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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화 〉그들의 첫 데이트 (6) (72/100)



〈 72화 〉그들의 첫 데이트 (6)

- 제 72 화 -

본 처라고 할 수 있는 유경에게 거의 모든 것을 털어 놓았다. 그녀 말고도 7명의 여자가 있다는 것과 자신은 앞으로도 여자를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솔직하게 말했다. 유경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몇 번을 더 화를 내다가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이다. 성진은 최대한 그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조용히 몸을 사렸다.

어느덧, 출근을  둔 시간. 항상 배웅을 해주던 유경이 거실로 나오지를 않아, 그녀의 침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로 출근을 해도 됐지만, 그래도 유경과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닫힌 그녀의 방문. 그는 손잡이를 돌려 어젯밤 뜨거운 정사가 이어진 침실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어...? 누나도 지금 출근하게?”



보통 그녀의 출근은 그보다 1시간 정도 늦은 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벌써 준비를 마치고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평소보다 약간 더 신경을 쓴 그녀의 화장과 옷맵시가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결전을 앞둔 여전사의 모습이랄까? 성진은 그것이 신경 쓰여 그녀에게 질문을 건넨다.


“지금 출근하는 거야?”

“응.”

“그, 그래. 같이 나가자. 차도 태워주는 거지?”

“응. 나가자.”


그녀의 표정을 살펴보면 자신에게 화를 내는  같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성진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더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까 싶어서 열었던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앞에선 여자를 마음껏 농락하던 ‘주인’ 이성진은 자리하지 않았다. 눈치를 살살 살피는 불쌍한 인간 이성진이 있을 뿐이다.

*


‘Venus Beauty Shop’의 책임자인 혜영의 사무실. 지금 그곳에서는 유경이 가장 상석에 앉아 VIP라운지의 직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이른 시간이었는데... 성진의 갑작스런 호출에 부랴부랴 출근을 서둘렀던 것이다. 덕분에 주현을 제외한 직원들은 빠짐없이 사무실에 모여 있었다.



성진은 갑자기 불안해진다. 자신이 했던 행동들이 과연 옳은지 그것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였다. 자신은 그녀를 설득하면 끝난다고 생각했는데... 유경은 샵까지 찾아와서 그와 섹스를 했던 직원들을 만나보고 싶다 말했다. 덕분에, 성진은 마음에 준비도 하지 못하고 혜영을 비롯한 7명의 직원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지금의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었다.

“저... 성비서님? 저희를 부르신 까닭이 뭔가요?”


가장 연장자이자, 샵을 책임지고 있는 혜영이 침착하게 질문을 하였다. 성진에게선 대충 모든 일을 듣게 된 상황이라 그녀 또한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나 그를 포기하라는 말을 할까봐 이른 출근을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상태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다른 직원들도 자신과 비슷해 보인다.

“비서님?”

“아... 그래요. 말씀드려야죠. 먼저,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여러분들을 귀찮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 ."""

“제 소개는 안 해도 다들 아시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성진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간을 본다거나 하는 행동은 전혀 없었다. 유경은 여기 모인 모든 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성진을 언급하면서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녀의 말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는 그녀들. 성진에게 들어서 모두들 잘 알고 있었다. 성진이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말로 치면 그에게유경은 본처인 셈이었다.

유경의 질문에 다들 머뭇거리다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번 뿐이지만 함께 몸을 섞으면서 각자의 존재를 인정했던 상황이라, 유경이 그들 사이로 추가된다 해도 전혀 거부감은 없었다.
그의 가장 큰 신뢰를 받고 있는 그녀를 그들의 모임 속으로 끌어들인다면 성진과의 관계는 더욱 굳건해 질 것이라 생각했다. 결국, 그녀들 가운데 가장 사교적인 현아가 앞장서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해요! 아, 아니... 성진이를 사랑해요.”

“사랑해요? 성진이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나요?”

“으음... 그, 그것까지는...”

“저는 그럴 수도 있어요. 성진이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을 정도로 사랑해요. 그런데, 여러분은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군요...”

"""...... ."""

“성진아, 내 옆으로 와봐.”

좌우로 길게 놓인 소파 구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성진이 유경의 옆으로 다가왔다. 유경은 그를 소파에 앉힌 뒤, 그의 무릎에 착석하여 무척 사이가 좋은 연인 사이임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를  껴안고 마치 자기 것인 마냥 단단한 몸을 마구잡이로 주무르기 시작한다.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얼굴이 달아오를 만큼 자극적이고 외설적이었다.

“누, 누나...”

“성진이랑 나는 이런 사이에요. 여러분이 알기 전부터 계속 쭈욱... 이런 사이였어요. 여기 모이신 여러분들도 처음엔 성진이를 많이 싫어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죠?”

"""...... ."""

“성진이가 그러더군요.  말고도 섹스를 했던 다른 여자가 있다고. 그래서 오늘 확인하러 와봤는데... 괜히 걱정했군요. 다행이네요.”



모두들 입을 다문 채, 그녀가 하는 말을 지켜보고 있었다. 입가가 씰룩씰룩 거리는 것이 무슨  말이 있는 듯했지만, 말을 하지 않고 그녀가 하는 말을 끝까지 듣는 그녀들이다. 성진은 그녀들의 표정을 쭉 지켜보다가 유경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의도한 상황과 다르게 흘러가는 모양새에 매우 당황한 그였다.



솔직히 말해, 다른 여자들이 있어도 자신을 사랑해 달라는 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어제였다. 유경도 알아듣는 듯해서 잠자코 있었는데... 이러한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성진은 그녀들의 불리한 상황을 무마시켜 주기위해서 입을 열려 하였다.

“누, 누나. 이건...”

“쉿, 성진이 너는 가만히 있어.”

“하지만...”

모진 말을 하는 유경의 입과 달리 그녀의 눈빛은 매우 차분해 보인다. 이런 상황조차 미리 예상한 듯했다. 성진은 입을 열다가 자신의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눈치를 보니, 나름대로 생각이 있는 듯싶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상황이  지경이  것에 저의 책임도 있긴 하니까...  전의 일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묻지 않겠어요. 그렇지만, 제가 할 말은 해야겠네요. 여러분, 앞으로 성진이는 만나지 말아주세요.”



설마 했는데, 기어코 일이 터지게 되었다. 유경은 그녀들에게 그와 만나지 말아달란 말을 했다. 혜영을 비롯한 그녀들도 미리 예감을  것처럼 자신들의 입술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성진은 이런 상황을 막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였다.  더 ‘생각하고 유경에게 말할  하는’ 상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가 대충 둘러봐도 그녀들이 저항할 것 같지는 않았다. 명분도 명분이고, 성진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자랑하는 듯한 그녀의 기세에 위축된 것도 있었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슬쩍 고개를 떨어뜨렸다. 적어도 혜영이나 수정같은 경우에는 반발을 해줄 것이라 믿었는데...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성진은 무척이나 실망한 표정으로 유경에게서벗어나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 자신이 이제까지 해왔던 일이 바보같이 느껴졌다. 어쩌면... 겉으로는 그를 ‘주인님’이라 부르고, 속으로는 그를 욕했을 수도 있었다.
많이 회복되었지만 흉한 얼굴로 인해 대인관계가 부족했던 그에게 지금의 배신감은 참기 힘든 성질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성진은 문고리를 돌리며 밖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성비서님.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아까는 당황해서 대답하지 못했지만... 저도 성진 씨를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요. 비서님. 혼자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단,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저도요! 저는 어차피 성진이가 없으면 살아갈 희망도 없어요.”

“저도...”

“저, 저도요!”


수정이 첫 포문을 열었다. 그녀는 유경을 향해서 당당한 태도로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임자가 있다 해도 끝까지 들이댈 생각인 그녀는 그가 결혼을 하더라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현아도 마찬가지다. 그가 아니면 섹스에 대한 쾌감을 못 느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없으면 인생을 살아갈 재미도 없어지는 상황이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그녀들의 뒤를 이어서 미진, 주희, 지영, 민지까지 똑같은 대답을 유경에게 늘어놓는다. 다들 사랑인지 아닌지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으나, 섹스에 대한 궁극의 쾌감을 알아버린 상태에서 그를 떠나기는 어려웠다. 동시에 열변을 쏟아낸 그녀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혜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들 사이에서 아직 뜻을 밝히지 않은 사람은 그녀뿐이었기 때문이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저는 솔직히 나이도 먹을 대로 먹어서 정상적인 결혼도 힘들어요. 저는 성진 씨... 아니, 우리 주인님 옆에서 평생을 함께할 거예요.”



침울한 기색이 역력하던 성진은 다시 사무실의 문을 닫고 유경의 옆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 혜영을 비롯한 그녀들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었다. 유경의 도발로 인해서 괜히 그녀들을 오해할 뻔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을 눈빛으로 표현한 것이다.
유경은 자신의 옆으로 돌아온 성진의 표정을 확인하고 그녀들 앞에서 마스크를 벗겼다. 그를 아끼지 않는다면,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그의 얼굴. 유경은 마지막까지 그녀들을 시험하려 했다.

“여러분은 이런 얼굴을 보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시는 거예요?”

그의 얼굴이 드러나자, 상대적으로 익숙하지 않았던 주희와 지영만이 고개를 살짝 돌린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다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는 모습이다. 오히려 미진과 민지는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공개한 유경마저도 어이가없어 보였다.



“뭐... 상관없어요.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 남자는 얼굴이 다가 아니잖아요.”

“맞아. 나도 얼굴을 무지 밝히지만 성진 씨를 알게 된 이후로 얼굴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


미진과 민지는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그들의 시선은 성진의 허벅지 사이의 공간으로 계속 향해 있는 상태였다. 나머지 사람들도 그들의 말에 한바탕 웃음보가 터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유경이 만든 긴장감은 그녀들의 웃음소리에 점점 흩어지고 있었다.

“하아... 몰라! 성진아, 이젠 네가 알아서 해. 꼴도 보기도 싫어.”


그녀의 굳은 표정도 이젠 풀어졌다. 잔뜩 심통이  채로 풀이 죽어있는 유경의 모습. 아마,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이 진심인지 확인을 하려 했던  같았다. 그의 말을 듣긴 했지만 그가 말한 여자들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앞서 있었던 대화들, 그녀의 행동들까지 모두 살펴보면 그러한 유추가 가능했다. 성진은 자신의 품에 안긴 유경의 의도가 너무 귀여워 그녀의 몸을 꼭 안아주었다. 덕분에, 여기 모인 이들의 진심도 직접적으로 듣게 되고 자신이 그녀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있었다.



“누나, 정말 고마워.  나를 생각해서 그런 거지?”

“...... .”

“덕분에 나도 여러 가지를 깨닫게  것 같아. 정말 고마워.”

“모, 몰라... 으읏! 서, 성진아. 만지지마. 사람들이 다 보잖아. 성진... 으웁!!”

그의 앞에서 평소에  수 있는 유경의 모습이 재현되자, 성진은 유경의 상의 안쪽으로 손을 넣어 밤새 만졌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또한, 그녀가 주변 사람들을 살피고 저항하려 할 때, 자신의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모두 막아버렸다.
이런 모습이 부끄러워 힘없이 저항하던 유경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다가 더욱 진한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이에, 혜영을 비롯한 직원들은 부러운 눈빛을 보내며 환호성을 질렀다.


“쮸읍, 쮸읍...”

“츄릅... 하아... 서, 성진아. 하지 마. 부끄러워.”

“뭐가 부끄럽다고 그래. 다들 별로 신경 안 써.”

중간부터 그녀가 오히려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그녀는 부끄럽다는 태도를 계속 유지했다. 성진도 그것을 알면서도 그러한 지적들을 하지 않았다. 그는 유경에게 마무리 뽀뽀를  뒤, 자신의 앞에 있는 여자들에게 한 가지 선언을 하기 시작한다. 유경에게 자꾸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과 여러 사람을 동시에 사랑하는 것에 대해 내키지 않았던 마음을 모두 정리한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경 누나의 허락도 맡았겠다, 우리 모두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아시죠? 내가 누나들을 얼마나 아끼는지.”


그의 흉한 외모와 느끼한 말투가 미스 매치되어 우스운 상황이었지만, 아무도 웃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몸을 베베 꼬면서 그를 향해 뜨거운 시선들을 내뿜는 그녀들이다.



“나는 서로 질투하는 것도 싫어하고  나아가 반목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오로지 저만 바라보세요. 저는 누나들이 ‘배신’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누나들을 포기하지 않아요. 아시겠죠?”

"""네..."""


성진은 무척 만족하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하던 행동을 본격적으로 하려 했다. 유경의 가슴을 만지던 손을 빼내고 본격적인 섹스를 하기 위함이다. 다들 그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유경을 비롯한 모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그가 하는 행위에 시선을  줄 몰랐다.



‘똑똑똑!’

“서, 성진아. 지금 출근 시간이야.”

“마, 맞다!”

그의 몸을 불살라 유경을 완전히 녹여주려 했던 그는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소리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한모습을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VIP라운지 직원 중에 유일하게 그의 여자가 아닌 주현이었다. 그녀는 혜영에게 인사를 하러 들린 모양이었다.



“출근했습니다! 어? 모두들 다 여기 계셨네요. 다들 뭐하고 계셨어요?”



환한 미소를 보이던 주현의 모습에 모두들 입 꼬리를 올리며 반가운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 입가가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았을 때, 그녀의 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같았다. 모두 속으로 아쉬움을 삼킨 것이다. 그들 가운데, 특히유경은 한숨까지 쉴 정도였다. 성진은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마스크 안으로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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