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의 시선이 이리저리 떠돌았다. 민망해서 베릴의 눈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저, 베릴...... 이건........ "
"왜요? 뭐든 하겠다면서요."
그래도 이건 좀....... 앙헬은 양손을 위로 결박당한 채 비스듬히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 있었다. 커다란 몸 위에는 옷이나 이불은 물론 실오라기 하나 없었고, 넓게 벌려진 다리도 한쪽씩 매트리스를 고정하는 턱에 걸어 둔 천으로 묶여 있었다.
그러나 뭐든 하겠다고 했으니 베릴이 원하는 대로 있는 수밖에. 부드럽게 안겨 오는 그녀가 좋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아마도.
튼실한 허벅지에 올라앉은 베릴이 입에 딸기를 물고 그에게 넘겨주었다. 반쯤 베어 물고 입술이 멀어질 줄 알았건만, 딸기와 함께 그녀의 혀가 입 안으로 찾아들었다.
놀라면서도 반기는 그의 혀와 장난스럽게 엉키는 그녀의 혀 사이에서 무른 딸기 과육은 형체도 없이 뭉그러졌다. 즙과 함께 과육이 앙헬의 목으로 넘어가자, 베릴은 잘했다는 듯 그의 아랫입술을 한번 깨물고 멀어졌다.
'또 주려나.'
과일을 이렇게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안 앙헬이 두근두근하며 기다렸지만, 그다음으로 찾아온 건 딸기가 아니라 즙이었다.
"베, 베릴?"
곧고 긴 쇄골 사이로 부은 딸기즙이 천천히 내려갔다. 흥분으로 달아오른 체은 때문에 과즙은 차갑게만 느껴졌다. 음찔거리는 가슴과 배 근육 사이로 붉은 즙이 고이고 또 등르는 모습에 베릴은 흐뭇하게 웃었다.
"하.... 이거, 곡 해 보고 싶었어."
"먹는 걸...... 왜 몸에 붓습니까......?"
앙헬은 아연해졌지만, 베릴은 웃음을 거두지 않았다. "당신이 부끄러워할 때 얼마나 피부가 빨개지는지 알아요?"
어두운 피부라 안 보일 것 같지만, 의외로 티가 엄청 났다. 꼭 초콜릿 위에 딸기 시럽을 뿌린 것처럼.
그걸 보면 얼마나 흥분되는지.
베릴은 더 참지 못하고 혀를 내밀었다. 배꼽에서부터 푹팬 가슴골 사이로 올라가며 새빨간 혀가 과즙을 남김없이 할았다. 할짝거리면서도 저를 올려다보는 푸른 눈동자에, 앙헬이 긴 신음을 흘렸다.
"베릴. 안고 싶습니다.......”...
“쉿, 앙헬.”
다 할아 냈는데도 딸기 향은 진하게 남았다. 그것이 달콤한 앙헬의 체향과 어우러져서, 베릴은 디저트를 먹듯이 한참 더 핥고 빨았다. 그러다 다음으로 안착한 곳은 커다란 가슴과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유두였다.
귀여워...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빨아들일 때마다 주변으로 점점 더붉은 빛이 퍼졌다.
웃, 베릴."
위에 묶어 둔 수갑이 철걱거렸다. 그 소리를 즐겁게 들으며, 베릴은 처음 앙헬을 봤던 날 원했던 것처럼 유두를 오독오독 잇새로 굴렸다.
"흐읏!"
한참 전부터 기립해 있던 페니스가 크게 꺼떡이며 배에 통통 부딪혔다. 선단의 구멍이 뻐끔거리며 참을성 없는 선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베릴은 그것이 아깝다는 듯 손가락으로 슥 흘어 쪽 소리가 나게 빨았다.
"으응, 맛있어.”
씨의 웃는 그녀의 얼굴이 마녀처럼 느껴지기는 처음이었다. 그녀가 앙헬의 허벅지에 촉촉하게 젖은 아래를 문지를때마다 그의 허리도 견딜 수 없다는 듯 들썩였다.
베릴이 키득거리며 물었다.
"앙헬, 자위해 본 적 있어요?"
목덜미를 빨갛게 붉히면서도 그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없습, 니다."
"탓하려는 거 아니니까,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봐요."
"없습니다....... 왜 안 믿어 주십니까?"
믿을 소리를 해야 믿지.
'자위는 본능적인 거 아닌가?'
그가 자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베릴은 조금 뾰로통해졌지만, 앙헬의 눈꼬리에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을 보니 또마음이 약해졌다. 눈가에 쪽, 입을 맞추며 그녀가 말했다.
“이렇게 순수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 생각하면서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흐응.
지금 여기서, 날 보면서 해 보라고 하면 앙헬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해 볼까?
즐거운 고민과 함께 손을 넓게 펼쳐 가슴을 주물주물 만지자 앙헬이 혀를 내밀며 애원했다.
"베릴...... 입 맞춰 주세요."
이렇게 야하면서, 자위도 해본 적 없다니. 장난스럽게 그의 혀를 춤 빨고는 짧디짧은 키스를 마쳤다. 당연히 감질이난 앙헬은 다시 졸랐지만, 베릴이 그의 입술을 꾹 눌렀다.
"이게 벌인 거, 잊었어요?"
"그게...... 하지만........”
목이 탔다. 베릴을 안고 숨이 막힐 정도로 입을 맞추고 싶었다. 달큼한 냄새가 나는 은밀한 곳을 통통하게 부을 때까지 빨다가 안에 몸을 묻고 싶었다. 세게 해 달라는 울음소리을 듣고 싶었다.
베릴은 앙헬의 얼굴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들여다보였다.
'귀여워. 진짜 왜 이렇게 귀여워?
그게 바로 콩깍지라는 거였지만, 상관없었다.
“원래는 벌이니까 이러면 안 되는데...... 앙헬이 너무 귀여우니까 특별히 기분 좋게 해 줄게요."
"기분...... 좋게?"
이제 팔을 풀고 안아 주려나. 앙헬이 순진하게 기대했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의 기대보다 몇 단계나 위의 것을 내밀었다.
묶인 손은 완전히 잊은 것처럼, 그녀는 그대로 몸을 숙였다. 또 앙헬이 모르는 뭔가를 할 모양이었다. 긴장감 때문에 눈도 깜빡이지 못한 채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살짝 받쳐 들었다.
앙헬은 숨만 겨우 들이마셨다. 그의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부드러운 가슴이 페니스를 감싸며 뭉그러졌다. 흰 피부 사이로 보기 쉽게 튀어나은 검붉은 선단은 베릴의 입 안으로 사라졌다.
"아, ."
어째서 베릴의 몸은, 닿는 곳마다 그를 녹여 버릴 것처럼 말랑하고 따뜻하고...... 이토록 기분 좋은 것일까. 앙헬은 가쁜 숨을 내뱉으며 본능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촉촉한 입안의 점막과 그가 흘린 체액으로 질척해진 가슴이 페니스에 달라붙어 머리가 핑 도는 것 같았다.
"어때요? 좋아요?"
짙은 냄새에 베릴도 흥분한 상태였다. 여유로운 척하는 걸 모르고 앙헬이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 니다. 기분이...... 아...... 훗. 베릴....."
좋은데, 이대로 죽을 것처럼 좋은데. 하지만 답답했다. 묶인 사지 때문에 베릴을 껴안을 수 없는 것이 억울했다. 호흡이 섞이는 거리에서 눈을 마주하며 그녀의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풀어 주세요.......
하지만 베릴은 상냥하면서도 매정했다.
"안 돼요.”
“제발, 베릴, 갈 것...... 이제 갈 것 같아서.......""으응, 귀여워. 싸도 돼요."
베릴은 그의 정액을 삼키는 것도 좋아했다. 가장 예민한요도구 부근을 이 끝으로 사상 규으며 자극했지만 앙헬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으웃, 베릴. 용서를........"
"가도 된다니까요."
“제발..
이쯤 되자 베릴도 여기까지만 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페니스 끝을 쪽 빨아들인 그녀가 말했다.
"용서할게요.”"감사......합, 니다.
온순한 대답과 반대로, 그의 팔 근육은 사납게 꿈틀거렸다. 확 당기는 힘에 사슬이 출렁이나 싶더니 종이 끈처럼 끊어졌다.
“아, 앙헬......?"
발목을 묶은 건 천이지만, 손목을 결박한 건 사슬이 달린 진짜 수갑이었다. 그걸 끊다니, 눈을 의심하던 베릴의 몸이 번쩍 들렸다.
꺅!"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는 완전히 누운 앙헬의 얼굴 위로 앉혀졌다. 입술에 질구를 쭉 빨리고 나서야 파르르 떨며 정신이 돌아왔지만, 일어나려는 그녀를 그가 허락할 리 없었다.
큰 손이 가느다란 허리와 엉덩이를 단단히 잡아 고정했다. 입을 벌려 예민한 곳을 쭉쭉 빨아당기자 베릴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좋...... 아니, 그마안! 당신 숨 막히, 아앙!"
이런 식으로 빨리는 건 처음이었다. 색다른 자극에 애액이 줄줄 흘러나왔다. 유혹적인 맛에 그렇지 않아도 흥분했던 앙헬은 거의 눈이 뒤집혔다. 그런 와중에도 입구와 내벽을 잘 풀어 줘야 한다는 것만큼은 머리에 잘 박혀 있었다.
클리토리스를 괴롭히던 혀는 흘러나오는 애액의 양이 점점 많아지자 질구를 열고 들어왔다. 뾰족하게 세운 혀끝이 버거워 진입이 쉽지 않았지만, 한번 비집고 들어가자 말랑말랑한 내벽에 혀가 한데 합쳐져 녹는 것만 같았다.
아......
베릴의 초점이 흐려졌다. 가장 은밀한 점막이 더듬어지는 쾌감은 괴로울 정도로 짜릿했다. 손가락만큼 섬세하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말할 수 없는 곳까지 먹힌다는 생각에 흥분이 더 치밀었다.
“아, 이제 그만, 해요, 앙헬."
너무 자극이 강해서 위기감마저 들었다. 벗어나고 싶은데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잡힌 엉덩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쾌감에 허리가 괴롭게 움찔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바닥을 짚고 앞뒤로 움직이던 베릴이 입술을 깨물고 멈췄다.
앙헬의 얼굴을 장난감처럼 쓰다니. 사람한데, 그것도 좋아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죄책감도 잠시, 멈춘 그녀의 엉덩이를 그가 밀었다. 계속하라는 뜻이었다.
"아니, 안...... 하으, 안 되는, 데........”
하지만 움직일 때마다 부문 클리토리스가 그의 코에 스쳤다. 내벽을 차지한 혀는 뜨거운 장난감처럼 움직였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 앙헬....... 좋아아, 흐응......!"
허리 짓이 빨라지며 점점 이성을 놓는 게 분명한 교성이 들릴 때마다, 앙헬의 허리도 들썩였다. 허공만 가르는 페니스를 알아차린 베릴이 뒤로 손을 돌려 꽉 잡았다.
기습적인 압박감을 참지 못하고 그가 사정했다. 아쉽게 손에 묻은 정액을 핥으며 베릴이 졸랐다.
"앙헬, 이제 나도, 나한테도 줘요. 응?"
대답 대신에 우두둑, 찌익, 하고 발목을 고정한 천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또 몸이 붕 뜬다 싶더니, 다음 순간 베릴은 베개를 베고 눕혀져 있었다. 앙헬이 그녀와 눈을 맞춘 채 단번에 삽입했다.
"아응!"
오랜 애무 덕에 눈앞에서 반짝이가 무너지는 것처럼 빛이 튀었다. 몸 안이 앙헬로 가득 차올랐다.
"아프진, 헉......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