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8화 〉꼬여있는 지수, 유경의 헌신 (4) (28/100)



〈 28화 〉꼬여있는 지수, 유경의 헌신 (4)

- 제 28 화 -





‘뭐야...  녀석 정말 인간 맞아...?’






목욕을 마치고 침실의 문틈 사이로 지켜보는 지수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아니, 분명 자신이 죽을 만큼 짜놨는데도 불구하고 성진의 정력은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었다. 오아시스의 샘처럼, 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처럼 그 줄기를 유지해나가는 모습이다.


“흐어억! 누나 또 안에 싸요...!”


“흐아앙~!”



야수와 같이 거친 몸동작으로 유경의 하체에 자신의 허리를 털어 넣는 성진. 그 전에 자신과 할 때의 비리비리했던 모습과 달라 왠지 셈이 나는 그녀였다. 황홀한 표정으로 유경이 부르르 떠는 것도,단단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꽉 쥔 저 힘까지도 모두가 부럽게만 느껴진다.




‘뭐... 좋은 일이지. 둘이 서로 사랑을 한다는 증거니까... 나로서는 분명 축복하고 응원을 해야 하는 일. 그런데 왜... 자꾸만 짜증이 나는 거지?’


아름다움의 여신이자 성애의 여신. 남녀 간의 사랑을 관장하는 여신인 그녀이다. 보통 때 같으면, 흐뭇한 감정이 앞서야했는데 다른 감정이 계속 앞선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예를 들면, 질투라던가, 질투라던가  질투라던가... 지수는 자신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 사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아마도 저 늠름한 물건 때문이라 자위하며 자신의 애써 숨기고 있었다.




“쯔읍... 쮸읍... 츄릅... 하아...”




아직 서로의 몸이 이어진 상태에서 로맨틱한 키스를하는 그들. 그러면서 성진은 자신의 허리를 살살 움직이며 마무리 작업을 하는 듯하다. 아마... 저 녀석은 유경의 쫄깃한 질 감촉을 즐기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 또한 알고 있는 그녀의 속살. 부러움에 열이 뻗힌 지수는 대차게 방문을 열고 들어가 그들의 행동을 방해하려 했다.






“이성진! 잘도 유경이를 꼬셔 먹는구나. 내가 이러라고 쉬는 시간을 준 것이 아닐 텐데...? 우리 계약에 따르면, 너는 오늘 하고도 8시간을 더 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잊지 않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누나, 잠시만 자리 좀 비켜줘.”


“아잉~! 내가 왜~! 나도 이젠 할 말은 할래...! 지수 언니, 잠깐만 제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뭐지...?”


“성진이 좀 그만 괴롭히세요. 그만하면 많이 반성했을 거예요. 그리고  더 하다간 죽을 지도 몰라요. 이거 보세요. 피부가 많이 상했잖아요.”


“그건 너도 한 몫 한 것 같은데...?”


“아... 아, 아니에요! 여하튼 성진이는 이제부터 제 ‘남자친구’라구요. 다른 남자들한테 했던 것처럼 다루지 마세요.”

“네...?”

“응...?”



모두를 얼어붙게 만드는 유경의 한 마디. 지수와 성진은 멍한 표정으로 부끄러워하는 유경을 바라본다. 특히, 성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이 여실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와는 전혀 상의 되지 않은 상황. 그 때문인지 유경은 성진에게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기고 있었다.



“하... 유경이 너... 언제부터 그런 거야. 언제부터  자식이 나보다 더 좋아진 거냐고...”


“그게... 저번 주부터...”




유경의 대답에 지수의 깊은 한숨이 이어진다. 대충 보아도 깊이 화가나있는 그녀의 상태. 그녀의 모습에 말을 꺼낸 유경과 근처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성진은 몹시 미래가 두려워졌다.




‘안되겠어. 나라도 빨리 희생해서 지금의  상황을 모면해야해. 유경 누나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꼭 벗어나도록 해야 하고...’

“저... 유경이 누나. 자리 좀 피해 줄래요?”

“왜? 내가 나가면 지수 언니랑  뭘 하려고?”

“누나, 미안하지만... 사장님과 약속한 게 있어서요. 나중에... 모든 것은 나중에 다 설명 드릴게요.”


“싫어. 나는 지금... 으읍읍!”

“누나도 어서 출근하셔야죠.”


“나도 안 거...으읍~!”

“누나, 사장님의 기분이 좋지 않아보여서 다음에 이야기해요. 여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지수의 표정이 굳어있어 자신이  생각들을 얼른 실행에 옮기는 그이다. 그녀에게 귓속말로 설득을 하면서 침실 밖으로 데려나간 뒤, 어서 출근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그녀가 이곳에서 나가는 것을 지켜볼 때까지 지수가 있는 침실로는 절대 자리하지 않았다.



‘덜컹’


둔탁한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히고 성진은 침실을 향해 다가갔다. 그가 저지른 ‘강간’에 대한 것과 유경에 대한 상황으로 인해 지수의 기분을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섰다.



“빨리 들어와. 어서!”

“네, 넵...!”



그녀는 언제 가져왔는지 매우 비싼 고급 와인을 병째로 들이켜고 있었다. 기분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성진은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최대한 공손한 자세로 그녀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 .”


“유경이 누나 때문에 그러신  같은데... 그녀는 제가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꿀꺽... 꿀꺽... 하아... 성진아. 어때? 지금 내 모습이...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 같지는 않지? 보통 그런 존재들은 이성적이고 모든 것을 포용할  있을  같고, 아무튼 그럴 것 같잖아.”


“으음... 그렇게 생각합니다.”

“근데... 신이라는 존재도 똑같다? 인간들처럼 기뻐하고 화를 내며 질투를 하는 그런 오욕칠정은 똑같이 가지고 있어. 영원한 삶을 살아서 조금 무뎌질진 몰라도 다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네...”

“모르겠다. 나도 왜 지금 이러는지... 지수의 삶을 살아가다보니, 내가 그렇게 아끼고 좋아했던 유경이가 나에게 반항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하찮은 데미갓이 내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를 뺏어가서 그런가... 자꾸만 질투가 나네?”



혼자만의 넋두리. 지수는 대화가 이어지든 말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차분하고 무언가 회한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방 안에 나지막이 울려 퍼지고 성진은 그것을 가만히 들어줄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미안한  사실 나야. 그저 내 욕정 때문에 네가 나를 강간하게 만들었고 나는 그것을 구실로 네가 죽기 직전까지 무참하게 범했었어. 네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

“휴... 됐다. 이젠... 그만하자. 너도 나한테 마음은 없잖아. 보니까... 너도 유경이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운도 좋아. 그런 얼굴을 하고서도 용케 헤라의 저주를 풀어가고 있잖아? 벌써 한 명이 늘었네. 축하한다.”



그녀가 쓸쓸해 보였다. 영생의 삶을 살아오며 쌓인 고독이 그녀의 주변으로 퍼져 나오는 것만 같은 모습. 지금까지 보았던 그녀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 그 역시 적응이 잘 되지 않았다.




“사장님...”

“꿀꺽... 하아...  그렇게 서 있어...? 볼 일 없으니까 이젠 그만 가보라고. 아... 강원장의 문제 때문인가?  대답을 듣지 못했지?”

“네, 하지만...”


“후후... 비록, 목적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알려주겠어. 원래라면 너를 끝까지 가지고 놀다가 슬쩍 알려주려고 했는데... 흥이  깨져버렸어. 좋아. 그건 내가 해결해주지. 그리고... 너의 잘못된 행동도 말이야.”

“잘못된... 행동이요? 그게 뭐죠?”

“너... 수능에서 3개 틀릴 정도로 공부 잘했다며. 내신도 전교권이었고...”

“그렇습니다.”


“네가 부족한 점을 나름 똑똑한 머리라서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너는 그런 식의 공부는 잘 할지 몰라도 인간과의 관계 즉, 사회성이 부족해. 거기다 여자를 다루는 법은 정말 최악이야. 여러 여자와 사랑을 하라...? 참, 헤라가 너를 괴롭히는 방법은 참 잘 골랐어.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평생을 그녀의 노예로 지내게 될 걸?”

“그게 정확히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네 얼굴 때문인지 몰라도 너는 사람을 대할 때의 모습이 많이 어색해. 자꾸만 피하려만 하면서 그들에게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지.”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얼굴은 신이라도 역겨워하던걸요. 인간들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외모입니다.”

“그래. 하지만, 모두 다 같을 거란 생각은 하지마. 너를 키우던 고아원 원장은 그것을 참아가면서 너를 키워놨어. 비록, 끝은 좋지 않았지만. 그리고 네가 그런 얼굴을 하더라도 유경이는 너를 사랑해 주잖아?”



수긍이 가는 말에 성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것 봐. 그러니 이제부터는 달라져야해. 너에게 얽히고설킨 저주를 풀어내려면 상대방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라고. 그래야 다른 사람들과도 사랑을 할 수 있어.”

“그건 알겠습니다. 헌데...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이 도대체 강원장님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하다. 10명과 사랑을 하라. 그러기 위해서는 10명의 여자들에게 마음을 얻어야 한다. 그런데 너는 강원장의 앞에서 어수룩하게 행동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왔어.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섹스만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란 말이야.”

“하지만... 저는 그 때, 본능이 앞서서 그런 일을 저질렀습니다. 사랑 따위는...”


“변명하지마. 너는 지금까지 수련이라는 핑계를 삼아서 나를 멀리했었지. 유경이의 신체를 이용하기도 했고... 그렇기 때문에 알 수 있어. 너의 모든 행동은 지금 헤라의 저주를 풀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너도 유경이와 섹스를 한 뒤, 내심 그녀의 사랑을 느끼고 생각한 것 아니야? ‘섹스가 사랑을 만들어주는구나.’ ‘나의 능력을 개발하면 여러 여자와 사랑할 수 있겠다.’ 뭐... 이런 식으로 말이야.”



하나도 틀린 말이 없었다. 자신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왔던 것이다. 유경을 만족시킨 뒤, 그녀의 달라진 태도를 보고서 어쩌면 섹스로 사랑을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그래서 강원장이 유혹했을 때도 어쩌면... 그것을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취직에 성공하기보다는 섹스로 강원장의 사랑을 얻고 싶다. 대충 그런 것이었다.




허나, 그의 생각과 다르게 자신의 능력을 모두 발휘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유경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자신에게 다가온 유경과 그를 멀리하는 혜영. 성진은 그것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성진. 사랑이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아니야. 한 쪽만 일방적으로 해서도 안 되고, 섹스로만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사랑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야.”

“그럼... 뭡니까? 도대체 사랑이란 것이 어떤 것인가요...?”


“훗, 말로 하긴 힘들지만 적어도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해. 육체적 열정, 상대와의 연대감, 상대에게 모든 것을 다 바칠  있는 헌신. 이성과의 사랑에서는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지.”

“열정, 연대감, 헌신...”






그녀의 말을 조용히 곱씹어보는 성진은 자신을 대하던유경의 모습이 떠오른다. 육체적 열정은 말할 것도 없고, 항상 헌신적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것 같은 그녀. 그리고 연대감은 아마도... 아프게 살아온 과거라고 생각했다. 비슷한 고통을 겪은 서로이기에 그런 연대감이 생길 수가 있었다.


“맞아. 지금 네가 생각하고 있는 유경이는  조건을모두만족시켰어.그러니 나에게까지 그런 모습을 보이지...”

“그렇군요...”


“후후... 그런데, 성진아. 웃기는 게 뭔지 알아? 강원장은 너한테 아주 만족하고 있어.”

“네...? 하지만, 원장님은  꼴도 보기 싫다고 그랬는데요? 지금까지 사장님께서도 원장님은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고요.”

“멍청하긴... 머리도 좋은 놈이 이런 쪽은 꽉 막혀서 헛소리를 하고 있네. 사랑은 수학처럼 어떤 공식을 사용해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야. 무지하게 복잡하다고. 마치, 여자의 갈팡질팡하는 마음처럼.”


“으으윽...”


“강원장이 아무리 네가 싫다고 했어도 그녀의 내심은 그렇지 않았어. 속으로는 더 범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지.”

“아니... 방금 사랑은 그렇게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그래. 하지만... 여자라는 동물은 변덕이 심해서 말이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좋았다가도 금세 싫어질 수가 있어. 사랑도 마찬가지고... 여자란 그런 동물이야.”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차라리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불확실성이 강한 여자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에게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헤라의 저주가 아니었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이다. 그저 유경과 같은 사람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도 좋을 거라 생각되었다.


“자... 이제, 듣고 싶은 것들은 모두 들었나?”

“아, 아니요. 하나만 더 설명해주시겠어요?”


“뭔데.”


“여자들의 마음을 얻는 법. 그런 방법은 정확히 없을까요...?”


지수는 성진이 던진 질문에 그저 말없이 그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발에서부터 천천히 그의 하체를 지나 허리, 어깨 그리고 얼굴에 멈춤 그녀의 시선. 안쓰럽게 느껴지는 그녀의 미소와 함께 혀를 끌끌 차는 모습이 그의 눈에 보였다.





“쯧쯧... 없어.”

“그, 그 미소는 뭡니까!”

“가장좋은 방법은 많은 여자를 만나보라는 거야. 아니면 경험 많은 여자에게 배우던지. 그리고, 야! 네가 원하는 것은  말해줬으니까 이젠  앞에서 사라져.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알았어? 그리고...”

“......?”


“유경이한테 잘해줘. 겉으로 활발하고 성격도 좋지만 내심은 매우 연약한 아이야...”



지수는  말을 끝으로 성진에게 손짓을 하면서 자신의 몸을 침대에 뉘이고 있었다. 유경의 행동으로 인해 마음이 싱숭생숭 했기 때문일까. 더 이상 무언가를 생각하기도 귀찮아지는 그녀이다. 그녀는 어제와 같이 그에게서 몸을 돌린 채, 조용히 눈을 감는다.




‘뭐야, 정말 지멋대로라니까. 그나저나... 조금 쓸쓸해 보이네.’






그녀의 뒷모습에서 외로움이 느껴진다. 자신을 괴롭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약간의 고마움을 느끼던 성진. 그녀의 축객령에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저 방안에 서있을 뿐이었다. 아니, 점점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아, 풍만한 가슴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으읏! 너, 뭐야!”


“아까 말씀하셨잖아요. 경험 많은 여자에게 배워보라고... 부탁 좀 드릴게요. 여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이런, 미친! 너처럼 흉한 얼굴을가진 놈이랑 내가 왜... 으읍!! 우웁!!”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그가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빼앗아 애무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수는 그의 독단적인 행동에 저항을 하려하지만 유경이가 했던 말에 마음의 공허함을 느끼고 그의 키스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텅 빈 마음을 그로 채워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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