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그의 진정한 능력은 (3)
- 제 37 화 -
‘Venus Beauty Shop’ VIP라운지.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에 클래식이 흐르고 있어서 우아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금빛 명찰이 반짝이는 스텝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몸매가 좋은 사람들이며,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다과와 패션 잡지들도 모두 명품만을 담고 있었다.
최상위 계층을 위해서 그들이 필요한 전부를 갖추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곳. 그 안으로 들어서기 만해도 자신이 고급 져지는 그런 곳이 바로 VIP라운지였다.
“성진 씨. 이건 이번에 새로 들어오신 고객님 명단이에요. 컴퓨터명단에 정리해 주시기 바래요.”
“성진 씨. 그 일 끝나면, VVIP실 청소 부탁 드려요.”
“성진 씨. 그 다음으론...”
최고를 지향하는 VIP라운지에서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단어는 성진 씨. 고객도 직원도 온통 여자들뿐인 그곳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가 바로 그였다. 남성이라는 성별도 그랬지만, 쫙 빼입은 남성정장에 노란색 스마일 복면과 멋들어진 중절모는 그라는 존재를 유독 튀어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성진 씨. 고객 정보 입력 다하셨어요?”
“아, 아직입니다.”
“왜 이렇게 느려요? 저희들 같으면 금방 끝났는데...”
“죄송합니다.”
“빨리 하세요.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니까.”
약 3분도 되지 않았을 때이다. 그의 사수인 민지가 고객 명단을 작정하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명단부가 어느 파일에 있는지, 비밀번호는 무엇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채, 그에게 일처리를 빨리하라고 재촉하는 그녀는 무언가 불만이 많아 보이는 표정이다. 아무래도 그라는 존재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은데... 성진은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해나가고 있었다. 그들의 도움 없이도 말이다.
“다 했습니다.”
“겨우 10분 정리하는데, 15분이나 걸려요? 흥, 일도 엄청 못하시네요... 이런 식으로 하시면 한 달도 못 버티고 나가게 되실 거예요.”
“...... .”
이제 일을 시작한지 30분이 되는 순간이다. 벌써부터 그를 아무렇지 않은 이유로 갈구기 시작했다. 민지의 말에 다른 누구도 성진을 감싸주지 않는다.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자신의 업무를 하는 그녀들. 뭐, 어떤 업무를 하는 건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들은 적어도 성진이 당하는 갈굼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 같았다.
‘띵동...’
“어서 오세요~ 고객님.”
VIP라운지의 유리문이 열리면서 청명한 종소리가 울린다. 그러자, 성진에게 아무런 관심도 없던 그녀들은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띠며 고객에게 인사를 한다. 그에게 보이던 태도와 다른 것들이었다. 성진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그녀들을 바라보다, 민지의 날카로운 눈빛에 다른 직원들처럼 인사를 하고 있었다.
“어,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으응? 이 분은 누구...?”
“아, 이번에 저희 일을 배우게 된 수습 직원입니다. 고객님.”
“흐응... 좀 특이하네. 몸매를 보니까 남자 분 같은데... 무슨 모델같이 잘 빠졌어요. 그 스마일 마크의 복면도 재밌고. 마케팅이라면 아주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고객님! 저희들도 고객님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방금까지 그를 갈구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민지는 온갖 아양을 고객에게 떨면서 그녀를 VIP대기실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하였다. 성진은 그녀의 달라진 모습에 어이가 없어서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성진 씨. 뭐하는 거죠? 멍 때리지 말고 VVIP실 청소나하고 오세요. 그런 식으로 정신을 팔고 계시면 저희들 평가는 박해집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주현 씨? 같이 가서 청소하는 법 좀 알려주고 오세요. 오늘VVIP 고객님도 오신다니까 확실하게 해주셔야 해요. 아시겠죠?”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긴 생머리에 눈웃음이 매력적인 그녀가 대답을 한다. 주현은 근처에 있는 서류철을 하나 들고 10층 VVIP실이 있는 복도로 조용히 이동하고 있었다. 성진도 남아있던 이수정 실장과 최미진 대리에게 목례를 해보이고 그녀의 뒤를 따른다.
“흥! 완전 별로네...”
VVIP실로 가는 도중, 그녀들이 있는 곳에서 최미진 대리의 빈정거리는 목소리가 성진의 귓가에 들어왔다. 물론, 그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며 10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
“여기는 이렇게 손질 해주시면 되고요. 마사지가 시작하기 전에 꼭 그 손님에 맞는 화장품들을 세팅하셔야 해요. 이렇게 보시면...”
VVIP실의 준비부터 마사지가 끝난 후, 그리고 평소 관리에 대한 부분을 교육하고 있었다. 그 가르침이 어찌나 세세하고 다정한지, 아까 자신을 갈구던 민지와 비교가 되는 그녀이다. 그 순수한 표정과 친절한 행동으로 남자들의 마음을 꽤나 울렸을 법한 그녀는 그 어떠한 차별 없이 그를 대하고 있었다.
“흐윽...”
“으응? 왜 그러시죠?”
“벼, 별 것 아니에요. 그냥... 친절하게 알려주시니까... 너무 고마워서요...”
“헤헤, 당연한 걸요. 저도 이제 막 수습 딱지를 때가는 3개월차 신입이라 성진씨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어요.”
“하아... 주현 씨는 다른 분들과 다르네요. 제가 그 야동 사건도 그렇고, 얼굴도 이렇게 흉한지라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다른 분들이 이 정도까지 저를 싫어할 줄은 몰랐어요.”
“좀... 그렇죠? 저도 내키지는 않지만... 성진 씨를 옹호하려고 하면 같이 싸잡아서 욕할 분위기라 선뜻 나서기 어려웠어요. 정말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말씀해 주시니 저야 말로 감사합니다.”
그녀와 성진은 서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다가 그만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다행이 성진이 모자를 쓰고 있어서 크게 부딪친 것은 아니었으나, 그 반동으로 주현이 뒤로 넘어져 엉덩이를 매만지고 있었다. 성진은 그녀에게 바로 다가가 그녀의몸을 일으켰다.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피했어야 하는데...”
“아야야야... 괜찮아요. 저도 잘못했으니까요.”
그녀의 한 쪽 팔을 잡아 부축을 하게 된 성진은 어디선가에서 피어오른 달콤한 꽃향기를 느끼고 있었다. 아카시아의 달콤한 향기. 그는 그것이 어디에서 나는 꽃향기인지 역추적을 하다가 주현의 몸에서 나는 향기라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붉히게 된다.
웃을 때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눈웃음과 오똑한 코, 얇지만 입꼬리가 올라간 입술은 그녀를 더욱더 청순하게 보이도록 하고 있었다. 마치, 유경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유경은 그녀보다도 좀 더 우아한 청순함이 느껴진다.
“이... 팔 좀...”
“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해요.”
“호호,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제가 부담스럽잖아요. 성진 씨. 우리 이러지 말고 어서 청소해요. 선배님들이 또 눈치 주겠어요.”
“아, 그래야죠.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마님~!”
성진은 그녀의 진두지휘 하에 최선을 다해서 청소를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녀와도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것은 대부분, VIP라운지의 직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성진은 그녀가 말하는 것들에 대해서 따로 기록을 하면서 자신이 조심해야 할 점들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수정 실장님은... 정말 완벽녀에요. 피부 관리 쪽도 실력이 알아주고 행정 쪽 일도 엄청 잘하고 한국대 출신에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하아... 너무 부러운 것 있죠?”
“하하하...”
“완전 걸크러쉬가 뿜뿜 나온다니까요. 냉정한 고양이 상? 그런 느낌이라 남자들도 엄청 좋아할 것 같아요. 성진 씨도 그렇지 않나요?”
“뭐... 그렇긴 한데... 주현 씨도 만만치 않게 예쁘세요.”
“아이 참... 말씀만으로도 고마워요.”
“후후, 주현 씨. 다른 직원 분들도 설명해 주시겠어요? 정말 재밌네요.”
“네! 그리고... 최미진 대리님은 생긴 것도 그런데... 완전 여우에요. 특히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데, 피부 관리 직원 분들 중에 현아 씨랑 자주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김민지 선배님은... 얼굴도 귀엽고 몸매도 좋아서 완전 베이글녀인데... 최근에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그런지 자주 화를 많이 내세요...”
최미진 대리는 그녀의 말대로 색기가 넘치는 여자였다. 요염한 빨간색 입술로 남자를 홀릴 것 같은 그런 매력을 지닌 여자이다. 그를 갈구던 김민지 역시, 귀염상 얼굴에 엄청난 글래머로 남자들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몸매만 놓고 보았을 때, 혜영에 버금가는 느낌이라 할 수 있었다.
다들 그러고 보니, 165센티가 넘는 키에 모델 같은 몸매 아니면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서 뭔가 대단해 보이긴 한다. 외모 또한 꿀리지 않고 학벌 또한 전국의 1~2%안에 드는 수재들이니... 그녀들의 자존심이 괜히 높은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주현 씨, 아직도 여기 있었어요?”
“아, 네... 지금 청소 교육을 하면서, 같이 청소하고 있었어요.”
“그럴 필요까지 없어요. 주현 씨는 청소할 곳이랑 VVIP실 준비 전에 해야 할 일만 딱딱 알려주고 나오면 돼요. 모든 것은 성진씨가 능동적으로 알아서 해야죠.”
빌어먹을 김민지...라고 잠깐 생각을 하다가 이내 그것을 지우는 성진이다. 마치, 민지의 태도는 급식을 먹던 시절, 한 아이를 왕따시키는 어린 아이의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자신이 그 왕따가 된 아이였고. 뭐, 익숙했다. 이 정도 쯤이야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이다. 울상을 지으며 VVIP실을 떠나가는 주현에게 그는 가벼운 손짓을 해준다.
“성진 씨, 농땡이 피우면 아시죠? 항상 감시하고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선배님.”
“선배님은 무슨... 아직 성진 씨는 수습에다가 VIP라운지에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는 사람이에요. 선배님이란 호칭은 정말 기분 나쁘니까 하지 마세요.”
“...... 네.”
“그리고... 아마, 2~3일 이내로 스케줄을 짜서 직원들에게 마사지를 하게 될 거예요. 뭐... 남자가 여자에게 마사지 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성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
“네...”
“그럼, 저는 밑으로 가서 있을 테니까 VVIP실 정리 다 끝나시면 내려오세요. 시간은 10분 드릴게요.”
자신의 할 말만 딱 하고 사라지는 그녀에게 단단히 미움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일반인이었다면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우울한 상황. 성진은 애써 쓴 웃음을 짓고 자신이 쥔 빗자루로 바닥을 쓸어간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그의 모습.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또 다시 아픈 생채기가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었다.
*
2시간 뒤, 청소를 다 마친 성진은 민지의 지시에 의해서 여러 가지의 잡다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회원들에 대한 서류정리, 이벤트 공지 보내기, 신년을 맞이하여 고객에 대한 손 편지 작성등... 일을 시작하고 잠깐의 여유조차 없이 막 굴려지고있었다.
다행히 그의 능력이 좋았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 같으면 일을 시작한지 3시간 만에 이와 같은 업무 분량은 소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낸 그는 어느덧, 점심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12시부터 1시까지는 고객을 받지 않는 시간이기도 했다.
“자~ 12시 지났으니까 모두 식사들 하러 가요.”
“실장님, 오늘은 구내식당으로 가지 않는 거죠? 메뉴도 영 아니던데...”
“저도 알고 있어요. 오늘은 근처에 생긴 스페인 레스토랑이 있는 쪽으로 가려고요. 빠에야 어때요?”
“아! 저는 좋아요. 작년여름휴가 때 다녀왔었는데, 너무 좋은 것 있죠?”
“거기, 플레이팅도 엄청 신경 쓰나 봐요. 벌써부터 인스타에 엄청 올라온다니까요?”
모두들 점심 메뉴의 이야기가 한창이다. 남자들의 성욕이 여자들의 식욕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VIP라운지의 행정 스텝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완벽한 여자들이라 해도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의지는일반의 여성들과 같아 보인다.
여기에 고객들의 피부 관리를 끝내고 나오는 직원들까지 더해져 VIP라운지 안은 여자들의 화기애애한 웃음소리로 가득해져가고 있었다.
“성진 씨, 손 편지는 어디까지 썼나요?”
“네, 이제 3분의 고객님들의 손 편지를 끝마쳤습니다.”
“아직, 454분의 고객님이 남았군요. 그럼, 수고 좀 해주세요.”
“저... 민지 씨. 제 점심은...”
“아,그래요. 성진 씨는 회사 구내식당으로 내려가면 됩니다. 설마... 저희랑 같이 식사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겠죠? 감히 수습생 신분으로.”
“...... .”
“민지야, 적당히 해라. 너무 갈구다간 성진 씨, 울겠어.”
“그런가요? 호호호호... 별 수 있나요. 수습생이면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녀들의 비웃음소리로 VIP라운지가 가득차고, 그에 대한 조롱소리가 넘실거린다. 편지를 쓰던 성진은 온 몸이 굳어진 채로 그녀들의 목소리를 귀에 담아갔다. 7명 중, 4명의 목소리. 최미진, 김민지, 조주희, 그리고 또 다른 피부 관리사인 강지영까지... 그녀들의 목소리를 똑똑히 기억하며 성진은 보이지 않는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자, 그만하시고... 어서 식사하러 갑시당~!”
“그, 그래요. 선배님들... 거기 손님도 많다는데 빨리 가봐요.”
“성진 씨? 성진 씨도 하던 일 멈추시고 식사하러 가보세요.”
X같은 분위기가 차오를 때, 현아와 주현은 그의 눈치를 보면서 어서 식사를 가자고 재촉하고 있었다. 특히, 주현은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 눈에 딱 보일 정도였다. 그녀들의 재촉에 나머지 사람들도 성진에 대한 조롱을 멈추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이수정 실장도 그녀들을 뒤따라가면서 그에게 식사를 하고 오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실장님. 맛있게식사하고 오세요.”
“그러죠.”
“실장님, 엘리베이터 왔어요!”
VIP라운지 바깥의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그녀들의 목소리가 점점 사라져갔다. 성진은 그녀들이 타고 간 엘리베이터를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볼펜을 쥐어 손 편지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대충 눈치를 보니, 오늘 안에 끝내지 못하면 엄청나게 갈굴 것이 분명함으로... 그는 유려한 필체로 고객들에 대한 감사인사를 편지지로 적고 있었다.
“어머... 주인... 아니, 성진 씨?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아, 원장님.”
“식사 시간인데, 식사하러 가셔야죠.”
“강원장님,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그럼 가볼게요.”
“네~! 들어가세요. 고객님! 성진 씨...? 식사는...”
“하... 됐어요. 오늘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입맛이 없네요.”
“주인님... 그래도 건강을 챙기셔야죠. 저도 이제 일을 끝냈으니까 같이 식사하러 가세요.”
그녀의 바뀐 호칭 변화에 성진은 의외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면 깊숙이 자리한 그녀의 자존심 때문에, 아직 완벽하게 조교되지 않았던 그녀가 점점 바뀌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에 사람이 없자, 주인님으로 바뀐 호칭이 그 첫 번째 발걸음이다. 성진은 그녀의 변화에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와 복면을 벗어버린다. 그런 뒤, 흉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나지막이 말을 건넨다.
“키스해주면 생각해보도록 할게요.”
자신의 물건을 빨고 소중한 곳을 내어주더라도 그의 흉한 얼굴은 절대로 쳐다보지 못하던 것이 혜영이다. 그녀는 그가 복면을 벗자 고개를 돌리면서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요구한 것은 흉한 얼굴을 무릅쓰고 키스를 하라는 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의 얼굴을 바라곤 침을 꿀꺽 삼킨다.
정말 흉한 그의 얼굴. 키스만 해도 전염병이 생길 것 같은 그의 입술. 혜영은 그덕분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에게 키스를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그리고 이내 자신의 마음을 다지면서 한 가지를 선택한다.
그의 얼굴에 키스를 하기 죽어도 싫지만, 그의 명령에는 무조건 따라야한다고 생각하던 그녀. 애써 자위를 하면서 그의 입술에 진한 자국을 남기기 시작한다.
“츄릅... 츄릅... 하아...”
“흐음... 좋아요. 그럼 식사하러 가볼까요?”
“네... 주인님.”
그녀는 그것을 시작으로 두 번째 발걸음을 걸으며 점점 그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