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0화 〉그에 대한 복종, 어려운 입성 (2) (30/100)



〈 30화 〉그에 대한 복종, 어려운 입성 (2)

- 제 30  -


“휴...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혜영은 아주 깊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30분 전, 지수의 논리에 설득을 당해서 성진이라는 아이를 샵의 직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프라이드가 마음속으로 건네는 말을 듣지 않고, 그럴듯한 지수의 말과 본능에 의해 뽑게 되었던 성진. 지수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니 약간은 후회가 되는 그녀였다.

‘이거... 정말 어떻게 하지? VIP라운지 아이들은 정말 자긍심이 높아서 뻣뻣한 아이들이 많을 텐데... 만약 성진 씨를 넣는다고 하면 엄청나게 반발할거야. 최악의 경우에는 집단으로 그만둔다고 할 수도 있어. 실력은 그렇다 쳐도 그의 외모 때문에...’



어디 가서 그 정도 미모의 사람들을 직원으로 뽑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상의 고객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모델이나 글래머 스타일의 몸매에, 미모는 배우를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직원들이 VIP라운지의 직원들이다. 특히, 사무 일을 도맡아하는 스텝들은 누구나  법한 명문대 출신이라 여간 깐깐한 아이들이 아니었다.

‘하아... 걱정이네. 일단은 수련생 신분으로 써야하나. 어쨌든 내 밑에서 교육을 시키면서 두고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아, 아니야... 혹시나 또 저번과 같은 일이 있다면 나, 난...’

“저... 원장님...?”

“아, 네. 말씀하세요. 성비서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하세요?”

“아... 별 것 아니에요. 그저 갑자기 생긴 인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 중이었어요.”



그와의 과거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성진에게 반 강제적으로 몸을 내어준 이틀 전의 추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녀였다. 혜영은 그러한 모습을 숨기려고 애꿎은 서류파일만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강원장님. 오늘은 마사지 교육 일정이 없나요? 저는 모두 준비됐는데...”




은근히 그것을 바라는  한 모습의 유경은 간절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마사지 교육에 대한 일정을 물어보았다. 지수에 의해서 그의 마사지 교육 일정이 모두 끝난 것을 듣지 못한 것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성진은 그녀를 만류하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혹여나, 강원장이 불편해 할까봐서였다.

“누, 누나... 사실, 누나가 오지 않았던 날에 마사지 커리큘럼은 모두 마쳐서 시험을 봤었어.”

“정말...? 히잉~ 아쉽다... 내가 요즘 네 마사지 때문에 힘이 넘쳤거든. 그럼 다음 단계인 피부 관리 교육도 필요하겠다. 그것도 내가 연습을 도와줘야하나? 히히.”

“그,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

자신 없는 표정으로 성진은 유경에게 말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의 뇌리에는 혜영이 차갑게 말하던 그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아직도 어떤 앙금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강원장이 아무리 네가 싫다고 했어도 그녀의 내심은 그렇지 않았어. 속으로는 더 범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지.’



혜영이 화를 내는 모습과 더불어,지수가 말하던 것들이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절대적인 존재라  수 있는 그녀가 혜영의 진심에 대해 말을 한 것이다. ‘그녀는 사실, 즐기고 있었다.  네가 범해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박아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혜영은 너를 원하고 있었다.’라고 그에게 말을 했었다.

‘너, 여자가 왜 공감능력이 뛰어난지 알아?’

‘몰라요.’

‘그건 여자들끼리 서로 대화가 될  있도록 만들어진 거야. 왜냐하면 여자들도 여자들끼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힘들거든. 워낙에 변덕도 심하고 자기생각대로 행동하니까. 더구나 자기 자신의 마음도정확히 몰라, 또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있어. 만약에 공감 능력이 없었으면 어떻게  것 같아?’

‘으음... 아무래도 개판이 되겠죠?’

‘그래, 그런 것이라도 없으면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싸우거나 자살하는 여자들이 속출했을 거야.’

‘헌데... 사장님. 왜 그것을 저에게 알려주시는 거죠?’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고 만족시켜줬으니까 알려주는 가르침이야. 아까는 경험 많은 여자에게 여자를 배우고 싶다며? 그런 식으로 나를 꼬셔놓고.’

‘그, 그랬죠... 참...’

‘네가 앞으로 헤라의 저주를 깨기 위해서도, 얼굴을 원상태로 돌려놓기 위해서도 너는 공감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어. 이성적인 생각은 차후로 미뤄두고 말이야.
봐봐... 네가 만약 혜영이와 섹스를 했을 때,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공감했다면 이런 사태가 올 수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거야. 오히려  좋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었겠지. 네가 유경이의 과거에 공감을 해줬던 것처럼 말이야.’



어제 그녀와 정사를 나누던 중에 하던 말도 떠올랐다. ‘공감을 해라. 이성적인 생각을 뒤로 미뤄두고 그녀의 상황, 행동,말에 공감을 해라.’ 그것이 지수의 깊은 가르침이었다. 그의 얼굴이 못생겼으니, 그거라도 잘해야 한다면서 짓궂게 놀리기도 한 것들이다.

‘지이잉’

유경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 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그녀는 그것을 들어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성진을 바라보며 울상을 짓는다. 청순한 모습에 그러한 표정이 그에게는 귀엽게만 느껴지고 있었다.

“누나, 왜요?”

“사장님이 나보고 따라오래. 히잉...”

“그럼 어쩔 수 없죠... 오늘 집에 가서 또 봐요.”

“어...? 경훈 씨네 집으로 가지 않는 거야?”

“네, 이젠 사장님 댁에서 있으려고요. 사장님이 강요도 자꾸 하시고... 무엇보다도 누나가 있으니까요...”

“아싸...! 그럼 계속  수 있는 거야?”

“네.”

“히히히... 그럼 나는 그렇게 알고 가볼게. 어차피 집에서또  수 있으니까 잠깐  보는 건 참아야지.”



애교가 철철 흐르는 그녀이다. 성진의 여자친구(?)를 선언한 이후로 줄곧 그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관계는 시간이  때, 따로 이야기 해봐야겠지만... 활달하고 모두에게 친절한 그녀에게서 색다른 모습을 보니 그 또한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마치 심장은 쿵쾅쿵쾅 뛰면서 말하는 것 같았다. ‘이런 게 사랑이야.’라고...

“흠흠! 저기요, 두 분 관계가 어떻게 되시는지 모르겠는데... 주변에 다른 사람도 있다는 것도 참고해주세요!”

‘아이, 정말... 누군 VIP라운지 직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저렇게 염장 질을 하다니... 붙어있는 꼴을 보니까 성비서도 나처럼 몸을 섞은 것 같아. 같은 집에 살고 있고. 그렇다면 섹스도 많이 해봤겠지...? 그 크고 우람한 것을 안에 넣으면... 어머머... 나도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또 한 번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정신을 차린 혜영. 그녀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젊었을 때는 여러 남자를 만났다고 해도, 일에 치중하고 점점 나이를 먹게 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망상을 하게 되어버린다. 그런 망상 때문인지, 아직까지 다리 사이에 그의 감촉이 남아있는  한 느낌이었다.


“죄송합니다. 강원장님. 저는 일이 있어서 그만 일어나볼게요. 성진아~! 이따가 보자!”




혜영에게는 정중히 사과를, 성진에게는 사랑스런 윙크를 날리던 유경은 자신의 가방을 들고 회의실 밖으로 이동하였다. 덕분에 혜영은 성진과 단 둘이...  회의실에 남겨지게 되었다. 성진은 그러한 상황에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다, 그 옆에 있는 혜영에게 시선을 옮기게 되었다. 지수의 충고를 생각하면서 말이다.



‘강원장은 강한 남자가 필요해. 그녀는 말로는 싫다고 해도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는 스타일이야. 내가 전에 말했지? 속으로 범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깔끔하게 인정하였다. 자신은 일반적인 공부는  할지 몰라도 여자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다는 사실을. 그렇기 때문에 지수의 충고를 계속 복기하며 혜영에게 다가서려 한다. 앞으로 그녀는 자신이 일하게 될 샵에서 많은 도움을 줄 사람이다. 그렇기에 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원장님... 전에는 죄송했습니다.”

“흥! 그런 식으로 말해 봤자 소용없어요! 앞으로 평생 보지 않기를 바랐는데  또 온 거죠?”

‘으음... 자꾸만 이상한 말이 나가네... 성진 씨가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그래도... 정식으로 사과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때의 원장님의 심정.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나도 사장님의 설득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성진 씨에 대해서 별로 좋은 감정은 없어요! 그러니 제 발로 회사에서 나갔으면 좋겠네요.”

‘아이, 참... 이게 아닌데...’

“우, 원장님... 어떻게 하면 화를 푸시겠어요?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그 때는 원장님이 너무 매력적이었고, 저도 남자다 보니 그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앞으로는 정말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 모, 몰라요! 이제  이야기는 그만하세요. 아마도 저는 평생 성진 씨를 용서할 일은 없을 거예요.”

‘서른여덟이나 먹었는데, 내가 어디가 아름답다고...’

생각과 말이 따로 노는 혜영이다. 겉으로는 그에게 매우 화가 난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틀 전, 그를 시험하겠다는 명목으로 마사지를 받을 때부터 그와의 관계를 염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를 유혹했었고, 그녀는 충분히 그에게 만족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니 자신의 속마음을 표현하기가 정말 싫어진다. 이렇게 얼굴이 흉한 녀석에게 욕정이 일어 그를 유혹했다는 것보다는 그가 자신을 강제로 추행했다는 것이 훨씬 그럴듯해 보인 것이다.
여자로서의 자존심은... 자신이 그를 유혹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혜영은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할 말은 다 하셨죠?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어요. 성진 씨는 다음에 찾아와주세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사실, 성진 씨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에요. 저희 VIP라운지에 올 자격이 없다는 말이죠. 하지만... 사장님의 강권으로 어쩔  없이 넣어야해요. 그렇게 되면 기존 직원들의 반발도 있을 수 있게 되죠. 얼굴이 잘생겼으면 또 모를까...”

“아... 그럴 수 있겠군요.”

“저도 뭐... 반대하는 직원 가운데 일부지만, VIP라운지의 책임자로서 모두를 설득하려고 해요. 그러니... 성진 씨는 설득 작업이 끝나면 샵에 찾아와 주세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녀가 한 말의 뉘앙스를 살펴보면, 그렇게 느껴진다.



‘자격도 없고 못생긴 네가 들어오게 되면 직원들도 싫어할  있으니 설득해 보겠다. 허나, 그것은 장담하지 못한다. 나도 네가 싫으니까.’

성진은 주먹을 꽉 쥐면서 그녀가  말을 천천히 곱씹었다. ‘자격도 없고 못생겼다’라... 인격을 무시하는 행동에 화가 나고 짜증이 나지만,  편으로는 그녀가 이해된다. 그의 얼굴이 흉해도 너무 흉했던 것이다.
자신이 남들과 교류를 하지 않고, 조용히 살아왔던 이유가 바로 이런 말을 듣게 되기 때문이다. 그토록 듣지 않고 싶은 말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게 되었다.

“원장님! 자, 잠시만요...!”


그래도 성진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헤라의 저주를 풀기 위한 실마리가 바로 이곳이라 생각했다. 그 때문에 치욕적인  또한 무시하고 강원장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회의실 바깥, 아무도 다니지 않는 복도에서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하는 그이다.

“원장님, VIP라운지가 아니라 일반 손님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배운 기술이라곤 마사지 기술 밖에 없는데... 제가 이곳에서 일하지 못하게 되면 굶어죽습니다!”

“그것까지 제가 알 필요는 없을  같지만, 참고 하겠어요. 그럼 이만...”



냉정하고 도도한 모습이다. 안경까지 쓰고 있어서 그런 모습이 더욱 심해보였다. 그가 아무리 사정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은 그녀. 8층 복도로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이동하는 뒷모습이 다시는 못 볼 것만 같은느낌이다.



‘성진아, 그런데... 네 얼굴로는 그런 공감 능력도 통하지 않을 때가 있어. 정말 유경이 케이스는 운이 좋은 거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흐응...! 그럴 때는 뭐 어쩔 수 없지. 네 잘난 능력과  물건으로 상대방의 입에서 원하는 대답을 듣는 거야. 성애의 신인 나도 이렇게 만족시키는데, 일반인이라면 껌뻑 죽을 것 같은데?’




출근을 막하고 보고를 해서 그런지, 의사 가운을 입지 않은 그녀의 뒷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걸음  걸음 내딛으면서 둔부를 씰룩거리는 움직임. 웨이브 진 머리를 곱게 틀어 올려 새하얗게 들어오는 목선... 그 모습은 점점 그에게 자극을 주어 지수가 한 말이 떠오르게 만들고 있었다.



‘알았지? 네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때까지 박아버려. 혜영이 같은 애들은 그것을 더 좋아해.’


복도에서 무릎을 꿇었던 성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가 있는 복도 끝으로 뜀박질을 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그녀의 모습. 그는 아주 재빠르게 손을 뻗어 그녀가 저항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든다. 그리고 근처에 바로 보이는 창고 같은 곳으로 그녀를 끌고 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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