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새로운 교육, 그리고 비서를 탐하다. (1)
- 제 16 화 -
다음날, 마포구의 Venus Corporation의 사장실. 가장 상석에 위치한 지수를 중심으로성진, 경훈, 유경 그리고 최부장까지 좌우 의자에 앉아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들을 불러 모은 지수는 자신의 앞에 놓인 몇몇의 서류철을 확인하더니 붉게 물든 입술을 열어 말을 하기 시작한다.
“최부장, 내가 용역부서 인원을 살펴보니까 인원이 많이 남아도는 것 같네?”
“아, 그렇습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쉬는 날이 많아지자 그런 것 같습니다.”
“흐음... 그럼 경훈이나 성진이 같은 애들을 굳이 늘릴 필요는 없겠네. 인원도 남아도니까 말이야.”
“하지만, 사장님.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이럴 때일수록 지출을 늘려서 어린 아이들을 훈련시켜야 합니다.”
“비너스파의 서울 용역부서의 인원은 약 250명. 거기다 지방에 있는 다른 애들까지 합치면 약 1000명 정도야. 이 정도면 다른 조직들의 견제는 할 수 있지 않아?”
“할 수는 있습니다만... 언제 상대방의 조직에서 저희 구역을 침범해 올지 모릅니다. 그 점에 있어서 언변이 뛰어난 경훈이나 신체적인 조건이 좋은 성진이는 저희 조직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최부장은 지수의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대충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자하니, 어제 출소한 경훈과 성진을 조직에 받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였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 않던 인원관리에 괜히 딴지를 걸어온 것이다. 그에 최부장은 그들을 용역부서에 넣으려고 안간힘을 다해 지수를 설득하려 했다.
“아아... 최부장. 뭔가 내 말을 오해하는 것 같은데... 나는 이 애들을 우리 조직에서 내보내거나 그러려는 게 아니야. 애들이 소속해 있는 부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지.”
“그게 무슨 말씀인지...”
“듣자하니까, 성진이 이애는 머리가 좋은 편이라 용역부서보다 내 밑에서 일하는 게 어울릴 것 같아. 경훈이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하는 식당 쪽에서 업무를 맡겨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사장님, 그렇다면 대외적인 업무 쪽으로 쓰시겠다는 소리군요. 그렇다면 저는 괜찮습니다. 헌데, 경훈이라면 몰라도 성진이는... 저희 쪽이 더 좋지 않을까 합니다.”
“왜, 얼굴이 저 모양이어서?”
“그렇습니다. 성진이에게는 미안한 말입니다만... 저희 회사가 양지에서 하는 사업 대부분이 고객과 대면을 하는 서비스 직종인데, 성진이는 부적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오히려 손님이 줄어들지나 않을지... 아, 성진이. 내가 이렇게 말해서 미안하군. 이해 좀 했으면 좋겠어.”
최부장은 말을 하다가 자신의 앞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성진에게 말을 건네었다. 그를 무시하거나 폄하한다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서 말을 한 것인데, 성진이 이것에 마음 상하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의 진심이 통해서 였을까. 성진은 미안한 눈빛을 보내는 최부장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여보인다.
“최부장, 그런 세세한 것들은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결정에 따라줘.”
“사장님, 이해가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죠. 이제 조직의 규모도 옛날 같지 않은데, 과거처럼 의사 결정을 독단적으로 하시면 기업에 손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말을 끈질기게 따라붙던 최부장의 모습에 지수는 머리를 감싸쥐며 골치 아프다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내심을 살펴보니 진정 충심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타박을 주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지수는 최부장에게 한 쪽 손을 펴보여 잠시 그의 말을 멈추게 한 뒤, 성진과 경훈에게 사장실에서 나가 있을 것을 주문한다.
*
“성진아, 사장님의 의도가 과연 뭘까?”
“응?”
“나는 왜 F&B 파트로 가고 너는 가까이 두시려고 하는 걸까. 우리 같은 남자들을 말이야.”
회사 옥상에 위치한 흡연구역. 경훈을 담배를 태우며 성진에게 자신의 궁금한 점을 묻고 있었다. 보통 Venus Corporation의 사업은 양지는 지수가, 음지는 최부장이 맡아 중점적으로 관리하였는데, 어제 한 번 본 것으로 그들을 자신이 관리하는 사업 쪽으로 데려가려 한 것이다.
“하아... 어제 술에 왕창 쩔어서 사장님 댁에 잔 것도 죄송한데... 아, 아니지, 혹시 나를 내쫒으려는 계획이 아닐까? 어제 술주정 한 것 때문에 말이야. 나를 적응 안 되는 곳으로 보내서 내 발로 나가도록 하는 거지.”
어제 성진의 부탁으로 경훈의 좋지 않은 기억이 지워진 지금, 그는 혼란스러움에 빠져 자신의 미래에 대한 망상을 그리고 있었다. 계속 해오던 일 대신에,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에 몹시 부담을 느낀 것이다.
“괜찮아. 인마, 사장님도 나름 생각이 있어서 그러셨겠지. 네가 좀 싹싹하고 얼굴도 받쳐 주니까 그 쪽 일로 키워보려 하신 거 아닐까?”
“휴... 과연 그럴까. 그래도... 최부장님 밑에 일하다가 떠나려니까 좀 찝찝하네. 다른 형님들도 그렇고.”
“그건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남자 애가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서 어떻게 할래? 앞으로 이 험한 세상에 말이야.”
“이런 미친... 얼쓰! 그건 네가 아니라 내가 해야 할 말 아니냐? 그 동안 계속 풀이 죽었던 녀석이 자고 일어나니까 갑자기 헛소리를 하네.”
“오늘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제 나도 변해야 할 것 같아서... 언제까지 그렇게 살고 만 있을 수는 없잖아.”
“야~ 잘됐다. 많이 걱정했었는데, 정말 잘됐어.”
그랬다. 어제 지수, 아니 아프로디테와 그런 일이 있고 나서 그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헤라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과 그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필요하다는 확신까지... 어젯밤, 아프로디테로부터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수가 아닌 아프로디테일 때조차 그녀는 자신의 몸 아래에서 헐떡이고 있었다. 눈이 모두 풀리고 성진의 물건을 갈구하며 그가 필요하다는 말을 수십, 수백 번을 외친 그녀이다. 신성력이 충만한 그녀의 몸도 그의 능력 앞에 여지없이 무너진 것이다.
성진은 그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헤라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이나마 지워갈 수 있었다. 언제서부턴가 매일 꾸던 악몽도 오늘은 꾸지 않게 되었다. 긍정이란 기분을 처음 만끽하는 오늘. 그의 삶에 대한 태도도 점점 변하려 했다.
“저... 여러분? 사장님께서 찾고 계십니다.”
소극적이던 성진이 변하는 것을 축하하던 그들은, 근처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에 시선을 옮기게 되었다. 옥상의 입구 쪽에서 유경이 ‘사장님이 찾는다는 말’을 전해온 것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그들은 옥상 아래로 걸음을 옮겨 사장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성비서님...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아, 아닙니다. 성진 씨도 어서 내려가 보세요. 사장님께서 많이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성진은 유경의 뜨거운 시선이 신경 쓰여 그녀에게 말을 건넸으나,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다. 그녀 또한 경훈과 같이 어제 일에 대해 기억을 못하는 상태. 자신에게 뭐라할 이야기도 없을 것이었다.
이에 반해,유경은 그를 보면 알 수없는 감정이 차올라 몸을 계속 흠칫하게 되었다. 아침에 처음 마주 했을 때부터 그를 볼 때마다, 자신의 가랑이는 축축이 젖어오고 등가에 소름이 돋는 것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은 레즈비언이자 남자를 지독히 싫어하는 남성혐오주의자였는데도 그를 볼때마다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더벅머리에 마스크를 쓴 그의 음침한 외관을 보고서도 말이다.
유경은 그들이 내려간 계단을걸어 내려가며, 자신이 오늘 왜 그러는 것인지 계속 고민하였다. 허나, 그 고민은 자신이 알려 해도 도저히 알 수 없는 것. 덕분에 그녀의 고민은 계속 깊어져만 간다.
*
다시, 회사의 사장실. 그 전과 다르게 사장실에는 한 쌍의 남녀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더벅머리에 마스크를 쓴 음침한 남자와 여성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았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여자가 서로 몸을 가까이 하며 대화를 하는 중이었다.
“아흣...! 아... 그, 그니까... 경훈이는 최부장이 데려가는 조건으로... 하앙... 너는 내가 관리하는 쪽으로 그렇게 이야기가 되었어...”
“사장님... 왜, 갑자기 그런 짓을 하신 거죠? 허억...”
“너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그랬지... 그래, 좀 더 빠르게...!”
“그럼, 저를 데려가기 위해... 경훈이를 미끼로 던진 건가요...?”
“으음...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앙... 협상은 그런 식으로 하는 거야... 뭔가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 2개를 요구하고 하나를 내주는 거지... 흐읍...!”
사장실의 가운데 놓인탁자 위에서 지수와 성진이 아주 깊은 몸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보라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A형 스커트를 입고 있던 그녀의 복장은 반쯤 벗겨져 매우 음란한 모습을 연출하였다. 성진은 이런 그녀에게 자신의 거대한 물건을 쏟아 넣으면서 그녀를 마구 잡이로 짓밟아가는 중이었다.
“제가 그렇게 좋으세요...?”
“아, 아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대체... 하앙... 헤라를 방해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일 뿐이야. 으읏... 너를 키워주기 위한 거라고. 너는 단지 내 자위기구 일 뿐이란 말이야. 하앙...”
“하아... 사장님, 그래도 감사합니다. 못난 저를 이렇게 신경 써 주시고... 으윽...”
“모, 몰라...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가슴이나 만져줘... 어서~!”
그녀에게 있어서 성진은 정말로 자위기구일 수도 있었다. 인간들을 하찮게 여기는 그들의 특성상, 그럴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그런 하찮은 존재를 위해 자신이 직접 신경 써 준다는 것에 성진은 무척이나 고마움을 느낀다. 고아원의 원장 이후, 그가 그런 느낌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었다.
더불어 그녀는 실의에 빠진 자신에게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준 존재였다. 그가 우울한 생각을 털어버릴 수 있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 존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성진은 그녀가 원하는 대로 최대한의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전기를 다루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라도 말이다.
“헉, 헉... 사장님... 그럼 안에 싸겠습니다.”
“흐읏, 흐응~!”
지수를 향해 허리를 흔드는 성진의 몸에서는 어젯밤과 비슷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성진은 그것을 최대한 약하게 조절하려고 노력하며 지수의 몸 안에 정액을 밀어 넣기 시작한다. ‘파지직’소리와 함께 그녀의 전신에 휘몰아치는 전류. 지수는 그것들을 최대한 억제하여 또 한 번의 신의 강림을 막으려고 하였다.
“하악...! 으으읏...”
“하아... 하아...”
“하아... 진짜, 이번에도 좀 위험했어. 자극이 너무 심했다고...”
“죄, 죄송합니다. 사장님. 최대한 조절하려고 했는데...”
“휴... 아니야. 그래도 어제보다는 약해진 것 같으니까 더 조심해 봐. 네가 1000명의 여자와 섹스를 하든 10명의 여자와 사랑을 하든... 지금 이 상태는 꼭 고쳐야 하는 거야. 알았어? 계속 이러다간 상대방 여자들은 쇼크로 다 죽는단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그렇게 끝이 나고, 이번 행위에 대한 총평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성진의 능력을 제어하기 위한 행동이었는데, 감정 컨트롤이 어려운 섹스를 대상으로 연습을 실시하고 있었다.
항상 자극적인 섹스에 목말라 있던 지수는 ‘섹스가 사랑을 얻기 위해최고’라는 말로 그를 현혹하여 자신의 욕구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 어떤 신이라도 그보다 자신을 만족시켜주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결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계속 나랑 하다보면 섹스할 때 그 습관은 나오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사장님.”
“좋아, 그럼 이제 네가 앞으로 일할 곳을 알려줄게.”
“네? 저는 계속 사장님이랑 같이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요?”
“나도 그러면 좋겠는데, 만약 그래버리면 너의 흉측한 얼굴은 고치지 못하잖아. 네가 그곳에서 일하게 되면 여러모로 좋을 거야. 전기를 좀 더 세세하게 다루는 능력을 연습할 수 있는 곳이거든.”
“그런 곳이 있을까요?”
“가보면 알게 될 거야.”
거친 정사의 흔적을 모두 정리한 그녀는 어느새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자신의 의자에 앉아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전화기를 눌러 밖에 있던 성비서를 호출하기 시작한다.
“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그래. 유경아, 지금 네가 ‘Venus Beauty Shop’ 강남점에 이 녀석 좀데려다 줄래?”
“알겠습니다. 그럼, 사장님께서는...”
“오늘은 따로 좀 볼 일이 있어서 오늘은 가지 않을 거야. 너도 성진이를 데려다주고 그곳에서 바로 퇴근해서 먼저 집에 가있어.”
“네. 그럼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성...진 씨, 가시죠.”
성진은 지수에게 고개를 숙이고 성비서의 뒤를 따라 사장실을 벗어났다. 지수는 그들이 나가자 깊게 빨아 물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뒤, 자신 외에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테! 다 알고 있으니까 빨리 나와.”
그녀의 말이 끝나자 사무실의 구석에서 갑자기 나타난묘령의 여성. 그녀는 아프로디테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공손한 모습으로 그녀 곁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지수의 입에서 나온 차가운 한마디. 그 한마디는 비수가 되어 아테의 귓가에 꽂혀 가고 있었다.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성진이의 곁에서 떨어지는 것이 좋을 거야. 그 녀석은 이제 내가 찜한 녀석이거든. 그리고 헤라에게는 괜히 그런 사실 말하지 말고. 그냥 네가 계속 괴롭히는 것으로 하자고. 어때?”
아테 주위에서 그녀를 옥죄어오는 무형의 힘. 그러자, 그녀는 두려운 마음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고 있었다. 지수는 그 모습을 보곤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가벼운 손짓을 한다. 빨리 자신의 앞에서 사라지라는 신호였다.
‘훗, 어차피 헤라에게 쪼르르 가서 이번 일을 꼰지르겠지. 한 번 해보자고. 옛날 파리스 때의 일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