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도 앙헬은 그걸 확인했다. 잘근잘근 씹히는 쾌감을 참는 것도 모르고, 베릴은 안달이 나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매달렸다.
"미칠 거 같아, 흐읏, 빨리, 세게......!"
한쪽 손으로 베릴의 얼굴 옆을 짚은 그가 아직 잇자국이다 가시지 않은 목덜미를 꽉 물었다. 짐승이 성교하듯, 여린 살을 문 그대로 거센 허리 짓이 시작되었다. 퍽퍽 치받는 움직임에 밀리지 않도록 허리를 잡은 손이 단단했다.
"아앙, 좋아, 학...... 앙헬!"
“크윽.”
베릴은 마구 흐느꼈다. 짐승처럼 해서인지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신음도 으르렁거림에 가까웠다.
그녀는 엉덩이를 한껏 들어 그의 허리 위쪽을 다리로 감았다. 더 깊이 들어오기를, 더 세게 박히기를 바라며. 기대에 부응해 꽉꽉 안을 가르고 짓찧어 주는 그가 좋았다. 어떤 잡념도 없이 그에게,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그가.
***
격렬했던 정사가 끝나자 바로 잠들고 싶어진 베릴과 달리, 앙헬은 꼭 몸을 풀어야 한다고 우겼다.
갑자기 말을 탔잖습니까. 그대로 자면 내일 분명 힘들 겁니다.
말만 탔나, 뭐."
"......"
앙헬은 귀를 붉히면서도 기어이 베릴을 안고 욕조에 들어갔다. 막상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금세 기분이 플린 베릴은 그의 가슴에 등을 기댄 채 종알거렸다.
“여자들은 월경이란 걸 하거든요? 당신처럼 1년 내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그, 그 정도는 압니다......."
이런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앙헬은 이제 얼굴까지 빨개졌다. 그러다 문득 뭔가를 깨달은 그가 물었다.
출발한 후에 저를 피한 게 그것 때문이었습니까?"당신은 냄새에 예민하다고 해서요."
예복을 짓는 걸 비밀로 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옆 사람한테서 피 냄새가 풍기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다 자기를 위해서였는데. 오해나 하고 말이야."
앙헬이 무서운 얼굴로 들어와 추궁했을 때는 정말이지 발밑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서운함보다도, 그가 그녀를 믿지 못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만난 지 며칠 안 된 놈한테 흘려서 대대로 하던 가게를 팔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맞는구나,
하긴 저 사람도 똑같으니까 믿음이 얕은 게 당연하지, 가게 넘긴 사람한테 지금 돌아가서 다시 팔라고 하면 얼마를 더 부를까, 등등.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쫓아은 앙헬은 필사적으로 그녀를 붙잡았다. 말 위로 뛰어올랐을 때는 정말이지 심장이 떨어지는 줄만 알았다. 동시에 깨달았다. 이렇게 걱정되는걸 보면, 아직 마음이 완전히 그를 떠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앙헬은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했다. 조금 전 자신이 냈던 잇자국이 아파 보여 그 위에 살며시 입술을 내렸다.
"하지만 당신에게선 그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피하지 말아 주세요."
피 냄새 같은 것이 났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피하는 이유를 적어도 하나는 알았을 테니까. 앙헬로서는 인위적인 향내보다 차라리 피 냄새가 익숙하기도 했고, 하지만 이렇게 향유를 푼 물에 들어가 있는데도, 베릴에게서는 그녀 특유의 보송보송한 향기만 났다.
잇자국 위에 혀를 내어 활자 베릴이 바르작대며 목을 젖혔다. 욕실 벽에 울려 소리가 울릴까 봐 입 안에만 가둔 소리가 나른했다.
"소리 내요."
"그래도...... 으응.........
"걱정 말고.”
혀 놀림이 농밀해졌다. 어깨와 목덜미를 맴돌던 혀가 자리마다 울혈을 만들며 위로 올라와 특히 약한 귓불을 물었다.
"아."
분명 따뜻한 물 안에 있는데 머리가 오싹해지며 눈에 습기가 어렸다.
앙헬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그가 계속해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월경 시기에는 많이 아프고 불편하다고 들었습니다."
아픈 배를 어루만지는 것처럼 그의 손이 그녀의 배 위를지그시 눌렀다. 하지만 반대편 손은 봉긋하게 솟은 가슴을움켜쥐고 있었다.
만지지도 않은 유두가 꼿꼿이 섰는데도 그는 굳이 이유를묻지 않았다. 즐겁게 괴롭힐 뿐이었다. 선단을 꾹 눌러 안으로 넣은 채 빙글 돌리면 베릴이 다리를 꼭 붙이며 비벼 댔다.
“훗, 화......도 자주...... 낸다고요........”"그러니 더 함께 있어야지요."
혼자 안타깝게 비비는 다리 사이에 앙헬의 다리가 불쑥 파고들었다. 벌어진 틈 사이로 배를 누르며 내려온 손이, 정사가 끝난 후에도 다 가라앉지 않은 음핵을 꾹 눌렀다.
"하으응!"
미처 막지 못한 교성이 욕실 벽에 울렸다. 앙헬은 평소보다 더 야하게 들리는 소리를 음미하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기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함께하는 것이 부부 아니겠습니까?"
"당신 말이...... 맞아요........ 아웃."
점잖게 물으면서도 아래에서는 클리토리스를 난잡하게굴리는 손이 얄미웠다. 베릴은 벌써부터 등 뒤에서 굵고 딱딱한 것이 내뿜는 열기를 느끼고 있었다. 흐으, 입술을 깨물며 거기에 엉덩이를 비비자 귓가에서 흐르던 숨이 대번에뜨거워졌다.
조금씩 도발하려는 낌새를 보이면서도 그녀의 움직임에는 어쩔 수 없이 반응하는 앙헬이 귀여웠다. 앉은 자세에서허리를 살짝 든 그녀가 그를 돌아보며 불렀다.
"앙헬..
그는 베릴의 유혹에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벌어진 입술을삼킨 그가 바로 짓쳐 들었다.
"흐읍.”
만족스러운 신음을 서로 나누어 삼켰다. 앙헬이 움직일 때마다 물이 거세게 출렁거리며 욕조 바깥으로 쏟아졌다. 뜨거운 물 때문에 숨이 빠르게 막혔다. 입술을 뗀 베릴이 울먹거렸다.
"아, 응, 나아...... 물에서 하는 건, 흑, 처음........”
이런 느낌일 줄은 미처 몰랐다. 출렁거리는 물결마저 자극으로 받아들일 만큼 몸이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건 앙헬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짧게 웃으며 말했다.
“전 뭐든 처음입니다. 나의 베릴."
그래서 뭐든 기분 좋았고, 그녀를 더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무릎을 세운 그가 허리 짓에 힘을 더하며 클리토리스를 다르게 자극했다. 약한 곳들을 동시에 공략당하자 베릴은 너무 느낀 나머지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젖은 손가락은 굵은 팔 위에서 힘없이 미끄러질 따름이었다.
하지만 교성 대신 안쪽이 요동치며 그녀가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알려 주었다. 꽉꽉 조여드는 쾌감을 억지로 빠져나오고 꿰뚫기를 반복하는 앙헬의 엉덩이도 푹 패어 있었다.
"앙, 헬..
마구 흔들리면서도 베릴이 그를 찾았다. 이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런 쾌감도, 사랑받는 느낌도 영영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날, 우리 의상실, 훗, 에...... 와 줘서. 으응!"
약한 부분을 푹 찔리는 바람에 마지막 말은 잘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는 고맙다고 말한 것이 분명했다.
"후, 베릴.......
앙헬은 예쁜 말을 하는 입슬을 달게 말았다. 고마운 건 이쪽이었다.
그 자리에 있어 취서, 흔하자는 말로 내 경계를 부숴 춰서, 내가 당신의 손을 잡아도 될 만큼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 줘서,
많은 감사를 삼킨 그가 돌연 속도를 늦추며 물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해도 괜찮겠습니까?"
"네......?"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몰아붙이다가 감질나게 만들다니,앙헬이라면 노린 건 아니겠지만 얄미을 정도로 고단수였다.게다가 섹스 중에 남자가 뱉는 말은 믿지 말라는 이야기도있지 않던가?
하지만.......
진지하게 답을 기다리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이런 사람을 어떻게 안 믿어.베릴은 그만 포기하고 그의 귓불을 살짝 깨물었다.
“사랑해요."
앙헬은 조금 놀랐지만 이내 웃으며 그녀를 꽉 껴안았다.이 말은 먼저 하고 싶었는데, 또 져 버렸다. 하지만 이상이게도 그녀에게 지는 건 기분 나쁘지 않았다.
전혀.
“사랑합니다, 베릴."
***
드 모비치 후작 부부의 금실은 남부 지방 일대에 정평이나 있었다. 후작은 부인이 귀찮아할 정도로 뒤를 졸졸 쫓아다닌다더라, 하는 소문도 있었지만, 제독으로서의 그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설마 그 남자가?' 하고는 웃으며 넘겼다.
그러나 간혹, 소문이 사실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오늘은 뭘 만드는 겁니까, 베릴?"
소리 없이 등 뒤에서 나타난 앙헬이 물었다. 기겁한 베릴이 숨기려 했지만, 이미 그는 눈을 반짝이며 작업대를 훑어보고 있었다.
결혼 후, 앙헬은 베릴에게 일을 그만두고 내킬 때 그의만 가끔 만들면서 편히 지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은 바로 거절했다.
〈우리 아이가 내 일을 배우려고 할 때, 아니면 내 제자가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제대로 교육해 주려면손이 무뎌져선 안 돼요.)
앙헬은 그녀의 뜻을 존중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만들던 것들은, 아무리 봐도 그의 옷이 아니었다. 뭐랄까 옷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들이었다.
베릴은 진함을 흘리며 변명했다.
버, 별거 아니에요! 결혼 전에 연을 맺은 분들께 보내는선물이랄까....... 하. 하. 하........”
그녀는 주로 옷을 지었지만, 종종 누구 것인지, 어디에 어떻게 입는 것인지 모를 희한한 것을 만들 때가 있었다. 앙헬은 그럴 때마다 질투했는데, 지금까지는 꾹 참고 넘겼지만오늘만큼은 용기를 내서 표현하려는 참이었다.
왜냐면, 베릴에게 '뭐든 말을 해 줘야 상대가 알 수 있는 거예요!' 하고 혼났으니까. 그래서 어젯밤은 싸게 해 달라고애원할 때까지 밑동을 묶여서.......
괴로웠는데도 이상하게 평소보다 더 흥분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또 아래에 열이 몰렸다. 얼굴을 붉힌 앙헬은 얼른헛기침하고 말했다.
"다, 당신이 만드는 건 저도 전부 입고 싶습니다!"
...... 네?"
"그러니까 저도 만들어 주세요, 베릴.""아니....... 이게 뭔지나 알고 지금.......
베릴은 아연한 시선으로 작업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반쯤만든 것도 있고, 밑그림만 그려 둔 것도 있지만 재단사인 그녀의 눈에는 완성된 제품이 보였다. 엉덩이는 하나도 안 가려지는 남성용 속옷, 맨몸에 입힐 것이 분명한 하네스, 속이다 비치는 가운 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거, 입으라고 하면 을 거면서."
"아닙니다. 뭐든 저도 입겠습니다.""아하하, 그래요....... 생각 좀 해 볼게요."
앙헬이 입는다면 물론 좋았다. 사실 솔직히 말한다면 입혀놓고 그 모습을 초상화로 남기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를 덮치며 이어진 관계였다. 안 그래도 밝히는 걸 그가 아는데, 그런 것까지 입히며 좋아하면 정말로 변태 취급, 아니 이혼당할지도 몰랐다.
베릴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으며 작업 테이블을 주섬주섬 정리했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던 앙헬의 표정이 상당히부루퉁하게 변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좋은 생각을 떠올린그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는 반대쪽 테이블에 엉덩이를 걸쳤다. 몰래 목을 가다듬은 그가 타이를 풀며 사랑스러운 아내를 불렀다. 눈은 살짝내리뜨면서도 힘을 풀지 않아 위험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베릴....... 여보.”
낮은 목소리에 또 무슨 일인가, 하고 돌아본 베릴의 파란눈이 커다래졌다.
'이, 이 양반이 왜 이런대?'
점심시간을 조금 앞둔 대낮이다. 그런데 왜 저렇게 밤에나 쓸 법한 눈빛을 보내는 건지.
“아, 앙헬?"
베릴이 부르기만 기다렸던 것처럼, 퉁! 소리와 함께 앙헬이 입은 셔츠 단추가 날아갔다.
투퉁!
그리고 두 개가 더.
눈 깜박할 사이에 단추가 세 개나 사라지자 셔츠 자락이 벌어졌다. 그 사이로 드러난 건 붉은 울혈이며 잇자국들이 대곡하게 새겨진 가슴이었다.
'허억.
베릴은 벌어지는 입을 황급히 가렸다. 입고 급하게 움직일 일도 있어서 평소에 입는 셔츠는 연회용과 다르게 품을 넉넉하게 만들어 줬었다. 분명히. 그런데 거기서 가슴이 또 커졌다니.....!
하지만 입은 가려도 떨리는 눈동자까지는 가릴 수 없었다. 작전이 먹혔음을 깨달은 앙헬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뻗었다. 베릴은 흘린 사람처럼 비척비척 다가와 안겼다. 분명 여기 보이는 자국들은 어젯밤, 혹은 그제의 그녀가 만든 것일 텐데 왜 이렇게나 자극적인지.
눈썹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조심조심 정리해 준 그가 귀에 쪽, 입을 맞추며 야한 목소리로 졸랐다.
"베릴이 좋아하니까 노력했는데...... 상, 주지 않겠습니까?
"무슨 ... 무슨 상이요?"
"그거, 나도 입을래요."
"......"
베릴은 자신도 모르게 코 밑을 쓱 훑었다.
'솔직해지랬지, 누가 몰래 여우 잡아먹고 오랬나!
'
좋긴 좋은데 적응은 또 다른 문제였다. 하지만 결론은 적응 여부와 관계없이 명확했다.
본인이 이렇게 원하는데 괜찮은 거 아닐까?'
결코 앙헬의 애교에 넘어간 건 아니었다. 아무튼 아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앙헬은 사랑하는 아내에게서 선물을 받았다.
옷이되 차마 옷이라 부르기 민망하고, 걸쳤으되 차라리 흘딱 벗는 쪽이 덜 부끄러울 법한 선물이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그는 무척 수줍어했지만, 베릴을 번쩍 안고 들어간 침실문은 사흘이나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재단사 양은 왕가슴이 좋다고 하셨어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