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3화 〉민지 씨마저... (1) (63/100)



〈 63화 〉민지 씨마저... (1)



- 제 63 화 -


“원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괜히 헛소리를 해서 VIP라운지에 피해를 끼쳤습니다.”


VIP라운지의 원장실 내부. 민지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모인 상태에서 미진이 사과를 하고 있었다. 평소 그들에게 살갑게 대했지만 그녀가 샵에서 나갈 때, 워낙 분위기를 흐리고 나간 터라 그녀를 보는 시선들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미진도 그러한 시선을 느끼면서 굽혔던 허리를 아직까지 펴지 못하고 있었다.



“저는 됐으니까, 여기 모인 다른 분들에게 사과해주세요.”

“여러분... 죄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 .”


지금도 그러했다. 성진과 주현, 현아를 제외하면 싸늘한 눈치였다. 미진은 그들의 시선 속에서 안쓰럽게 몸을 떨고 있었다. 그것을 보다 못한 성진은 가볍게 박수를 치면서 미진을 다시 환영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유도하였다.

“대리님이 이렇게 사과를 하니, 용서해 드려야죠. 앞으로 다시 그런 일은 없겠죠?”

“네, 당연하죠.”

“후후... 알겠습니다. 원장님. 그렇다고 합니다. 이럴 때는 환영의 박수를 쳐드려야죠.”

‘짝짝짝짝짝.’


그가 박수를 치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 박수를 치기 시작한다. 이 자리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진의 말이었다. 그에게 단단히 빠진 그들이 거절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고, 고마워요. 여러분. 앞으로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들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언니, 다시 잘 해봐요.”

“미진이 언니가 없으니까 많이 섭섭했어요.”

“그래요. 미진 씨가 다시 일을 해줘야, VIP라운지가 제대로 굴러가죠. 앞으로도 계속 수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실장님.”



모두들 살가운 분위기였다. 방금 전의 쌀쌀한 반응들이 무색하도록 환영을 해주고 있었다. 모두 성진의 한마디 덕분이었다. 미진은 그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가벼운 목례를  보인다. 성진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것을 받아주었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주현이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성진에게 질문을 던진다.

“성진 씨, 도대체 대리님은 어떻게 데리고 왔어요? 완전 싫어했었잖아요.”

“큭큭... 선배님. 어른들의 일이에요. 모르셔도 돼요.”

“성진 씨, 이래봬도 저... 26살이에요. 성진 씨보다 2살 더 많다구요. 아기 취급하지 말아요.”

“아... 그랬죠. 주현 씨. 얼굴이 귀엽고 예쁘니까 계속 착각하게 되는  같아요.미안해요.”

“아, 아이참... 사람 부끄럽게... 그게 무슨 소리에요.”

꼭 이야기만 하다보면 꽁냥꽁냥하게 분위기가 변한다. 근처에 있던 수정이 질투심에 휩싸인 모습으로 갈라놓지 않았다면... 주변인들의 비위가 상했을 것이 분명하였다. 성진은 수정의 말로 인해, 다시 진중함을 되찾고 다시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으음... 미진 씨. 전에 말씀하신 성진 씨에 대한 소문들... 이번에 해결해 주실 수 있죠?”

“그럼요, 원장님. 제가 꼭 바로 잡겠어요. 그리고 저는 몰랐는데... 성진 씨가 마사지를 그렇게 잘하더라구요. 어제 받은 마사지는 제가 받아 본 마사지 중에 최고였어요.”



주현의 질문에 대해 간접적으로 말한 답변이었다. 그의 마사지를 받아 본 직원들은 모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들에게는 ‘성진의 마사지=섹스’란 공식이 정설과 다름없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주현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의 마사지 실력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중이다.


“성진 씨, 그렇게 잘하시면 저도 해주세요.”

“주현 씨는 안돼요. 남자친구 있으시잖아요.”

“왜요? 주희 씨는 잘만 받았잖아요.”

“그, 그래도 안돼요. 제가 부담스러워요. 그리고 주희 씨는 남자친구 분이랑 사이가 좋지 않은 상태였어요. 최근에 헤어졌고요.”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주현만은 건들 수가 없었다. 흉한 얼굴의 그를 아무런 편견 없이 바라봐 준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마음도 순수했고, 그가 사랑하는 유경과도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의 능력을 써가면서 그녀를 어떻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도 있지 않은가. 뭐... 능력을 쓰지 않고서 일반적인 마사지를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참지 못할 것 같았다. 주현의 매력에...


“주현 씨,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마사지 해드릴게요. 지금은 그것보다 더 급한 일이 있잖아요.”

“알겠습니다. 원장님. 민지 씨에 대한 일 때문인 거죠?”

“네, 이제 미진 씨도 돌아왔으니... 민지 씨까지 오시면 정상화가 될 거예요.”



모두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이 비록 성진을 많이 싫어했지만, 일 하나는 기똥차게 잘하는 직원들이었다. 고객들에게도 평가가 좋았고, 실수도 없어서 VIP라운지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기여를 많이 해왔다. 혜영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민지가복귀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혜영은 미진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미진 씨,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으음... 글쎄요? 제가 말하면 다시 복귀할  같기도 한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 아니요... 일단 제가 알아서 해결해 볼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미진 씨만 믿고 기다려보도록 해요. 여러분, 그럼 오늘 아침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고 업무 시작해주시기 바래요.”

혜영의 말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위치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미진도 그들을 따라 조용히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뭔가 멍한 모습을 바라보니 골똘한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이에, 현아가 그녀 곁으로 다가와 고민을 나누려 말을 걸었다.


“미진아, 무슨  있어?”

“아, 별 거 아니야. 민지를 어떻게 데려 올지 고민하고 있었어.”

“에이... 진짜, 별 거 아니네. 네 말은 잘 듣는 아이잖아. 그냥 오라고하면 되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내가 갑자기 성진 씨랑 사이가 좋아졌다고 그러면 좀 그렇잖아. 뭔가 구실이 있어야할 것 같은데, 딱히 그런  없어서 고민이야. 샵에 복귀한다고 해도 성진 씨에게 이전처럼 대할 가능성도 높고...”

“으음... 그렇네. 어쩌지?”

“으휴... 조금 생각해 봐야지. 하루 이틀이면 좋은 생각이  거야. 골드랑 실버 직원들에게 퍼트렸던 소문들도 정리해야하고... 아아~ 머리 아프다. 할 일이 너무 많아.”

“큭큭... 그러니까 일을 벌이지 말았어야지.”

“아~ 내 말이. 성진 씨가 그렇게 섹스를 잘할 줄 누가 알았냐고. 다들 얼굴만 바라보지...”

“섹스... 섹스라... 그래!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민지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좋은 방법.”

“뭔데?”

“잠깐 기다려봐. 내가 성진이를 데려올게.”



재빠르게 성진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현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미진은 등가에 소름이 돋으면서,  몸에 뜨거운 열기가 퍼지고 있었다. 지금 현아가 생각한 좋은 방법이란 것이 대충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마, 그라면... 민지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하면정신을 못 차릴 게 뻔했다.



미진은 그의 밑에서 헐떡이는 민지를 머릿속에 떠올려갔다. 독특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는 그녀. 미진은 그것을 생각하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떠올린다. 이 사실을 현아와 성진에게 말하면 아주 재밌을 것 같아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때 마침, 그녀의 시야에 보이는 그들. 미진은 그들에게 다가가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털어놓고 있었다.


*



이틀 뒤, 어둑어둑한 저녁. 눈에 띄지 않는 패딩과 비니모자, 검은 면바지를 입은 성진은 강동구의 어느 빌라 촌을 걷고 있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수상해 보였다. 마치,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예비범죄자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 같았다.


‘XX빌라 A동, 102호. 비밀번호는...’

성진의 손에 쥐어진 쪽지. 그것은 민지가 자취하고 있는 빌라의 주소였다. 그 쪽지에는 독특한 것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번호 키의 비밀번호. 생각보다 그녀와 많은 친분이 있던 미진이 알려준 것이었다. 성진은 그 쪽지를  번 읽어보다가, 주먹에 힘이 들어가면서 그것을 꾸겨버린다. 심적으로 혼란했기 때문이다.



‘미치겠네... 진짜 해야 하는 건가...?’


엄청난 고민이 됐다. 비록, 교도소는 다녀왔지만 그것은 모함에 의해 다녀온 것이고, 살면서 범죄를 저질러 본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런데... 미진과 현아는 민지를 설득하기 위해서 그에게 범죄를 저지를 것을 요구하였다. 여성에게 아주 무섭고 잔인한 일. 그것은 바로 ‘강간’이었다.지수와 현아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바로 그것이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섹스만한 것이 없을 것 같아.’

‘그래, 현아야. 잘 데려왔어. 나도 성진 씨를 생각하니까 좋은 방법이 떠올랐거든?’

‘둘이 지금 뭐하는 거야? 섹스는 뭐고 좋은 방법은 또 뭐야.’

‘성진아, 잠깐만 듣고 있어봐. 미진이 말 좀 들어보자. 미진아, 말해봐.’

‘그게... 그 애랑 나랑 친하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요즘 들어 성욕이 폭발할 지경이라 하더라고. 최근에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그게 좀 문제인가 봐.’

‘딱 좋다. 성진이가 적임자네. 그럼 어떻게든 섹스를 하게 해줘야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잠깐만, 내 이야기 끝까지 들어봐. 사실, 그 애가 독특한 성 판타지가 있어.’

‘무슨?’

‘많이독특한데... 그게 바로 강간을 당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한테 강간을 당해서 녹초가 될 때까지 해보는  소원이라더라.’

‘어머머... 정말 또라이네.’

‘현아 누나가 그런 말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시, 시끄러워. 마침, 잘 됐다. 미진아. 그럼 그렇게 하자. 성진이보고 민지를 따먹으라고 하면 되지. 얘 얼굴도 그렇고 그런 플레이를 정말 잘하더라고. 나도 소름이 돋았다니까. 너도 인정?’

‘인정.’

‘그럼 방법이나 말해 봐. 어떻게 할지...’

그녀들의 대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섹스에 미친 사람들이라 그런지, 생각하는 것도 아주 자극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녀들의 입에서 나오는 계획들은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기상천외한 것들이 많았다. 성애의 여신인 지수가 들어도 고개를 저을 만한 것들이다. 성진은 그것들 가운데 가장 무난한 계획으로 하겠다고 말을 했다.



잠을 자고 있는 그녀의 집에 들어가서 곧 바로 덮치는 스토리. 그나마 소프트하고 빠르게 끝을  수 있는 것이다. 성진은 그 계획을 고르면서도, 마지막까지 저항을 아끼지 않았다.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이 그리 쉽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자, 현아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그에게 대답하였다.



‘뭐 어때? 이것도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생각해. 아주 리얼한  플레이. 상대도 원하고 있고, 너도 섹스를 하니까 좋잖아. 아마, 네가 그런 식으로 민지에게 접근하면 네가 좋아하는 주인님 플레이도 마음 껏 할 수도 있고... 일석이조(一石二鳥)지. 큭큭...’

‘그래요. 성진 씨가 민지를 덮치고 나서, 한 2시간 이따가 저희도 합류할게요. 그러면 민지에게도 설득력이  생기겠죠. 혹시 모르니까...’



정말로 미친 것들이다. 만약 그가 담배를 태웠다면 아마,  갑 이상을 피웠을 정도로 초조함이 몰려왔다. 그러한 생각들을 머리에 담은 채, 민지의 집으로 이동하던 그는 어느새 그녀가 살고 있다는 빌라에 도착하게 되었다. 12시가 넘은 시간. 바깥에서 바라본 그녀의 집은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

‘으휴... 성진아, 까짓 거 한  해보자. 민지도 원한다니까, 어디 한 번 해보자. 잘 생각해봐.  동안 너를 엄청 괴롭혔잖아. 너도 어느 정도 복수는 해줘야지.’

또 쓰잘대기 없는 본능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약간은 자기합리화가 된 성진. 덜덜 떨리던 몸은 진정이 되었고, 제자리만 빙빙 돌던 그의 발걸음도 빌라의 입구를 향하고 있었다. 추운 공기를 가르며 입구를 지난 그는 ‘102’라고 적혀진 문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있다.’ 속으로 몇 번을 말했던 그의 외침. 침을 꿀꺽 삼킨 성진은 굳은 표정으로 품 안에 있던 복면을 착용한다. 은행 강도가  법한 그런 복면이다. 그것을 다 착용한 그는 자그마한 한 숨을 쉬고 미진이 알려준 비밀 번호를 재빠르게 눌러 그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띠리링... 띠리띠리’


현관문이 닫히면서 번호 키의 자동 잠금이 작동했다. 너무 소리가 커서 그가깜짝 놀랄 정도이다. 그런 소리가 들렸음에도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집안. 성진은 신발을 벗고 그녀가 있을 만한 공간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유일하게 닫힌 방문. 그녀의 침실이 있을 만한 곳이다. 성진은 아주 조심스럽게 그곳을 열고 방안으로 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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