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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1) (7/100)



〈 7화 〉혼란한 미래 속의 한 줄기 빛 (1)

- 제 7 화 -


3년 뒤.




‘덜컹’




둔중한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던 교도소의 문이 열린다. 그러자,교도소의 문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반가움에 얼싸 안고 소중한 해후를 하는 사람들. 죄를 씻고 새사람이 되라는 의미의 두부를 먹이는 사람들.
그리고 자식이 지었던 죄에 훈계를 하던 사람들까지... 그들 사이로 성진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간다.



아무도 반가워하지 않는 그의 존재. 그렇기에 그가 교도소에 수감되어있던 3년여의 시간 동안 누구도 그를 찾아오지 않았었다. 20년 가까이 보아왔던 고아원의 원장도, 정말로 가족이라 믿었던 다른 원생들도, 나름 신경을 써주셨던 선생님들도... 그가 성폭행 미수와 특수폭행 등의 죄를 뒤집어쓰자마자 모르는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은 지금의 상황. 그러나 성진은 과거와 다르게 무척이나 차분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헤라의 저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이런 인생을 보내야 하는 운명을 성진,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보내는 불쾌한 시선에도 조금 더 무덤덤해 수가 있었다.


“어이! 얼쓰! 어디 가는 거야!”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성진이 자신의 짐을 메고 어디론가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교도소 문을 나서며 장난기가 가득해 보이는 한 남성이 ‘얼쓰(얼굴 쓰레기)’라는 말로 그를 부르며 졸졸 따라온다. 성진은 그의 부름에 잠깐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앞을 보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야, 사람이 말을 했으면 대꾸는 해줘야지.”

“...... .”

“너 어디  곳은 있어? 없으면 내가 쌈박한 곳 하나 소개시켜준다니까...”

“시끄러워.”

“너... 설마 내가 못미더워서 그래? 의리하면 빼 놓을  없는 인간 박경훈을?”


성진을 따라다니던 경훈은 자신의 가슴을 팡팡 치면서 인간성을 어필해보려 한다. 사실, 남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성진에게 이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얼굴도 징그럽게 못생긴 사람에게 누가 친해지고 싶어 할까... 그러나 경훈은 그와 친해지고 싶은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성진을 보면 자꾸만 자신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무도 믿지 않았고, 세상에 믿을 존재라고는 자기 자신 뿐이라고 생각했던 경훈에게 그의 모습은 마치 과거의 자기 자신과 너무 비슷했다. 더불어 비슷한 나이에 비슷한 수감 기간까지... 물론,  징그러운 얼굴은 닮지 않았다. 그 얼굴이 얼마나 불쾌감을 주었는지, 교도소의 간부들은 그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도록 할 정도였다.


그래도 경훈은 그의 얼굴이 주는 불쾌감보다 다른 장점들을 눈여겨보며 그와 지금까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반면, 경훈의 노력과는 다르게 성진은 그가 다가올수록 멀어지려 하였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자신과어떤 관계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헤라의 저주가 겹쳐서 그것이 언제 자신에게 화살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앞으로의 살길이 막막했기에 당장에라도 경훈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고아원이라도 다시 가볼까...? 아, 아니지... 괜히 갔다가 기분만 상할 수도 있어. 그렇다면... 숙식 노가다라도...’


“성진아. 걱정하지 말고 이 형님을 따라와.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 우리 사장님을 보면 너도 껌벅 죽을 거야.”

‘경기가 불황이라 그것도 요즘 힘들까...? 휴... 그냥, 딱 한번만 믿고 이 녀석을 따라가야 하나...’


“어? 뭐야.  눈빛을 보니까 관심 있는 모양인데? 우리 사장님 때문에 그런 거야? 크크, 너도 남자 새끼라고 관심이 생겼구만. 관둬라... 우리 사장님은 타고난 미모만큼 성격도 조금 거친 편이라 그 밑에 남자들이 죽어난다.”

“경훈아.”

“나도  모를 때, 한 번 들이대 봤다가 크게 혼난 적이...”

“박경훈.”


“어, 어... 그래. 무슨 할 말이라도?”

“정확히 네가 말하는 곳이... 어떤 곳이야?”



경훈은 그의 말을 듣더니,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짓는다. 드디어 자신의 설득이 통했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에, 경훈은 성진에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한다.





“뭐... 그냥 여러 사업을 하는 곳이지. 나이트클럽, 술집, 마사지 업소 및 다른 업소들... 이외에도 식당도 있고 다른 여러 사업을 하고 있어.”


“무슨 조직 폭력배 같은 건가...?”

“비슷해. 그렇다고 우리들이 옛날 사람들처럼 패싸움을 하고 다니거나 그러지는않아. 요즘 조폭들은 다 스마트하게 움직이거든. 주식회사를 만들어서 양지로 나오거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서 수익을남기거나. 다 그런 식이지.”

“그럼, 너희 쪽은 어디 쪽인데?”

“우리들은 회사 쪽이야. 방금까지 사장님이라 말했던 분이 보스인데, 사업 수완도 대단하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모두들 사장님 말이라면 못하는 것이 없어.”


“...... .”


“거기다 엄청 젊고 미인이시라 인기도 엄청 많아. 처음에 나도 사장님을 뵀을 때, 엄청 껄떡대다가 맞아 죽는 줄 알았다니까? 크큭... 어때, 이래도 관심 없어?”


싫다고 계속 만류하는데도 끈질기게 달라붙는 경훈에 의해 남들과의 교류를 끊고 살려던 그는 점점 마음이 흔들려갔다. 자신의 얼굴이 이렇게 생겼는데도  내색 없이 그에게 잘해 주었던 점. 가끔 그에게 들어왔던 사식도 그의 몫까지 챙겨주었던  등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가고 있었다.



‘그래... 어차피 나는 지금 갈 곳도 없고, 앞으로 살아갈 구석이 막막해. 일단은...  녀석을 따라가서 생활해보자.’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성진은 자신의  말만 떠들고 있던 경훈을 불러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대답을 하였다.



“오~! 그래,  생각했어!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해줄게.”

“고맙다. 경훈아. 너만 믿고... 따라 갈게.”





성진이 긍정의 대답을 그에게 전하자, 경훈은 아이처럼 좋아하며 그의 곁으로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성진의 주위에서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정전기가 일어나 다가서던 경훈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아앗! 깜짝이야... 또 정전기네. 무슨 너한테 다가가기만 하려면 정전기가 일어나는 거야. 옷이 정전기가  일어나는 재질인가?”


“그, 그런 것 같아.”





출소하기 1~2달 전부터 그의 각성이 풀렸는지 성진의 몸 주위에는 미세한 전류들이 흘러 다니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뒤로부터 성진은 ‘전기’를 컨트롤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전기’의 강도를 완벽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조절할  있게 되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일어나는 정전기도 그 노력의 결과이다.


“뭐... 됐어. 이젠 사회에 나왔으니까 그런 점도 없어지겠지. 정전기도 없애는 섬유유연제도 팍팍   있잖아?”

“응...”

“야, 너도 사회에 나왔으니까 조금 더 기뻐해봐. 이렇게 좋은 친구도 생겼잖아. 언제까지 그렇게 조용히 지낼래?”


“어, 그래...”



얼굴 콤플렉스와 함께 그간의 많은 일로 인해 활기를 잃어버린 성진이었다. 이에 눈치가 좋았던 경훈은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웃긴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가기 시작한다. 그런 경훈의 노력에 힘입어, 성진의 입가에도 자그마한 미소가 일기 시작했다.





*


서울 마포구의 어느 번화가. 경기 불황에 따른 여파였는지, 서울 핵심 번화가에 손꼽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하고 있어야할 상가 곳곳에 ‘임대 문의’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길거리의 사람들 또한 거리를 지나다니기만 할 뿐, 상점의 직접적인 손님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대다수의 가게들이 파리만 날리는 상황에 사장들은 계속 한숨만 쉬는데... 경훈이 말한 자신의 조직, ‘비너스파’가 관리하는 식당과 업소들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그에 따라, 지금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의 사무실에서는 적막감만이 가득하다.



“어디... 이번  매출 보고해봐.”

“네, 사장님. 이번  저희 사업의 매출은 저번 달에 비해서 약 5%가량 떨어졌으며, 이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업체는 요식업과 나이트클럽으로 약 40% 이상 매출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의 매출이 떨어진 가장  원인으로는 경기 불황에 따른...”

“흐음... 그 부분은 넘어가고, 다른 쪽은 뭐 없어? 긍정적인 부분이라든지?”


“아, 넵! 있긴 있습니다. 사장님께서직접 운영하시는 피부 관리 사업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초기 개업한 이후 계속해서 5% 이상 성장하고 있습니다. 모두 사장님의 덕입니다.”


“안마나 오피스텔은?”

“무, 물론 그쪽도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전년도에 비교하자면  50% 이상 매출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으응? 거긴 왜 그렇게 장사가 잘되지?”


“최근 경쟁업소들에서 아이들 관리를 잘못했는지, 서비스는 물론이고 무슨 ‘미투’ 사건도 일어났다고 합니다. 물론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만... 이에 반해 저희들은 서비스의 질도 일정하고 아이들도 관리가 잘 되어서 입소문이 조금 난 것으로 보입니다.”




건장한 남성이 땀을 뻘뻘 흘리며 상석에 앉아있는 여인에게 보고를 하고 있었다. 보고를 하던 그 건장한 남성은 나이도 꽤나 먹어보였지만, 상석에 앉은 젊은 여인에게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꼬박꼬박 쓰며, 안절부절못한 모습이었다. 반면 상석에 앉은 여인은 담배 연기를 뿜으며 무척이나 권태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장사가 잘 되는데도, 전체 매출이 5%나 줄었다니... 그럼 요식업 쪽이나 나이트는 거의 손님이 없다는 거야?”

“예, 사장님. 아무래도 경기 불황으로 인해 씀씀이가 줄어들고, 회사에서도 회식이 많이 줄어 그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뭐라 말씀드릴 면목이 없습니다.”




남성이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상석에 앉은 여성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보였다. 이에 담배를 물고 있던 여성은 그것을 재떨이에 털어 넣은 뒤, 허리를 숙였던 그를 향해 나가라는 손짓을 주었다.





“아, 알겠습니다... 아! 사장님, 이번에 저희 인원에 변경사항이 있습니다. 박경훈이라고... 몇 년 전에 경쟁업소 정보를 캐내려다 교도소에 들어간  있지 않습니까? 오늘 그 녀석이 출소했다고 합니다.”


“박경훈...? 아, 그래. 그 똘똘한 고등학생 말이지? 아니다. 3년 전에 일이면 지금은 벌써 성인이 되었겠네?”

“네, 그렇습니다. 여하튼,  놈이 괜찮은 아이를 하나 데리고 온다고 합니다.”


“그래, 서울 쪽 인원관리는 최부장에게 맡겼으니까 알아서해.”


“알겠습니다. 그럼 사장님, 저는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최실장이라 불린 건장한 남성이 자리를 벗어나자, 그녀가 자리한 공간은 뿌연 담배연기만이맴돌고 있었다. 남자가 방 안을 벗어나고서도 무언가 계속 고민을 하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근처에있는 창을 열어 어슴푸레 어두워지는 바깥 거리를 향해 다가간다.


“이성진... 과연 어떤 놈일까...?”



그녀, 아니 ‘비너스파’의 보스 ‘김지수’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어떤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성진의 이름을 되뇌기는 물론이고, 그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 하며그의 등장을 기다리는 그녀였다.
그렇게 계속 어떤 말을 중얼거리던 김지수는 이윽고 어떤 결심을 한 모양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스마트 폰을 만지기 시작한다.



“성비서. 난데, 이번 저녁 스케줄 모두 취소해봐. 아마 바쁜 볼일이 있을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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