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그녀들의 반란 (3)
- 제 59 화 -
“왜죠...? 이유를 물어봐도 되나요?”
잠깐의 정적 끝에 나온 혜영의 질문이다. 그녀의 시선은 흔들림이 없었다. 미진이 이런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이 아주 차분한 목소리였다.
“성진 씨에 대해서 생각해 봤어요. 만약 저희 VIP라운지에 멤버로 들어오게 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 고민해 봤어요. 수습 딱지를 떼고 정직원으로 들어오게 되면, 정말 좋을 거라 생각해요. 여러분들도 성진 씨를 좋아하는 것 같고, 고객님들도 Mr. 스마일이라 하면서 재밌게 생각하잖아요.”
"""...... ."""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성진 씨가 엄청 싫어요. 요즘 취업비리다 뭐다 하는데, 사장님의 낙하산 인사로 들어오게 된 거잖아요. 저희처럼 공채를 거치지 않고요.”
“그런가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있을 수도 있겠어요. 이해해요.”
“저희 회사 내부에서도 다들 들어오고 싶어 하는 곳이 VIP라운지에요. 인원이 부족했으면, 차라리 내부의 인원들을 승격하는 방법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으음... 그것도 맞는 말이죠. 전체적인 사기를 위해서... 원장인 저도 VIP라운지뿐만 아니라 일반 관리 라인업까지 모두 살펴야해요. 제가 조금 미흡했던 것 같군요.”
미진이 하는 말에 혜영은 술술 수긍하고 있었다. 그러자, 미진과 민지의 표정이 밝아지고 나머지의 표정은 어두워진다. 성진은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녀들이 원하는 분위기로 유도되는 상황. 미진은 여기에 쐐기를 박으려, 그 동안 꾹 참고 억눌러 온 불만들을 다 털어놓기 시작한다.
“지금 저희 샵에서도 VIP라운지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은 아시죠? 특히, 골드 회원들을 관리하는 곳에서 불만이 장난 아니었어요. ‘여성 전용 샵에 무슨 남자가... 그것도 일을 처음 배우는 초짜. 재능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냐. 혹시, 그런 재능이 있어도 경험보다 별 볼일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들이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혜영도 그런 이야기를 듣긴 들었었다. 그녀는 지수의 대리로 샵 전체를 통괄하는 원장. VIP라운지뿐만 아니라 브론즈, 실버, 골드 직원들까지 모두 챙겨야 했었다. 통상적으로 이수정 실장에게 VIP라운지 관리를 맡기고 그녀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존재 했다.
“그리고 성진 씨의 외모에 대한 말도 많아요. 어디서 들었는지, 흉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VIP라운지의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어요. 그 동안 실력이 있는데, 승급하지 못했던 직원들은 그러한 점 때문에 더욱 성을 내는 것이고요.”
미진이 했던 작업의 일환이다. 이제는 성진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간접적으로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개인 대 단체의 싸움에선 무조건 개인이 불리하기 마련. 민지도 그런 자신을 도와 친분이 있는 골드, 실버 직원들에게 그 소문들을 퍼트렸었다. 혜영과 함께 그러한 소문을 들었던 수정이나 현아도 덩달아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초 직장답게 소문하나는 끝내주게 잘 퍼지는 상황이다.
“만약... 이와 같은 사실이 고객님들에게 전달되면 어떻게 될까요? 저희 샵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하겠죠. 매출도 하락할 테고요. 저는 그런 곳에서 더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성진 씨가 채용되지 않는다면 일은 그만두지 않겠어요. 저희들에게 오는 연봉들도 상당하고 좋은 직장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그 말을 끝으로, 미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바깥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걸음을 잠깐 멈춘 그녀. 아직까지 남아있는 민지를 바라보며 말을 꺼낸다.
“민지야, 가자. 너도 싫잖아.”
“아... 으음... 알겠어요. 저도 최미진 대리의 의견에 동참하겠습니다.”
“원장님? 이 일이해결되기 전까지 당분간 출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다음에 뵙겠습니다.”
미진은 끝까지 냉정한 모습으로 나가버리고, 민지는 꾸벅 인사를 하면서 그녀를 따라 나갔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현아와 수정은 그녀들을 쫒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뒤따라간다.
“미진아, 너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이런 식으로 나가 버리면 정말 예의가 없는 거지.”
“일단, 미진 씨랑 민지 씨. 모두들 차분하게 생각해 봐요.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아주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지금 결정은 너무 충동적이에요.”
현아와 수정은 떠나려는 그들을 설득하고 있었다. 예의를 들먹이기도 하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말을 건네며 그들을 만류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미진과 민지는 말을 듣지 않는다. 미진은 현아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있었다.
“예의? 네가 그런 말을 하니까 참 웃긴다. 그런 말을 하는 너는 친구 사이의 예의는 지켰니? 요즘 들어 내가 네 비위를 맞춰주니까 호구처럼 보였구나. 어이가 없어서... 나 최미진이야. 자존심 하나로빌어먹고 사는 최미진! 너는 그래도 좋은 친구인 줄 알았는데,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아!”
“...... .”
“실장님, 실장님도 그래요. 저희들 중에 가장 이성적이신 분이 그러시면 안 되죠. 저 녀석이 들어오면 큰 일 난다구요. 나중에 골드나 실버에서 강한 반발이 일어나면 뭐라고 하실 건가요? 참아달라고 하실 건가요?”
“...... .”
“하아... 이젠 더 이상 설득하지 마세요. 저 녀석이 나가거나 아니면 제가 나가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부디 신중한 선택을 해주셨으면 해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뵐 일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9층에 머무른 숫자가 점점 하강하고 있었다. 수정과 현아는 그 숫자를 바라보며 찝찝한 마음을 애써 억누르고 있었다.
*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친구랑 먼저 선약이...”
“아, 괜찮아요. 약속이 있는 건데요. 먼저 들어가 보세요.”
“하지만, 원장님...”
“저희들끼리 좋은 방안을 생각해 볼 테니, 마음 편히 먹고 들어가 봐요. 주현 씨는 성진 씨가 계속 일했으면 좋겠죠?”
“네! 당연하죠. 얼마나 일을 잘하고 재밌는데요. 저는 적극 찬성이에요!”
“호호, 알았어요. 그럼 빨리 가봐요.”
“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사실, 그녀는 뜻밖의 상황에 남자친구와의 약속도 취소하려 했다. 그런데, 성진을 제외한 직원들이 모두 그녀의 행동을 말리고 있었다. 빨리 가보라며 퇴근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정상적인 퇴근을 하였다. 이런 비상시국에 먼저 퇴근을 하려니 미안한가보다. 사무실을 나가는 순간까지 연신 고개를 숙이는 그녀였다.
“으음... 다른 분들은약속 없어요?”
방해자가 한 명 사라졌으니 또 다른 경쟁자들을 없애고 싶었다. 혜영은 은근한 말투로 약속이 있는 직원들을 찾아보았다. 헌데, 무슨 일인지 아무도 대답이 없다. 혜영은 의아한 눈으로 주희와 지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남자친구가 있는 주희와 최근 소개팅이 있었던 지영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것이다. 약속이 제발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주희 씨는 애인 만나러 안가? 지영 씨도 썸 타고 있다면서 좋아했잖아. 약속 없어?”
“헤어졌어요. 그 사람이랑...”
“저도 이젠 그만 만나려고요. 주희 언니를 통해 만나던 사람이라...”
“아아... 그렇구나. 미안해요.”
혜영은 이제, 자신의 앞에 있는 현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생활이 아주 문란하다고 들었는데, 제발 나가줬으면 싶었다. 성진과 오붓하게 있고 싶은 것이 그녀의 마음이었다.
“원장님, 저도 약속 없어요.”
“으응? 현아 씨, 왜 그래... 젊으니까 밖에 나가서 남자도 만나고 그래야지.”
“이젠 질렸어요. 한 남자에게 정착해서 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기왕이면, 아주 못생긴 남자에게 정착하고 싶어요.”
현아는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성진을 바라보고 묘한 미소를 보였다. ‘했네, 했어...’ 그것을 보자마자 혜영은 자신의 경쟁자가 늘었음을 직감한다. 주희도 지영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혜영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수정을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부터 성진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 그녀. 직접적으로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그녀 또한 그의 품안에 안겼던 것이 느껴진다.
“으휴...”
사무실을 삥 둘러본 혜영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보다 많게는 10살 이상이 어린 그녀들이다. 그들이모두 성진과 섹스를 했다면,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주인님도 이젠 자신의 늙은 육체를 찾지 않을 것이다. 머릿속이 온통 우울한 생각들로 가득차고... 혜영은 연달아 한숨을 쉬면서 자신의 미래를 걱정했다. 미진과 민지의 퇴사가 아닌, 그의 손길을 못 받을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휴우...”
“원장님, 왜 그렇게 한숨을 쉬세요. 미진 씨랑 민지 씨 때문에 그러시는 거예요?”
“뭐... 그것도 있고요. 다른 고민도 조금 있어서요.”
“힘내세요. 원장님. 그래도 아직 저희들은 건재하잖아요. 그녀들에 대한 일은 모두 같이 고민하도록 해요. 원장님만 그 짐을 지시지 말고요.”
“그래요. 고마워요, 수정 씨.”
“자자, 그럼 우리 한 번 고민해 봐요.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성진 씨. 너무 멀리 있지 마시고 제 옆으로 오세요.”
인원이 많아 조금멀리 앉아있던 그였다. 미진과 민지, 주현이 먼저 돌아가 수정의 옆자리는 비어있는 상태. 수정은 자신의 옆을 팡팡 치면서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부름에 성진도 천천히 그녀의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사무실에 모인 모든 이들의 표정은 그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성진도 그러한 시선들을 잘 아는 모양이다.
“흠흠... 왜들 그렇게 쳐다보는 거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흐응...”
“저, 저는 안 봤어요.”
가지각색으로 변명을 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성진도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모두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느낌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혜영은 비어있는 자신의 옆자리에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꼭 앉고 싶어 하는 눈치다. 그녀뿐만 아니라 현아, 주희, 지영도 같은 모습이었다.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으음... 그렇게 내 옆자리가 좋나?”
‘움찔!!!’
“어쩔 수 없네요. 원장님, 제 왼편으로 오세요. 실장님은 그대로 계시고요. 현아, 주희, 지영 씨도 거기에 그대로 있어요.”
“하지만...”
“에이... 뭘 빼고 그러세요. 이미 다들 눈치 깐 것 같은데... 모두 내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혜영은 성진의 비어있던 옆자리에착석을 한다. 주희나 지영은 깜짝 놀라고, 수정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현아는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재밌게 바라보고 있었다. 점점 밝혀지는 성진의 여성 편력. 그는 아주 당당한 모습으로 소파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자신의 손을 뻗어 수정과 혜영의 가슴을 살살 매만지기 시작한다.
“서, 성진 씨...”
“성진 오빠...”
“원장님도 솔직하게 말하세요. 부르고 싶은 말이 있을 거 아니에요.”
“으흥... 주, 주인님...”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란다. 수정이 그를 보고 오빠라 한 것에 한 번 놀라고, 혜영이 그를 보고 주인님이라 말 한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녀들과 관계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현아도 어이가 없는 표정이었다. 누군가를 지배하고 싶어 하고 헌신을 받고 싶어 하는 그의 ‘취향’이 호칭에서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우와... 대박.”
“헐...”
“큭큭... 다들 왜 이래요? 아마추어처럼... 내 취향 다들 알잖아.”
성진은 자신의 마스크를 내리고 옆에 있는 혜영과 수정에게 차례로 키스를 시도한다. 그녀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다가, 그의 재촉에 의해서 자신들의 입술을 내주고 있었다. 아주 달콤하고 감미로운 분위기이다. 키스가 진행될 동안, 그의 손은 옷안으로 파고들어 그녀들의 맨가슴을 거칠게 주물럭거린다.
“츄릅... 으음... 혜영이 그렇게 좋았어? 아주 표정이 녹았는데?”
“...... .”
“수정이는 말할 것도 없고... 아주 예뻐.”
“히히...”
“어머머... 대박. 실장님이 애교를 부린다.”
“원장님은 또 어떻구... 완전 아이같이 행동하잖아.”
반대편에 앉은 3명은 혜영과 수정을 향해 매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말투는 빈정대고 있었으나, 주먹을 꽉 쥐면서 부들거리는 것이 자신들도 함께하고 싶은 것이 분명했다. 성진은 그녀들의 눈빛을 보고 그녀들에게도 관심을 나눠주었다.
“자, 거기 여러분들. 집중해주세요.”
“?”
“일단... 혜영이나 수정이를 부러워하는 것을 다 알겠는데... 미리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잖아.”
“뭔데?”
“최미진 대리랑 김민지. 그 둘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 생각해 보자고. 다들 좋은 방법은 없어?”
“하읏...! 주인님 거기는...!”
“오빠... 더 부드럽게 해줘요...”
성진은 그녀들에게 대책을 내놓으라 말했지만, 모두들 미진과 민지의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혜영과 수정이 너무 부러운 그녀들이다. 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던 현아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앞으로 다가와 지퍼를 열기 시작한다.성진은 현아의 갑작스런 행동에 무척 당황하여, 말을 버벅거리고 있었다.
“누, 누나! 지금 뭐하는 짓이야. 대책을 논의하자니까?”
“시끄러워. 지금 나는 이게 더 급해.”
“아이참! 누나!”
“걱정마, 누나를 믿어. 다 나에게 좋은 방법이 있으니까. 주희야, 지영아. 빨리 성진이 따먹자!”
그의 눈치를 보던 주희와 지영은 조르르 그에게로 다가와 현아의 행동을 돕기 시작한다. 바지의 지퍼와 혁대를 풀고, 그의 거대한 물건을 바깥으로 끌어낸다. 그런 다음, 저번처럼 그의 물건을 사이좋게 빨고 있었다. 성진은 그녀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자신의 양 옆에 있는 가슴을 거칠게 지분거린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점점 흥분이 되고, 그의 몸에 잠재되어 있는 페로몬들이 뿜어져 나와 사무실을 가득 메워간다. 미진과 민지의 항명이 있던 그날 밤. 그녀들은 성진에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성진은 어느새, 미진과 민지가 있었다는 사실도 잊으며 5명의 아름다운 여자들을 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