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7화 〉그들의 첫 데이트. (1) (67/100)



〈 67화 〉그들의 첫 데이트. (1)

- 제 67 화 -


시각, 미국에 있는 헤라의 저택. 넓은 공간의 응접실에선 저택의 주인인 헤라와 검은 망토를 둘러싸고 있는 불행의 여신 ‘아테’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석에 앉은 헤라는 자신의 턱을  채로 불만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고 아테는 그런 그녀의 앞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다.

“하아, 그래서... 지금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야?”

“헤, 헤라님... 조금더 말미를...”

‘꽝!’



헤라의 옆에 있던 탁자는 그녀의 주먹에 맞아 형체도 없이 사르르 무너져 내린다. 화가 나도 단단히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아테에게 강한 샤우팅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있었다.


“도대체! 아테, 당신이 하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 불행의 여신 맞아? 불행은 고사하고 일이 술술 풀려가는  같은데?”

“죄, 죄송합니다...”

“까드득... 아테, 일단 현황 보고부터 받지. 해봐 어서.”

“아, 알겠습니다.”

아테는 그녀에게 허리를 숙이고 근처에 있는 자신의 가방을 가져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커다란 노트북 크기의 거울을 가져와 그녀에게 전달하였다. 헤라는 그것을 익숙하게 받아 자신의 신성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그 거울에는 지금 성진이 민지들과 섹스를 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연출되었다.

“으윽... 구역질이 나는 군.”

“죄송합니다. 헤라님.”

“아니야. 당신이 죄송할 필요는 없어. 단지 데미갓의 아버지 쪽 유전자가 난잡해서 그렇지. 아니, 어미 쪽도 그랬던 것 같아. 으음, 뭐...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래, 어디 한 번 설명해 봐.”

“예, 먼저 데미갓의 현황에 대해서 먼저 설명 드리겠습니다. 헤라님께서그에게 제시하신 것처럼 그는 사랑하는 10명의 여자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습니다. 벌써 1명의 여자와 마음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고, 또 다른 1명과는 큰 진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6명의 여자를 자신의 능력으로 휘어잡은 상태입니다.”

“능력이란 게...?”

“전기를 다루는 능력과 정확히는 모르지만... 수상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그라는 존재 주변을 살펴보면 분홍색 뿌연 기운들이 어떤 순간마다 떠다니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그게 뭐지?”

“눈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고 직접 느껴봐야 알 것 같습니다.”

헤라는 그녀의 말을 듣다가 자신이 쥐고 있는 거울을 살펴보았다. 그녀의 말대로 분홍색 기운들이 그의 주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뭔가 수상쩍은 기운. 헤라는 안력을 집중하여 그것이 어떤작용을 하는지 파악하려 했지만 도무지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일찌감치 알아보려는 시도에 대해 포기를 하고 다시 아테에게로 시선을 돌려 입을 열었다.

“그래, 넘어가고. 다음.”

“예, 그 다음으로 제가 했던 작업들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그가 5살 때...”

“아니,  녀석이 아프로디테 밑으로 기어들어갔을 때부터 해봐.”

“아... 알겠습니다. 아프로디테 휘하로 그가 들어가면서부터 접근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녀의 능력으로 인해 데미갓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이 떨어졌습니다. 지금 일이 술술 잘 풀리는 것들도 저의 기운이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으음...”

“그래서 저는 그의 주변 인물로 저의 기운을 확장했습니다. 일단 그에게 가장 증오심을 가지고 있던 최미진과 김민지라는 여성에게 저의 기운을 주입시켰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불행의 기운을 주입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정말 미친  같더군요.  데미갓 놈은.”

“왜 그렇지?”

“섹스에 미쳤습니다. 제가 다른 멤버들에게 손을 쓰기 전에, 벌써 5명의 사람들을 꿀꺽 해버렸습니다. 이상하게도... 그와 섹스를 한 여자들은 저의 기운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뭐...? 그 정도로 녀석의 기운이 강력하다고?”

“예, 전기인지, 아니면 저 분홍색 기운 때문인지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저의 기운들이 그와 섹스를 한 이후에 영향을 받아 사라지는 것이 확실했습니다. 가장 공을 들였던 최미진이란 여성도 그와 섹스를 한 이후에 저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상태입니다.”

아테는 그 때의 일만 생각하면 열이 받았다. 심혈을 기울여 그녀의 몸에 불행의 기운을 잠식시켜놓았는데, 그의 물건을 삽입하자마자 자신의 기운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도 그것을 막아보려 최선을 다했었지만 어떻게  수가 없었다. 미진이라는 그릇이 이미 그의 기운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운이 들어갈 공간조차 없었다.

“당신의 신력도 어쩔 수 없었다고?”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신력에 영향을 줄 정도로 그의 기운이 강성해진 것은 확실합니다.”

“젠장할, 그럼 내가 제시한 제안은...”

“그렇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면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아프로디테의 가호까지 받으면 그 시기는 더 빨라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위신이 달린 문제였다. 모든 신들의 앞에서 데미갓에게 고통을 주겠다 공언을 한 것이 엊그제이다. 그렇게 호언장담을 했는데, 멀쩡히 그가 잘 살고 있다면 그것 또한 골치 아픈 일이다. 헤라는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녀가 아는 모든 지식을 동원해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고자 한다.


“아테...”

“예, 헤라님.”

“당신의 불행의 기운을 가장 극대화 시킬  있는 방법이 뭐지?”

“으음,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그와의 접촉이 가장 좋겠죠.”

“그래, 그럼 그렇게 해줘. 당신의 모든 힘을 써서라도 그를 불행하게 만들어줘.”

“하지만, 헤라님...”

“그만, 더 이상의 말은 허락하지 않겠어. 기억하지? 내가 했던 약속. 나는 당신을 위해서 아랍 지역에 분란의 씨앗을 여러 개 뿌려놨어. 데미갓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도 마찬가지지. 당신은 불행을 먹고 사는 여신이기 때문에 능력도 그만큼 성장했을 거 아니야? 설마... 당신 같은 중위급 신이 그깟 데미갓 하나를 무서워하는 건 아니겠지?”

“...... .”

“그렇게 아마추어처럼 나오지 말라고... 신이면 신답게, 거래를 했으면 확실히 해줘야지.”

헤라에게서 거대한 기운이 폭사되었다. 아테와 같은 신조차 참기 어려운 기운들이다. 그녀는 헤라의 기운에 벌벌 떨면서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꺼내기 시작한다.


“아, 알겠습니다. 꼭 그를 불행히 만들고 말겠습니다.”

“좋아,그럼 가봐.”



아테는 자신의 거울을 받아들고 신속하게 자리에서 이동하려한다. 반짝하는 빛과 함께 그녀의 저택에서 이동하는그녀. 그녀의 귓가에 헤라의 마지막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성공하지 못하면 두고 보라고...”

*


‘띵동’

“어서 오세요~ 고객님! 정말 간만에 오셨어요.”

“그래요. 다들 오랜만이야. 사업이 엄청 바쁘다보니까 시간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더라고.”


며칠 뒤, VIP라운지. 통통한 살집의 중년의 여성이 라운지 안으로 들어서면서 직원들과 인사를 한다. 미진과 민지, 주현 그리고 Mr. 스마일까지 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고객은 자신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더니 그들 앞에서 너스레를 떨었다. 이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말. 즉, 자기자랑이었다.

“내가 이번에 구찌 S/S 파리 컬렉션에 다녀왔는데 볼  하더라구.”

“우와~ 대단하세요.”

“후후,  거 아니야. 내가 그 쪽 디자이너랑 친분이 살짝 있잖아. 구하기 어려운 자리인데, 직접 오라고 초대장을 보내 준 거 있지? 가서 배우들이나 모델 몇 명 만나고 왔어.”

아예 데스크에 팔을 올리고 자랑을 마칠  모르고 있었다. VIP라운지의 특성상, 고객들이 모두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그녀의 말을 끊을  없었다. 괜히 말을 꺼냈다가는 그녀의 기분이 상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랑을 하기 위함인지, 본인의 예약 시간보다도 30분 이르게 온 상황. 어쩔  없이 행정 스텝들은 그녀의 말을 계속 들어주며 열심히 호응을   밖에 없었다.

“으응? 어머! 고객님, 오셨어요?”

“오, 수정 씨. 못 보던 사이에 엄청 예뻐졌네?”

“호호, 별 말씀을요.”



그녀의 자랑에 지쳐갈 무렵, 신규고객과의 상담을 마치고 온 이수정 실장이 데스크로 다가왔다. 그녀는 중년 고객의 얼굴을 보자마자 아는 척을 한다. 그리고 행정 스텝들의 얼굴을 빠르게 확인했다. 상황 파악이 된 그녀는 그녀의 팔을 잡으며 전담 마크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고객 대기실로 들여보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아니야. 수정 씨, 얼굴을 보니까 정말 예뻐졌어. 피부도 이렇게 탱탱하고. 어쩜... 만지니까 감촉이 장난 아니다.”

“에이... 고객님도 충분히 좋으신데요.”

“가만... 거기 데스크에 있는 직원들도 피부에 빛이 나는 것 같은데?”

중년의 고객은 수정을 바라보다 데스크에 있는 직원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들 반짝거리고 촉촉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가끔 마주쳐, 눈에 익던 직원들도 하나 같이 아름답고 예뻐 보이는 것이다. 딱 하나 아니, 얼굴이 보이지 않는 Mr. 스마일과 앳되어 보이는 직원을 제외하면 그랬다.


“어머머... 대단하네. 무슨 장비라도 들여왔나 봐? 다들 그렇게 예뻐졌네. 저기 저 친구 빼면 다들 아기 피부들이야.”

“호호,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고객님, 안으로 들어가세요. 제가 예약 시간이 오기까지 말동무 해드릴게요.”

“그럼, 그럴까? 오랜만에 수정 씨랑 수다나 좀 떨어야지 안 되겠네.”


수정의 노련한 수비로 말 많은 중년의 여성은 고객 대기실로 걸음을 옮긴다. 그녀가 사라지자, 모두들 긴장이 풀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예약 시간 동안 수다를 들어줬다면 아마 다들 말라 죽었을 것이다.


“으휴...”

“주현 씨. 갑자기 왜 그래요? 한숨을 그렇게 푹푹 쉬나?”

“아, 아니에요...”

“왜 그래~ 한 번 말 해봐요. 고민이 있으면 속 시원하게 털어놔봐. 그런 것은 수다로 풀어야 건강에 좋다니까?”

“미진 언니, 그거... 그거 있잖아요.”

“그거...? 아...”

민지의 도움으로 미진은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녀에게 멀리 벗어나는 그녀였다. 여기서 민지가 말하는 ‘그거’라는 것은 피부에 대한 말이다. 주현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성진과의 관계를 갖은 이후로, 눈에 띄게 피부가 좋아진 것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다.

방금까지 있었던 중년의 고객처럼, 많은 고객들이 그들의 피부를 비교했던 것이다. 일반인 치고 예쁘장한 외모와 나쁘지 않은 피부를 가졌던 주현인데도, 나머지 스텝들의 피부가 워낙 뛰어나 그녀의 자존감도 많이 깎인 상태이다. 고객들이 방문하는 곳이 뷰티 샵인지라 그런 관심이 다른 곳보다도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관심들에 풀이 죽어가는 주현이, 성진 또한 안타깝게 생각되었다. 마음 같아선 다른 사람들처럼 만들어주고 싶지만... 고민이 많이 되는 상황이다. 남자 친구와도 잘 사귀고 있었고 하얀 도화지처럼 순수한 사람이라차마 건들 수가 없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은 ‘강간’ 플레이까지 했던 사람이라 생각지 못할 것이다.


“으음... 힘내세요. 주현 씨.”

“네...”

‘훌쩍.’

“서, 설마 울어요?”

“아, 아니에요.”

‘훌쩍.’

“그럼 고개 들고, 어디 예쁜 얼굴 좀 봐요.”

“아, 안돼요. 오늘 화장이 잘못돼서 보여주기 좀 그래요.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주현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로 화장실을 향해 빠르게뛰어나간다. 성진은 그 모습이 안쓰러워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옆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미진과 민지가 묘한 눈빛을 보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요?”

“아, 아니에요.”

“흐응~ 나는 주현 씨도 좋더라. 같이 하면...”

“대리님, 그만. 그럴 일은 없으니까 신경 끄세요.”

“아깝네요. 같이 하면 괴롭히는 맛도 있을 텐데. 안 그래 민지야?”

“그럴  같긴 해요. 우리 성진 씨는 저런 스타일을 좋아하니까, 그곳도 엄청 단단해져서 나도 좋고, 언니도 좋고 모두들 다 좋을 것 같은데...”

“대리님이랑 민지 씨. 헛소리하지 말고, 가서 주현 씨나 위로해주고 와요.”

“에이...”

“지금 바빠요.”

“명령이야.”

여러 여자들을 끼고 살다보니까 이런 것에서 질투가 생긴다. 성진은 그녀들에게 다가가 조용한 목소리로 ‘명령’을 하였다. 주변이 탁 트여서 개방되어 있는 공간이라, 고객들이 자칫하다간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도 있었다. 성진은 그 때문에 밀폐된 공간이 아닌 이상,자신의 여자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해주었다.


그의 명령이란 말에 틱틱 대면서 몸을 일으키는 그녀들. 얼굴에 홍조를 띄우면서 화장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명령을 잘 들으면 아주 환상적인 보상이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성진에게 예쁨을 받을 생각을 하니, 온 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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