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결혼 국가 아웃소싱 - 2014[SF]
결혼 국가 아웃소싱
“뭐라 고라?”
이태식은 라면을 먹던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국가에서 저출산에 대한 특단의 대책으로 25세 이상의 미혼 남녀를 결혼정보업체 방식대로 강제 결혼시키겠다고 했다고 TV에서 떠들었다. 당장 걱정이 앞섰다. 이태식은 남자에 가난뱅이였고 고시생을 빙자한 백수였다. 고시원에서 부모님의 등골을 파먹어서 공부는 등한시하고 게임과 인터넷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이러는 자신이 한심했지만 마음은 마음대로 흐르지 않았고 노는 것이 재미졌다.
국가에서 결혼정보업체 방식대로 산정한다 하니 이태식에게 좋은 여자가 올 리는 없다는 건 이태식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엄마.”
“뉴스 봤냐? 이제 태식이 너도 결혼할 수 있겠다. 어서 결혼해야지. 너 몇 살이냐?”
“엄마는 아들 나이도 몰라. 서른둘이잖아.”
“그래, 이놈아, 처자식 있으면 너도 공부든 일이든 책임감 있게 하겠지! 아들, 힘내!”
전화를 끊었다. 이태식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지만 이럴 때 담배를 피면 좋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피울까 하고 잠깐 생각하다가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이 난리였다. 역시 예상대로 시위를 하자는 움직임도 있었고, 찬성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조건을 훑어보았다. 정부 시책에 따르면 이태식은 주거지는 분명하고 1인 가구이므로 여자를 받아 들여야 할 수 있었다. 이런 좁은 방에 여자라니. 이태식은 막막해졌다.
한동안 시끄러울 것이 분명했다. 출산율 낮은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어서 이번 정부의 대책은 뜻밖이었다.
‘뭐 이러다가 무산되겠지.’
이태식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집 안에 처박혀 지내면서 밀린 애니와 드라마를 보았다. 바깥세상 일이 갑갑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어느 날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주민센터입니다. 이태식 님 맞으십니까?”
그렇게 시작된 전화는 이태식에게 곧 배당된 여자가 갈 것이고 이를 거부할 시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주어질 거라고 말했다. 이태식은 승낙했다. 뭐라 항의할 에너지도 없었다. 주민센터 직원이야 말단이니 하소연해도 소용없을 터였다.
2시간 뒤 벨이 울렸다.
“이태식 씨 댁입니까?”
예쁜 여자가 인터폰 너머로 보였다. 개인정보를 뽑아내서 온 꽃뱀이 아닌가 싶었다. 이태식은 문 너머 여자의 안내로 대한민국 정부 사이트에서 자신의 정보로 조회를 해서 그녀가 맞게 찾아 온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태식은 문을 열었다.
“김이현 씨 안녕하세요.”
이태식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런데 김이현을 보니 왼쪽 팔이 있어야 할 부위의 옷이 헐렁거리고 있었다. 김이현이 말했다.
“보다시피 전 장애인이에요. 시설에 있다 왔어요. 스물 일곱 살이고요.”
그러면 그렇지. 예쁜 여자길래 혹시나 기대했더니 역시나 였다. 저리 반반하니 시설에서 돌림 좀 당했을 것이다.
“들어오세요. 전 절대 김이현 씨를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혹시 성폭행 신고를 하시려거든 CCTV가 방에 있으니 허위로는 못 하실 거에요.”
“참 차가운 분이네요. 그래도 며칠이고 지낼지도 모르는데요.”
김이현은 자그마한 여자였다. 이태식은 김이현의 눈이 젖어들자 민망해져 김이현의 짐을 끌어다 자신의 방에 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방이 꽉 찼다. 김이현이 쭈뼛거리면서 들어왔다.
“김이현 씨, 불편하시죠? 전 너무나 불편합니다. 이 불합리한 정부! 전 나가서 시위를 할 겁니다. 김이현 씨도 동참하시죠.”
“그렇게 하지요. 하지만 일단은 재워주세요.”
김이현의 단호한 목소리에 이태식은 의자에 앉았다. 이태식이 말했다.
“난 무늬만 고시생인 백수에요. 보아하니 김이현 씨도 그 나이 먹도록 시설에 있는 걸 보니 백수겠군요.”
“백수인 건 사실이지만 사이버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어요.”
“그 시설에 평생 눌러 앉을 작정이었겠군요. 결국 나나 당신이나 불쌍한 인생이라는 건데 각자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사람들 붙여 놓고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암튼 있는 동안만이라도 잘 지내봅시다.”
이태식이 손을 내밀자 김이현은 마주 잡으면서 환하게 웃었다. 원체 예쁜 얼굴인지라 몹시 화사했다. 이태식의 마음이 떨렸다. 이태식은 인터넷을 검색했다.
“이거 봐요. 내일 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 집회가 예정되어 있어요. 같이 가자고요. 김이현 씨도 알죠? 우린 절대 행복할 수 없어요.”
“그래요, 함께 나가요. 아무튼 지금은 재워주세요.”
김이현은 가디건, 니트, 스커트를 차례로 벗었다. 스타킹 너머로 드러난 허벅지가 생각 보다 굵었다. 김이현이 눈치 챘는지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제 다리 꿀벅지죠?”
“그렇네요.”
“왼 팔이 태어날 때부터 없어서 고아원에 버려졌던 모양이에요. 운동량이 부족하면 당뇨병이 올 수 있다고 해서 어릴 적부터 하체 운동은 꾸준히 했죠. 자, 저 잡니다. 신사답게 덮치지는 마세요.”
김이현은 쓰러져 곧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불을 어둡게 하고 이태식은 왜 국가가 저런 혹을 붙이는지 알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데에 생각이 미쳤다. 장애인 아내와 자식이 있다면 사회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공무원 시험에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기회일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이 몇 차례 공무원 시험에 낙방했기 때문에 저런 사람을 기회 삼아 붙여준 것일 것이다.
이태식은 김이현을 덮치려다가 생각했다. 만약 저 여자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라도 앓고 있거나 꽃뱀 기질이 있다면 이태식은 인생에 엄청난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보여준 김이현의 호감이 단지 접대용일 수 있다. 좀 더 알아 봐야 할 노릇이었다.
이태식은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다 잠들었다.
이태식이 깨어나니 갓 구워진 토스트와 두유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김이현은 이태식이 깨어나자 말했다.
“이태식 씨, 우리 있는 동안만이라도 잘 지내보자는 뜻으로 아침을 준비했어요.”
“고맙네요. 그런데 돈은 어디서 나는 건가요?”
“제가 보다시피 장애인이니까 연금이 나와요.”
“한 손으로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이태식은 김이현과 아침을 들었다. 소소한 일상의 감동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왔다. 하지만 이태식은 직업이 있어야 여자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공무원 말고는 갈 곳도 마땅치 않은 처지였다. 김이현이 설거지를 하려 하자 이태식이 만류했다.
“설거지는 제가 하지요.”
“제가 한 손 밖에 없어서 그리 걱정이 많으세요?”
“뭐 안쓰러워 보이긴 하네요.”
“자, 보세요.”
김이현은 오른 팔만으로 팔굽혀펴기를 한 차례 해보였다.
“보셨죠. 이 정도 힘은 있어요.”
“아주 생활력 없는 분 같지는 않네요. 저도 부모님 기대만 안 하심 공장을 가는 건데 부모님께서 하도 공무원 노래를 부르셔서 말이에요. 제가 많이 벌지만 않으면 직업이 있어도 장애인 연금은 나오겠죠?”
“하, 저랑 미래를 설계하시는 거예요? 나옵니다.”
이태식은 조금씩 김이현이 예뻐 보이는 걸 느꼈다. 공부도 더 열심히 했다. 하지만 공무원 공부란 2017년 현재에도 기약 없는 일이다.
약속대로 시청 광장에 나갔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독재 타도를 외치면서 말도 안 되는 결혼 정책이라고 반대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남녀 모두 불만에 차보였다. 함께 촛불을 들고 있다가 김이현이 이태식의 볼에 뽀뽀했다. 이태식은 깜짝 놀랐다.
“왜 이래요?”
“미안해요. 사랑스러워 보였어요. 저도 결혼이란 걸 해 보고 싶어요.”
사방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결혼해라!”
“신성한 집회에서 꺼져라!”
촛불을 팽게치고 이태식은 김이현 손을 잡고 나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이태식은 그곳에서 김이현에게 말했다.
“로봇 팔이 점점 싸지고 있어요. 김이현 씨 손은 이제 곧 장애도 아니게 될 거에요. 그래도 내가 좋아요?”
“이태식 씨는 좋은 사람 같아요.”
이태식과 김이현은 키스했다. 김이현이 말했다.
“솔직히 연애는 처음이 아니에요.”
“김이현 씨는 아름다우니까요.”
이태식은 중학생 때 잠시 유도를 했기에 몸이 제법 건장했다. 뜻밖에 괜찮은 몸을 보고 김이현은 더욱 음부가 젖어드는 걸 느꼈다. 이태식은 김이현을 껴안았다. 김이현도 이태식의 품에 파고 들었다. 김이현은 이태식을 앉혔다.
“지금 임신하고 싶진 않아요. 가게 해줄게요.”
“그러시면 고맙죠.”
김이현은 이태식의 항문에 혀를 꼿고 놀리다가 회음을 훑고 불알을 입에 넣고 굴리면서 이로 가볍게 잡아당기거나 했다. 김이현은 이태식의 페니스를 물고 핥고 빨았다. 귀두를 혀로 깔짝거리거나 기둥에 혀를 가로지르거나 했다. 능숙한 김이현의 기교에 곧 이태식은 김이현의 입에 사정했다. 김이현이 정액을 삼키자 이태식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엔 내가 만족시켜 줄게요.”
이태식은 김이현이 자신의 얼굴을 깔고 앉게 했다. 김이현의 음부는 보기 좋아 보였다. 이태식은 김이현의 음순에 혀를 댔다. 그렇게 청춘의 밤이 깊어갔다.
[2014.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