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5)
- 제 11 화 -
잠시 멍해 있던 성진이 지수를 향해 질문을 하였다. 경훈의 숙소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왜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그것이 궁금했었다.
“사, 사장님... 저흰 왜 여기로 오게 된 겁니까?”
“별 건 아니고, 경훈이가 아까했던 말이 궁금해서 말이야.”
자신의 좋은 머리를 이용해서 열심히 경훈이 했던 말을 생각해봤다. 사장님에 대한 칭송과 함께 그가 했던 ‘섹드립’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그녀와 최부장이 했던 말들을 상기하니, 섹스를 무지하게 좋아할 것 같은 그녀이다.
“혹시... 아까 경훈이가 말했던 ‘여자 후리기’에 대한 것들입니까?”
“뭐... 그런 것도 있고.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정말로 그 녀석의 물건이 대단하냐는 거지.”
“고작, 그런 것 때문에...?”
“그게 무슨 고작이야. 내 앞에서 입을 털었으면 책임을 져야해.”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성진은 어이가 없었다. 아름다운 여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남자들이 흔히 하는 허세를 확인하고자, 그녀가 땡깡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훈이 보였던 그런 종류의 허세는 대부분 농담으로 받아들이거나, 방금과 같은 술자리에서 분위기를 달구기 위한 양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수는 굳이 그것을확인하겠다고 자신들을 그들의 숙소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사장님, 그 정도는 남자들이 사장님처럼 예쁜 여성들에게 흔히 하는 허세입니다.”
“그건 너희들 입장이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닐 수도 있지. 나는 궁금한 것이 많은 성격이라 확인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거든. 유경아~! 준비 됐니?”
“네, 사장님. 들어오시면 됩니다.”
욕실에서 성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소리가 나는 것을 보았을 때, 씻기 위한 준비 같았다. 준비가 다 되었다는 성비서의 말에 지수는 성진이 있는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으며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와 뇌쇄적인 보라색 속옷이 그녀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아차, 거기 경훈이 깨어 있으니까 다른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 좀 씻으라고 그래. 내가 청결은 무지하게 따지거든. 다 씻으면 숙취음료도 사 놨으니까 마시라고 하고.”
욕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녀가 무언가 생각난 모양인지 성진이 있는 쪽으로 다시 돌아와 말을 건넸다. 경훈이 깨어 있다는 말이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고 성진은 소파에 쓰러져 있는 경훈을 쳐다보았다. 약간 움찔거리는 것이 그가 깨어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그 말을 끝으로 윙크를 하며 욕실로 들어가 버리는 그녀. 지수의 뒷모습을 보던 성진은 소파에 누워있는 경훈에게 다가가 그를 흔들기 시작한다.
“박경훈! 너 언제부터 깨어있었어?”
“흠, 흠... 아마, 이곳으로 들어올 때쯤에...?”
“야, 그럼 이 곳까지 안 올수도 있었잖아. 너네 집이라도 당장 가야지.”
“하... 괜찮아 이놈아. 대충 들어보니까 사장님도 나랑 한 판 뜨고 싶어서 안달난 모양인데...”
“그게 문제라는 거야! 아까 최부장님이하는 말 못 들었어? 사장님이랑 성관계를 한 남자들은 거의 대부분 발기 부전이 되었다고 하잖아. 너도 그러다 병신 되면 어쩌려고그래?”
“야, 내가 나이는 좀 어려도 섹스에 대해서는 달인이야. 사장님이 어떤 짓을 해도 다 커버할 수 있다고. 거기다, 저렇게 ‘도전’을 해오는데 남자 입장에서 한 번 붙어봐야지 않겠어? 아름다운 여자와의 하룻밤. 그건 보통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비릿한 웃음을 지은 경훈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휴... 그나저나 내가 어렸을 때는 별 관심 없어하더니, 무슨일이래.”
“미친놈, 나도 이젠모르겠다.”
“킥킥킥, 인마. 그냥 걱정 붙들어 매고 가만히 거실에서 대기하고 있어. 내가 사장님을 어떻게 요리하는지 똑똑히 들어두라고.”
“그건 됐고... 나 10만원만 빌려줘. 어디 모텔이나 가서 자고 오게. 아니면 네 숙소가 어딘지 알려주던가.”
“얼쓰! 어딜 가겠다고 그러냐. 의리도 없이 날 내버려두고 갈 거야?”
“미친놈아, 당연하지. 피곤해 죽겠는데, 여기서 뭘 하고 있으라고. 그냥 빨리 자고 싶다.”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은 성진과 섹스를 하고 싶은 경훈의 말씨름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되었다. 한참을 해도 끝나지 않을 그들의 대화는 경훈이 자신의 지갑을 들고 화장실로 튀어버리면서 끝이 났다. 덕분에 성진은 다른 곳으로 오도 가도 못한 신세가 되었다.
‘미치겠네. 계속 여기 있기도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밖에서 노숙을 할 수도 없고... 어쨌든 여기에 있어야 되는 건가.’
굳은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고민을하던 성진의 앞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촉촉이 젖은 머리를 말리는 성비서이다.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으나, 가운 사이로 보이는 뽀얀 피부와 몸의 굴곡은 성진의 침샘을 자극해 입가에 침이 고이도록 만들고 있었다.
‘꿀꺽, 정말 예쁘... 아, 아니지... 일단 성비서님에게라도 돈을 빌려서 밖으로 나가자. 이곳에 있기는 뭔가 깨림직해.’
알 수 없는 종류의 느낌이 그를 점점 옥죄어오는 것을 느낀다. 3년 전 헤라를 만났을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좋지 않았던 그 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성진은 되도록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다.
“저... 성비서님? 혹시 돈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으응? 돈을 찾는 이유가 뭐죠.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요?”
“그런 건 아닙니다만... 저는 그냥 밖에 나가서 잠을 자려합니다. 경훈이는 그렇다고 쳐도, 저까지는 있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호호, 그럴 필요는 없어요. 방도 많이 있는데 이곳에서 주무시면 되잖아요.”
“그, 그래도 조금 불편해서...”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께선 별로 성진 씨를 신경 쓰지 않을 거예요.”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성진 본인이 불편해서 이곳을떠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성진은 성비서에게 그 말을 전하지 못했다. 어쩌면, 자신의 첫 직장이 될 조직에서 자신의 보스와 그 비서에게 뭐라 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일이 아니면 자신이먹고 살 길도 막막하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성진은 일단, 지켜보자는 생각으로 성비서에게 대답을 하였다.
“그렇습니까... 그, 그럼 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성비서님은 집으로 안 들어가십니까?”
“저는 사장님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제가 없으면 자꾸 불편하시다고 하시거든요.”
그럴 만도 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김지수라는 사람은 상당히 손이 많이 가는 타입임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독선적이고 자기 멋대로인 그녀를 보좌해 줄 사람이 만약 없다면 주위사람들만 피곤할 것이었다.
“그럼, 성진 씨. 지금 바로 방을 안내해드릴까요?”
“그래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는 신입인데다 나이도 어린데...”
“호호,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이게 편해서 누구에게나 그러니까요. 오히려 저는 성진 씨가 저한테 편하게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까 제가 엄청 나이먹은 사람 같잖아요.”
“그럼 어떻게 불러드릴까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아, 아니... 알겠어요. 이 정도면 되었나요?”
“네, 딱 좋은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해 방을 안내하는 성비서의 얼굴을 성진이 흘끔 쳐다보았다. 그녀의 보스인 지수와 다르게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모습이 참 호감이 갔다. 성진의 외모가 이렇지만 않았어도, 최소한 경훈 정도로 잘생겼다면 먼저 고백을 했을 법한 사람이었다.
“이곳이에요. 손님방 용도여서 별 다른 것은 없지만, 주무시기에 안성맞춤일 거예요.”
“아니에요. 신세 지는 입장에서 이 정도도 감지덕지죠. 배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래요. 그럼 편히 쉬세요.”
성비서와 간단한 인사를 하고, 성진은 피곤한 몸을 이끌어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런 뒤, 답답했던 마스크를 벗고 조용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출소를 한 이후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온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만 느껴진 성진. 그는 씻어야 한다는 생각도 차마 하지 못한 채, 조용히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더 이상 피곤한 일이 없길 바라면서 말이다.
*
1시간 뒤, 지수의 침실. 은은한 수면등이 켜져 있는 침대 위에서 속옷만 입고 있던 경훈은 지수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식 때, 형님들이 주는 대로 술을 마시다보니 중간의 기억은 없었지만 지수와의 거사를 앞둔 지금, 그는 매우 흥분된 상태이다.
조직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꿈꾸던그녀와의 섹스를 곧 앞두고 있어서였다. 우아한 마스크와 잘 빠진 바디라인은 항상 그의 마음에 불을 질렀고, 카리스마라고 포장된 그녀의 지랄 맞은 성격은 그녀에 대한정복감을 더 차오르게 만들어 갔다.
“휴... 이럴게 아니지. 한 번 제대로 보여주려면 푸쉬업이나 허리 운동이라도 하고 있자.”
멍하니 자신의 감상에 취해있던 경훈은 혼잣말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무엇을 보여줄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는 입을 앙다물고 열심히 근력운동을 하고 있었다. 오로지, 지수의 나신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풋... 너 뭐하고 있어?”
경훈이 준비동작 겸으로 몸을 풀고 있는 사이, 가운을 걸친 지수가 성비서와 함께 방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목소리를 들은 경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모습으로 그녀에게 인사를 한다.
“사장님을 기다리는 동안 몸을 풀고 있었습니다.”
“호오, 그래서... 몸은 좀 풀렸어?”
“네, 지금이라도 사장님이 원하신다면 바로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작은 미소를 짓는 경훈은 그 대답조차 패기만만하였다. 지수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기대감을 갖는다. 그 기대감은 ‘과연 그는 어떤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다른 남자들과 다르게 자신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었다.
“그래, 좋아. 어디 한 번 벗어봐.”
넓은 침실 한 가운데 서있는 경훈을 두고, 지수는 근처에 있는 응접실용 의자로 이동하였다. 그런 뒤, 경훈에게 속옷을 벗으라고 명령을 하였다. 그녀의 명령을 받은 경훈은 지수의 옆에 성비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움이 없이 자신의 팬티를 내린다. 지수를 기다리면서 온갖 음란한 망상을 했던 그의 물건은 우뚝 솟아 그녀들 앞에 거대한 위용을 내보이고 있었다.
“어떠십니까? 이게 말씀드렸던 저의 ‘치토스’입니다.”
“흐음... 뭐,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보기만 해서 영 모르겠네?”
“어떤 명령이라도 내려 주십시오. 제가 확실하게 만족시켜 드리겠습니다.”
“훗, 좋아.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지수는 그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어디 한 번 두고 보자는 표정이었다. 의자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고 경훈의 몸에 다가간 그녀는, 가볍게 그의 물건을 감싸 쥐어 그것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녀의 입술은 경훈의 입가에다가가는 듯 하다가 그의 목덜미를 시작으로 가슴에 우뚝 솟은 그의 유두에 침을 적셨다.
“어흡...”
자연스러운 지수의 애무에 그의 몸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물건에 손을 갖다 대고 가슴을 애무했을 뿐인데도 엄청난 자극이 느껴졌던 것이다.
“으윽... 자, 잠시만요. 사장님.”
“왜 그러지?”
“너, 너무 자극적입니다.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아요. 흐읍... 허억...!”
한 2분도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경훈의 물건에서 허연 점액질이 나와 침실 바닥으로 쏟아졌다. 이를 지켜보던 성비서는 근처의 휴지를 몇 장 뽑아 그것을 모두 정리하였다. 경훈은 자신이 금방 사정했다는 생각에 허탈한 모습으로 성비서가 하는 행동을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는 그에게 지수의 업신여기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데...
“애걔걔, 겨우 이것 밖에 안 되는 거야?”
“아, 아닙니다. 제가 그 동안 여자를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 자극에 너무 약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그럴까... 그럼?”
“네! 부탁드리겠습니다!”
젊은 게 좋은 것인지, 아직 그의 물건은 우뚝 솟아있었다. 지수는 그의 물건을 손가락으로 쓱, 문지르며 한참 뜸을 들인다. 그에게 기회를 줄까, 말까... 약간의 고민을 하던 그녀는 경훈의 몸에서 물러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운을 슬쩍 열어 경훈에게 뇌쇄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어디 한 번 기회를 줘볼까? 너만 즐기면 불공평하잖아. 어디 한 번 나를 즐겁게 해봐.”
슬쩍 열린 가운 사이로 그녀의 투명한 피부가 경훈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그 대답을 듣는 즉시 그녀에게 다가가 애무를 하기 시작한다. 마치, 그 모습은 상대 파트너를 고려하지 않는 자신의 만족을 채우기 위한 발정난 수컷의 그것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