관없을 것이다. 수정도 성진에게는 그런 존재였다. 혜영도 마찬가지고. 다만, 그녀들 사이에 다른 점은 전자는 질투를, 후자는순종을 하는 차이가 있었다. 성격만 따진다면 성진은 후자를 매우 사랑하는 편이다.


누군가를 구속하고 복종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자신에게 투정을 부린다거나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VIP라운지 직원들 가운데, 그것이 특히 심했던 수정은 과거 그런성격으로 인해 호되게 당한 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의 곁에서 투정을 부리던 그녀의 몸을 한 팔로 껴안고,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를 속삭였다.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말이다.

“수정아, 적당히 해야지? 저번에도 그러다가 고생한 적이 있었잖아.”

“무슨...?”

“너희 집에 모여서  같이 뒹굴던 날.”

“아...!”



수정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떻게 보면 최고의 경험일 수도, 또 다르게 보면 최악의 경험일 수도 있는  날의 기억. 유경과의 데이트를 앞두고 그녀의 집에서 쫓겨난  날. 성진은그녀의 집을 찾았었다. 수정도 그를 환영했었고, 혹시 몰라서 원장인 혜영에게만 연락을 했었는데... 그와 직접적인 관계를 맺은 그녀들이 모두 참석한 것이다.

수정은 뒤늦게 자신의 무지함과 혜영을 원망했지만, 이미 물은 쏟아진 뒤였다. 결국, 그 자리에 함께하던 이들은 성진에게 모두 덤벼들었고, 수정은 행복해 보이는 성진에게 질투를 쏟아냈었다.


처음에 무시하던 성진은 어느 정도  투정을 받아주다, 결국 분노를 표출했다. 그녀는 여러 차례 기절을 했다가 깨어날 정도로 그의 물건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 자리에 모든 이들에게 과한 질투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준 것이다.



수차례 천국을 오간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라  수 있지만, 체력적으로 버틸 수가 없었다. 수정은 그의 말을 듣고선, 자신의 입을 다물었다. 울상이던 표정도 풀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미안해요. 오빠.”

“그래. 또 그러면 죽기 직전까지 박아줄 거야. 알았어?”

“네...”



수정은 그의 말에 아양을 떨었다. 성진도 그런 그녀의 볼을 쓰다듬어주며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주었다. 약 1분 정도 그런 시간을 갖던 그들은, 곧 다가올 업무 시간에 서로의 몸을 떨어트리고 일을 할 준비를 한다. 오늘 예약된 고객들을 확인하면서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러자, 미진과 민지, 주현까지 모두 모여 일을 하기 시작한다.



‘띵동...’

“반갑습니다. 고객님!”


때 마침, VIP라운지에 고객이 도착했다. 그녀는 풍성한 웨이브의 검은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자였다. 자세히 바라보니, 진한 눈 화장과 검은 색으로 칠한 듯한 입술까지... 모두가 검은색이었다. 성진은 그녀를 바라보면서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의 자신에게 익숙했던 느낌이 그녀에게 풍겨 나오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고객님. 여긴 어떻게 오셨나요?”

“아... 마사지를 받고 싶어서 왔는데요.”

“처음 방문이신가요?”

“네.”

“그러시군요. 그럼 저희 상담실로 오셔서 상담을 먼저 받으시고 결정해 주시겠어요?”

“으음... 그러죠.”



수정의 안내를 받아 상담실로 걸음을 옮기는 그녀. 성진은 그녀가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불길하지만 익숙한 감정에 온통 시선을 빼앗긴 것이다.

*

잠시 뒤, VIP라운지 상담실. 수정은 그녀의 앞에 간단한 차와 다과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작성이 필요한 서류들과 VIP라운지 전용 카탈로그를 꺼내 그녀에게 전달하였다. 그것들을 받아간 예비 고객은 위 아래로 쓰윽 훑어보더니, 자신의 입을 열어 질문을 던진다.

“여기 쭉 보니까 이 부분은 직원들의 약력 같던데...”

“네, 맞습니다. 저희 원장님부터 피부 관리를 하시는 스텝들의 약력이 모두 나와 있습니다. 다들 경력이 최소 5년 이상이고, 원장님께서는 약 18년의 베테랑이십니다.”

“흐음... 이게 다 인가요? 다른 직원들 소개는...”

“행정 스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면  뒷장에 나와 있습니다.”

수정의 말을 듣고 그녀는 그 뒷장의 페이지를 열어 직원들의 명단을 체크하였다.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행정 스텝들이지만, 다들 학력과 사진이 기재되어 있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앞둔 예비 고객의 표정은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객님, 뭔가 문제라도...?”

“아니에요. 그냥 살펴 본 거예요. 서류는 어디 있죠? 바로 가입할게요.”

“여기 있습니다. 고객님.저희 VIP라운지에 가입하시면 만족스런 피부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수정은 그녀의 앞에 있는 고객에게 그녀가 할 수 있는 가장 예쁜 영업용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약간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그녀가 진상고객인 줄 알고 긴장하던 그녀는, 가입하겠다는 말에 바로 태세를 바꾼 것이다. 수정은 그녀에게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서류 작성하는 방법을 꼼꼼히 알려주고 있었다.


“김아미 고객님, 혹시 누구의 소개를 받고 오셨나요?”

“그냥, 여기저기서 주워들었어요. 여기가 그나마 효과가 좋다고 그래서...”

“그러시군요. 그럼 저희 VIP라운지에 대한 비용들은 처음 듣게 되시는 거네요. 그렇다면 제가 설명을...”

“아, 그건 됐어요. 얼마가 나오던지, 가장 좋은 코스로 등록해줘요.”

“상당히 비용이 많이 나오실 텐데요...?”

“상관없어요. 귀찮으니까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가장 좋은 걸로.”

“아,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임의로 작성해 드릴게요.”

수정에게 있어선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봤기에 그녀와 같은 요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집에 돈이 썩어나도록 많아 귀찮은 것을 싫어하였다. 때문에 수정은 그녀의 마음이 혹시라도바뀔 것을 우려하여, 빠른 속도로 그녀의 서류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저기...”

“네, 말씀하세요. 고객님.”

“아까 직원 명단을 보니까... 그 사람은 없던데 어떻게 건가요? 아까 보니까 웃는 그림의 노란 복면을  남자가 있는 것 같던데...”

“그 사람이요? 아! 혹시, Mr. 스마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남자가 Mr. 스마일인가 보네요.”

“네, 그렇습니다. 혹시, Mr. 스마일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따로 있으신가요?”

“별 건 아니고... 제가 그 남자를 피부 관리 스텝으로 지명할  있나 해서요.”


수정은 그녀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성진이 등장한 이후, 가끔 그에게 피부 관리를 받고 싶다는 고객들도 있긴 했지만 수습기간이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해왔다. 실력은 좋았으나 경험이 아직 부족해서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함이었다. 마찬가지로 수정은 지금까지해왔던 대로 그녀의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하였다.


“죄송합니다. 수습기간이라서 아직 피부 관리까지 맡기기는 어렵습니다.”

“흐음... 어떻게든 그에게 받고 싶은데, 안되나요?”

“지금으로선... 죄송합니다.”

“수정 씨라 그랬죠? 책임자가 따로 있으면  뵙고 싶은데...”

“저희 원장님을요?”

“네. 제가 직접 말씀을드리는  나을 듯싶어서요. 여러분들 입장에서도 VVIP 고객을  명이라도  확보하는 게 낫지 않나요?”



샵의 매출을 좌지우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VVIP라는 고객은 상징성이 있었다. 한 해에 수천의 매출을 올려줄 수 있는 그들은, 인맥도 질적으로 풍부하여 VIP라운지의 움직이는 홍보물이 되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외모가 상승하는 것에 따라서 샵의 명성도 같이 높아진다.

샵의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계산을 하던 수정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원장실을 향해 빠른 걸음을 옮긴다. 그것을 보고 있던 김아미 아니, 불행의 여신 아테는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비열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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