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편의점 알바의 SM야설 쓰기 2013[액자]
편의점 알바의 SM야설 쓰기
병욱은 32세의 편의점 알바였다. 야설 쓰기는 푼돈을 벌어주는 취미였다.
서울에 있는 하위권 인문계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이 되지 않아, 공부와 병행한다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편의점 알바를 하는 중이었다. 병욱 부모의 바람과는 달리 공부는 되지 않았고 애초에 일자리는 너무나 적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자리가 한정되어 있는 이상 낙오자는 생길 수밖에 없다. 아무리 파이를 늘려도 한 순간엔 한정되어 있는 이상 부자들이 갑질해서 모든 걸 가져간다면 빈자는 생길 수밖에 없듯이 말이다.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기득권은 조장하고도 나 몰라라 했다.
병욱은 고객이 올 때마다 가볍게 긴장했다. 기계적으로 계산을 하고, 상품이 들어오면 진열하고, 쓰레기를 버리곤 했다. 청소도 가끔 했다. 야간 알바였다. WHO는 야간 근무를 호르몬 장애를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분류했지만, 자본은 노동자에게 야간 근무를 강요했다.
편의점 알바는 무엇보다도 지루했다.
일을 안 할 수는 없었다. 병욱의 부모는 가까스로 먹고 살았다. 병욱의 학자금 대출이 잔뜩 쌓여 있었다. 겨우 겨우 갚고 있었다.
혹자는 세대 갈등이라 하지만, 가난한 병욱의 부모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결국 세대 갈등이 아닌 계급 갈등이었다.
기득권은 병욱이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자리를 2013년 최저시급 4860원만 받는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 나중에 출세해서 사회를 변혁시키라고 기득권은 지껄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득권이 되기도 물론 힘든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이 되려면 기득권의 입맛에 맞는 존재, 즉 착취를 일삼고 모든 부조리를 긍정하는 인간이 되어야만 한다. 그런 이상 개혁가가 올라설 수도 없고, 올라선다 해도 사악한 대부분의 다른 기득권에 의해 실패할 뿐이다.
‘35세까지는 보통 청년으로 치지. 이제 얼마 안 남았네.’
바로 전 알바가 폐기를 죄다 먹어버렸다.
병욱은 편의점 도시락을 자신의 돈으로 계산해서 먹었다. 나름대로 끼니가 되었다.
담배를 뚫으려는 중고딩 일진, 10원 짜리를 바꿔 달라는 아가씨, 돈을 던지는 중년, 술 마시고 꼬장부리는 중년이 근무 시간에 있었다. 적당히 화를 억누르고 대응했다.
곧 교대가 온다. 교대가 아무 말 없이 안 나오면 병욱 자신이 대타를 맡아 긴 시간 동안 잠도 못 자야 할 터였다. 사장은 몇 군데 편의점을 돌리고 자신은 놀러 다녔다. 알바에게 세상이 힘들다면 사장에게도 힘들어야 했지만, 사장은 떵떵거리면서 편히 살았다. 사장이 어떤 경우인지 병욱은 알지 못 했다. 사장은 태어나면서부터 부자였거나 자수성가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사회적으로 유리한 특질을 타고 났기에 부자가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병욱처럼 학창 시절에 겉도는 인간들을 깔아 뭉게면서 사장은 살아 왔을 것이다. 그렇게 사장처럼 남들 따돌리면서 살아서 많은 이들을 비루한 처지가 되도록 몰아갔다면 대가를 치러야 했음에도 이 사회는 조금도 그런 것이 없었다.
다행히 교대가 왔다. 업무에 관련 된 이야기 몇 마디 나누고 헤어졌다.
병욱은 가방을 들고 퇴근했다.
병욱은 자식을 낳지 못 할 것이고, 설령 그것이 가능해지더라도 낳을 생각이 없었다. 낳더라도 병욱의 처지로는 기득권의 노예를 늘리는 것뿐일 터였다. 소득 대비 물가를 너무 올려버린 기득권에게 복수하는 길 중 하나는 자식을 낳지 않음으로서, 구조적으로 기득권의 자녀들이 힘든 일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몰아가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서 증여받거나 상속받지 않는 이상 내 집 마련하기가 불가능하다시피 한 시대였다.
병욱은 집에 가서 컴퓨터를 켰다. 부모는 일 나가고 없었다. 병욱은 취미로 사과박스와 판도라의 상자라는 두 사이트에 야설을 써서 올리고 있었다. 야설 써서 버는 돈은 푼돈이라 취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한때 소설 써서 부업으로 삼고 싶었던 적이 있었지만, 본업조차 쉽사리 잡히지 않을 정도로 병욱의 능력은 보잘것없었다. 실업자가 지금처럼 500만에 육박하지 않고, 노력하는 평균이 지금처럼 높은 시대가 아니었다면 병욱도 좀 더 쉽게 양질의 일자리를 잡을 수 있었겠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소설조차 인기 있게 쓰지 못 하기에 수입이 적은 것일 게다.
그래도 야설 즉 야한 소설 속 세상에선 병욱은 비로소 마음대로 꿈꿀 수 있었다. 병욱은 하루 5시간 밖에 자지 않았지만, 야설을 구상하고 쓸 수 있는 시간은 하루 3시간에 불과했다. 어차피 가난하면 평생을 일해야 먹고 사는 법이었다. 부르주아의 당인 새누리당이 아니라, 쁘띠 부르주아의 당인 민주당이나 귀족 노조의 당인 타 야당들이 집권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병욱이 쓰는 야설은 SM, 스캇, 고어에 해당되는 장르였다. 소설로는 그렇게 쓰는 걸 좋아했지만 병욱은 실제로는 물론이고 동영상으로조차 상기한 장르를 모두 더럽다고 싫어했다. 특히 고어가 실사라면 그것은 범죄이므로 근절해야 한다고 보았고 모으지도 않았다. 진짜 아동이 나오는 로리타 포르노물은 피사체인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므로 소장도 벌해야 한다고 보고 있었지만 진짜 인간이 피사체가 아닌 장르라면 아동을 쓰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 싶었다. 물론 아청법을 어기지는 않았다. 어겼다가 벌금이라도 나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무슨 상관이겠는가. 소설은 그저 오락 매체의 하나일 뿐이었고 병욱에게 있어 일상의 괴로움을 잠시 잊게 하는 용도가 있었을 뿐이었다.
병욱은 잠깐이나마 소설가로서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꾸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포기한 지 오래였다.
‘아무도 바꿀 수 없고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는 게 글이다. 그런 이상 글은 그저 한 순간의 쾌락에나 봉사해야 하겠지. 내가 쓰는 글의 세상은 설사 그것이 메타 소설이라 해도 현실엔 그저 한 무더기 글로서만 기능할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지. 현실과는 동 떨어진 것에 지나지 않다는 거야.’
병욱은 자신의 야설을 훑어보고 또한 썼다. 이는 아래와 같다.
-*-*-*-*-*-*-*-*-*-*-*-*-*-*-*-*-*-
이런 꼴이 될지 아델라는 알고 있었다.
아델라는 쇠사슬에 묶인 채 감옥에 있는 침대 위에 앉아 있었다. 아델라는 184cm의 여전사로서도 작지 않은 키에 수려한 이목구비, 아델라 자신의 머리만큼이나 큰 유방, 잘록한 허리, 뒤로 튀어 나온 엉덩이, 길고 늘씬한 팔다리, 떼 깔 좋은 음부와 항문에 온 몸이 탄력 넘치는 젊음이었다. 아델라는 발가벗겨진 새하얀 알몸인 체로 감옥에 앉아 있었다.
쇠창살 너머로 간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수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발기된 페니스들이 덜렁거렸다. 맨 앞에 선 간수가 외쳤다.
“아델라, 아주 발육 잘 된 몸이야.”
그 소리를 듣자 아델라의 분홍빛 음부에서 애액이 터져 흘러나왔다. 이미 능욕 당할수록 즐거워하는 몸이 되어 있었다. 아델라가 속한 작은 국가는 멸망했다. 남자들은 모두 처형되었고, 여자들을 상대로는 제비뽑기가 이루어졌다. 아델라의 조국을 멸망시킨 나라도 그리 크진 않았지만 승승장구하고 있는 듯했다.
아델라는 도시 창녀가 되는 것으로 배당되었다. 성노예 창녀로 영업하기에 앞서 길들인다는 명목으로 윤간이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장대한 육괴들이 아델라를 둘러쌌다. 아델라를 정복한 나라의 종족은 덩치가 다들 컸다. 2미터가 남자의 평균 키였다.
한 사내가 아델라의 항문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는 페니스를 단숨에 뿌리까지 아델라의 항문에 밀어 넣었다. 다른 사내가 아델라의 항문에 또 다른 페니스를 집어넣었다. 두 개의 페니스를 민감한 항문에 박힌 채 아델라는 헐떡였다.
또 다시 사내들이 움직이는 듯했다. 아델라의 따뜻한 음부에도 페니스가 틀어박혔다. 풍만하고 탄력 있는 아델라의 유방을 붙잡은 한 사내가 자신의 페니스를 아델라의 젖통들로 기분 좋게 조여댓다. 아델라를 길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일하는 자들이었다. 아델라의 육체를 높이 평가한 관리의 짓이었다.
아델라의 짧게 잘린 붉은 머리채를 붙잡고 당기는 손길이 있었다. 그에 반응해 아델라는 목을 꺽었다. 두 페니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델라는 얼굴을 움직여 두 귀두를 번갈아 가면서 혀로 굴리면서 핥았다. 한 페니스가 아델라의 입 깊숙이 틀어박혔다. 아델라는 귀두를 목구멍으로 조였다. 목구멍을 치는 페니스의 강한 압박에 아델라는 눈물과 콧물과 침을 짜냈다.
차례차례 정액 뒤이어 오줌이 아델라의 구멍들을 잠식했다. 아델라는 애액, 정액, 오줌, 똥으로 번들거리는 페니스를 수없이 맛있게 핥고 빨았다. 진심으로 맛이 좋았다. 아델라는 스스로 허리와 엉덩이를 돌려 쾌감을 표시했다. 그런 사랑스러운 아델라의 궁둥이를 사내들은 신나게 두드렸다. 그럴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났다. 아델라는 거듭되는 절정에 신음을 내질렀다. 이렇게 계속 산다면 너무나 행복할 거라고 마음 속 깊이까지 생각했다.
이제 성노예로서의 삶만이 아델라 앞에 활짝 열려 있으리라. 아직 젊을 때엔 사내들의 공동변기가 되고 쓸모없어지는 늙어선 버려져 잘 풀려야 길바닥 거지가 될 삶. 아델라는 자신에게 그것을 거부할 아무런 길도 없음을 느꼈다.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
-*-*-*-*-*-*-*-*-*-*-*-*-*-*-*-*-*-
이런 날들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
[2013.11.29.Fin.]