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새로운 교육, 그리고 비서를 탐하다. (2)
- 제 17 화 -
“뭐야...? 그 데미갓을 아프로디테가?”
“네, 그렇습니다. 그녀는 무슨 일인지 데미갓을 매우 싸고돌고 있었습니다... 저한테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거지같은... 알았다, 아테. 그만 가봐!”
“헤라님, 그럼 주신다는 선물은...?”
“그건 내가 확실히 보장하마. 그러니, 당신은 계속 데미갓의 주위에 머물면서 불행의 기운을 흩뿌려놔. 최대한 아프로디테의 눈에 띄지 않게.”
“알겠습니다.”
“약속된 선물은 그 이후에 지급하지.”
헤라의 말에불행의 여신 아테는 그녀의곁에서 물러나고 있었다. 불화와 이간질의 여신인 에리스의 딸이자, 불행을 퍼트리는 것을 무엇보다 좋아하는 그녀이다. 헤라는 신탁에 대한 생각과 데미갓에 대한 증오에 파묻혀 아테에게 모종의 약속을 한 뒤, 데미갓을 불행하게 만들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그녀의 의도와 달리 이번 상황에 뜻하지 않은 변수가 나타났는데... 그것은 바로 신들 사이의 골칫덩어리인 아프로디테였다. 그녀는 신들 사이에서도 문란함이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다보니, 그녀를 두고 신들이 싸우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그 문란함 때문에 가정을 수호하는 헤라와는 대척점에 서있는 여신이기도 했다. 그녀가 이번에 자신의 행위에 대해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으음... 또 아프로디테야. 옛날 파리스의 일도 그렇고, 신들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도움 되는 구석은 하나도 없는 년이란 말이야. 그나저나 이걸 어떻게 한다... 아프로디테가 나를 방해하기 시작하면 나의 피날레는 분명 망쳐질 텐데...’
오로지 자신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는 그녀였다. 그녀가 아프로디테에게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업적이 망가질 것을 걱정하는 모습. 헤라는 근처 탁자에 있는 찻잔을 들어 말라가는 목을 축인다. 성진을 괴롭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
강남구 청담동의 어느 빌딩. 그곳은 지하 3층, 지상 10층의 높이로 Venus Corporation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이었다. 유경과 차를 타고 이동하던 성진은 1층에 위치한 VIP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대한 1층 로비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우와... 장난이 아니네.”
화려한 샹들리에와 눈이 부실정도의 환한 조명. 고급스러운 대리석 장식까지... 성진의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그것들은 빛나고 있었다. 성진은 저번, 지수의 숙소에 갔을 때처럼 입을 떡 벌리며 감탄만 하는 모습이다. 그러던 그는 유경의 뒤를 따라 1층 로비 가운데에 위치한 안내데스크에 다다랐는데, 그곳에는 미인이라 할 법한 여성들이 인사를 해오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성비서님.”
“그래요. 지금 강원장은 어디에 있죠?”
“사장님께 연락받으시고, 지금 원장실에 계시는 중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올라간다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성진 씨, 저를 따라오세요.”
그녀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던 유경은 성진을 불러 근처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그녀는 위층으로 오르는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진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서였다.
“저... 성비서님?”
“...네?”
“궁금한게 있는데 여쭤봐도 될까요?”
“말씀하세요.”
“아까부터 조금 이상해서 그런데... 성비서님이 저를 자꾸 피하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 그게 무슨 말씀을... 저는 그런...적이 없어요.”
“그런가요? 그럼 제가 잘못 생각했나 봐요. 죄송합니다.”
‘뭐지... 그래도 조금 찝찝한데... 성비서님이어제와 많이 다른 느낌이야.’
말투는 조금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하던 성진은 그녀에게 사과를 했다. 지수에게 한 부탁으로 그녀가 자신과 섹스를했다는 기억은 지워진 상태였는데, 자꾸만 자신을 피하는 것이 약간의 의심이 들어서 질문을 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피할 이유가 하등 없는 그녀였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그녀가 자신을 피한다는 확신은 점점 커져만 간다. 자신이 위치한 곳에서 가장 먼 지점을 골라 그녀는 서있기만 하고 있었다. 그가 자리를 움직이면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먼 곳으로 위치를 이동해 자신을 피해가는 그녀이다. 그 수상함이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자 성진은 그녀가 피하지 못하도록 만들고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갖다 대려고 하였다.
“꺄아악~!”
“서, 성비서님. 괜찮으세요?”
그녀의 어깨에 성진이 손을 올린 순간, 유경은 몸을 흠칫 떨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성진은 그녀의 행동에 무척이나 당황한 나머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이 더욱 유경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미 그와 엘리베이터를 탄 순간부터 알 수 없는 기운에 의해 몸이 흥분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가 자신의 몸에 터치를 하자 그것이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녀의 등가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찌릿한 느낌이 충만했고, 그녀의 하체에서는 팬티가 젖을 만큼 축축한 애액들이 물을 쏟고 있었다. 성비서는 혹시라도 자신의 상태가 그에게 알려질까 마음을 졸이며 그에게서 벗어나려 한다.
“저는 괜찮으니 성진 씨... 좀 비켜 주시겠어요.”
“아, 알겠습니다.”
‘띵동, 9층입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성비서와 그것을 보고 걱정을 하고 있던 성진의 분위기가 묘해질 때이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어 목표 했던 층에 도착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가쁜 호흡으로 자신의 몸을 진정시킨 유경은 태연한 모습으로 성진의 앞에 앞장서 9층 내부로 먼저 걸음을 옮겼다.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처럼 표정도 평온해 보인다.
“아, 오셨습니까? 원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요. 저... 이 친구를 먼저 원장님께 안내해주시겠어요? 저는 잠깐 화장실에 가보려고요. 성진 씨. 먼저 들어가 계세요.”
성진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를 잡았던 손이 축축한 것을 보면, 어딘가 몸이 좋지 않아 식은땀을 많이 흘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마,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추스르기 위해 화장실에 가는 것일 터. 성진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강원장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성진이 가는 것을 지켜보던 유경은 급하게 화장실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비어있는 칸으로 들어가 자신의 스커트를 올린 뒤, 푹 젖어버린 스타킹과 속옷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하아...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자신의 몸에서 나온 흔적들을 보고 푸념을 내뱉던 유경. 그녀는 그것들을 벗어 근처 쓰레기통 안으로 버린 뒤, 그녀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손을 갖다 대고 있었다. 아름다운 모양의 그곳을 살살 문지르고 그 위의 돌기를 슬쩍 건드리는 그녀. 이내 자신의 손가락을 그 음란한 구멍 사이로 집어넣는다.
“아... 아... 하앙...”
무언가로 인해 폭발한 성욕이었다. 그녀는 강원장을 만나기 전에 가급적 이 성욕을 해소하고 싶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성진을 또 보기 전에 자신의 몸의 불길을 꺼뜨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 음침한 모습때문에 자신의 몸이 달아올랐다는 것을 부정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한다.
“사장님... 지수 언니... 나 좀... 내몸 좀 식혀주세요... 하앙...”
*
직원의 안내를 받아 원장실로 이동하게 된 성진은 원장이라는 여성으로부터 차 대접을 받고 있었다.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그녀는 웨이브 진 단발머리에 굉장히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소유하였다. 거기다, 얇고 동그란 철테 안경으로 지적임까지 고루 갖춘 완벽한 사람으로 그의 눈에 비춰지고 있었다.
“이름이... 이성진 씨, 맞죠?”
“네, 그렇습니다.”
“흐음, 그럼 마사지 기술이나 피부 관리 업종에서 일해 본 경험은 있나요?”
“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사장님께서 시키시는 대로 따를 뿐입니다.”
그의 당당한 대답에 혜영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성진이 찾은 ‘Venus Beauty Shop’은 한국 내에서도 첫손 꼽히는 피부 관리소이자, Venus Corporation의 40%의 매출을 차지하는 곳이다. 그런 이유로 회사의 직원들을 매우 높은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새로운 직원 후보랍시고 그녀의 앞에 있는 남성은 머리도 더벅머리에 검은 마스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어 거부감이 드는 모습이었다. 대충 봐도 직원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 그렇다고 사장이 직접 보낸 그를 거부하기도 또 뭐했는데... 찰나의 고민을 하던 혜영은 일단 좀 더생각을 해보려고 그에게 대충 아무 말이나 건네려 하였다.
“으음... 성진 씨. 앞에 차가 있는데, 왜 마시지 않는 거죠? 몸에 해로운 건 아니니까 편하게 드세요. 마스크도 벗고요.”
“그게... 사실은 제가 얼굴이 좋지 않아서 마스크는 가급적 벗지 않습니다.”
“에이, 얼마나 그러기에 마스크를 안 벗어요. 저는 상관없으니까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있어요. 차도 식으니까요.”
성진의 계속된 거절에도 그녀는 마스크를 벗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이럴 때, 유경이라도 있었으면 도움이 됐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만, 화장실에 간 그녀는 지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혜경의 거듭된 재촉에 그는 마스크가 있는 쪽에 슬그머니 손을 가져가 그것을 느릿한 동작으로 내리게 되었다.
“으으음... 그 얼굴은 무슨 병인가요? 보기에 좀... 그렇군요. 벗은 마스크는 다시 써 주세요.”
“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성진 씨가 죄송할 건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피부 관리 샵의 직원으로선 적합하지 않은 것 같네요. 여기서 일하도록 한 것은 사장님께 잘 말해서 반려하도록 해보겠어요.”
그 누구든 그의 흉측한 얼굴을 보면 다 같은 말을 했다.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처럼 자신의 앞에 있던 혜경도 그가 샵에서 일하기를 거절한 것이다. 성진은 그녀의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마스크를 다시 쓰고 있었다. 그 역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 같아도 피부 관리를 하는 사람이 얼굴이 징그러우면 다시는 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더구나, 이곳은 매우 고급스러운 시설을 자랑하여 손님들도 매우 까다로울 것이었다. 성진이 있을 곳은 아닌 곳이다.
‘휴... 그냥 회계나 경리 업무 같은 일을 받을걸 그랬어. 괜히 기분만 우울해지네...’
“원장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아, 성비서님. 이제 오시네요.”
혜경의 말로 인해 싸늘해진 분위기는 유경의 등장으로 약간 해빙되고 있었다. 방으로 들어선 유경도 분위기를 느꼈는지, 혜영에게 인사를 건네며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였다.
“원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문제라... 당연히 있습니다. 성비서님, 도대체 사장님은 무슨 생각인거죠? 성진 씨에게는 죄송하지만, 저희 샵은 대한민국에서 상위 1%가 오는 그런 곳이에요. 전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고요. 그런데... 지금 성진 씨의 외모는 저희 쪽에서 일하긴 부적합하더군요. 더구나 피부 관리를 하는 직원으로는 남자를 뽑지 않습니다.”
“그래도... 사장님의 지시입니다. 무슨 생각이 있으실 겁니다.”
“아니, 왜 사장님은 저희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항상 독단적이신 거죠? 무슨 신이라도 된 것 마냥 지시만 하고 계시잖아요. 최부장님도 그렇고 저도 그 부분은 정말 힘들어요. 이제 회사의 규모도 커진 마당에...”
혜영은 최부장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쌓인 것을 다 털어놓고 있었다. 그녀 역시 소통을 하면서 회사를 운영하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애꿎은 유경만이 그녀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다.
“그래도 원장님, 사장님의 성격은 잘 아시죠? 한 번 말씀하신 것은 바뀌지 않아요. 아마 성진 씨도 이 샵에서 일해야 할 거에요.”
“하아... 그건 좀 곤란한데... 성비서님이 말씀하셔도 소용없나요?”
“네.”
“으음... 그럼 일단 교육원이라도 보내서...”
“그건 너무 늦다고 말씀하셨어요. 1달 이내, 당장 투입할 수 있도록 원장님이 과외를 하시라는 명령이십니다.”
“하아... 정말 힘들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유경 씨가 조금 도와주시겠어요?”
“네...? 제가요?”
“저도 오늘 급하게 전화를받은 거라 다른 수강생을 만들지 못했거든요. 교육을 배우려면 최소 2명이 필요한데...”
“아니, 다른 직원들을 쓰시면 되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만... 저희 회사에서 남직원이라곤 용역부서에서 파견된경호 인력뿐이고 여직원들은 성진 씨의 손길에 몸을 맡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성진 씨를 여기 두고 싶으시면 성비서님이... 희생 좀 해주세요.”
유경은 그녀의 제안에 몹시 당황하여 혜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자신은 최대한 성진과 마주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 뻔했었다. 더구나 괜히 그의 손길에 흥분하여 못 볼꼴을 보여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머뭇거리던 유경은 괜히 자신의옆에 있던 성진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이번 교육의 상대가 돼달라는 의미처럼 그녀에게 보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을 받으니 속에서 뭔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차오르는 유경. 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 못내 그 제안을 수락하였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는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