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화 〉꼬여있는 지수, 유경의 헌신 (1)
- 제 25 화 -
“아휴... 내가 정말 미쳤지... 나도 모르게 원장님을...”
강남의 레지던트 호텔 앞. 잔뜩 풀이 죽은 성진은 지수와 유경이 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모든 교육이 끝난 뒤, 경훈의 집으로 바로 이동했겠지만 오늘은 지금까지 배웠던 마사지 교육의 평가와 더불어, 강혜영 원장과의 사소한 트러블이 있었기에 그것을 상담하기 위해서 지수를 만나야 했다.
‘뭐...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오늘 오긴 했어야 하지만...’
그녀들의 숙소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그는 또 한 번의 작은 한숨을 쉰다. 1시간 전까지 있었던 ‘Venus Beauty Shop’의 VVIP실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혜영의 유혹으로 인해 그녀와의 관계를 맺었던 성진. 덕분에, 그는 아프로디테가 제시한 얼굴을 고치는 권능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되었고, 만족스러운 쾌감도 얻게 되었다.
‘원장님, 괜찮으세요...?’
‘마, 만지지 마세요! 성진 씨...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흐윽...’
‘죄송합니다... 원장님...’
‘듣기 싫어요.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
그러나, 그가 한 행동으로 인해 잃는 것도 있었다. 혜영의 육체를 취한 이후, 그는 그녀의 호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또한, 그 덕분에 자신의 직업이라 생각했던 피부 관리사의 일도 전망이 불투명했다. 자신의 능력과 여러모로 맞는 특성에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했건만... 한 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을 날려버릴 위기에 처한 상태이다.
‘아... 정말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을까...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
자신의 흉한 외모로 인해 최대한 조용하게 살아왔던 그이다. 참을 것도 참고, 내어줄 것도 내어주는 그런 삶을 살던 그였는데... 한 순간의 성욕을 참지 못하고 그의 본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 결과는 매우 참혹한 결과였다. VVIP실을 나오면서 수건을 덮고 가녀린 몸을 떨고 있던 혜영의 뒷모습이 아직도 그의 눈가에 아른 거리고 있었다.
‘딩동, 딩동~’
“네~!”
‘덜컥’
“어서와, 성진아!”
성진의 전화를 받고 그를 기다리던 유경은 차임벨이 울리자마자 빠르게 문을 열고 그를 맞이하였다. 오늘 하루 보지 않았다고 그의 모습이 보고 싶었던 그녀는 건장한 모습이 보이자마자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어 반가움을 표하였다. 성진 역시, 그녀에게 팔을 둘러 꼭 껴안아 주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아... 그게... 생각할 것이 있어서 걸어왔어요.”
“뭐야, 엄청 기다렸는데... 보고 싶은 내 생각은 안 해준 거야?”
“미안해요...”
유경은 성진을 집 안으로 이끌면서 그가 늦은 이유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버스를 타고와도 2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이나 지나 늦게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성진은 그러한 유경의 투정에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는 유경의 눈동자를 향해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섹스를 한 이후로부터 그를 향해 항상 웃어주고, 애교를 부리는 그녀. 혜영이 보여준 반응과는 매우 다른 그것이었다. 방식은 좀 다르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는 똑같은 섹스를 했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의 능력을 통해서 두 명 모두 충분히 만족시켰다고 믿고 있었다.
경험이 일천하여 표본은 적었으나 지수, 유경을 통한 반응들과 경훈의 집에 있던 야동들을 보아도 절정에 오른 그녀들의 모습은 엇비슷했었다. 혜영이 보였던 모습처럼 말이다.
‘뭐가 문제일까... 그녀가 먼저 유혹했고, 나중에는 즐기기까지 했던 모습이었는데... 아무래도 내 얼굴이 못생겨서일까? 아니면... 그녀가 싫다고 하는데도 내 멋대로 굴어서 그런 걸까...’
혼란스러웠다. 혜영이 왜 그러한 반응을 보였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왜 자신의 앞에 있는 유경처럼 웃어주고 있지 않는지, 쾌락을 동반하는 섹스로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끝난 뒤에는 다른 사람처럼 대했는지... 그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녀에 대한 생각들로 복잡해져만 가고 있었다.
“성진아,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갑자기 왜요?”
“그냥... 네 얼굴이 침울해 보이기도 하고, 뭔가 기운도 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냥, 느낌이 그런 거 있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의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녀는 성진의 눈빛과 축 처진 어깨만으로 그의 기분을 알아차렸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그런 생각에 그의 손을 감싸주며 그와 따뜻한 눈빛을 맞추어갔다. 그리고 그의 마스크를 벗기어 그녀의 촉촉한 입술로 빨간 도장을 찍는다.
“누, 누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힘냈으면 좋겠어. 이건 힘을 내라고 주는 의미의 뽀뽀야. 알았어?”
콩닥, 콩닥, 콩닥. 무언가 두려운 상황에 닥쳐서 그런 것이 아니다. 매우 간질간질하면서 몸이 뜨거워지는... 가슴이 가득 차오르는 충만감이 그의 가슴 속에서 느껴진다. 그녀의 입술을, 그녀의 손을, 그녀의 목을 감싸 안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다. 멍하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성진은 그녀의 턱을 사로잡아, 아주 진한 키스를 하... 고 싶었다.
“얼씨구? 이거, 나 없다고 살판났네?”
“사, 사장님...!”
“사장님!”
딱 무언가 풀려가는 분위기였다. 성진에게 육체적 쾌락만이 아닌, 정신적 사랑이 시작되는 그런 순간일수도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 그들의 달콤한 분위기를 방해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도 없었지만, 컬러풀한 세미 정장을 입고 있던 지수가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그녀의 미모는 항상 빛이 났다. 거기에 풍만한 가슴과 잘록하게 빠진 몸매라인은 그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있었다. 여기에, 오늘은 두 가지 옵션이 더 추가되었다. 바로 이글거리는눈빛과 차가운 미소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정장 외투를 근처 식탁 의자에 걸어두며 차가운 말, 또한 건네고 있었다.
“분위기도 그렇고... 너희들 또 그 짓 하려고 한 거 아니야? 무슨 발정기와 배란기의 암수들도 아니고 그렇게 섹스를 해대면 지겹지 않냐고.”
“아, 아니에요. 오늘은 순수하게 키...스만 하려고...”
“...... .”
그녀의 질문에 유경은 말없이 얼굴만 붉히고 있었고, 성진은 자신의 진심 한 스푼을 넣어 그녀에게 변명을 하였다. 그러면서도 잡고 있는 두 손은 놓지 않는 그들. 지수는 성진과 유경을 몇 번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고는 슬쩍 웃음을 보인다. 그 전과 달리 냉소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
“훗... 그래, 믿어주지. 그건 그렇고... 성진이 너. 갑자기 여긴 어쩐 일이지? 1달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더만?”
“그게... 조금 바빠서요. 그, 그래도 전화는 저번에 드린 적이 있었고...”
“흐음... 유경아, 나 목욕할 거니까 물 좀 준비해 줄래?”
“아, 알겠습니다.”
성진을 향해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던 그녀를 저 멀리 욕실로 보내버린다. 그리고 지수는 성진을 향해 다가와 그의 턱을 슬며시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나는 그런 따윈 중요한 것이 아니야. 내가 인내심이 없는 건 너도 잘 알 테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 달 동안 나를 찾지 않았어... 도대체 왜 그런 거지?”
“그, 그건... 아무래도 저의 능력이 성장하면 사장님께도 좋을 것이고, 괜히 사장님과 같이 있다가 그 매...력적인 몸에 유혹당해서 제가 해야 할 일들을 그르칠까봐 그랬습니다.”
“...으음, 좋아. 그럼 오늘 나를 방문한 이유는? 네가 그렇게도 원하는 능력을 100% 다룰 수 있게 되었나?”
“아직... 그건 아닙니다. 좀 더 연구를 해봐야 합니다.”
“그럼?”
“사, 사실... 샵에 있는 강원장님 때문에 사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그만, 됐어. 난 귀찮아서 안할래. 그러니 내 앞에서 꺼지든 말든 알아서 해.”
세상의 온갖 권태로움이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를 무시해버리는 지수. 저번에도 이러한 모습을 본 적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이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질질 끄는 모습을 보였을 때. 바로 그 때 나왔던 표정이었다. 성진은 똑똑한 머리와 재빠른 눈치로 바로 그녀의 현재 상태를 캐치하려 한다.
‘저 모습은 저번에 봤던 모습이야. 마치 삐진 듯 한 모습.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불만을 표시하던 그 표정... 그렇다면, 내가 그녀에게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뜻인데... 서, 설마... 그건가?’
뚱한 표정으로 자신의 입고 있던 옷을 벗어가던 그녀를 보면서 그는 과거의 일이 생각난다. 바로 전화통화를 했을 때, 자신이 욕구불만이라는 그녀의 말이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공부를 하겠다는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지낸 것인데... 그것이 뭔가 문제가 된 듯하였다. 그런 생각에 성진은 바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기 시작한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 .”
“제가 제 자신만 신경 쓰고 사장님... 아니, 여신님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 으음... 그래서?”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게 하면 노여움을 푸시겠습니까...?”
단지, 엄청난 외모의 미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라 생각이 들었다. 성진도 그것으로 인해 그녀를 신이라 대접하지 않고 평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과거의 자료에서 보면 신이란...
항상 관심을 가져주고 그들을 숭배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푸는 반면, 그들을 무시하고 홀대하는 것에 분노를 표출해 왔다. 영원불멸의 삶과 엄청난 신력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의 마음은 매우 인간적인 것이다.
아마 지금의 상황 또한, 자신에 일에 빠져서 그녀를 신경 쓰지 못한 성진에 대해서 화를 내는 것이리라. 그러한 사실을 깨달은 성진은 지수에게 온 마음을 다해 사죄의 표시를 보이고 있었다. 헤라에게서 자신을 구원해 줄, 유일한 신이기에... 그녀는 완벽한 우군으로 만들어야 했다.
“한심한 것... 그것을 지금 깨달으면 어쩌자는 거냐. 내 마음은 상할 대로 엄청 상해 있는데...”
“죄송합니다. 대신,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목욕 준비 완료했습니다. 사...장님?”
넓은 욕실에 목욕물을 받아 놓고 거실로 나오던 유경은 성진과 지수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있었다. 아주 큰 죄를 지었는지, 성진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그 분위기는 굉장히 무겁고 살 떨리는 분위기였다. 유경은 아주 조심히 그들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지수에게 말을 건네려 한다.
“사, 사장님... 목욕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그럼 나는 목욕이나 하러 들어가야겠어. 이성진... 너에 대한 처분은 내가 목욕하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유경아, 너는 나를 따라 들어와라.”
“네...”
말 한마디에 힘이 살아있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목소리는 유경과 성진에게 거절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 말을 한 뒤, 지수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마저 벗으며 유경을 끌고 넓은 욕실로 들어가 버린다.
“어, 언니...? 성진이는 왜 그러고 있던 거예요?”
지수가 신이란 것도, 성진이 어떤 존재라는 것도 모르는 유경은 밖에서의 상황이 걱정된 듯, 그녀에게 질문을 하고 있었다. 지수가 화난 것도 그렇지만... 무척 침울해 있던 성진 역시, 매우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남자의 즐거움을 알 게하고 자신에게 두근거림이란 생경한 것을 알려준 그가 아파보이는 것은 그녀에게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깊게 알 필요 없어. 단지, 나에게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러는 거야. 너도 마찬가지고...”
“네...? 제가요?”
“그래, 나만 사랑할 것처럼 말하더니 저 녀석이랑 어느새 붙어먹고 있었잖아.”
아름다움의 여신이자 성애의 여신인 아프로디테. 여신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여성스럽고 여자다운 그녀에게 ‘질투’, ‘변덕’과 같은 감정들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오랜만에 아니, 영생의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섹스를 그와 했기 때문에 그녀 역시 몸이 달아오른 상태였다.
헌데, 그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가 준 쾌감 때문에 다른 남자들과의 섹스는 일절 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찾아오지 않았다. 미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그녀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오로지 유경만을 탐하던 것이다. 아무리 지금에 와서, 그가 지수의 매력이 어쩌고저쩌고 떠드는 것에 대해서는 소용이 없었다. 이미 배는 떠나가고 있었다.
‘풍덩’
“어, 언니... 화 푸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저도 많이 반성하고 있고, 성진이도 저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녀의 목욕 시중을 들어주고 있던 유경은 넓은 욕조로 들어와 그녀의 곁에서 애교를 부린다. 그녀 또한 지수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가장 자신 있는 방법을 선택해 그녀의 화를 풀어주려 했다. 그녀의 목을 핥으면서 이렇게 아양을 떠는 것.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일이 있을 때, 유경은 이런 식으로 그녀의 화를 풀어주고는 했다.
“하앗...! 어, 언니...!”
유경의 헌신적인 모습에 지수의 굳어있던 표정이 점차 풀어진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유경의 주먹만 한 가슴을, 또 한손으로는 그녀의 음란한 구멍에 손을 넣어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동작들은 그녀의 마음이 풀어지고 있다는 행동. 유경은 더욱 그녀의 몸을 지수에게 밀착하면서 아양을 떨고 있었다.
“지수 언니... 저에 대한 화를 풀어주실 거죠?”
“그래...”
“그럼... 성진이에 대한 화도 풀어주세요. 제가 잘할게요...”
“그건, 좀 생각해보자.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잖아. 이번에는 쉽게 안 풀어줄 거야.”
“하읏! 어, 언니... 하아앙~!”
유경의 정성 덕에 조금은 화가 누그러진 그녀였다. 그녀는 유경의 몸을 거칠게 매만지면서 자신의 기분을 풀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어떻게 성진에게 죗값을 받아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오로지 그녀에게 소홀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